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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2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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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자가 출판 시장의 미래다]
해외 영어덜트 출판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

 

 

 

임하림(저작권 에이전시 Rights People 팀장)

 

2024. 03-04.


 

하나의 장르로서 ‘YA 문학’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 YA(영어덜트, Young Adult) 소설은 해외 도서 시장의 주요 부문을 차지하며 현재 출판산업에 중요한 장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탐험을 통해 청소년뿐만 아닌 성인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문화적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YA 문학은 어떻게 성장해 온 걸까?

 

YA라는 용어의 시작은 1960년대 미국에서 만 12세부터 18세 주요 독자층을 대상으로 출간된 청소년 소설을 구분 지으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YA 소설은 사회적 문제, 청소년들의 도전과 고민에 관한 주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출판사들은 성인 독자층의 성장을 위해선 청소년 독자층의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청소년 대상의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다. 서점들은 YA 문학 전용 구역을 마련하고 YA 소설을 전면에 전시하면서,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장르를 발견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온·오프라인 서점 공간을 적극 활용한 가시성 확보는 YA가 해외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였다고 여겨진다.

 

반스앤노블(Barnes&Noble) YA 섹션(출처: Patch.com)

반스앤노블(Barnes&Noble) YA 섹션(출처: Patch.com)

 

 

다채로운 주제와 정서적 공감에 집중

 

J. K. 롤링(J. K. Rowling)의 『해리포터(Harry Potter)』(블룸즈버리 퍼블리싱, 1997), 스테파니 메이어(Stephenie Meyer)의 『트와일라잇(Twilight)』(리틀, 브라운앤컴퍼니, 2005), 수잔 콜린스(Suzanne Collins)의 『헝거게임(The Hunger Games)』(스콜라스틱, 2008)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YA 소설은 하나의 주요 장르로 주목받기 시작하고, 이러한 작품들이 영화나 TV 시리즈로 확장되면서, 더 넓은 독자층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 결과 출판사들은 새로운 YA 독자층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YA 독자층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호기심은 작가들이 주제와 장르를 규정하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창작할 기회를 마련해주었고, 출판사들 또한 새로운 소재와 구성에 대해 개방성을 갖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로 인해 기존 소설들에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다루기 어려워했던 성 소수자의 정체성 고민, 성적 학대, 자살의 문제들을 주저하지 않고 전면에서 내세워 보여주기 시작했다. 제이 아셰르(Jay Asher)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Thirteen Reasons Why)』(펭귄북스, 2009)는 청소년 소설 속에서 자살을 묘사한 것에 관한 논쟁을 일으켰고, 폭력 및 정신 건강에 대한 이슈, 그리고 그에 대한 예방과 개인의 책임이라는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다. 메러디스 루소(Meredith Russo)의 『내가 너의 여자라면(If I Was Your Girl)』(맥밀런, 2016)에서는 성 소수자의 어려움, 정체성의 발견, 새로운 관계 형성과 수용의 여정 등을 주제로 다루면서 10대 트렌스젠더의 눈으로 성 소수자의 경험을 표현했다. 이런 혁신과 다양성은 YA 소설의 기본정신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YA가 꾸준히 성장해 올 수 있었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반스앤노블(Barnes&Noble) YA 섹션(출처: Patch.com)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루머의 루머의 루머(Thirteen Reasons Why)』, 『내가 너의 여자라면(If I Was Your Girl)』, 『태양을 너에게 줄게(I’ll Give You the Sun)』, 『두 사람 다 죽는다(They Both Die at the End)』,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새로운 도전과 주제의 다양성 안에서도 YA 소설만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SF(Science fiction),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YA 소설들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에 집중한다.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내면의 고민과 혼란에 대한 감정들을 있는 솔직히 표현해 주고, 그 감정들의 중요성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으로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서정적이고 예술적 표현으로 인정받는 『태양을 너에게 줄게(I’ll Give You the Sun)』(다이얼프레스, 2014)의 작가 젠디 넬슨(Jandy Nelson), 상상력 넘치는 배경 속에서 현대적 주제에 깊이 파고드는 『두 사람 다 죽는다(They Both Die at the End)』(하퍼콜린스, 2017)의 애덤 실베라(Adam Silvera),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사이먼앤슈스터, 2014) 등을 쓴 따뜻하고 감각적인 YA 로맨스 대표작가 제니 한(Jenny Han)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어떠한 교훈이나 숨어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다양한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그 속의 사랑, 절망, 그리고 개인적 성장 이야기에 감정적인 깊이를 불어넣은 진솔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독자 맞춤형 플랫폼을 활용한 YA 마케팅

 

소셜 미디어 및 다양한 플랫폼의 활용은 YA 시장 확장에 큰 역할을 한다. 인스타그램의 책 관련 커뮤니티를 지칭하는 ‘북스타그램(#Bookstagram)’은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계정에서 책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고 책 사진과 함께 리뷰, 추천 멘트를 게시하며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구축하도록 만든다. 이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독자들이 자유롭게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하나의 마케팅 놀이터가 된 것이다. 출판사들은 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대규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독자층에게 쉽고 빠르게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와의 성공적인 도서마케팅 협업 사례 중 하나로는 카렌 M. 맥매너스(Karen M. McManus)의 YA 소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One of Us Is Lying)』(델 퍼블리싱, 2017)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델 퍼블리싱은 인기 있는 북튜버(책 관련 콘텐츠에 중점을 둔 유튜버)들에게 미리 소설 복사본을 제공하고 출간 전 그들의 채널에서 리뷰를 올려 도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북스타그램을 통해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독자들에게 다가갔으며, 책과 관련된 특정 해시태그를 만들어 인플루언서와 독자들이 자기 생각, 질문 및 반응을 공유하도록 장려했다. 작가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작가의 주도적인 토론과 Q&A 세션 참여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영향력을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전략적 활용은 한 작품의 성공만이 아닌 작가의 이름이 다양한 대중에게 도달할 수 있게 했으며, 더 나아가 작품의 TV 시리즈 제작은 물론 작가의 후속 작품들이 계속해서 성공해 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북톡(#BookTok) 도서 마케팅 예시(출처: WHNT.com)

북톡(#BookTok) 도서 마케팅 예시(출처: WHNT.com)

 

 

또한, 틱톡(TikTok)은 최근 YA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북톡(#BookTok)은 틱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 중 하나가 되었고, 2022년 12월 기준으로 조회수 942억 회를 기록했다. 이 해시태그는 2020년 말에 등장했으며, 북톡 비디오는 독자들이 책을 추천하고 리뷰하며 문학과 관련된 창의적인 콘텐츠를 공유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자주 담고 있다. 영국 출판협회(Publisher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YA 독자들의 약 50% 이상이 북톡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혀질 정도로, 북톡이 도서판매와 독서 트렌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북톡의 성장은 온라인 안에서만이 아닌 오프라인 시장의 변화도 주도하며, 출판사와 서점에서도 북톡과 연계된 마케팅을 통해 YA 독자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발전된 YA 시장은 자연스레 10대 대상을 넘어 20~30대 독자층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3년 1월 기준 국제 출판산업 데이터 분석기관인 워드레이티드(WordsRated) 통계에 따르면, YA 도서의 약 51%가 30세에서 44세 독자에 의해 구매되었으며, 이 중 약 78%는 해당 도서를 직접 읽기 위해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YA 소설에 내포되어 있는 ‘처음’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설렘, ‘두려움’과 ‘고민’이라는 키워드는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공감대를 얻었고, 이러한 보편적인 감정들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신선하고 매력적인 경험이 되었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주제와 복잡한 이야기의 구성이 도입되고, YA 작품의 독자층이 청소년을 넘어 광범위한 독자층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과 폭넓은 독자층을 겨냥한 표현들은 YA 문학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연도별 YA 도서 판매량

(단위: 백만 부)

 

연도별 YA 도서 판매량(출처: 워드레이티드(WordsRated))

출처: 워드레이티드(WordsRated)

 

 

다양한 도전을 통해 더욱 진화할 YA 시장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온 YA 시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13.4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YA 소설의 판매는 2018년 이후로 48.2% 증가했으며, 2022년 말 기준 매년 3500만 부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YA 시장은 앞으로도 연간 3.5% 성장이 예상되며, 5년 후에는 130.2억 달러의 가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YA 시장은 출판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이 예측되는 장르다. YA 시장은 세대를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문학적인 예술로 자리매김하였고, 계속해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제 YA 소설은 단순히 청소년 문학이라는 한계를 넘어섰다. 해외 YA 시장의 성장은 국내 YA 출판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국내 작가들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되어 한국 출판 시장을 동반 성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출판사들은 국내 YA 시장의 한계를 스스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 하나의 큰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 먼저 다양한 이야기들을 시장에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독자의 욕구를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출판사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전정신이 한국 YA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길 기대한다.

 

임하림

임하림 저작권 에이전트

영국 저작권 에이전시 Rights People의 아시아 담당 팀장으로 그림책부터 YA 소설까지 영미권의 다양한 작품들을 아시아 시장에 소개하고 판권 계약 진행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Harimy@right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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