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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7  202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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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출판 모델이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
플랫폼과 출판사의 공생을 꿈꾸며

 

 

 

김준혁(황금가지 출판사 편집주간)

 

2022. 10.


 

온라인에서 연재된 소설은 도서 출판까지 이어지고 있는가?

 

현재 한국 문학 플랫폼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건 웹소설 연재 방식의 플랫폼들이다. 모두가 익히 잘 아는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인데, 이곳은 개인 휴대기기나 PC 화면 등을 통해 연재되는 웹소설을 읽는 방식으로써, 지난 수 세기 동안 문학 출판의 대세였던 종이책 출판과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소설 연재 플랫폼은 E-Ink 제품을 제외하고는 일정량의 빛을 통해 화면에 글자를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용자는 눈의 피로도와 집중력 저하로 문장을 음미하거나 내용을 복기하는 방식의 읽기를 선호하기 어렵다. 또한 웹소설 플랫폼의 주 이용자가 유튜브 숏츠나 틱톡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소설을 아주 짧은 분량으로 분절하여 연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를 위해 웹소설은 평균적으로 최소 수백 회에 이르는 연재 분량을 갖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장기간 연재에도 독자가 지치지 않도록 회차마다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강렬한 스토리텔링은 물론이거니와 설렁설렁 읽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심플함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웹소설에 서술보다는 대사 위주의 글이 더 많아진 이유이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이러한 구조의 소설은 기존 출판 영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자연스레 웹소설은 출판 소설과 다른 형태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출판 작가를 꿈꾸던 이들이 웹소설이 주목받기 시작한 초창기에 그 수익성에 매료되어 도전했다가 이러한 웹소설의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였고, 대형 웹소설 플랫폼에서 자사 홍보를 위해 기성 출판 인기 작가의 신작을 연재하던 일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그만큼 웹소설 플랫폼이 기존 문학 시장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자생적으로 안정화되었다는 뜻이며, 출판 소설과 웹소설 시장의 간극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여 간혹 큰 인기를 얻은 웹소설이 열성 팬들을 위한 소장용 출판본을 내는 경우를 빼곤, 웹소설이 대중 서적 출판으로 이어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본 원고의 청탁 주제인 ‘오리지널 소설 연재 출판의 성과와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현재의 주류인 웹소설 플랫폼을 기준으로 다루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따라서 문학 플랫폼의 주류인 웹소설 플랫폼 대신, 황금가지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 플랫폼인 브릿G를 본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요청받은 주제를 풀어가면서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음을 먼저 양해드린다.

 

새로운 출판 작가들의 산실이 된 브릿G, 그러나…

 

브릿G 홈페이지 이미지

브릿G 홈페이지 이미지(https://britg.kr/)

 

 

브릿G는 앞서 언급한 대형 웹소설 플랫폼과 달리, 출판 소설 비율이 높은 몇 안 되는 플랫폼 중 하나이다. 2017년 처음 출판 소설을 선보인 후, 그간 15종의 장편소설과 5종의 소설집, 13종의 앤솔러지를 플랫폼을 통해 계약하고 자체 출간하였다. 전자책으로도 10여 종의 장편 및 앤솔러지를 차례로 선보였는데, 하지은, 신서로, 하승민, 이시우, 한켠, 정이담, 해차반, 현이랑, 연여름 등의 작가들이 브릿G를 통해 황금가지에서 단행본을 출간하여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단편집 수록이나 브릿G에서 1년에 3~4회 진행하는 소규모 문학상 등을 통해 출판 작가로 이름을 올린 이들도 백여 명에 이른다. 코코아드림이나 해파랑, 유권조 등 전자책 단행본으로 이름을 먼저 알린 작가들도 있다.

 

근래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천선란, 이경희, 심너울, 황모과, 김이삭, 이산화 등 수십 명의 작가들 또한 브릿G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는데, 브릿G를 통해 작품이 알려졌거나, 혹은 브릿G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출판사와 계약하여 도서를 출판하게 된 경우다. 이렇듯 브릿G가 작가 등용문으로 주목받게 된 건, 매달 올라오는 수백 편의 소설을 내부 편집자들이 하나하나 살펴보고, 양질의 작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브릿G 편집부가 선별해준 덕에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가능성 있는 작가나 작품을 찾아내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브릿G는 한동안 국내 문학 출판, 특히 SF 등 장르 문학 출판 시장에 새로운 작가를 배출해 내는 작가의 보고이자, 출판 서적과 웹소설이 가진 간극을 좁혀나가는 역할을 기대하는 곳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6년이란 운영 과정에서 ‘출판 위주의 플랫폼’이 가진 많은 문제점과 한계점이 드러났다. 그중 대표적인 문제점 두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서적 출판을 원하는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웹상 연재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겠다. 이미 플랫폼에 글을 올려온 작가들이 어째서 웹상 연재를 선호하지 않느냐고. 그러나 작가들 입장에서는 ‘플랫폼 자체에 글을 발표하는 게 목적’이 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서두에 소개한 주요 웹소설 플랫폼(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들의 경우 게시된 글이 자생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에, 작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플랫폼 소설 연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서적 출판이 목표인 작가들이라면, 브릿G라는 플랫폼은 글을 올리는 하나의 공간일 뿐, 출판이라는 궁극의 성과를 이루면 언제든지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곳이 된다. 실제로 브릿G에 글이 올라왔다가 타사와 출판 계약된 많은 작가들이 플랫폼에 올라온 기존 게시 작품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더 이상 작품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일반적인 출판 계약이 독점 계약을 기본으로 하기에 자연스레 게시되었던 플랫폼의 글을 삭제하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출판사나 에이전시의 관리 체계에서 안정적인 글쓰기를 원하는 작가들의 바람이 독점 계약으로 이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작가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곳에 공개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표절이나 아이디어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플랫폼에 올라왔던 작품들이 출판 계약이 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비공개로 전환되거나 삭제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6년간 좋은 작품을 꾸준히 선별하고 출판 계약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했음에도 작품이 비공개로 전환되거나 삭제되면 플랫폼으로선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자체 출판을 통해 유지하려 해도, 한정된 인원과 예산으로 모든 작품과 작가군에게 기회를 줄 수도 없거니와, 대중 출판을 위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선별하다 보면 결국 놓치게 되는 작품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결국 새로운 작품의 발표와 신진 작가의 지속적인 유입 그리고 기존 작가군의 인기 작품이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플랫폼 자체의 동력을 상실케 했다. 이는 곧 독자 유입의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고민과 방안

 

그렇다면 결국 이렇게 문학 출판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활성화될 수 없는 것일까? 이즈음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 투고 플랫폼인 ‘소설가가 되자(小説家になろう)’의 경우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이곳은 근 20년 가까이 운영된 곳으로, 누구나 자신이 집필한 오리지널 소설을 올리면 일반 유저만이 아니라 수많은 출판사들도 공개된 작품을 통해 좋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할 수 있다. 2022년 초를 기준으로 작품만 100만 편, 작가는 200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플랫폼이다. 이곳을 통해 출판 계약된 수많은 소설들이 현재까지 일본 서브컬처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투고뿐만 아니라 구독도 무료인 점이 우리나라 웹소설 플랫폼과의 차이점이다. 재미있는 건, ‘소설가가 되자’는 작가들로서 구독 수익을 바랄 수 없음에도, 출판 등을 이유로 연재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플랫폼과 출판사 간의 일종의 공생 구조가 완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단순히 출판을 위한 독점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연재를 출판 도서의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출판이 될 정도의 양질의 작품을 플랫폼에 묶어둠으로써 이용자 유입을 독려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연재소설이 일정 분량 이상 모여 책으로 출간되면, 연재를 따라 읽던 독자가 그 책을 구매하게 된다.

 

브릿G의 초기 기획 당시, ‘소설가가 되자’의 서비스 방식을 일부 참고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시장 상황이나 플랫폼의 규모 차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접근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 지난 6년 동안 브릿G에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 바로 ‘다른 출판사의 출간 제의를 받은 작가가 기존 글을 삭제하거나 연재를 중단하는 경우, 플랫폼에서 소설을 따라 읽던 독자들도 함께 활동이 중단되는 악순환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였다. 돌이켜 보건대, 플랫폼의 개설 초기 대의가 ‘장르문학의 텃밭(브릿G)을 일구고, 그곳에 씨앗(작가)을 뿌려두면, 농부(출판사)가 수확하게 함으로써 장르문학의 시장을 탄탄하게 만들겠다’였다. 때문에 브릿G 활동 작가들이 여러 출판사와 독점 계약을 진행하는 것을 일부러 방조했는데, 이게 오히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애초에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타 출판사의 직접 접촉을 막고 중간에서 소통해 주는 역할을 하는 한편, 작가들에게 제안해온 타 출판사들에게 ‘소설가가 되자’의 예처럼 공생을 위한 제안을 했다면 어떠했을까? 단순히 플랫폼 안정화와 확장 대신 작가 관리에 더 큰 시간과 인력을 할애함으로써, 플랫폼을 하나의 커다란 작가 에이전시로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말이다.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플랫폼 스스로 고민한 몇 가지 해결 방안과 시도들

 

이렇듯 ‘소설의 연재’ 그리고 ‘출판’으로 이어지는 구조에는 여러 극복해야 할 한계점이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 자체에서 그 한계를 넘어설 만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브릿G에서 시도했던 몇 가지 개선 방안이 참고가 될 듯하다.

 

첫째로, 소규모 문학상을 꾸준히 개최하는 방안이 있었다. 소규모 문학 공모전은 많지 않은 예산으로 특정 장르의 소설을 공모전을 통해 선별하는 과정이다. 작가들에게는 문학상 수상이 출판이란 목적이나 수익성만큼이나 매력적인 요소이다. 소규모 문학 공모전은 작가에게 출판의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플랫폼에 양질의 글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를 거둔다. 더군다나 플랫폼의 구조는 문학 공모전을 개최하고 운영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언제든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활동하는 작가와 이를 보는 독자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얘기했던 구조적 한계 중 ‘목적이 아닌 곳에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는 부분 역시 해결이 가능하다. 문학상이 ‘목적’이 될 수 있는 데다, 공모전 자체도 공개 연재만이 아닌 비공개 파일 응모 방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응모작이 늘어나면, 플랫폼에 게시되는 작품 수도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그간 꾸준히 진행되어 온 소규모 문학 공모전을 통해 조예은(제2회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이희영(제1회 로맨스릴러 공모전 수상) 등 현재 주목을 받는 여러 작가들이 이름을 처음 알리는 성과가 있었으며, 지금껏 30여 회의 공모전을 통해 100편 이상의 작품과 작가들을 대중에 소개해 왔다.

 

둘째로 시도한 건, 출판 전 2차 저작권 판매를 통해 플랫폼의 계약 작품들로부터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안이었다. 추천작이나 계약작 중 출판까지 걸리는 1~2년을 기다리지 못하는 작가들도 많았고, 특히 연재작의 경우는 수익 구조가 부족한 플랫폼에서 완결까지 연재를 독려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영상화나 웹툰화가 가능한 작품으로 다양한 2차 저작권 판촉 활동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낼 경우, 작가에게 작품 집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함은 물론이거니와 적지 않은 판권료 수익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 이를 위해 플랫폼에서 작품들을 선별하여 정리하고, 영상화에 적합한 창작물을 분기별로 영화사들에 홍보한다거나, 부산국제영화제 등 작품 홍보에 필요한 자리에 참석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하였다. 노력의 결실로, 브릿G를 통해 2차 저작권 판매까지 이어진 작품은 10여 편에 이르는 상황이며, 몇몇 주요 제작사들은 브릿G에 검토 전용 아이디를 개설하고 운영진과 긴밀히 교류하며 정기적으로 작품을 직접 검토하고 있다.

 

마치며…

 

브릿G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플랫폼에 올라온 소설을 출판까지 이어주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약 10여 년 전만 해도 일본의 ‘소설가가 되자’처럼 국내 연재 플랫폼들은 대부분 작가들의 무료 연재와 이를 통한 출판 방식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들 플랫폼에 대한 출판계의 외면은 오래 이어져 왔고, 그사이 플랫폼 자체에서 구독 수익을 내는 구조가 성공함으로써, 기존 연재 플랫폼들은 영리적 목적으로 전환하거나, 소규모 비영리 플랫폼으로 축소되었다. 결국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장의 구조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물가 상승과 꾸준히 줄어드는 독서 인구의 압박은, 종이책 출판 시장에서 빛을 보려는 작가들과 출판사들에게서 빠르게 기회를 박탈해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랫폼과 출판사가 공생을 위해 노력하고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시장 개선을 위한 투자를 통해 문학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김준혁

김준혁 황금가지 출판사 편집주간

25년차 편집자이자 브릿G의 기획 및 개발에 참여했다.
wnsgurdl@minum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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