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독자들이 선택한 책이야기]
서울도서관, 2020년 도서관을 이야기하다
이정수(서울도서관 관장)
2021. 2.
2020년을 이야기할 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표기)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미증유의 시대, 감염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며,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020년은 공공도서관 역시 힘든 한 해였다. 2020년 1월 27일 코로나19 경보 수준이 ‘경계’ 단계에 돌입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응 지침을 마련했고, ‘심각’ 단계로 상향되면서 공공도서관은 휴관에 들어갔다. 서울도서관의 경우 2020년 운영일은 140일로, 예년 운영일 297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예약 대출이나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만 시행한 날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비슷했다. 지식과 사람이 만나는 플랫폼으로서 장소성을 강조하고 사회 안전망을 자처하던 공공도서관들은 유례없는 휴관 장기화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지역 상황에 맞게 도서 대출 예약 서비스 등 대체 서비스를 즉각 시행했다.
작년 3월 조사한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휴관한 전국의 공공도서관 1,141개 관 중 대체 서비스를 운영한 도서관은 871개 관으로 76.9%에 달했다. 대체 서비스는 도서 대출 서비스 885개 관, 디지털도서관 운영 696개 관, 기타 사이버 전시 및 온라인 강의 등 서비스 396개 관으로 조사되었다. 아마 하반기에는 거의 모든 공공도서관이 대체 서비스를 시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휴관 중 비대면 정보서비스로 전환
코로나19는 공공도서관의 비대면 정보서비스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대출회원 가입 방법에 변화가 있었다. 서울도서관은 휴관으로 종이책 대출이 어려운 시민들이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즉각 온라인 회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조치했고, 연이어 서울의 자치구 공공도서관도 시행했다. 또한 타 지역에 거주하며 서울시에서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대출회원이 가입할 수 있도록 회원 가입 범위를 확대했다. 그 결과 2020년 서울도서관 대출회원은 예년 평균 가입 인원 1만 5천여 명을 훨씬 능가한 3만 5천여 명에 이르렀다.
공공도서관의 도서 대출방식도 다양해졌다. 시민이 도서관으로 들어올 수 없자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와 같이 도서관 주차장이나 마당에서 시민들에게 도서를 대출했고, 안심 대출, 내일드림과 같은 브랜드로 시민들을 위한 정보서비스를 멈추지 않았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는 등 수도권의 ‘일시 정지’ 기간에는 시민들의 활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배 대출 서비스도 시행했다. 흔히 개가제 방식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은 시민들이 서가에서 자유롭게 책을 찾아보고, 열람이나 관외 대출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휴관한 도서관의 정보서비스는 사전에 이용자가 대출하고픈 책을 예약하면, 사서들이 책을 찾아 일일이 봉투에 담는 작업을 거쳐 다음날 대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방식이 바뀌었다. 개가제 운영방식에 익숙하던 공공도서관 사서들은 그 옛날 폐가제 운영방식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고, 한 권의 책을 대출한다는 행위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무인 도서 대출·반납 기기인 ‘스마트 도서관’이 진가(?)를 발휘했다. 이 기기는 이용자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도서 대출을 예약하면 도서관 직원이 예약 도서를 기기에 채워놓고 반납한 책을 수거해 오는 것으로, 서울시에는 23개 구 130여 개가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 기기로 대출·반납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서 전담인력이 투입되어야 했고, 기기 고장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도서관 사서들 사이에서는 이름처럼 ‘스마트’하지 않다고 농담이 나오곤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스마트 도서관’을 통해 시민들에게 지식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어 무인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가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스마트 도서관’ 조성 지원예산을 2020년 10억 원에서 2021년 20억 원으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휴관 중인 도서관
지하쳘역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 기기
전자 자료의 부상과 함께 도서 이용행태의 변화 시작
2020년에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이용도 크게 늘었다. 서울도서관의 경우 2019년 이전의 전자책 이용은 10만 점 이내로, 종이책의 25%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종이책은 5만 9,163명이 도서 11만 2,350권을 대출한 반면, 전자책은 8만 5,038명이 19만 4,989점을 이용했다. 전자책을 종이책보다 두 배 가까이 이용한 것이다. 강남구 전자도서관의 경우도 2019년 대비 30% 증가한 18만 점이 넘었고, 마포중앙도서관도 2019년 4만 4천여 점에서 2020년 7만 7천여 점으로 증가했다.
현재 전자책 시장은 공급처에 따라 DRM(Digital Right Management)을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에 복수의 전자책 공급처를 거래하는 공공도서관 이용자는 여러 개의 전자책 뷰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런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쇄도했다. 서울도서관은 2019년 초에 전자책 납품업체 4개 사에 통합 DRM을 적용해 하나의 뷰어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이 전자책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 활동의 제약이 많았던 2020년,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아래 표는 2020년 서울도서관 종이책과 전자책 대출 10위 목록이다. 서울도서관 전자책은 소장형과 구독형으로 구분한다. 소장형은 도서관이 구매하여 컴퓨터 서버에 소장하고 있는 전자책으로 8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 점당 동시 접속자 수가 다섯 명이다. 구독형은 전자책 제공업체로부터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7천여 점을 제공하며, 한 점당 동시 접속자 수는 제한이 없다.
서울도서관 2020년 종이책 대출상위 10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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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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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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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출판사
|
대출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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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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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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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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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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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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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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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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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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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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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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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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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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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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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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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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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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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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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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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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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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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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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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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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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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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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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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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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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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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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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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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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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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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
문학동네
|
39
|
8
|
천년의 질문 2
|
조정래
|
해냄
|
35
|
8
|
아가씨와 밤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
35
|
10
|
천년의 질문 3
|
조정래
|
해냄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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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 2020년 소장형 전자책 대출상위 10위 도서
|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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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저자
|
출판사
|
대출건수
|
1
|
1만 권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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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나미 아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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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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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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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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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림
|
오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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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
3
|
ENJOY 서울 part1 지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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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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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BOOKS
|
162
|
3
|
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
RHK
|
162
|
5
|
who?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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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석
|
다산어린이
|
161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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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조예의) 스타 구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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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탈 라보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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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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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
7
|
(키다리 그림책) 내 빤쓰
|
박종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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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리
|
157
|
8
|
종이달
|
가쿠다 미쓰요
|
예담
|
156
|
9
|
빠르고 간편한 살림법
|
giorni 편집부
|
황금부엉이
|
155
|
9
|
1026
|
김진명
|
새움
|
155
|
서울도서관 2020년 구독형 전자책 대출상위 10위 도서
|
순위
|
서명
|
저자
|
출판사
|
대출건수
|
1
|
아몬드
|
손원평
|
창비
|
1,501
|
2
|
소년이 온다
|
한강
|
창비
|
700
|
3
|
페스트
|
알베르 카뮈
|
열린책들
|
563
|
4
|
불안
|
알랭드 보통
|
은행나무
|
523
|
5
|
피프티 피플
|
정세랑
|
창비
|
501
|
6
|
옥상에서 만나요
|
정세랑
|
창비
|
461
|
7
|
영어잡학사전-단어,어원,일상,문학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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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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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이지톡
|
452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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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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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
은행나무
|
447
|
9
|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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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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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
421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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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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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 장은교, 남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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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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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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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를 살펴보면 종이책 수요가 전자책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소장형 전자책 대출은 실용서와 어린이 도서가 있으나, 종이책과 구독형 전자책은 대부분 문학류의 도서이며, 사회 현상과 관련된 책도 눈에 띈다.
서울도서관은 휴관 기간 중 도서관 시민네트워크위원회를 대상으로 전자책 이용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2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의 반응도 살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년 세대 위원들은 평소 전자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으나 도서관 휴관으로 처음 전자책을 접했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전자책이 생각보다 이용하기 어렵지 않고 거부감이 크지 않다고 답변한 이용자들이 대다수였다. 본격적인 만족도 등의 조사를 시행하지는 않았으나, 전자책 대출 현황이나 위원들의 답변을 볼 때 앞으로 전자책 이용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활용한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
우리는 2020년 상반기 중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섣부른 예측을 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공공도서관은 비대면 서비스를 위해 장비를 설치하고, 콘텐츠를 준비했다. 사서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공부를 해가며, 도서관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SNS 채널에 계정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집콕 도서관, 무관중 온라인 저자특강, 유튜브를 통한 독서프로그램을 제공했고, 휴관 중인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서들이 직접 유튜버가 되기도 했다. 또 물리적으로 모일 수 없는 독서모임은 줌이나 밴드, 카카오 등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도서관 서가에 직접 다가갈 수 없는 독자들에게 사서들은 전자책 큐레이션 목록을 작성해 제공하기도 했다.
굵직한 행사의 비대면 개최도 불가피했다. 한국도서관협회를 비롯해 대한민국 독서대전, 공공도서관 책 축제도 온라인으로 열렸다. 당초 전라북도 군산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전국도서관대회는 사상 최초로 비대면대회로 진행됐다. 세미나 발표주제도 코로나19 시대 도서관의 역할, 공간, 전자책 및 운영방향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였다. 제주도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독서대전 역시 비대면으로 행사를 축소했으며, 서울도서관의 ‘지식이음축제’를 비롯한 공공도서관 책 축제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공공도서관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독자들은 공간을 초월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제한적이나마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공공도서관 현장의 사서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디지털기기와 매체를 익히고 활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각 도서관에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기 및 시설 등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함에 따라 예산, 인력 등 규모와 역량의 차이가 서비스 제공의 차이로 직결되기도 했다. 또한 이용 측면에서도 디지털기기 및 매체 활용법이 미숙한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어 정보의 격차 발생이 불가피하다. 2021년 코로나19 장기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도서관 축제
서울시민청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점인대회
도서관과 출판‧서점이 함께 상생의 길 모색
2020년(2019년 실적) 공공도서관 통계조사를 보면 공공도서관 한 관당 평균 도서구입비는 7,210여만 원이며, 소장 장서 증가율은 1.4%이다. 한해 6만 5천여 종의 책이 발간되는 데 비해 공공도서관 한 관의 연평균 도서 구입은 1만 종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도서관은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상태에서도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해 지역서점 활성화에 기여했다. 서울도서관은 매년 자치구 및 교육청 공공도서관에 운영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보조금의 70%를 지역서점 공공구매로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2020년 도서정가제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을 때도 공공도서관은 일제히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등 책문화생태계의 상생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서울도서관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시 지역서점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4월부터 125개 지역서점에 1백만 원씩 지원했고, 카카오와 협업하여 ‘30일 랜선독서회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서점지기가 운영하는 랜선독서회에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전국에서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지방에서 서울 지역서점에 책을 주문하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또 하나의 경험이었다. 서울도서관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3/4분기 3차 추경에 5억을 편성해 출판사와 지역서점 각 101개소에서 도서 126종, 3만여 권을 구입했다. 지역서점 당 445만 원 상당의 도서를 구입함으로써 매출이 미미한 출판사와 서점에 도움을 주었다. 구입한 도서는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독서환경 취약계층 시설 100개소에 보급했다. 아울러 ‘서울형 책방’ 150개소를 선정해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함으로써 홍보와 판매를 도왔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도서관 정책과 역할 고민
비대면 사회는 물리적 접촉이 위축된 세계에서 원격 소통이 지배적인 사회이다. 기술 격차와 문맹, 플랫폼 노동, 탈진실과 가짜뉴스, 알고리즘의 일상통제 그리고 정보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촉발하면서 사회 전반에 기술예속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비대면 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은 고유의 정보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정보인권 및 격차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작년 9월에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과 도서관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도서관이 직면한 새로운 시도와 변화의 모습을 현장과 학계가 모여 토론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서관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도서관은 새로운 규범이 적용되는 도서관으로 ‘온라인’과 ‘비대면’ 기술을 활용해서 풍부한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안전’한 도서관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명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를 분별하고, 적절한 정책과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도서관이 앞장섰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0년 3월 16일부터 코로나19와 관련된 디지털 정보자원을 수집해 기록으로 남기는 재난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코로나19의 발생부터 감염 확산,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과 활동, 의학과 과학, 경제적 양상 등을 다룬 정부기관과 관련 기관 및 단체의 인터넷 웹 사이트와 웹 문서, 동영상과 이미지가 수집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재난 아카이브 자료는 각종 재난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책 및 연구자료로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도서관도 소장 도서 700만 권의 DB 사업을 진행했으며, 국립중앙도서관의 러시아대통령도서관 디지털 소장 자료 87만 건 활용 협약 등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준비에 들어갔다.
2020년 코로나19와 함께한 도서관계는 기존 대면 서비스의 비대면화, 온라인 기반 서비스 개발 및 활성화로 정리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서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유발 하라리는 “푹풍은 지나가고 우리는 살아남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세계가 오더라도, 수천 년이 흘러도 도서관의 ‘장서’와 ‘장소’의 근본이 흔들리지 않았듯이 우리는 도서관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정보서비스 제공 채널의 다양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