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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  2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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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 독자를 찾아서]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닌 독자생존(讀者生存)으로!

 

 

 

오선경(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

 

2020. 06.


 

독서라는 잣대로만 세상 사람을 나누면 ‘안 읽는 자·읽었다고 생각하는 자·읽는 자’,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이 과연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는 자신만이 알 뿐이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단위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를 통해 조금 더 객관화된 결과를 알 수 있다. 2년에 한 번이라는 시간의 축을 기준으로 연령별 국민독서행태의 과거와 현재, 미래 전망까지 흐름을 읽어낼 수 있기에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한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국민 연간 독서율은 ‘종이책’ 기준으로 성인 52.1%(2017년 대비 7.8% 감소), 초·중·고 학생 90.7%(1.0% 감소)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한 연간 독서율은 성인 55.4%(6.9% 감소), 초·중·고 학생 91.9%(1.3% 감소)이다. 2019년에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한 가지 이상을 읽거나 들은 ‘연간 종합 독서율(성인 55.7%, 학생 92.1%)’을 조사했다. 연간 종이책 독서량의 경우 성인은 전체 평균 6.1권(독서자 기준 11.8권)으로 2017년 조사에 비해 2.2권 감소했다. 학생의 경우 전체 평균 32.4권(독서자 기준 35.9권)으로 3.8권이 증가했다. 초등학생은 69.8권(2.7권 증가), 중학생은 20.1권(1.6권 증가), 고등학생은 8.8권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종이책+전자책’ 독서량은 성인 전체 평균 7.3권(독서자 기준 13.2권)으로 2.1권이 감소했지만 학생 전체 평균은 38.8권(독서자 기준 42.7권)으로 4.5권 증가했다.

 


청소년 독서코칭 토론발제 모습 Ⓒ성공독서코칭센터


청소년 독서코칭 토론발제 모습 Ⓒ성공독서코칭센터

 

연간 종합 독서량(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은 성인 전체 평균 7.5권(독서자 기준 13.5권)이다. 학생 전체 평균은 41.0권(독서자 기준 45.2권)이었으며 초등 86.9권, 중등 25.5권, 고등 12.5권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국민독서율의 하락세는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학생 그룹에 비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결과도 여전하다. 그러나 학생 그룹의 독서량이 다소 증가했다는 결과는 고무적이다. 어린 시절의 독서 생활이 평생 독서로 이어진다는 ‘성장’ 측면에서 보면 긍정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 학생 그룹의 연간 독서율과 독서량이 성인에 비해 높으나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독서율이나 독서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특징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성인 그룹에서도 이어진다. 20대에서 60대로 올라갈수록 계속 줄어든다. 어떻게 하면 자발적 독서 동기를 평생 유지시키고 독서율, 독서량 감소세를 둔화시킬 수 있을까?

 

 

 

읽는 자로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우선 독자의 독서력 발달 단계를 연령별로 살펴보자. 초등학생의 경우 ‘읽기’ 그 자체를 배우는 시기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시기에는 논리적, 비판적 사고 능력이 급속히 발달함에 따라 ‘읽기 능력’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습득한 읽기 능력을 학업이나 실생활에 적용하고 꾸준히 연습해가면서 자기주도적 독자로서의 틀을 다져야 한다. 고등학생 연령부터 20대 청년 시기는 성숙한 평생 독자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해야 하는 때이다. 읽기 전·중·후에 걸쳐 자기만의 독서모형을 완성형으로 구축하고, 개별화된 독서 흥미를 찾아 독서 생활을 자신의 삶과 자동 동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연령대의 독서 생활은 이 시기에 고착된 독서 행태와 습관의 반복이다. 물론 나이가 지긋해진 이후에 독서에 재미와 유익함을 느끼고 열심히 읽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이들은 소수이며 뒤늦게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성과를 얻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책 읽는 문화 정착이나 평생 독자로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와 청년기 독자층이 떨어져나가지 않게 잘 잡아두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청소년, 청년 독자의 이탈을 막고 평생 독자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소년 독서코칭 글쓰기 시간 Ⓒ성공독서코칭센터


소년 독서코칭 글쓰기 시간 Ⓒ성공독서코칭센터


청소년 독서코칭 연간 주제 활동 도서 Ⓒ성공독서코칭센터


청소년 독서코칭 연간 주제 활동 도서 Ⓒ성공독서코칭센터

 

 

 

성공적 독자로서, 자아효능감을 갖도록 안내하자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독서자 중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성인이 58.2%, 학생은 48.8%로 나타났다.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특히 성인이나 학생 그룹 모두 연간 독서량이 적을수록 본인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는 안 읽으면서도 읽어야 한다고 자꾸 되뇌며 부담을 느끼고 있거나 비록 지금 충분히 읽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독서 동기의 불꽃이 계속 타오르고 있다거나! 물론 부담감보다는 아직 시들지 않은 독서 동기에 주목해야 한다. 독자로서의 자아효능감이 구축된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읽기를 부담 없이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자발적 독자라면 평소에도 책을 잘 읽어내니 괜찮다. 그러나 간헐적 독자나 비자발적 독자의 경우 독서 습관화가 안 되어 있으니 성공 경험도 그만큼 적다. 책을 읽어가며 얻게 되는 유익함이나 즐거움을 잘 모르는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독서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평생 비독자의 길에 들어설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간헐적 독자나 비자발적 독자의 경우 쉬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방향에서 독서 성공 경험을 늘릴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무조건 쉬운 책을 권하라는 것이 아니다. 독서가 낯설 뿐이지 관심 이슈는 또래와 다를 바 없으므로 사유의 소재나 깊이는 유지해야 한다. 이해하기 쉽고 가볍게 구성된 콘텐츠를 우선 접할 수 있도록 안내하자는 것이다. 하버드대 필독 고전 100권 읽기 같은 어려운 과제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목표를 설정하여 더디더라도 완수해내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내용 이해는 쉽지만 주제는 묵직한 창작 그림책이나 에세이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교육 현장에서 이를 활용한 독서 성공 경험을 늘려주면 좋겠다. 가벼운 독서 토의나 문제해결식 독서 토론을 연계한다면 같은 것을 읽더라도 서로 생각과 감정이 다름을 알게 된다. 이를 꾸준히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독서로도 이어지니 민주사회 구현에도 도움이 된다. 90년대~00년대 생인 청년, 청소년의 경우 디지털 친화적이므로 책 읽기와 디지털 플랫폼을 접목해보면 좋겠다.

 

다음카카오에서 서비스하는 〈프로젝트100〉이 좋은 예시가 될 듯하다. 부담스럽지 않은 목표(매일 물 한 잔 마시기같이 아주 쉬운 미션을 수행하는 그룹도 있다)를 설정해 100일간 매일 실천하는 인증 프로그램이다. 2019년에 베타 버전 1기가 시행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기가 진행되고 있다. 필사 모임, 한 줄 감상 모임, 시 읽는 모임, 책 읽고 연계한 사진 한 장 찍는 모임, 주제별 도서 추천 모임, 무엇이든 읽고 한 줄 쓰기 모임, 서점과 연계한 고전 책 읽기 모임, 작가가 직접 안내하는 글쓰기 모임 등 독서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개설되어 있으니 참여해보자. 개인적 접근이 쉽고 학교 현장에서도 활용하기 좋다. 독서 생활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독서라도 직접 수행 없이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청소년이나 청년 시기에 접근성이 높은 독서 콘텐츠를 통해 성공 경험을 늘려가면서 읽기 생활을 몸에 익히면 좋겠다. 비대면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어울리는 독서공동체 활동이기도 하다.

 

 

 

독서(讀書)에서 서(書)도 중요하지만 독(讀)에 방점을 두자

 

독서(讀書)는 독(讀)과 서(書)로 이루어져 있다. 독(讀)은 읽기 행위를 뜻하고, 서(書)는 읽기 행위의 매개체이다. 전통적으로는 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기술 발달에 따라 책 외의 미디어가 다양해졌다. 물론 종이책 읽기는 자기주도성을 관장하는 전두엽 활성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꼭 종이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전자책이나 웹에서 서비스하는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볼 때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두엽은 활성화된다. 매체가 무엇이든 간에 무언가를 읽는 사람이 계속 다른 무언가를 읽을 확률이 더 높다. ‘읽기’ 자체가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식화 능력은 주어진 정보를 이해, 분석, 종합하여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내게 유용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창출해내어 삶에 적용하는 역량이다. 풍부한 어휘력에 기반을 둔 추론, 분석, 비판, 창의, 통합 사고가 가능해야 하므로 읽기 능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정보 생성과 유통의 시공간적 제한이 풀리면서 정보 그 자체의 소유가 중요했던 이전 시대와 달리, 넘쳐나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지식화 능력이 지금은 훨씬 더 중요해졌다.

 

최근엔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보기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보기 콘텐츠가 읽기 콘텐츠보다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 깊이가 낮아지거나 너비가 줄어든 건 아니다. 오히려 의도를 압축한 채 보여주기에 정보를 제대로 분석해내는,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읽기 능력, 지식화 능력이 더 필요해졌다. 이를 간과하면 가짜 정보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는 우매한 대중으로 전락하게 된다. 무엇을 읽느냐(혹은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매체가 무엇이든 꾸준히 읽기를 실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매체별 이용 빈도에 의하면 학생의 경우 웹툰이 36.6%(종이책 15.4%, 인터넷신문 10.4%, 종이잡지 10.4%)로 가장 높았다. 웹 콘텐츠가 종이책보다 훨씬 익숙하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환생동물학교’처럼 웹 콘텐츠로 시작했다가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다시 읽히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의 인기 콘텐츠가 책으로 변환되어 나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웹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최초 서비스했다가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에세이, 장르물이나 라이트노벨 등도 가벼운 독서 자료로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읽기 흥미도가 떨어지는 청소년, 청년 독자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편이 더 좋겠다. 다양한 매체를 접하되 제대로 읽어내고 유익하고 즐거운 콘텐츠를 취사 선택한 후 이를 타매체로 자유자재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된다면 읽기 자료가 더 풍부해진다는 긍정 효과가 있다. 매체 다양화에 따른 메시지 구현 방식도 그에 맞춰 변화했으니 당연히 매체에 담긴 내용을 읽어내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뉴미디어 시대의 읽기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도구로 쓸 수 있게 안내하자.

 


인천아벨서점에서의 프랑스 자수詩 놓기



예술의전당 앤서니브라운 행복극장전 전시회


인천아벨서점에서의 프랑스 자수詩 놓기 / 예술의전당 앤서니브라운 행복극장전 전시회
다양한 활동으로 청소년, 청년 독자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끈다. Ⓒ성공독서코칭센터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니라 독자생존(讀者生存)임을 깨닫도록 1020세대의 마음을 훔쳐라!

 

1020세대는 3040이나 5060세대와 매체 환경이나 사회문화적 경험의 출발선이 다르다. 다품종 소량 생산과 소비에 익숙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취미 공동체 구축에도 열심이다. 기성세대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더라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독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반화된 니즈와 개별화된 원츠를 철저하게 구별할 줄 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없으면 직접 책을 만든 후 함께 읽어 줄 만한 독자를 찾아 나선다. 독립출판인이나 독립책방이 그렇게 하나둘씩 늘어났다. 1020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셀럽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개인적 차원의 덕질에 머물지 않고 팬덤을 구성해 참여적 비즈니스로까지 키워낸다. 셀럽들도 이런 1020세대의 문화 소비 특성을 잘 알기에 신규 콘텐츠를 기획할 때에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이를 반영해 만들어진 콘텐츠는 순식간에 판매율 1위로 등극한다. 세계적 스타 BTS가 자신들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 책을 이야기하자 해당 고전이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웹상에서는 약 160여 권의 책이 BTS 책 목록으로 공유되고 있으며 직접 영감을 받았다는 10여 권은 판매 차트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슈가맨 양준일이나 EBS 캐릭터 펭수가 서점가에 일으킨 돌풍을 생각해보면 한 명의 유명인이 1020세대의 도서 구입 및 독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물론 셀럽이 곧 독서 리더라는 뜻은 아니다. 비자발적 혹은 간헐적 독자인 청소년과 청년을 독서의 세계로 안내해줄 만한 독서리더가 많으면 좋겠다는 의미이다.

 

1020에게 익숙한 매체인 유튜브에는 혼자서 읽기 힘든 책이나 접하지 못했던 책을 안내해주는 북튜버가 여럿 활동한다. 책과 연결된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요즘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 청년이 많아지고 있다. 수많은 팔로워가 따르는 유튜브 스타들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다. 그들은 수많은 정보 안에서 자신만의 것을 찾아내고 유용한 형태도 변환할 줄 안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보다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삶의 만족감도 높다. 생각하는 능력은 읽기 능력과 직결된다. 그렇기에 인생의 꿈을 키워가며 도전해나가는 중요한 때인 청소년과 청년 시기에 독서가 자기 삶의 비전을 실현해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 민관이 힘을 합해 리딩테이먼트 측면의 독서문화 콘텐츠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한다면 미래 독자, 평생 독자 감소 현상이 지금보다는 둔화되지 않을까 한다.

오선경(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

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이며 독서문화기획자, 독서교육전문가, 전문상담사이다. 독서교육 석사, 문화콘텐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2011년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1995년부터 독서 및 문화예술 연계 콘텐츠 개발, 교육, 상담, 각종 연수, 서평, 공공 독서사업 심사,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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