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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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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대한민국 출판시장]
늙어가는 독자들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책 생태계 연구자)

 

2021. 6.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5.7%로 ‘고령사회’인 한국은 4년 뒤인 2025년이 되면 그 비율이 20.3%로 상승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보도자료, 2020.9.28.〈고령자 통계〉)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른 이 비율의 증가 속도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한다. 장기 전망에서는 최고의 고령 국가인 일본까지 앞지를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부의 대학 정원 감축과 대학 구조조정 계획 발표도 대학사회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이처럼 인구 구조의 변화는 기후변화, 기술변화, 제도변화 등과 함께 인간 활동 및 사회 변동을 촉발하는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나이가 든 사회에서 독자층, 출판시장의 고령화 현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건은 인구 문제의 저출산이라는 화두처럼, 후속 세대가 책을 읽는 독자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독서 친화적인 사회 만들기의 핵심이 신세대 독자 개발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이 글에서는 1993년 ‘책의 해’를 기해 출판계(한국출판연구소)에서 시작하고 200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용역 방식으로 수행된 〈국민독서실태조사〉와 통계청의 〈사회조사〉(2008년 이전에는 〈사회통계조사〉) 독서인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독서 지표의 시계열 분석을 하고자 한다. 모두 2년 주기의 국가 승인 통계조사다. 더불어, 교보문고의 연령대별 구매자 비중 지표도 활용했다. 과연 독자 고령화는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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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독서실태조사〉의 첫 조사인 1993년부터 최근 조사인 2019년까지의 독서율을 살펴보면, 10대에 정점을 찍은 독서율이 연령 증가에 따라 하락한다. 시계열로 보면 10대는 학교 교육에서의 독서 활동이 영향을 미쳐 대체로 90% 수준을 유지한다. 통계가 안정화된 2000년 이후만 보더라도 성인 평균 독서율은 2002년 72.0%에서 2019년 52.1%로 약 20%p 감소했다. 매년 1%p 정도씩 독서율이 감소한 셈이다.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인 성인 독서율은 최근 4년간(2015년→2019년) 무려 13.2%p의 감소율을 기록해, 여가시간을 지배하는 스마트폰과 영상매체 등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다. 이미 2006년 조사에서 ‘인터넷과 핸드폰 이용이 독서 시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33.5%)은 ‘독서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모든 성인 연령대에서 독서율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국민독서실태조사〉 국민 연간 독서율 변화 추이 (단위: %)

〈국민독서실태조사〉 국민 연간 독서율 변화 추이 (단위: %)

※1997년, 2002년, 2006년의 50대는 50대 이상으로, 60대 이상의 별도 데이터는 없음


 

단순히 독서율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의 독서 빈도도 감소하고 있다. 독서율은 지난 1년간 책(교과서/학습참고서/잡지/만화 제외)을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이고, 독서 빈도는 얼마나 자주 책을 읽는가를 통해 독서 습관을 알 수 있는 척도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을 독서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2017년과 2019년 사이에 그 비율은 20대는 23.4%p(40.3%→16.9%), 30대는 14.0%p, 50대는 6.3%p, 60대 이상은 2.6%p가 각각 감소했다. 10대를 제외하고는 나이가 적을수록 독서 빈도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책을 매일 읽는 애독자 비율은 전체 연령대에서 각각 1~2%밖에 되지 않는다. 독서인구와 독서 빈도의 감소는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를 보여준다.

 


그림 2: 〈국민독서실태조사〉 일주일에 1회 이상 읽는 습관적 독자 비율의 변화 (단위: %)

〈국민독서실태조사〉 일주일에 1회 이상 읽는 습관적 독자 비율의 변화 (단위: %)

 

다양한 독서 분야 중에서 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 문학, 특히 소설이다. 소설에 대한 선호도는 조사 때마다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전자책은 종이책보다도 소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2000년대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소설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양상은 흥미롭다.

 


그림 3: 〈국민독서실태조사〉 독서 선호 분야 중 ‘소설’의 비중 (단위: %)

〈국민독서실태조사〉 독서 선호 분야 중 ‘소설’의 비중 (단위: %)

※2002년, 2006년의 50대는 50대 이상으로, 60대 이상의 별도 데이터는 없음


 

3대 독서 지표 중 하나인 독서량 역시 독서율과 마찬가지로 연령에 반비례하여 20대에서 가장 많고 60대 이상에서 가장 적다. 2010년에서 2019년 사이의 연평균 독서량 변화를 보면 20대가 16.1권에서 8.0권으로(-50.3%p), 30대가 12.0권에서 7.5권으로(-37.5%p), 40대가 11.0권에서 7.2권으로(-34.5%p), 50대가 6.2권에서 4.8권으로(-22.6%p), 60대 이상이 5.4권에서 4.2권으로(-22.2%p) 줄어들어, 연령이 적을수록 독서량 감소 폭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국민독서실태조사〉 성인 연평균 종이책 독서량 변화 추이 (단위 : 권)

〈국민독서실태조사〉 성인 연평균 종이책 독서량 변화 추이 (단위 : 권)

※1997년, 2002년, 2006년의 50대는 50대 이상으로, 60대 이상의 별도 데이터는 없음


 

독서율 감소 추이 속에서 독서 시간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성인 평균 독서 시간은 감소 폭이 작은 편이다. 단 이전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 조사에서 2019년에는 ‘책을 읽은 날의 평균 독서 시간’으로 조사 내용이 바뀌면서 독서 시간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림 5: 〈국민독서실태조사〉 성인 평일 독서 시간 변화 추이 (단위: 분)

〈국민독서실태조사〉 성인 평일 독서 시간 변화 추이 (단위: 분)

※1997년, 2002년, 2006년의 50대는 50대 이상으로, 60대 이상의 별도 데이터는 없음


 

2000년 이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국민 평균 독서율은 2013년까지 60% 전후를 유지하다가 2015년부터 비교적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년간(2000년→2019년)의 연간 독서율 변화를 보면 20대 –17.0%p(83.0%→66.0%), 30대 –9.8%p, 40대 +2.4%p, 50대 +5.4%p, 60대 이상 +6.9%p(19.2%→26.1%)로, 20대와 30대의 독서율은 감소하고 40대 이상의 독서율은 증가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독서율 증가 현상이 뚜렷하며, 이는 독자 고령화 현상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다.

 


그림 6: 〈통계청 사회조사〉 국민 독서율* 변화 추이 (단위: %)

〈통계청 사회조사〉 국민 독서율* 변화 추이 (단위: %)

*잡지 독서율을 포함함. 10대는 2009년까지 15세 이상, 2011년부터 13세 이상임


 

〈사회조사〉의 독서량 통계를 시계열로 보면 하락 추세가 분명하다. 2000년에 13.2권이던 10대 이상의 연간 평균 독서량이 2019년에는 7.3권으로 거의 반토막(-44.7%p) 났다. 다만 연령대별로는 그 양상이 다르다. 지난 20년 사이에 연평균 독서량은 10대 –59.9%p(32.7권→13.1권), 20대 –58.6%p, 30대 –23.8%p, 40대 +10.8%p, 50대 +15.5%p, 60대 이상 +26.3%p로 나타나, 독서율과 마찬가지로 10대부터 30대까지는 연령이 낮을수록 독서량 감소가 크고, 40대 이상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독서량도 증가했다.

 


그림 7: 〈통계청 사회조사〉 국민 독서량* 변화 추이 (단위: 권)

〈통계청 사회조사〉 국민 독서량* 변화 추이 (단위: 권)

*잡지 독서량을 포함함. 10대는 2009년까지 15세 이상, 2011년부터 13세 이상임


 

독자 고령화 현상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구매 데이터다. 교보문고가 매년 결산 자료로 발표하는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지난 20년 사이에 10대부터 30대까지의 구매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40대 이후 독자 비중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20대의 비중은 2005년 40.1%에서 19.5%로 반감(-20.6%p)한 반면, 40대의 비중은 14.8%에서 33.9%로 2배 이상 증가(+19.1%p)했다. 즉 지난 20년 사이에 핵심 도서 구매층이 20대에서 40대로 바뀌며 고령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림 8: 교보문고 연령별 도서 구매 비중 (단위: %)

교보문고 연령별 도서 구매 비중 (단위: %)


 

우리나라처럼 저출산 고령화와 독자층의 고령화 현상이 함께 문제가 되는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주요국 중 습관적 독서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불명예도 벗어버려야 한다.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를 방치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위협이다. 최근 ‘독서권’ 개념을 도입한 독서문화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지만, 좀 더 혁신적이고 근본적으로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대안과 사회 각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길, 그것은 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책 생태계 연구자)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 〈독서진흥 연차보고서〉 책임연구자를 다년간 역임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자문위원회 위원, 60+책의해 추진단, 북스타트코리아 상임위원, 고양시 독서문화진흥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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