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2019. 01.
왜 지역 출판인가, 지역 출판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김정명(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2019. 01.
최근 2~3년 사이에 ‘지역’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소자고령화(小子高齡化, 아이 출산율은 낮아지고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로 인한 지방 소멸론이 대두되며, 지방분권 시대를 맞이해 ‘지역’이 키워드가 되어 출판계에서도 지역 출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앙을 중심으로 출판시장이 형성되었고, 더불어 발전을 도모하였다. 또한 출판시장의 침체와 독서율 감소 등도 전체적인 출판시장, 즉 중앙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제는 지역의 출판생태계를 생각할 시점이다.
지역 출판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지역출판연대(약칭, 한지연)’1)의 결성부터라고 생각한다. 한지연은 2013년, ‘전국지역문화잡지연대’에서부터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출판잡지인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결성하며 시작되었다. 또한 학계에서는 2014년 한국출판학회 산하 ‘지역출판연구회’가 생기면서 지역 출판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되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지역 출판인들이 그들의 네트워크 필요성을 느껴 결성을 하고, 이제는 전국의 지역 출판에 대한 관심과 지역 문화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17년 제주도에서 제1회 제주지역도서전을, 2018년 제2회 수원지역도서전을 개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지역 출판물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지역 도서전의 개최와 함께 천인독자상2) 시상은 지역 출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진 1 _ 2018 제2회 수원한국지역도서전
왜 지금 지역 출판을 말하는가?
그러면 왜 지금, 출판의 침체기에 ‘지역 출판’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가.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지방분권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역’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도 이제 23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분권에 대해 더욱 힘을 기울이며 지방정부라는 명확한 용어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의 중요성은 정치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출판문화산업에서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길만 교수는 2017년 3월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과 지역 혁신’ 공개 포럼에서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들은 지방 분권을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한국이 2005년 이래 10년 이상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를 극복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를 지역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서 찾고 있으며, 이처럼 지역 문제는 지역사회의 이슈를 넘어서 현대 문명의 새로운 질서 구축 및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문화의 다양성과 지역 문화를 위해서는 지역 출판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출판은 지역 문화를 발신하는 중요한 매개 수단이다. 지역 문화를 기록하고 전승, 전파하는 것이 지역 출판의 역할 중 하나다. 지역에 출판생태계가 없는 지역이 있다면 그곳은 지역 문화가 없는, 또는 머지않아 없어질 곳이 되고 말 것이다. 지역 출판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기록을 담당한다. 2017년 제1회 제주지역도서전에서 천인독자상을 수상한 책은 지역 작가가 쓴 『남강오백리 물길여행』(피플파워)이었다. 지역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콘텐츠이며, “지역 작가와 지역 출판사가 제대로 만난 사례”라며 “지역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는 지역 출판의 진면목을 보여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제2회 수원지역도서전의 천인독자상은 『들꽃, 공단에 피다』(한티재)가 선정되었는데, 지역의 노동문제와 노동자의 현장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이처럼 지역 출판생태계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을 이야기를 지역 출판인이 관심을 갖고 깊이 연구하고 추구해가는 내용을 담아 출판한다. 지역 출판생태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문화 다양성의 보루가 지역 출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역 출판의 발전은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다양성을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지역 출판은 문화의 바탕이 되며 모든 지역의 삶과 문화의 중심을 세우는 것이다. 지역 출판은 꼭 남겨야 할 이야기를 기록해두는 것이 그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낙진 교수(2018)는 지역 출판사들을 ‘지역 문화 지킴이’라고 칭하였다.
셋째, 지역을 살리려면 지역 출판이 중요하다. 소자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의 문제에서 지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지역 문화의 부재는 지방 소멸을 가져온다. 지역에서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일상이 영위될 때 전국이 건강하고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책’을 통해 지역 살리기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이 정보의 발신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역민이 지역 출판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해외 사례는 이미 30년 전부터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UN에서 채택한 지역사회 발전 개념을 보면 정부와 지역주민의 노력이 지역사회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조건을 개선하며 나아가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역 출판의 문제는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제주지역도서전에서 부길만 교수는 수도권에 국한된 상태에서 발전이 가로막혀 있는 한국 출판산업을 지역출판의 활성화를 통하여 확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역출판이 발전해야 한다고 했으며 지역출판을 통해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출판은 지역 문화 및 지역 독서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지역 출판의 발전은 곧 국가의 문화 발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진 2 _ 2018 제2회 수원한국지역도서전
출판시장의 열쇠, 지역 출판
이완수 교수(2013)는 지역 출판은 지역 문화 발전에 핵심적인 요체라 했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 발전뿐 아니라 국가의 문화 발전에 핵심적인 요체라 할 수 있다. 문화를 살리려면 출판문화를 살려야 할 것이며, 그 기초가 되는 단위가 지역 출판생태계가 되는 것이다. 또한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출판생산자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단지 지역 문화의 다양화와 지역 출판문화만을 살리기 위해 지역 출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역 출판이 살아나야 전체 출판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출판시장을 활성화하려면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 출판문화를 육성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몸의 한 군데만 아파도 몸 전체에 문제가 생긴다. 출판도 마찬가지다. 지역 출판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가 전체의 출판시장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혹자는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콘텐츠를 만들라고 한다. 지역 출판도 독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지역 출판사가 모두 상업적인 것만 생산한다면 지역에서 꼭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 문화와 출판은 무너지게 되고, 이것은 곧 우리나라 문화와 출판시장이 무너지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하다는 의미고, 지역이 건강하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역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하다는 뜻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즉 지역의 출판생태계가 건강해야 우리나라 출판생태계가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는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에 집중되고, 서울 중심의 대규모 자본과 시장에 의해 좌우되고 있습니다. 문화가 오로지 산업의 영역 안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일수록 전국 곳곳에서 지역의 삶과 문화를 애써 발굴하고 기록해온 출판물과 정기간행물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역 출판과 지역 문화 잡지의 위기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과 민속, 공동체적 가치와 생태 환경적 삶의 방식 등을 담아내고 계승하는 원천적 힘이 저마다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역의 출판과 문화 잡지들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어야 당대의 한국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귀중한 역사가 되고 후손에게 물려줄 방대한 유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하 생략)” (2017 제주지역도서전 제주 선언문 중에서)
“인류가 존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록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 ‘기록’은 어떤 사람, 어떤 공간에도 차별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삶과 모든 공간은 기록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지닌 가치와 의미를 해석하고 기록하며,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세상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하 생략)” (2018 수원지역도서전 수원 선언문 중에서)
1)‘한국지역출판연대’는 2013년 ‘전국지역문화잡지연대’에서 2015년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로 명칭을 변경하고, 2018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