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 2020. 05.
[POST COVID19 : 출판산업의 변화]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2020. 05.
주요 국제도서전 취소 잇달아
2020년 2월 4일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 예정이었던 타이베이도서전이 개막식을 불과 수일 앞두고 5월로 연기 결정됐다가 금년 개최가 마침내 최종적으로 취소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 확산이 글로벌 출판시장에 켜 올린 첫 적신호였다. 이어 3월 30일부터 4월 2일 개최 예정이었던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 역시 5월로 연기개최가 발표됐다가 이내 취소되는 상황을 연이어 맞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과 더불어 국제도서전 비중에 있어 세계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영국 런던도서전 또한 3월 10일로 예정됐다가 취소되는 상황을 맞았다.
3월 25일부터 4월 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태국 방콕도서전 역시 취소되었다. 그러자 태국에서는 온라인상의 도서전 공간을 마련하고 참여하는 출판사들이 자사의 신간 주력도서를 중심으로 홍보전을 펼치기도 하였다. 특히 태국의 경우엔 실제로 도서전 기간 동안 전시장을 찾아 직접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데 그만큼의 실효를 거두진 못했을 것으로 짐작되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에서의 움직임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세계 주요도시에서 올 1/4분기와 2/4분기 개최 예정이었던 국제도서전 개최 취소는 가깝고 먼 시점에 전 세계 출판시장에 초래할 산업적 손실을 당장 따지기 전에 일련의 취소 결정 및 통보 그 자체가 전 세계 출판인들에게는 즉각적 쇼크로 작용하고 있다. 가깝게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서울국제도서전부터 시작해서, 8월로 예정된 베이징국제도서전, 9월로 예정된 인도네시아도서전, 그리고 10월로 예정된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 정상적으로 개최될까, 그 여부에 귀추가 모아지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코로나19가 속히 잦아들어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길 바랄 뿐이다.
아시아, 영미 유럽 등, 재택근무 일상화에 따른 불편함
코로나19는 지난 3월부터 세계 출판인들의 근무지형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시아, 영미, 그리고 유럽권 대부분의 출판관계자들은 재택근무를 해오고 있다. 이는 각국마다 일정 차이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 정도와 무관하게 현지 상황에 기반하여 대다수의 해외 출판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업무 진행이 불가피하게 늦어지거나 지연되는 부분들이 속출하고 있다. 영미/유럽의 경우, 심각한 사태가 반영하듯 사무실 건물이 셧다운 됨에 따라 사무실 출입 자체가 어려워져 오프라인상의 자료나 데이터에 대한 수시 확인이 당장 불가능해진 상황이어서 그로 인한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에서 서명된 계약서가 미국 에이전시를 거쳐 현지 출판사로 발송이 되었지만 양자서명을 위한 최종 단계인 현지 출판사 서명이 완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장에 사무실에 보관된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 후속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상의 데이터 자료 확보를 위한 계약서 서명이 불가피하게 다시 반복 진행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영미/유럽에서 올 1/4분기와 2/4분기에 출간이 예정됐던 다양한 책들에 대한 현지 출판사들의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이 코로나19에 직면하여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작가를 초대하여 진행하려 했던 현지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었다. 일례로 손원평 작가는 4월 중순에 『아몬드』 스페인어판 출간에 즈음하여 현지 초대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주요 언론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지만 모두 취소되었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목소리를 현지에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작가는 2020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고 해당 시상식에 참여하기로 예정됐었으나 현실에 직면하여 오프라인 시상식 행사가 취소되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불참하게 되었다. 해당 시상식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프랑스에서도 예정됐던 여러 일정들이 줄 취소됨에 따라 방문하여 행사를 갖기로 했던 편혜영과 서미애 등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해외 방문 일정이 모두 날아갔다.
동남아시아 출판시장에서의 온라인 출판/마케팅 급부상
동남아시아 출판시장에서 가장 많은 한국 출판콘텐츠를 도입하여 출판해오고 있는 태국은 영미/유럽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행히 심각한 상황에 이르진 않았지만 그에 대한 경계와 긴장 수위는 초기부터 무척 높은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많은 상가건물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특히 주요 오프라인 서점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책 판매 규모가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출판사 매출수입 규모가 급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3백여 개 규모의 체인서점을 거느리고 있는 태국의 한 출판사사는 10% 안팎의 서점만 남기고 모두 문을 닫은 상황이라고 전해왔다. 그로 인해 출판사 매출 및 재정구조에 큰 타격이 있어 향후 인세 지불 시점이 일정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양해의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어 그들은 코로나19 국면으로부터 벗어나 언제 일상화될지 모르는 이런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온라인을 통한 출판콘텐츠의 유통 및 세일즈를 적극 모색 중이다. 이를테면, 종이책 출판 일정을 뒤로 미루고 우선 전자책 버전을 먼저 제작하여 온라인 서점이나 관련 콘텐츠 유통플랫폼 등을 통해 세일즈하는 대안책을 강구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갈 수 없는 독자들을 온라인을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한국출판계의 협조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한 때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출판미디어 그룹인 그라미디어 그룹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급감함에 따른 차선 대안책의 일환으로 자체적 온라인도서전을 개최하여 자사 도서 홍보 및 판매를 촉진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그라미디어 그룹, 온라인도서전 개최(2020.4.23-5.3)
태국 다음으로 한국 출판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베트남 출판시장이다. 여기도 태국 출판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되어 확산세가 다행히 크진 않지만 긴장과 대응태세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출판사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미 3월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으며, 행정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한 주에 하루나 이틀 정도 담당자별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업무 처리 진행속도가 평상시보다 비교적 더딘 편이며, (선)인세 지불 시점도 과거 일상적 상황에 비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애로사항 중 하나는, 서명을 위한 계약서나 작업용 견본도서에 대한 우편 수발신이 현지 사정에 의해 늦어지거나 때로는 중간에서 분실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해외 현지국가(혹은 도시) 사정에 따라 국내에서의 우편발송이 제한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로의 우편발송이 제한되는가 하면 일본 도쿄로의 우편 발송도 제한되고 있다. 한편, 계약진행 중인 타이틀에 대한 선인세 지불 지연 양해 협조는 인도네시아 출판시장으로부터도 접수되고 있다. 심지어는 책 검토 후 계약진행 의사 결정단계에서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상당히 신중해진 상황이며, 일부 출판사에서는 계약진행을 천천히 해줬으면 한다는 협조의사도 밝혀온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출판시장의 당면과제 및 향후 대응전략
글로벌 비스니스 과정에서 코로나19 대 확산에 따른 업무 소통 자체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온라인상 전자메일 소통이나 소셜 네트워크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서로 간에 소통해오고 있었던 터라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국제도서전 등의 공간에서 상호 스킨십을 통한 비즈니스 소통은 불가능한 상황이나 화상통화라는 대안이 있어 어느 정도 보완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환경, 혹은 사무실이 있는 대형빌딩이 셧다운 된 경우 계약서 등을 비롯한 우편물 수·발신에 제약이 따르는 관계로 그에 대한 보완전략 마련은 당면과제이다. 아직까지 적지 않은 국내외 업체에서 종이 계약서상의 상호 날인을 고수하려는 입장이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상호 간에 더 큰 업무 지장이나 지연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시급한 환경 개선이나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영미권에서는 수년 전부터 일찌감치 일부 업체에서 실행하고 있긴 하나 아직 보편화 단계는 아니다. 바로 ‘전자서명’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저작권 소유자인 ‘저작권자’와 특정 저작물을 사고자 하는 ‘출판사’가 종이 계약서가 아닌 온라인상의 계약서에 전자서명을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도입될 경우, 우편 수·발신에 따른 시간과 비용발생을 줄일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아직 절차상의 진행방식이 생소하긴 하지만 머지않아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상의 전자서명 외에 한 쪽에서 먼저 종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그것을 스캔하여 전자메일로 발송한 뒤 그것을 재출력하여 서명을 완료한 후 양자서명이 완료된 계약서를 전자메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만일 코로나19가 장기화되거나, 진정된다 하더라도 나중에 그것이 재현되어 오프라인 서점공간이 (장기간) 제한될 경우 종이책 형태 외에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주요 대안 출판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전까지 저작권 수출입 계약 과정에서 종이책 판권 계약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면 앞으로는 통상의 계약서에 이 두 포맷에 대한 판권사용을 포함시키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 시점이 되었다. 영미/유럽에서는 이미 전자책과 오디오북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수년 전부터 보편화되고 있지만 아시아권의 경우 아직 종이책 중심으로, 혹은 종이책 외에 별도의 계약 진행방식을 취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끝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출판시장의 경기는 물론이고 모든 시장의 경기 자체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이제 시작단계이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침체기가 올 수도 있다. 그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가운데 재정 운용과정에서 경색국면이 엿보인다. 시장이 더욱 악화될 경우 인세 지불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고, 선인세 지불 부담으로 신규 판권계약 타이틀 수가 급격히 줄어들 수가 있다. 선인세 지불 시점은 현지 출판사 자체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정책적으로 그것이 컨트롤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판권 수출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와 판권 구매자는 상호 간 탄력적이고 협조적인 긴밀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199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5년간 출판에이전트로 일해오고 있으며, 그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한강의 『채식주의자』,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포함한 수많은 한국문학을 해외로 수출해오고 있으며, 쓴 책으로 『소설 파는 남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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