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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6  202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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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의 미디어와 출판]
메타버스에 적응하는 출판계의 움직임

 

 

 

이은호(교보문고 eBook사업팀, 이학박사)

 

2021. 10.


 

메타버스의 열풍

 

최근 로블록스(Roblox), 포트나이트(Fortnite),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제페토(Zepeto) 등이 주목받으며 메타버스(Metaverse)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5G 이동통신의 상용화, 뉴미디어의 등장, AI나 AR/VR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타버스가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가 초기에는 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정치, 의료, 금융, 교육 등 모든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적용시키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메타버스 펀드는 출시 두 달 만에 500억 원을 돌파했으며,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MOIBA)를 통합해서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가 2021년 10월 말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는 민간과 정부 간 소통 채널로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과 산업 활성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처럼 Z세대의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메타버스가 이제는 미래의 신성장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ICT 기술과 결합해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가상 세계까지 확장시킨 세상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라는 개념과 용어는 1992년에 출간된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약 30년 전에 출간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가상현실 개념과 접근 방법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묘사되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히로 프로타고니스트(Hiro Protagonist)는 일급 해커지만 마피아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피자 배달을 비롯해 여러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스노우 크래쉬’라는 신종 마약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가상세계의 아바타뿐 아니라 현실 세계의 실제 사용자의 뇌에까지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배후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는 스토리이다. 이 소설의 영감을 받아 린든 랩(Linden Lab)이 2003년에 가상현실 온라인 서비스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1)를 출시했고, 2020년 즈음부터 메타버스 플랫폼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1)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는 린든 랩이 개발한 인터넷 기반의 가상 세계로 2003년에 시작했으며 한국에는 2007년에 오픈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이슈로 흥행하지 못하고 2010년에 폐쇄했다.

 

메타버스는 일반적으로 증강현실(AR),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세계(Mirror World), 가상현실(VR)로 유형을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4가지 유형은 미국 비영리 기술연구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가 2007년에 발표한 “메타버스 로드맵(Metaverse Roadmap: Pathways to the 3D Web)”을 참고한 것으로 증강(Augmentation)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내재성(Intimate)과 외재성(External) 이라는 2개의 축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메타버스의 유형

메타버스의 유형


출처: ASF, “Metaverse Roadmap: Pathways to the 3D Web”, 2007.

 

출판 산업의 변화

 

책은 유용한 정보를 얻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매우 훌륭한 도구이다. 출판 산업은 이러한 책의 생산과 유통 및 소비를 포괄하고 있으며 문화 산업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또한 다른 산업들과는 달리 출판 생태계 전반이 종이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출판 산업도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세대는 자신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얻기 위해 과감하게 비용을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 출판사들은 이러한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발굴해서 여러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의 이상적인 경험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통합한 OMO(Online Merge Offline)2) 환경을 제공해 나가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오픈 형태의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2)
OMO(Online Merge Offline)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합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O2O(Online to Offline)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의미했다면 OMO는 양 채널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는 소비 채널을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그러면서 물류와 배송 프로세스를 더욱 개선시키고 있다. 소비 방식에 있어서도 구매보다는 구독으로 바뀌면서 종이책 혹은 전자책과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정액제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콘텐츠의 형태도 올드 미디어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전자책, 오디오북, 챗북 등)로 확장되고 있으며 독자와 상호 소통하기 위한 구조까지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시작됨에 따라 소비 채널은 온라인 중심이 되었고, 물류와 배송 프로세스도 더욱 개선되고 있다. 소비 방식도 구매보다 구독으로 바뀌면서 종이책 혹은 전자책과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정액제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콘텐츠의 형태도 올드 미디어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전자책, 오디오북, 챗북 등)로 확장되고 있으며 독자와 상호 소통하기 위한 구조까지 제공되고 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독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심과 흥미 요소 제공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기술로 제작된 AR북, VR북, XR북 등은 종이책과 결합해서 보다 입체적이며 오감을 자극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따라서 독자의 자발적인 독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기획하고 제작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실용적인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독자의 몰입도도 높일 수 있다.

 

출판 산업에 적용된 메타버스 사례와 가능성

 

출판 산업은 다른 산업들과는 달리 새로운 변화 수용이 다소 더딘 산업이라서 아직 메타버스를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지는 않다. 현재는 도서의 내용을 일부 디지털 콘텐츠 형태로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도서 검색, 개인화 추천, 가상 서점, 가상 도서관, 마케팅, 저자 사인회, 낭독회 등 다양한 기능과 활동들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메타버스를 적용한 출판 산업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형태로 동네 곳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독립서점들은 대형서점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특색 있는 콘셉트와 큐레이션으로 고객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격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도서 수급, 배송 지연, 유통 마진 등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가세하면서 독립서점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메타버스 서점을 통해 그 활로를 찾기 위한 시도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오랜 출판 경력을 바탕으로 마포구에 자리 잡은 ‘조은이책’은 그림책과 캐릭터 전시 공간이 특화되어 있는 서점으로 지난 8월 제페토에 ‘조은이책마을’을 오픈했다. 가상 서점에서 책도 구경하고, 서점 주변의 특별한 공간(테라스, 집, 바닷가 등)을 제공해서 셀카를 찍거나 산책하며 힐링할 수 있도록 했다.

 

‘조은이책마을’ 메타버스 서점


‘조은이책마을’ 메타버스 서점

 

일본에는 매년 여름 정부 부처와 기관이 공동 주최하여 어린이를 관공서에 초대하는 “가스미가세키 어린이 투어 데이(Children’s Tour Day in Kasumigaseki)”를 진행한다. 올해 8월에는 가상 서점 탐방 투어를 개최했는데,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바타를 통해 안전하게 가상의 마을과 서점을 탐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가상공간인 이케부쿠로 미러 월드(Ikebukuro Mirror World)를 만들고 현실 세계와 동일한 마을과 준쿠도 서점(Junkudo Bookstore)3) 이케부쿠로 본점을 그대로 구축하였다.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천도서 전시나 행사도 가상 서점 안에서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어린이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책을 찾아볼 수 있다.

 

 

3)
준쿠도 서점은 효고현 고베시에 본사를 둔 대형서점 체인으로 지난 2015년 마루젠과 합병해서 마루젠준쿠도(Maruzen&Junkudo) 서점이 되었다.

 

가상 준쿠도 서점(Virtual Junkudo Bookstore)


가상 준쿠도 서점(Virtual Junkudo Bookstore)

 

도서관에서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상공간에 도서관을 세우고, 이용자와 상호 소통하며, 실감형의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지난 1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증강현실 뮤지컬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공간 측위 기술을 활용해서 여러 명이 동시에 360도 뮤지컬 관람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그림책을 기반으로 상호 작용하는 증강현실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도 지난 3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실감서재’를 개관했다. 실물로 보기 어려운 국보급 자료들을 프로젝션 맵핑 기술과 영상의 형태로 보다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 또한 VR 기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가상공간 안에서 책을 읽거나 오디오북을 들을 수도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한정된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독자에게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을 전달할 수도 있다.

 

한성대학교에서는 MZ 세대의 학생들과 소통하고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 8월 “한성 북니버스(Book-niverse)”4)를 개관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학술정보관에서 자료실을 둘러보거나 사서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전시 코너에서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가상 포스트에 제공된 QR 코드를 통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바로 열람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방문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실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소식과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
“한성 북니버스”는 한성대학교+북(Book)+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제페토 플랫폼을 이용해서 한성대학교 학술정보관의 모습을 구현해 만들었다.

 

한성대학교의 “한성 북니버스” 메타버스 도서관


한성대학교의 “한성 북니버스” 메타버스 도서관

 

메타버스 시대에 출판 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공간에는 추억과 설렘이 공존한다. 특히 서점은 대표적인 약속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구조는 바뀌었더라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곤 한다. 또한 세련되게 기획된 공간에 나열된 도서들 중에서 어떤 신간이 나왔는지를 살펴보고 좋아하는 출판사나 저자의 도서를 찾아보거나 우연하게 좋아하는 책을 찾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로 자유롭게 서점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평범했던 예전의 ‘만남’과 ‘거닐음’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런 공간의 제약들을 메타버스를 통해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채널을 통해 이뤄졌던 마케팅이나 홍보 방식도 메타버스에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거대하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온라인 소통의 큰 변화이다. 모든 것들이 메타버스 안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 가상과 현실 속에서 출판 산업을 연동시켜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콘텐츠의 생산, 이용 환경, 법제도 등도 균형 있게 고려해 나가야 한다. 메타버스를 온전히 이용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별도의 플랫폼, 콘텐츠 기획과 생산, HMD 장비 등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서비스 기반이 테크 중심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접근성에 따른 정보격차가 심화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서비스 방식을 다각화하고 독자와의 소통 채널을 넓혀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기반이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표준화, 가상 자산에 대한 규제, 저작권 권리와 저작물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법제도가 동일한 속도로 개선되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출판 산업에서도 메타버스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가상공간에서 신간 도서를 전시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할 수도 있으며, 저자와의 만남이나 낭독회를 진행할 수도 있다. 또는 가상의 서점과 도서관을 거닐며 원하는 도서를 검색하거나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 바로 구매하여 열람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독서 모임을 가상공간에서 운영할 수도 있다. 이처럼 향후 수십 년 안에 메타버스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적용되고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은호

 

이은호(교보문고 eBook사업팀, 이학박사)

㈜교보문고에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사)한국전자출판학회 부회장, (사)한국전자출판협회 인증운영위원, (사)한국출판학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여러 채널을 통해 출판 산업 전반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메타버스,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 디지털 전환, 저작권, 마케팅 전략, 트렌드 변화 등이다. 저서로는 『한국 출판 산업의 이해』(공저)가 있다.
eholee@naver.com
https://www.facebook.com/e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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