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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2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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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자가 출판 시장의 미래다]
베스트셀러로 보는 청소년 책 출판 동향

 

 

 

최지은(교보문고 유아·청소년 도서 MD)

 

2024. 03-04.


 

청소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독자다.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2021년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독서율은 성인의 2배였다. 교육 과정 연계의 영향도 있겠지만, 꾸준히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감히 기특하다고 말해본다.

 

다가오는 3월 신학기는 청소년이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시기다. 3월이 되면 신간을 소개하는 출판사 담당자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청소년 분야의 매출 역시 급상승한다. 청소년 분야의 성수기, 이번 신학기에는 어떤 책이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청소년 분야의 데이터를 리뷰하며 시장 동향을 살펴보겠다.

 

청소년 책의 정의

 

‘청소년 책’이란 무엇일까? 저자가 청소년일 수도, 독자가 청소년일 수도 있지만 서점 MD로서 만나는 청소년 책들은 주로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청소년 독자를 타깃으로 하는 책이다. 청소년 책의 평균 페이지 수는 약 230페이지로, 성인 단행본에 비해 얇다. 공부라는 본업이 있는 학생들이라 읽을거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소 짧게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소년 책의 다른 특징이 있다면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청소년 분야를 살펴보면 문학, 교양, 비즈니스 등 성인 단행본 분야 전부가 청소년 분야의 하위 분류로 들어가 있다.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난이도만 조금 낮춘다면 어떤 분야의 책도 청소년 책이 될 수 있다.

 

청소년 책이 일반 단행본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난이도’라면 굳이 ‘청소년 책’이라는 분류가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청소년 책’은 유·아동 시장과 비슷하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더 많은 독서를 유도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며 시장이 형성되었고, 책의 ‘발견성’을 높이기 위한 출판사들의 마케팅이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청소년 매대에 놓인 같은 책이라면 ‘수학 이야기’보다는 ‘청소년을 위해 쉽게 쓴 수학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끌 것이다.

 

청소년 책 시장의 특징

 

청소년 분야는 아직 파이가 작은 틈새시장이지만, 점차 독자적인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3년 출간된 신간은 약 1천 종으로, 5년 전에 비해 45%나 증가했다. 매출 규모도 2배 이상 늘어났으니 청소년 분야를 출판하는 출판사라면 미래의 매출을 기대해 볼 만할 것이다.

 

이 시장의 제일 큰 특징은 구매자와 실제 독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청소년 소설의 실제 독자는 청소년이지만 구매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청소년의 보호자들이다. 인터넷교보문고의 청소년 분야 주요 구매 연령층은 40대로, 아이들을 위해 도서를 구매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구매자를 제외하면 청소년 분야 책을 가장 많이 구매한 회원은 중·고등학교 관계자이다. 책이 꾸준히 잘 팔리려면 어른과 청소년 두 독자층의 눈에 띄어야 하는 점이 어렵기도 하다.

 

청소년 책의 실구매자인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주제, 난이도, 교과 연계, 신뢰성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중 구매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조건은 ‘기관의 추천’이다. 2023년의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100종 중 기관 추천도서가 42종이었다. 청소년 시장은 교사 모임 혹은 기관의 추천도서가 베스트셀러를 장악하는 ‘추천도서 시장’으로도 볼 수 있다.

 

청소년 분야 중분류 점유율(2018/2023)

 

청소년 분야 중분류 점유율(2018/2023)(출처: 인터넷/모바일교보문고)

출처: 인터넷/모바일교보문고

 

 

청소년 분야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분류는 ‘소설’이다. 5년 전에도 29%로 점유율 1위였지만, 현재는 점유율이 8%p 올라 규모가 훨씬 커졌다. 5년 전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소설’에 해당하는 도서들은 대부분 교과 과정에 연계된 학습서에 가까운 책들이었다. 반면 2023년은 학습서보다 소설 단행본들이 눈에 띈다. 자기주도학습, ‘한 학기 한 권 읽기’, 고교학점제 등 교육 과정이 교과서를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서 교과서 밖의 단행본을 능동적으로 찾아 읽는 것으로 변화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 다음으로는 ‘인문교양’ 분류가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청소년 교양서는 『그러니까 이게, 사회라고요?』(박민영, 북트리거, 2017), 『최진기의 교실 밖 인문학』(최진기, 스마트북스, 2016)과 같이 다양한 주제를 한 번에 다루는 책들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한 주제를 뾰족하게 다루는 교양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주제 면에서는 2023년엔 환경·생태계, 심리학,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에 대한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어떤 책들이 많이 읽힐까?

 

앞서 말했듯이 청소년 분야는 ‘추천도서 시장’이라, 시간을 통해 검증된 구간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꾸준히 차지한다. 미디어 이슈 혹은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반짝할 수는 있지만, 순위가 유지되려면 결국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많은 독자들의 후기가 중요하다. 양질의 리뷰가 곧 책의 생명력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최근 3개년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2년 연속 TOP20에 오른 책들이 16종이다. 3년 연속 TOP100에 오른 도서는 37종으로, 분야 전체 매출의 약 16%~21%인 적지 않은 매출 비중을 차지해왔다.

 

2021~2023년 청소년 TOP100 및 3년 연속 베스트셀러 매출 점유율

구분 2021 2022 2023
청소년 TOP100 매출 점유율 31.7% 33.7% 35.4%
3년 연속 베스트셀러 매출 점유율 19.7% 18.9% 16.4%

출처: 인터넷/모바일교보문고

 

 

이 베스트셀러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3년, 그리고 과거 5년 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1) 기관/학교 등 추천도서 반열에 올랐거나, (2) 이름 있는 문학상 수상작이거나, (3) 유명한 작가가 낸 신간인 경우, 그리고 (4) 직접적으로 교육 과정에 연계된 책들이다. 높은 판매를 기록한 책의 상당수가 이 범주 안에 들어왔다.

 

2018년, 2021~2023년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 2018 2021 2022 2023
1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까치)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박상혁, 다산북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2 한국문학 명작선 소설 세트
(한국언어문화연구원,
한우리북스)
페인트
(이희영, 창비)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양철북)
3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세트

(김아란 외 5, 창비)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문학동네)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4 아몬드
(손원평, 다즐링)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문학동네)
순례 주택
(유은실, 비룡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5 강성태 66일 공부법
(강성태, 다산에듀)
아몬드 페인트 죽이고 싶은 아이
6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자음과모음)
공감 능력UP 감정카드
(한국콘텐츠미디어
(부설)한국진로교육센터,
한국콘텐츠미디어)
죽이고 싶은 아이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판덩, 미디어숲)
7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고등 세트

(오연경 외 1, 창비)
기억 전달자 가짜 모범생
(손현주, 특별한서재)
가짜 모범생
8 곰브리치 세계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비룡소)
시간을 파는 상점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김나영, 리틀에이)
슈퍼리치보다
해피리치를 꿈꿔라

(한지우, 미디어숲)
9 모모
(미하엘 엔데, 비룡소)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최원형, 풀빛)
기억 전달자 오백 년째 열다섯
10 감정카드: 감정표현 놀이
(한국콘텐츠미디어 편집부,
한국콘텐츠미디어)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문학동네)
공감 능력UP 감정카드 순례 주택
11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비룡소)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 우리학교)
아몬드 최적의 공부 뇌
(이케가야 유지, 포레스트북스)
12 한국단편소설40
(김동인 외 3, 리베르)
한국단편소설40 오백 년째 열다섯
(김혜정, 위즈덤하우스)
페인트
13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우리학교)
곰브리치 세계사 훌훌
(문경민, 문학동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이꽃님, 우리학교)
14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직업 이야기

(이랑, 드림리치)
모모 한국단편소설40 오백 년째 열다섯 2:
구슬의 무게
15 식탁 위의 세계사
(이영숙, 창비)
식탁 위의 세계사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

(김나영, 리틀에이)
너만 모르는 진실
(김하연, 특별한서재)
16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루이스 세풀베다,
바다출판사)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최영기, 21세기북스)
시간을 파는 상점 기억 전달자
17 4차 산업혁명 미래 직업카드
(한국콘텐츠미디어 편집부,
한국콘텐츠미디어)
구덩이
(루이스 새커, 창비)
식탁 위의 세계사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2
18 나의 첫 젠더 수업
(김고연주, 창비)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창비)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구미호 식당
19 미쳐야 공부다
(강성태, 다산에듀)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창비)
구미호 식당3: 약속 식당
(박현숙, 특별한서재)
아몬드
20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소설

(김미영 외 1, 창비)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한지우, 미디어숲)
한 컷 한국사
(조한경, 해냄에듀)
고요한 우연
(김수빈, 문학동네)

*      기관/학교 등 추천도서,      이름 있는 문학상 수상작,      유명한 작가가 낸 신간,      교육 과정에 연계된 책들
출처: 인터넷/모바일교보문고

 

 

 

(1) 기관/학교 등 추천도서

 

기관/학교 등의 추천도서로 선정된다면 시간이 조금 걸려도 판매가 보장되곤 한다. 추천의 주체가 이미 검증되었기에 독자들도 이를 통해 좋은 책을 편하게 선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사서, 교사, 독서활동가 등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독서문화 플랫폼인 ‘책씨앗’이 있다. ‘책씨앗’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출판사 담당자들은 갖가지 SNS에 포스팅을 올리며 ‘믿고 읽을 수 있는 도서’임을 적극 홍보한다. 교양서의 경우 다양한 시민적 가치들을 제시하는 책이 주로 선정되며, 문학의 경우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이 주로 선정된다.

 

2018년까지만 해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추천도서들은 주로 해외 고전 문학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청소년 문학에서 활동하는 저자들이 늘어 해외 못지않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문학 작품이 늘었고, 우리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배경을 사용하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가짜 모범생』, 『고요한 우연』 등 국내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이 ‘국내 정서에 맞는’ 학원물이라는 점이다. 끝없는 학업, 나와 ‘우리’ 속에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 이름 있는 문학상 수상작

 

‘창비’, ‘문학동네’와 같이 청소년 분야를 오래 출간해 온 출판사들의 신간은 출간 즉시 많은 관심을 받는다. 두 출판사는 자체적으로 ‘청소년 문학상’을 시상하는데 브랜딩이 잘 되어 있어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창비’에서 시상하는 창비청소년문학상은 정말 좋은 작품만 대상에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2008),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2017) 등의 수상작을 배출했고, 기준을 충족하는 작품이 없다면 대상작이 없기도 하다. 이렇게 출간된 수상작은 추천도서 목록에 바로 등장하고 수상 작가의 차기작 역시 큰 관심을 받게 된다.

 

‘문학동네’의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얼마 전엔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황보나 작가의 『네임 스티커』(2024)가 출간되었는데, 출간 즉시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복잡한 청소년의 심리를 자연스레 그려냈고, ‘다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잘 나타내 교훈적인 메시지 또한 잘 담고 있다. 올해 꾸준한 판매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제8회,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와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최근 3년 연속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나란히 머물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올해도 높은 판매 추이를 기록하고 있어, 2024년 베스트셀러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유명한 작가가 낸 신간

 

스테디셀러 시장답게 청소년 분야에서는 저자의 인지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소설’ 분류는 구간이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신간은 쉽게 순위권이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순위권을 뚫고 신간을 낼 때마다 순위권 상위에 등장하는 작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꽃님 작가, 김혜정 작가가 있다.

 

이꽃님 작가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2021)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처음으로 책에 흥미를 갖게 해주었다는 다수의 리뷰가 작성되어, 독서 입문용으로도 추천되는 책이다. 이꽃님 작가는 참신한 설정과 흡입력 있는 전개로 ‘믿고 읽는 이꽃님’의 이미지를 구축하였고 이어 출간한 『죽이고 싶은 아이』(우리학교, 2021),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우리학교, 2023)도 뛰어난 작품성으로 베스트셀러에 안착했다.

 

김혜정 작가는 어린이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활발히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열세 살의 걷기 클럽』(사계절, 2023),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다산어린이, 2023) 시리즈로 어린이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고, 청소년 분야에서는 『오백 년째 열다섯』(위즈덤하우스, 2023) 시리즈로 스테디셀러에 자리매김했다. 이들과 같이 꾸준히 청소년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그만한 믿음을 주고, 곧 독자가 읽게 만든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오백 년째 열다섯』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오백 년째 열다섯』

 

 

(4) 교육 과정에 연계된 책들

 

5년 전인 2018년의 청소년 책 리스트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직접적으로 교육 과정에 연계된 책들이다.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세트』,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고등 세트』와 같이 제목에서부터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을 모은 책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교육 과정이 책 한 권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함에 따라 ‘청소년 문학’의 존재감이 커지게 되었고, 단순히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을 모아 두기만 한 책들은 자연스레 순위가 하락하게 되었다.

 

위 분류에 들지는 않지만, 빼놓으면 아쉬운 도서가 있다. 바로 지난해 대박을 터트린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만화 분야에서 『슬램덩크』(이노우에 타케히코(井上雄彦), 대원씨아이, 1992) 시리즈가 터졌다면 청소년 분야에는 이 책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복귀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모티브가 된 도서로 유명세를 타며 판매가 급상승했고 결국 청소년 분야 온라인 연간 베스트셀러 2위까지 차지했다. 다들 잘 몰랐겠지만 놀랍게도 이 책은 청소년 분야이다. 영화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 영화를 생각하고 구매한 독자들은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인생론에 대한 고전이라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출판 기획의 변화

 

청소년 분야의 시장이 확대되며, 기획 단계부터 청소년을 타깃으로 제작되는 책들이 많아졌다. 『10대를 위한 총균쇠 수업』(김정진, 넥스트씨, 2023),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과 같이, 인문교양부터 경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의 교양서가 출간되고 있다. 과거 교과서 수록 문학, 역사, 과학책들 위주였던 베스트셀러에 비하면 현재 출판 기획이 굉장히 다양화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교양서의 경우 교사 혹은 교수진들이 최근 교육 과정에 맞춰 청소년 친화적인 내용으로 책을 구성한다. 성인 단행본에 비해 인터뷰, 퀴즈, 일러스트 등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부록이 많고 편집 형태도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출간된 책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사회적 감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 독서 과업 중심의 교육은 출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아도 독자에게 발견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앞으로는 청소년들이 더욱 주체적으로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독서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단순히 독후 활동지를 작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청소년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공모전이나, 작가와의 만남, 직업 체험 연계 등 출판 시장과 독서 교육 현장이 더 넓은 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간다. 특히 청소년기에 책은 조금씩 세상을 구축해 나가는 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독자에게 조금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다가가는 청소년 책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 막 책과 가까워지려는 이에게도 청소년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청소년들이 좋은 책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도록 이번 신학기에도 열심히 팔아보겠다.

 

최지은

최지은 교보문고 유아·청소년 도서 MD

교보문고에서 MD로 재직 중인 5년 차 서점인이다. 현재 유아/청소년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cje9531@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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