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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1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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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에 찾아온 NFT 열풍]
NFT 2.0의 시작, 어떻게 사용할까

 

 

 

이장우(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 (주)업루트컴퍼니 창업자/CEO)

 

2022. 4.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미국 뉴욕의 번화가 맨해튼 837번가에 제품 판매를 하지 않고 오로지 체험만을 위한 공간 ‘맨해튼837’을 오픈했다. 이곳은 삼성전자 제품의 혁신적인 기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끌면서 삼성전자의 디지털 혁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에도 삼성전자는 또 한 번의 독특한 공간을 선보였다.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공간 프로젝트인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 가상현실 버전의 ‘837X’를 런칭한 것이다. 이곳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가상공간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를 획득하는 등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삼성전자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한 곳인 JP모건 역시 디센트럴랜드의 가상공간 ‘메타주쿠’라는 쇼핑 공간 안에 가상의 지점인 ‘Onyx Lounge’를 오픈했다. 뿐만 아니라 JP모건은 ‘메타버스의 이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앞으로 확대될 웹3.0(Web 3.0) 기반 메타버스 공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 자신의 디지털 월렛을 통해 837X와 Onyx Lounge에 들어가 본 이들은 가상공간에서 현실세계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가까운 미래에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글로벌 기업이 이러한 가상공간에 입점하고 고객에게 알리는 것일까?

 


삼성전자의 837X


삼성전자의 837X


JP모건의 Onyx Lounge


JP모건의 Onyx Lounge

 

이는 명품 브랜드가 아무리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맨해튼 5번가에 플래그십 스토어 하나쯤은 가지려 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가상공간이 맨해튼 5번가와 같은 가상공간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적어도 현재의 로블록스, 제페토와 같은 웹2.0(Web 2.0) 기반의 가상공간보다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진 메타버스에서 미래의 맨해튼 5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의 보고서에서 이를 웹3.0 기반의 메타버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모든 콘텐츠가 NFT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갤러리, 온라인 비디오게임, 가상 아지트, 혹은 우리가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상공간의 형태로 우리의 NFT를 전시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NFT는 도대체 무엇일까?

 

NFT는 ‘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의 약자다. NFT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의 한 종류이기에 디지털상에서 이중 지불을 방지하는 기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내가 가진 1이더리움과 철수가 가진 1이더리움을 서로 1:1 교환이 가능한 ‘FT(Fungible Token, 대체 가능한 토큰)’로 분류한다. 반면 NFT(Non Fungible Token)는 대체가 불가능한 속성으로 인해 내가 가진 NFT와 철수가 가진 NFT는 1:1 교환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NFT는 고유성을 띠게 되었고 ‘디지털 수집품’이라고도 불린다. 디지털 아이템에 고유성을 부여함으로써 디지털 아트, 게임 아이템, 멤버십 티켓 등 다양한 적용 분야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NFT는 왜 가치가 있을까?

 

먼저 수집이라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1943년에 구리로 만들어진 1센트짜리 동전은 누군가에게는 1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한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구리가 부족해서 아연으로 도금한 1센트를 만들기로 입법됐다. 하지만 조폐국의 동전 생산 과정에서 70여 개가 구리로 만들어졌다. 훗날 역사적 사건이 담긴 이 희소한 동전은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 그 1센트를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고 가서 100만 달러짜리 집을 사겠다고 내민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반면 수집품의 가치를 아는 누군가는 그 1센트에 흔쾌히 100만 달러를 지불할 것이다. 이게 수집품의 특징이다.

 

디지털 수집품인 NFT의 가치 역시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NFT 프로젝트인 크립토펑크의 NFT는 대부분의 일반인에게는 아무 가치 없는 jpg 파일에 불과할 것이고, 수억 원에 팔리는 것은 상식 밖의 일로 보일 것이다. 이와 달리 크립토펑크 커뮤니티 내에서 크립토펑크의 위상을 아는 사람은 수억 원을 주고도 그것을 구매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더 영향력 있게 활동할 것이다. 즉 디지털 콘텐츠에 희소성이 부여된 만큼 작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생긴다면 경제적 가치가 생길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수집품은 왜 가치가 있는가?’와 같다.

 

1943년에 발행된 구리제 1센트


1943년에 발행된 구리제 1센트

 

필자는 NFT의 산업적 흐름을 NFT1.0과 NFT2.0으로 구분한다

 

NFT1.0은 디지털 수집품으로의 NFT에 대한 가치증명의 시기였다. 희소함 자체가 매력이었고, 디지털 아티스트인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days’ NFT가 6,930만 달러에 낙찰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다양한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NFT를 통해 자신의 창작품에 고유성을 부여하고 경제적 가치를 입히기 시작했다. 더불어 NBA 농구 경기의 역사적인 명장면을 NFT로 담은 ‘NBA 탑샷’과 같은 ‘콜렉터블 NFT’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희소함 자체를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시기였다.

 

이렇게 다양한 NFT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자 가치를 잃고 더 이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NFT가 속출했는데 그러한 NFT는 공통적으로 아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이 NFT는 어디에 사용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NFT2.0은 커뮤니티와 메타버스(유틸리티 부여)에서 찾고 있다.

 

NFT2.0은 NFT가 메타버스와 융합 및 상호운용성을 만들어내는 시기다. 여기서 핵심은 커뮤니티와 유틸리티(사용성)다.

 

커뮤니티를 직접 만드는 DNA가 약한 대기업 브랜드는 기존의 강한 커뮤니티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해당 커뮤니티의 파워를 가져오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커뮤니티를 확장시킨 방법을 참고해 보자.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커뮤니티를 확장시킨 방법

 

지난해(2021년) 12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가상 스니커즈를 제작하고 NFT를 발행하는 브랜드인 RTFKT(‘아티팩트’로 발음)를 전격 인수했다. 창업한 지 채 1년이 안 된 회사이다. 존 도나호(John Donahoe)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RTFKT 인수에 대해 “우리의 계획은 RTFKT 브랜드 투자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성장시킴으로써 나이키의 디지털 발자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키가 RTFKT의 기술을 인수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핵심은 그들의 커뮤니티를 인수했다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직접 디지털 공간의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다양한 스니커즈 NFT를 성공시키며 탄탄한 커뮤니티를 가진 RTFKT를 인수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것이 나이키의 디지털 발자국을 넓히기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이키와 달리 아디다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팬층을 보유한 NFT 프로젝트인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와 손잡았다. BAYC 8774번을 구매한 후 아디다스의 트레이닝복을 입혀 3만 개의 NFT를 내놓았다. 사실상 BAYC와의 컬래버레이션이고 그들 커뮤니티의 파워를 그대로 안고 왔다. 아디다스는 NFT 구매 고객들에게 원숭이가 입고 있는 실제 트레이닝복을 함께 전달하기도 했다.

 

아무리 강력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보유한 기업이라도 초기 커뮤니티의 파워 없이는 한계가 있다. 어떻게 보면 ‘찐 팬’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NFT를 필요로 한 것이다. 이 두 회사의 사례를 통해 제대로 된 NFT의 성공을 위해서 이미 형성된 다른 NFT 프로젝트를 활용해 커뮤니티를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은 NFT의 희소성+유틸리티를 원한다

 

스테픈(Stepn) 프로젝트는 NFT를 활용해 ‘Move to Earn(소득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새로운 운동문화를 만들고 있다. 스테픈에서는 워커(Walker), 조거(Jogger), 러너(Runner), 트레이너(Trainer) 등 총 4가지의 스니커즈 NFT가 있다. 워커는 1~6km/h, 조거는 4~10km/h, 러너는 8~10km/h, 트레이너는 1~20km/h라는 속도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본인의 운동 스타일에 맞춰 해당 NFT를 장착하면 운동 속도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여기에는 NFT,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게임 요소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서 운동하는 데 재미와 동기를 부여한다. 내가 구매한 NFT에 이러한 유틸리티가 적용돼 있고, 이로 인해 사용자가 늘어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면 지속가능한 NFT가 될 가능성은 증가할 것이다.

 

 

골드러시 시절, 금광보다 곡괭이와 삽 전략

 

NFT 산업에서 흔히들 알고 있는 대표적인 곡괭이와 삽(Picks and Shovels) 전략의 비즈니스는 NFT 마켓플레이스와 디지털 월렛이지만 이외에도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로 NFT를 활용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직접 금을 채굴하는 것을 NFT 발행에 비유한다면, 금 채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곡괭이와 삽 전략처럼 NFT를 잘 활용하고 돋보이게 해주는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 역시 많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작하는 브랜드인 케이스티파이에서는 최근 자신이 보유한 NFT를 디지털 월렛을 통해 인증하면 스마트폰 케이스에 NFT 디자인을 커스텀해 주는 ‘NFT your case’를 런칭했다. 자신의 디지털 월렛에 보유한 NFT를 스마트폰을 통해서 현실세계에도 ‘Flex’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웹3.0 서비스는 앞으로도 많이 증가할 것이다.

 

NFT의 미래

 

10년 후 미래를 예측해 보면, NFT의 가장 일반적인 용도는 디지털 아트보다는 NFT의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한 물리적인 재화나 지식재산권의 토큰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토큰화를 통해 어떠한 자산을 부분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면 이는 구매자가 늘어나고 전통적인 비담보가능자산*에 유동성이 생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 전통적 비담보가능자산: 미술품, 골동품, 저작권,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속하는 자산 등은 유동성이 부족해 담보자산으로는 부적합하다.

 

『NFT 사용설명서(The NFT Handbook)』의 저자인 맷 포트나우(Matt Fortnow)는 ‘NFT의 장점은 아직 NFT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미래에 NFT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NFT의 미래를 써내려 가는 것은 새로움의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가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즐기고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NFT를 사용하고, 접목해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필자도 조심스럽게 미래를 예측해 본다.

 

"앞으로 10년간 상상하는 모든 것은 NFT화될 것이다."

이장우

 

이장우(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 (주)업루트컴퍼니 창업자/CEO)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이자 디지털자산솔루션기업 업루트컴퍼니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의 지갑을 채울 디지털 화폐가 뜬다(2020)』가 있고, 『NFT 사용설명서(2021)』의 감수자로 참여했다.
leejangwoo82@naver.com
https://www.facebook.com/leejangwoo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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