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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5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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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청소년과 독서]
중국 청소년이 친구에게 추천하는 도서는?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2020. 10.


 

2019년 4월 20일 발표된 중국 전 국민 열독조사(全民閱讀調査)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성인 1인당 연간 종이책 열독 권수는 4.65권으로 2018년의 4.67권보다 소폭 줄어들었고 전자책 열람 권수는 2.84권으로 역시 2018년의 3.32권보다 0.48권 감소했다. 하지만 이 조사는 ‘독서’가 아니라 ‘열독’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디지털 읽기 행위까지 포괄하는 방식이어서 이른바 전 국민 ‘종합열독률’은 2018년 79.3%에서 2019년 81.1%로 상승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오디오북 청취율이 대단히 높아서 2019년 전 국민의 30.3%가 오디오북을 들었으며 그중에서도 미성년자 청취율은 34.7%로 전년 대비 8.5%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1) 역시나 중국에서도 휴대폰과 인터넷이 날이 갈수록 읽기 행위의 주요 매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1) 2019년 한국의 국민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오디오북 청취율은 성인 3.5%, 학생 18.7%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조사는 말미에서 교재를 제외한 중국 미성년자의 1인당 연간 종이책 열독 권수를 따로 집계하여, 2019년 만 14~17세 청소년의 해당 수치가 12.79권으로 성인의 4.65권을 압도적으로 능가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미성년자 1인당 연간 독서권수


중국 미성년자 1인당 연간 독서권수

 

그렇다면 위 조사의 분석처럼 중국 청소년은 한국만큼이나 과중한 입시 부담하에서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독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2019년 한국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유사 연령대의 한국 고등학생이 1년에 겨우 8.8권의 종이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그렇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중국 청소년을 둘러싼 거시적 환경 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중국 통계국의 데이터에 의하면 2019년 중국의 국민 1인당 가처분소득은 30,733위안(한화 약 522만 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고, 1인당 소비 지출은 21,559위안(한화 약 367만 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은 부의 축적과 소비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의 문화비 지출도 점차 증가하여 청소년 독서에 유리한 경제적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와 함께 청소년의 부모 대다수가 ‘70후(70년대생)’와 ‘80후(80년대생)’인데, 이들은 엄격한 가족계획의 영향으로 대부분 자식이 한 명뿐이어서 각자의 부모와 함께 청소년 자녀 한 명을 지원하는, 일명 ‘4·2·1’ 가족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00후(2000년대 생)’인 오늘날 중국 청소년은 과거보다 더 나은 경제 조건 아래 태어나 더 많은 어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부모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 일명 ‘가오카오(高考. 전국 대학 신입생 모집 통일 고사의 준말로 과거 한국의 학력고사에 해당한다)’의 부활과 확대의 수혜 세대로서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교육 방식도 더 민주적이기 때문에 오늘날 중국 청소년은 과거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자주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간 12.79권이라는 양적 수치가 중국 청소년 독서 현황을 온전히 대표하지는 못한다. 분명 중국 성인의 세 배에 가깝고 한국 고등학생보다 45%나 많은 양이기는 하지만 결코 그것이 독서의 질적 깊이나 다양성까지 담보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제기하는 까닭은 역시 중국이 일원적인 사회주의 국가이고 교육 정책과 정규 커리큘럼에도 그 일원성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깊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시의 성패가 여타 교육 목표를 압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모는 청소년의 학교 정규 교과목 학습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고, 또 그에 따라 청소년에게 관련 ‘필독 도서’를 읽으라고 권장한다. 따라서 중국 청소년의 독서 범위는 근본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인터넷서점 당당닷컴이 2020년 발표한 청소년 독서 상황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청소년의 70.6퍼센트가 부모의 권유에 따라 책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초등학교 고학년생의 비율은 88.2%, 중학생은 66.4%, 고등학생은 68.9%였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비율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부모의 주관적 의지가 청소년의 독서 성격을 크게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 부모들이 자녀 독서에 대해 갖는 지지도는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생인 경우에는 96.93%인데 반해, 중학생은 78.57%, 고등학생은 63.64%로 계속 낮아졌다. 자녀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독서가 성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부모들이 청소년 자녀에게 권하는 필독서는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객관적 조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위에 보이듯 자녀의 공부와 입시를 가장 중시하는 중국 부모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가능한 한 정규 교과목, 특히 ‘어문(語文)’ 과목 성적과 연관되는 도서를 제일 먼저 권할 것으로 여겨지며, 실제로 서점에는 초·중·고 필독서를 표방하고 명문고 교사가 추천하는 염가의 청소년 보급판 시리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시리즈를 출판사와 교사는 무슨 근거로 ‘필독서’라고 표방하고 추천하는 것일까? 그 근거는 중국 교육부가 제정한 「의무교육 어문과정 표준」(義務敎育語文課程標準)에 부록2로 첨부된 「교과 외 도서에 관한 건의」(關於課外讀物的建議)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의무교육은 아직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 과정에 해당하며 「의무교육 어문과정 표준」은 해당 과정의 기본 성격과 단계별 교육 목표, 실시와 평가 원칙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부록인 「교과 외 도서에 관한 건의」는 “학생들이 9년간 읽어야 할 교과 외 읽기 자료의 총량이 적어도 400만 자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여기에는 “학생들이 읽기에 적합한 각종 도서와 잡지가 포함된다”고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그 예를 제시했다.

 

 

 

동화
『안데르센 동화』, 『그림 형제 동화』, 『허수아비』(예성타오[葉聖陶], 1916), 『요술호리병박의 비밀』(장톈이[張天翼], 1958) 등

 

우화
중국 고금의 우화와 『이솝 우화』 등

 

이야기
고사성어 이야기, 신화 이야기, 국내외 역사 이야기, 각 소수민족의 민간 설화 등

 

시, 산문
루쉰의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1927), 빙신(冰心)의 『뭇별·봄물』(1923), 국내외 동요와 동시 등

 

장편문학 고전
『서유기』, 『수호전』, 라오서(老舍)의 『낙타상자』(駱駝祥子, 1939), 루야오(路遙)의 『평범한 세계』(平凡的世界, 1991), 『로빈슨 크루소』,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등

 

현대문학 작품
아동문학 작품을 비롯해 교사가 국내외 각종 우수 문학 작품 중에서 선택해 추천

 

과학 보급, 과학 소설 작품
줄 베른의 과학소설 시리즈, 각종 역사 문화 도서와 전기 그리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상식을 소개하는 대중 도서 등. 어문 교사가 각 과목 관련 교사와 상의해 추천 가능

 

 


중국 청소년 필독서인 루쉰의 수필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와 장톈이의 동화 『요술호리병박의 비밀』


중국 청소년 필독서인 루쉰의 수필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와 장톈이의 동화 『요술호리병박의 비밀』

 

위 내용은 「의무교육 어문과정 표준」 2020년 개정판에 실린 것을 번역한 것이다. 말하자면 거의 최신 정보에 해당하는데도 동화부터 과학 소설까지 어느 항목의 추천 도서 목록도 진부하지 않은 것이 없다. 동화는 기본적인 서양 고전 동화 2종과 반세기 이상 된 중국 동화 2종이 전부이고, 장편소설은 중국 사대기서 중 2종, 소련의 사회주의 소설 1종 그리고 근현대 중국 리얼리즘 소설이며 가장 새로워야 할 현대문학과 과학 보급물은 아예 구체적인 제목도 제시하지 않고 현장 교사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결론적으로 위 추천 도서 목록의 가장 큰 문제는 가장 새로운 것이 1991년 작일 정도로 대단히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목록을 대부분 국내 도서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책으로만 채운 것이다.

 

교육 당국의 공식 추천 도서 목록이 이렇게 진부하고 편협하니 당연히 이 목록을 기본 틀이자 원칙으로 삼아 청소년 독서를 지도하고, 책을 출판하고, 자녀에게 필독서를 권해 구매해주는 교사와 출판사와 가장에게 심각한 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 영향은 당당닷컴의 청소년 독서상황 보고서에 제시된 한 대조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래는 중국 부모가 청소년 자녀에게 추천하는 도서 15종과 청소년이 친구에게 추천하는 도서 15종의 목록이다.

 

 

순위

부모

청소년

1

『창가의 토토』(명작동화)

『해리 포터』(영미 소설)

2

『신기한 스쿨버스』(학습동화)

『홍루몽』(중국 고전)

3

『사랑의 교육』(명작동화)

「독자」(다이제스트 잡지)

4

『파브르 곤충기』(학습)

『환성』(중국 판타지)

5

『삼국지』(중국 고전)

『소시대』(중국 판타지)

6

『10만 개의 왜 그럴까?』(학습)

「최소설」(장르소설 잡지)

7

『샬롯의 거미줄』(명작동화)

『어린 왕자』(명작동화)

8

『유별난 까메라』(명작동화)

『중국문화 기행』(인문 에세이)

9

『그림 형제 동화』(명작동화)

「청년 다이제스트」(다이제스트 잡지)

10

『서유기』(중국 고전)

『다빈치 코드』(영미 소설)

11

『어린 왕자』(명작동화)

『사기』(중국 고전)

12

『중국사 오천 년』(학습)

『늑대 토템』(중국 현대 장편)

13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물거품의 여름』(중국 로맨스)

14

『안데르센 동화』(명작동화)

『서유기』(중국 고전)

15

『수호전』(중국 고전)

『연을 쫓는 아이』(영미 소설)

 

 

위의 두 목록 중 서로 일치하는 도서는 단 2종, 『어린 왕자』와 『서유기』뿐이다. 모두 교육부 추천 목록 틀에 부합하지만 환상성이 강한 스토리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추천 목록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밖에는 일치하는 도서가 없으며 불일치하는 나머지 각 13종의 성격 또한 대단히 판이하다. 우선 부모의 추천 목록은 교육부 추천 목록과 일치하거나(『수호전』 포함 세 종) 그 틀에 완벽히 부합한다(『창가의 토토』, 『샬롯의 거미줄』 등은 출간된 지 20년 이상 된 명작동화로 별도의 교육부 추천 도서 목록의 단골손님이며 그 외에는 모두 정평이 난 스테디셀러 학습물이다). 그리고 전체 15종 중 『수호전』, 『삼국지』,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를 제외하고는 전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저학년 대상 도서여서 부모가 자녀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독서를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한편 청소년 추천 목록은 진부함과 편협함을 벗어나 그들의 현대적인 취향을 반영하여 대단히 흥미롭다. 첫째, 짧은 에피소드와 도서 요약이 주 내용인 다이제스트 잡지 2종이 포함된 것은 청소년의 짧은 독서 호흡과 실용주의를 시사한다. 둘째, 『환성』, 『소시대』, 『물거품의 여름』, 장르소설 전문 잡지 「최소설」은 중국 청소년 사이의 웹소설과 미디어셀러 독서 습관을 보여준다. 모두 영상화된 웹소설과 그 작가의 오프라인 연재 지면이기 때문이다. 또 셋째로 『다빈치 코드』와 『해리 포터』는 청소년의 서구 베스트셀러 선호를, 넷째로 『중국문화 기행』과 『늑대 토템』과 『사기』는 그들의 인문학적 관심이 섬세한 에세이와 다채로운 스토리가 만날 때 발현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의 다이제스트 잡지 「독자」와 「청년 다이제스트」


중국의 다이제스트 잡지 「독자」와 「청년 다이제스트」

 


중국의 장르소설 전문잡지 「최소설」과 판타지 소설 『환성』


중국의 장르소설 전문잡지 「최소설」과 판타지 소설 『환성』

 

 

어쨌든 위의 두 추천 도서 목록의 상이함은 일차적으로 독서를 바라보는 부모와 청소년의 다른 시각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상이성을 더욱 심화시킨 요인은 청소년 독서에 대한 중국 교육 당국의 진부하고 편협한 기본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교육 당국은 청소년이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국제화 시대의 조류에 부응하는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또 청소년이 선호하는 지식 내용과 형식에 관해 더 열린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더 새롭고 다양하며 깊이 있는 독서 커리큘럼의 모범을 제시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어문 교과 평가의 체계 안에 독서 관련 항목을 세심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재배치해야만 부모와 청소년이 과중한 입시 부담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독서에 관심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 숭실대학교 중문과 겸임교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국 저작권 수출 분야 자문위원. 출판 번역과 기획에 종사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중국어 출판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번역가 되는 법(유유)』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중톈 중국사(글항아리)』, 『죽은 불 다시 살아나(삼인)』, 『암호해독자(글항아리)』 등 5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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