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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7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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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와 출판산업]
사람과 사람을, 책과 책을 이어주는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

 

 

 

최재경(노란우산 대표)

 

2020. 12.


 

 


그림책 구독 서비스

 

2017년, 보림출판사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던 서울 상수동의 노란우산 그림책카페를 맡아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2018년 6월 보림출판사는 서점사업을 접게 되었고, 나는 안타깝고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전에 내려와 서점을 차리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번도 이사를 다녀보지 않았고, 한동네에서 살다가 결혼을 하며 대전으로 내려와 가정을 꾸리게 된 거다. 신랑도 삼척사람이었던지라 우리 부부에게 낯선 타지였던 대전이 살기에는 좋지만,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워낙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는 터라 홍대 쪽 상수동도 시끄러웠고, 이러한 이유로 대전 끄트머리 복수동에 서점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사람을 불러오지 못하는 걸 생각하지는 못했다. 고향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권이 좋은 것도 아니니 이곳에서 서점을 이어가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순간 모든 카드가 정지되고 통장 잔고는 '0'이 되어버렸다.

 

서점이라는 선택이 잘못된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등등으로 일정 없이 하루 종일 머리만 쥐어뜯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책을 선택해서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상수동에 있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것이었지만 너무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걱정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었다.

 

책을 보내고자 하는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낸 책과 집에 있는 책이 겹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문제 말고는 하지 못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큰맘 먹고 2019년 4월, 세 명을 대상으로 처음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액도 달리해 보고 어떤 사람인지도 물어보고 참 많은 것을 시험해 봤다. 하지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은 ‘당신의 나이는?’이라는 질문이었다. 올해 딱 마흔인 나는 나이를 알고 있으면 조금 더 이야기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나이부터 시작해서 어떤 사람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지 묻는다. 혼자 읽는 사람, 자녀와 함께 읽는 사람, 학생과 함께 읽는 사람이 주를 이룬다. 그중 가끔 44살 아들과 함께 읽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노란우산에서 보내는 그림책을 살짝 소개할까 한다. 먼저 나는 그림책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한 달에 약 90명에게 책을 소개해 주고 있다. 서점에 따로 오는 분께 소개하는 것과 수업을 하면서 소개하는 것을 합하면 조금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추천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항상 ‘과연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라는 질문을 갖고 있다. 그건 지금도 생각 중이고, 내가 이 일을 그만두는 날까지 고민할 것 같다. 만약 높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 지인에게 책을 권한다. 그런데 그 책의 그림 수준이 너무 높아서 추천받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좋은 큐레이팅일까? 또 그림 속 이야기가 정말 좋다. 그런데 그림을 왼발로 그린 것 같다면 과연 좋은 큐레이팅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큐레이팅은 함께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남자아이가 많은 집은 백과사전류의 책을 추천하고 여자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책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함께 읽는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을 선별하는 것이다. 그림과 글의 완성도보다 함께 보고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좋은 그림책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예전에 류재수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 "선생님, 좋은 그림책이란 그림과 글이 50:50이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류재수 선생님께선 눈을 끔뻑 하시더니 “점장님 무슨 말이야! 100:100이어야지!”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게 과연 같은 말일까? “50:50이나 100:100이나 같은 말 아니야?”라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완성도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멋진 그림책의 정의이다. 하지만 큐레이팅은 다르다. 좋은 그림책은 읽는 사람과 함께하는 사람의 수준에 맞는 책이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그림책이란 오늘 보고 보름이 지난 후 보면 또 다른 그림책이고, 또 두어 달 후에 보면 또 다른 그림과 다른 글이 보이는 마법 같은 책을 좋은 그림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림책을 매개체로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그림책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을 추천 받는 분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잘 모르겠다.

 

구독서비스를 처음 기획한 것은 서울 상수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미미박스라는 랜덤 화장품박스를 약 6개월 정도 받아본 경험도 있고, 우주박스라고 해서,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시계를 보내주는 상품도 구매해 본 적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러한 서비스들과 맞닿았던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앞서 말한 기획을 모방했던 건 아니었다. 서울에서 기획했을 때는 3개월에 한 개 정도 시즌별 상품으로 기획했었다. 크리스마스, 추석 등 지인들이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본 것이었다. 가끔은 시즌별 좋은 그림책을 묶어서 세트 상품으로 팔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림책의 특이점 중 하나는 이상하게도 나이를 구분한다는 것이다. 책 꾸러미를 보낼 때 그 사람의 수준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러한 의미로 나이를 넣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그림책을 조금 더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 후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림책은 성별, 나이 등의 원초적인 것이 함께 기획되어야 하니 참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다가 서울 노란우산에서는 이 기획을 실행해보지 못했고, 대전에 내려와서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우분투 북스” 사장님께서 글책으로 큐레이팅하시는 걸 보고 결심하게 되었다.

 

노란우산의 구독 책 꾸러미는 이렇다. 세 권에서 다섯 권의 그림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45,000원에서 60,000원 정도의 금액이 책정된다. 원래 55,000원이었는데 아주 간혹 금액을 초과하여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금액을 조금 늘려 적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액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비싼 책을 넣진 않는다. 이건 구독 식구들과의 약속이니까.

 

노란우산 그림책구독은 체험부터 정기구독, 장기구독까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체험 서비스는 일회성이고 신청한 달 25일에 발송한다. 장기구독과 정기구독은 매월 7일이 있는 주에 배송한다. 기존에 없던 체험 서비스는 3개월을 신청하기 어려어하는 구독자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 만들었다. 사실 3개월을 신청하고 취소하는 구독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용자분들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체험 서비스를 만들어 놓은 거다. 이렇게 내가 편한 방법이 있고 구독자(소비자)가 편한 방법이 있으니 절충해서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앞서 세 권에서 다섯 권이라고 말했지만 그중 한 권에서 두 권은 메인그림책이라고 해서 보편적으로 더 좋은 그림책을 이야기한다. 메인그림책은 그달 또는 그 전달에 새로 나온 그림책 중 고른다. 많은 사람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림책을 메인그림책으로 잡는다. 예를 들면 최근 메인그림책으로 골랐던 『내일의 정원』(노란상상)이라는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던 그림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글 말미에서 잠깐 설명할까 한다. 그리고 『나는 날 수 있어』(보림출판)라는 책처럼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는 그림책이 노란우산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그림책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 권 이상의 좋은 그림책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메인그림책 덕분에 굉장히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하며 선별하는데, 이러한 고생은 그림책을 추천해 본 사람만이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메인그림책과 함께 가는 그림책이 있다. 이 그림책은 설문지에 써 주신 것을 바탕으로 큐레이팅한다. 나이에 따라, 함께 읽는 사람에 따라, 연령에 따라 좀 더 디테일하게 선별해서 보내드린다.

 

그렇다면 노란우산의 그림책 구독 서비스는 어떤 사람들이 이용할까? 아이 엄마? 맞다. 초등학교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그리고 또? 개인병원에서도 이용하고 또 입원하고 있는 조카를 위해 이모할머니가 병실에 그림책을 넣으시는 경우도 있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좀 더 좋은 그림책을 실패 없이 보고 싶으신 것이다. 사실 그렇다. 노란우산에서는 모든 책에 비닐 포장이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일반 서점에서 파는 글책처럼 다른 사람이 본 책을 사간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대형서점에선 어떨까? 이미 너덜너덜해진 견본책, 그리고 견본이 없으면 열어볼 수 없도록 포장된 그림책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열어보지 못하고 구매하게 된다. 그런데 노란우산 서점에선 적어도 모두 열어보고 살 수 있고, 특히 구독 서비스는 그런 책 중에서도 재미있고 좋은 책을 선별해서 판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구독을 하고 있는 한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서 한 달에 두어 권 이상의 그림책을 구매하는 게 참 큰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구독을 하고 나서부터 고민하지 않아서 참 좋아요!”라고 이야기하시며 또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 책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지금은 눈에 차지 않는 그림책이 많아요. 노란우산 덕분입니다.” 세상에 나오는 책 중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좋은 그림책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을 한다. 또 지금은 그 그림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 있지만 한 번 보고 며칠이 지나거나 혹은 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면 “아~” 하며 감탄하는 날이 오기도 한다.

 

미국으로 한국 그림책만 선별해서 보낸 일도 있었다. 그때도 재미는 있었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기억에 남는 분 중 “다섯 살 꼬마친구가 백혈병으로 입원해 있어요. 아이를 위해서 재미있는 그림책을 골라주세요”라며 신청하신 분이 계셨다. 그분은 꼬마친구의 이모할머니셨던 걸로 기억을 한다. 지금은 퇴원해 통원치료를 하는데 아이에게도 그리고 함께 힘들 엄마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그림책을 골라서 보내드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그건 사실 구독자분께 책 소개 쪽지를 함께 보낸다. 책 소개를 하고 그걸 복사해서 쓰는데, 필요에 따라 따로 작성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쪽지를 보내기 위해 도장까지 팠다. ‘스포가 있으니 미리 읽지 마세요’라고 말이다. 미리 읽으면 그림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니 참았다가 보시라고 이야기한다. 간혹 구독자 식구분 중 이 누런 소개 편지를 모으시는 분도 계셔서 폼을 못 바꾸고 있다. 매번 보낼 때마다 정성을 다해 보낸다고 생각하지만, 잘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다. 노란우산의 그림책 꾸러미는 후불이다. 이유는 돈을 미리 받고 일하는 것보다 일을 다 한 뒤 받는 것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는 이렇게 진행한다. 구독 설문지를 보면서 책을 선별하고 선별한 것을 토대로 책편지를 쓴다. 책을 모아 포스기에 입력하고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여 구독포장지에 넣는다(포장지는 서류봉투이다. 도장과 성함을 찍어 구분한다. 봉투에 넣는 이유는 뽁뽁이 비닐을 넣지 않아도 책이 상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란카드에 못난이 손글씨로 한 달간의 안부를 물으며 응원하고, 발행한 영수증과 함께 금액을 넣는다. 이후에 책편지, 안부편지와 함께 도일리로 살짝 멋을 부리고 노끈으로 묶어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택배 박스에 책과 책편지 그리고 가끔 있는 사은품을 넣어 배송한다. 작년 이맘때 책 꾸러미를 처음 만들 때는 힘들어서 하루 이틀을 끙끙 앓았는데, 지금은 척척 포장해서 보내는데 이러한 발전에 비해 더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해 생겨나는 갈증이 나를 괴롭힌다.

 

앞으로는 어떤 구독 서비스를 하고 싶은가! 나는 앞으로 지금과 같이 꾸준함을 갖고 하길 바란다. 모든 일을 혼자 하는 입장에서 지금처럼 구독자 한 분 한 분과 소통하며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박스 포장을 많이 할 땐 120개까지 했다가 코로나가 시작되며 70개까지 줄었다가 11월에는 85개를 보냈다. 조금씩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에도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큰 감정은 감사함이다. 처음에는 서점을 유지하고 싶어서 시작한 구독 서비스가 지금은 ‘노란우산’ 자체가 된 것 같아서 내겐 큰 행사이기도 하다. 항상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고 또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자”이다. 구독 서비스는 소통을 위한 것이며, 나와 그림책을 함께 읽는 많은 사람들의 성장을 위한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더 많이 느끼는 것은 구독이라는 것이 콘텐츠의 무한한 재미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그냥 돈을 벌려고 하면 할 수 없는 일이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서점이 배송으로만 돈을 벌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진행했다면 그 얄팍한 마음은 많은 분께 다 들통이 났을 것이다. 한 권 한 권 나름 최선을 다해 선별하고 전했던 것이 노란우산에게는 코로나19조차도 덜 두렵게 해 주는 선물이었다. 물론 12월에도 힘들고 1월에도 힘들겠지만, 사람과 책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있다면 아직은 버틸 만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러니 ‘구독 서비스가 뭘!’ 하고 콧방귀를 뀌기보다는 ‘저런 움직임이 있는 서점이구나!’라고 생각해 줬으면 한다. 어쩌다 보니 코로나 시대에 #배달 #큐레이션 #구독 등의 단어가 붙으며 내게 원고 청탁이 왔지만, 코로나19는 조금 빨리 온 미래, 즉 어차피 해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힘들었을 때의 아이디어와 뚝심으로 밀어붙인 것이 조금 빨리 온 미래인 지금을 헤쳐나갈 수 있는 듯하다. 배송서비스가 헤쳐나가는 힘이 아니라 소통하고 함께하는 것이 헤쳐나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 아래 글은 실제 보냈던 메인그림책에 썼던 책 소개 글이다.

『내일의 정원』(노란상상)

 

모두 함께 보고 싶은 그림책! 거인의 정원입니다.
며칠 전 이 그림책이 도착했습니다. 보통 때의 작가님이 쓰시던 색채와 조금 달라서 갸우뚱했던 그림책입니다. 사실은 “아니야, 아니야!”라고 많이 외쳤던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좋은데 “아니야!”라고 외쳤지요. 왜냐하면 이 속엔 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로 또는 인재로 많은 일이 생기는 요즘입니다. 많은 일이 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벌어지고, 처리되고, 또 벌어지고, 또 처리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지 고민을 합니다. 내가 노력한다고 과연 될까? 거인처럼 쓰러져 잠만 자고 싶습니다. 거인의 마음이 천 번 만 번 이해가 갑니다. 눈물이 납니다. 저에겐 서점이 정원이니까요. 코로나가 태풍이니까요. 많은 사람이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 정원은 한번 싹이 트기 시작하면 영원히 자라는 게 아니라, 작아지고 커지고를 반복하고, 시들고 튼튼해지는 것을 반복합니다. 작아지기도 하고 커지기도 하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이 참 힘듭니다. 거인의 소년처럼 “괜찮아~”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보시고 혹시나 울 수 있다면 우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위로해 줘야 하는 이가 생각난다면 위로의 말을 전하셨으면 합니다.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가끔 거인처럼 쓰러져 누워 며칠을 지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쵸?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여유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누가요? 제가요~

 

『나는 날 수 있어』(보림)

 

10월에 모두 함께 읽는 책 『나는 날 수 있어』입니다. 펭귄이어서 기쁜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림책을 정말 많이 보시는 분께선 “또 펭귄이야?”라고 식상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용도 식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장이 이 책을 모두 함께 읽자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드로잉 때문입니다. 펭귄은 동글동글하고 참 예쁘게만 그려지던 동물입니다만 이 책에선 조금 거칠게! 휙휙!!! 그리고 있습니다. 자연의 느낌이자 본능의 그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곱지 않은 푸른 바다의 느낌이 너무나 좋았답니다.
꼭 나는 것이 중요한 걸까요? 펭귄을 ‘새’라고 분류하고 “날아봐!”라고 이야기하는 우리가 이상한 건 아닐까요? 우리는 어떤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무엇이든 집어넣고 있는 건 아닐까요? ‘푸른 하늘에서 날든 푸른 바다에서 날든 그건 펭귄의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 또한 생각해 봅니다. ‘무언가로부터 통제당하는 지금이 싫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더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통제당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이제 즐겨보아요~

 

최재경(노란우산 대표)

대전에서 ‘노란우산’이라는 그림책 전문서점을 운영합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나를 찾고 타인을 이해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까칠한 성격도 이해해 주는 많은 까칠이들과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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