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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  202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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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지닌 따뜻함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길 바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산업계 '코로나19' 지원책 발표

 

 

 

김수영(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2020. 04.


 

재난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사건입니다. 만일에 우리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그래서 이후의 진행에 대해서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의상 재난이 아니겠지요. 재난은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 우리의 안락한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사라집니다. 인류는 재난의 도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려 모든 지식과 수단을 동원해서 노력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하늘의 별이 움직이는 궤적을 오랜 기간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별의 움직임이 불규칙하면 이를 재난의 전조라고 해석했지요. 재난을 뜻하는 영어 단어 disaster는 부정의 의미를 담는 dis라는 말과 별을 뜻하는 라틴어 astrum이 결합되어 만들어졌습니다. 그 말 속에서 우리는 거대한 재난에 맞서는 인류의 초라한, 그러나 어쩌면 매우 영웅적인 저항을 읽습니다.

 

과학적 지식의 발달은 재난의 본성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했고 재난에 조금 더 긴밀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재난의 도래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의학적 지식의 놀라운 진보로 우리가 100세 장수 시대를 노래하고 길게 남은 생애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바이러스 소식이 처음 들려왔을 때 올해 우리 사회를 이토록 깊고 아프게 뒤흔들게 될 줄은 아마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상처는 깊고 앞으로 당분간 이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바이러스의 돌발적 확산으로 책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선 모두들 외출을 자제하면서 서점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확산 양상이 모든 미디어를 뒤덮으면서 책에 대한 관심도 적어지게 되었죠. 이는 도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마련입니다. 여기에 각급 학교들이 개학을 미루면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책의 성수기 중의 하나였던 2월, 3월 신학기가 아무 의미도 없이 공중으로 분해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1월 이후 어려움을 겪는 출판 관련 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여러 통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구체적인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몇 가지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서 시행합니다.

 

우선 교보문고와 협업을 통해 4월 한 달간 누구나 1인당 2종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단순 무료 제공 행사가 아니라 저희가 마련한 예산이 독자 여러분들이 선택해주신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 지급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기술적, 업무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교보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행사를 통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매력을 경험하는 독자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종이책을 선물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했습니다. 저희가 책나눔위원회를 통해 매달 “이 달의 책” 선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여러 전문가들이 고심하면서 선정하는 이 좋은 책들이 지닌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증명하려 합니다. 선물로 보내지는 도서 5,000 권은 이번에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대구 지역의 서점들을 통해서 구입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받고 싶은 선물 후보에서 책이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 추세인데요. 이번에 마련한 이 행사를 통해서 책이 지닌 따뜻함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선물 신청 사연도 받고 또 이를 직접 손글씨로 적어서 책 선물 꾸러미에 같이 보내려 합니다.

 

그리고 “세종도서 선정, 보급 사업”,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전자책 제작지원 사업”, “지역서점 문화 활동 지원”, “도깨비 책방” 등 지원 사업의 예산 집행 시기와 세부 실행 방안을 조정함으로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서 시행하려 합니다. 이 밖에 추가로 가능한 지원책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지원 사업들을 설계하면서 제 마음속에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둘째, 지원의 혜택이 가능하면 여러 당사자들에게 나누어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도서 매출 확대 및 독서율 제고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등입니다. 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집행하고 있는 각종 사업의 틀과 예산은 대개 오래전부터 정해져 온 것으로 갑자기 많은 부분을 변경해서 시행하는 일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애는 썼습니다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갈 길이 더 멀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저희의 작은 움직임이 앞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 물꼬를 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책을,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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