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Vol.45  20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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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근무제’ 실험과 현주소]
제이펍의 하루 7시간 근무제 실험

 

 

 

송찬수(제이펍 실용서팀 팀장)

 

2023. 07.


 

“제이펍의 하루 7시간 근무제 실험”을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놓고 제이펍 출판사를 홍보하는 글이 될 거 같은데? 〈출판N〉의 커버스토리에 어울리는 글이 될까?’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직은 시행하는 곳이 많지 않은 하루 7시간 근무를 제이펍은 2022년부터 시행하기도 했고, 원고 청탁 요청 중에 ‘이익공유제, 복지 등 제도 소개’란 문구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했거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 출판사가 많지는 않으나 복지가 좋다고 평판이 자자한 직전 출판사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오히려 월등하게 나은 복지 제도를 제이펍에서 시행하고 있기에 칭찬 일색의 글이 나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럼에도 원고 청탁에 응하기로 결심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입사 5년 차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제이펍에서는 편집자 개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음을 소개하고 싶었고, 나아가 제이펍에서 시행 중인 제도들을 더 많은 곳에서 도입하여 출판을 업으로 하는 우리들이 여러 측면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본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하겠으나, 아무래도 주관적인 의견이나 생각이 많이 담길 수밖에 없는 주제인 점 미리 양해를 구한다.

 

제이펍 편집팀 사무실 입구

제이펍 편집팀 사무실 입구

 

 

야근을 뿌리 뽑게 만든 야근수당

 

‘하루 7시간 근무’를 이야기하려니 야근과 야근수당(정확히는 시간외근무수당)이라는 키워드가 먼저 떠올랐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업무 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일부 기업에서 별도의 야근수당 없이 포괄 임금제를 시행하거나 단축 근무에 주저하는 이유가 비슷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야근에 대한 경험부터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어느덧 16년 차 편집자가 되었지만, 사원 시절 기억이 생생하다. ‘월화수목금금금’이 될 정도로 주말 근무를 많이 했었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는 야근을 하던 때였다. 업무량이 과하거나 야근을 강요당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잘못된 업무 스타일 때문이었다. 업무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바람에 주어진 업무를 끝내려면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해야 했던 것이다. 신입 시절부터 그렇게 습관을 들이다 보니 승진을 하고 후배 편집자들이 입사한 후에도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야근을 일상으로 하곤 했다. 그러다 제이펍으로 이직한 후에야 야근하던 습관이 거의 사라졌다. 이유는 오직 하나, 야근수당이 지급되었기 때문이다.

 

“야근수당이 나오면 하던 대로 야근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더 해야지?”라고 이야기하는 지인도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야근을 일상으로 하던 시절, 야근의 주된 이유는 업무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해야 할 일을 주어진 시간에 제대로 끝내지 않았기 때문에 별 거리낌 없이 야근을 할 수 있었으나, 야근수당이 지급된다는 말을 듣자 덜컥 걱정이 앞섰다. 기존 방식대로 일을 하면 흔히 말하는 월급 루팡도 모자라서 야근수당까지 챙겨가는 몰염치한 직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때부터는 오랜 업무 습관을 고치기 위해 주어진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조금씩 개선하게 됐다. 나아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마감 임박, 혹은 타이밍이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 등 부득이한 상황에서만 야근하고, 당연한 권리인 야근수당까지 당당하게 챙겨 받고 있다.

 

생산성 도구의 활용으로 부족한 시간을 메우다

 

업무 습관의 개선으로 업무 시간에 집중하게 되긴 했으나 여전히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마케팅팀과 협업하는 방식이나 각종 진행 상황을 정리하다 보면 정작 원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었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생산성 도구의 활용이었다. IT 실용서를 만들면서 알게 된 다양한 생산성 도구들을 업무에 활용하여 기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면 원고 볼 시간을 조금은 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이를 대표님께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이제는 제이펍의 전 직원이 도서별 진행 현황이나 아이디어 등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노션(Notion)’이나, 메일부터 업무 협업에 특화된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를 도입한 것이 그 결과물이다.

 

‘Notion’, ‘Google Workspace’ 로고

‘노션(Notion)’,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 로고

 

 

다만, 제이펍의 사례처럼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도구를 업무에 도입하는 것은 추가 비용의 발생은 차치하더라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바쁜 업무 중에 새로운 도구의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하고, 기존 방식과 다른 방식에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여 의도와 달리 효율성이 저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도구의 도입은 ‘경쟁사에서 사용하니까’, ‘누가 좋다고 하더라’ 정도의 정보로 덜컥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업무 방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도구를 실제 업무에 사용할 구성원들을 충분히 납득시켜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일할 시간이 부족해요! 7시간 단축 근무와 탄력 근무제

 

참고로, 제이펍은 필자가 입사한 2019년 이전부터 하루 근무 시간이 7시간 30분이었다. 9시에 출근하면 6시에 퇴근하는 건 동일하지만, 파주 출판 단지의 여건을 고려하여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운용했다. 그러다 2021년부터 탄력 근무제를 도입하여 7시 30분부터 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할 수 있게 되었고, 2022년부터는 30분을 더 단축하여 하루 7시간 근무를 시행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다 보니 하루 7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못해 때로는 시간이 남아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만드는 일이 늘 새로운 기획 아이템을 찾아야 하고, 여러 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하루 업무량을 정하기 어렵지만, 목표를 세우고 일정 관리를 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직에서 불합리하도록 과중한 목표나 업무량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편집팀 사무실(실용서팀과 전문서팀 총 8명이 일하는 공간)

편집팀 사무실(실용서팀과 전문서팀 총 8명이 일하는 공간)

 

 

2021년 제이펍 입사 3년 차, 탄력 근무제 도입으로 파주와 서울 간 출·퇴근길은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되었으나 여전히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1시간, 아니 30분만 더 일찍 퇴근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무렵, 속마음을 읽으신 건지 대표님은 하루 7시간 근무를 예고했고 2022년 1월부터 하루 7시간 근무를 시행하게 되었다. 직원 입장에서는 무조건 환영할 일이었으나, 작지만 한 팀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는 실적에 대한 우려도 조금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심히 원고를 보던 막내 팀원이 “팀장님, 하루 7시간이 짧은 것 같아요. 원고 볼 시간이 부족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막내 팀원이 입사한 지 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7시간 근무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막내의 한마디로 팀 실적에 대한 우려는 씻은 듯 사라졌다. 저런 생각을 한다면 분명 그 짧게 느껴지는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고, 더욱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2년 차가 되는 막내도 저런 생각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 동안 책을 만들어 온 출판사 구성원 대다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짧아진 시간만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필자 역시 하루 7시간 30분 근무일 때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었으나, 고작 30분 차이로 하루 근무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점심시간 전후로 구분된 업무 시간 때문이라고 판단됐다. 탄력 근무제로 가장 빠른 시간인 7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한다면 점심시간까지 4시간 30분을 일하고, 점심시간이 끝난 후 다시 2시간 30분을 일하면 퇴근이다. 아무래도 업무에 집중하기까지 예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식후 졸림 등의 이유로 잠시 방심하면 퇴근 시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만, 이 사례의 경우 제이펍의 7시간 근무와 탄력 근무제와 결합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 중의 하나일 뿐, 출근 시간을 조정하여 점심시간 앞뒤로 업무 시간을 적절하게 배치한다면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Unsplash

출처: Unsplash

 

 

단축 근무를 시행한 지 겨우 1년 6개월 정도가 지났고, 고작(?) 30분이 단축된 것이라 극적인 변화나, 장·단점을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개인 시간이 늘면서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출판사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의 애환 중 하나가 업무 이외의 일을 볼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이펍의 경우에는 출근 시간에 따라 가장 빠른 퇴근 시간이 4시이다. 4시면 병원을 방문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제이펍의 매출 변화를 봤을 때 매년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7시간 단축 근무를 시행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45%라는 극적인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물론 단축 근무와 성장률의 인과 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좋은 복지 속에서 능동적으로 더 열심히 노력한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수치라고 생각한다.

 

문득 제이펍의 대표님이 야근수당 지급이나 단축 근무와 같은 복지를 시행하게 된 계기나 배경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놓고 여쭤보았다.

 

“대표님, 단축 근무 시행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처음부터 단축 근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요. … 파주 출판 단지에서 점심을 먹고 오려면 점심시간이 1시간으로는 빠듯하겠다는 생각에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늘리게 된 거였습니다. 결국은 그것이 근무 시간 단축이 되었지만요.”
“추가로 30분을 단축하신 이유는요?”
“출판사도 야근 없이, 선진국의 기업이나 국내 근무 환경이 좋은 기업들처럼 근무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회사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복지 확대 차원도 있고요. 무엇보다 직원들도 그 시간에 맞춰 짜임새 있게 일할 거라고 믿었고요.”
“끝으로 하나만 더요, 야근수당은 왜 주시나요? 포괄 임금제를 하시면 더 이득 아닌가요?”
“일단은 직원들이 야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직장과 가정의 균형이 맞아야 건강하게 오래 제이펍에 다닐 거 아닙니까? 그럼에도 야근을 한다면 당연히 대가를 지급해야죠.”

 

대표님의 의도에 모든 구성원이 부합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보통의 구성원이라면 이런 제도에 만족해하고, 만족스러운 삶은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최근 팀장급 회의에서 대표님은 새로운 제안을 했다. 단축 근무를 없애고, 대신 4.5일 근무로 변경하는 안건이었다. 누군가가 제안한 것인지, 계속해서 근로 환경 개선을 고민하는 대표님의 판단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팀장이 반기는 안건이었다. 2024년이면 제이펍의 하루 7시간 근무 제도가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위한 실험 중 하나로 사라지고, 4.5일 제도가 도입될지도 모른다. 과거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넘어가는 즈음 시티폰이라는 것이 나왔다 사라진 것처럼.

 

기획한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 편집자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요?

 

‘하루 7시간 근무’ 이야기에 〈출판N〉 독자들도 제이펍이라는 출판사에 대해 조금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 같다. 단축 근무 외에도 제이펍에서는 스트레스 없이 일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하는 대표님의 작은 배려가 담긴 여러 가지 복지 제도가 있다.

 

제이펍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성과급 제도이다. 흔히 베스트셀러가 출간되면 출판사는 어느 정도 풍족한 수익이 발생하고, 담당했던 편집자에게는 작은 포상과 자기만족, 포트폴리오 한 줄 추가 정도로 끝난다. 하지만 제이펍에서는 기획한 책이 일정 부수 이상 판매될 시, 사전에 정한 비율로 책이 절판되기 전까지 인세와 같은 방식으로 산정하는 ‘기획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기획한 책의 종수가 쌓이고, 많은 베스트셀러를 기획한다면 연봉 못지않은 수준의 성과급을 매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꿈의 숫자지만 기획한 책이 100만 부 판매된다면 담당 편집자는 수억 원의 성과급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편집자만 좋은 회사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이펍에서는 모든 직원이 기획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작은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C612”라는 브랜드가 바로 그것이다. 제이펍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분야에 상관없이 기획안을 제출할 수 있고, 그 기획이 통과되어 출간되고 성과가 나오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매달 선정하는 제이펍 자체 베스트셀러

매달 선정하는 제이펍 자체 베스트셀러

 

 

또한 매년 초에 전년도의 영업 이익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고, 영업 이익금의 20%를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준다. 즉, 베스트셀러가 많아질수록 회사의 영업 이익률은 높아지고, 결국 모든 구성원이 그 혜택을 받게 되는 구조다. 가끔 대표님과 술자리를 할 때 우스갯소리로, “대표님, 그런 제도 줄여서 사옥을 지으시는 건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대표님의 답변은 한결같이 “같이 잘 먹고 살아야죠.”이다. 제이펍에 오래 다니고 싶은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이러다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어쩌시려고…’라는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감사히 잘 받고 있다.

 

이런 굵직한 제도 이외에도 제이펍에서는 매년 창립 기념일과 근로자의 날에 재미와 의미 있는 선물을 나누고 있다. 이 역시 치열하게 고민한 듯한 흔적에 적잖은 감동이 밀려온다. 이런 감동을 오래도록 받으면서, 편집자가 받은 감동을 독자들은 책에서 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실용적인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송찬수 제이펍 실용서팀 팀장

컴퓨터를 좋아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좋아 선택한 일이 컴퓨터 책 편집자였다. 그렇게 IT 실용서 편집자로 16년 차가 되었다.
cssong@jpu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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