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Vol.39  2022.12.

게시물 상세

 

[지식 교양 콘텐츠를 판매하는 새로운 모델]
지식이 되는 습관,
‘북모닝’은 어떻게 15년을 이어왔을까?

 

 

 

이석우(교보문고 북모닝 사업 총괄 담당)

 

2022. 12.


 

불편한 사명감

 

필자는 최근 강의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책 읽는 습관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뿐만 아니라 독서 습관이 생애 동안 지식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는 등의 설명을 꼭 전한다. 설득을 위해 다양한 뇌과학적인 근거를 대고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마스크를 써도 감출 수 없이 턱관절이 떨어질 듯 하품을 하는 청중들의 실루엣을 목격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한국 성인 100명 중 59명이 1년에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100명 중 53명은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독서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독서를 하는 사람도 종합 독서량은 4.5권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곧잘 수다를 떠는데, 이때마다 분위기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해지며 토크는 제 갈 길을 잃고 만다.

 

그렇다 필자는 독서 전도사다. 아니 사실 누구 말마따나 독서 엄마다. 이 글은 이런 필자의 불편한 사명감으로 독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동안 여러분의 턱관절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북모닝 메인 화면

북모닝 메인 화면

 

 

교보문고의 북모닝은 2007년에 만들어졌다. 직장인과 리더를 위해 매일 양서를 한 권씩 추천하고 서평을 무료로 제공하는 콘셉트였다. 이를 위해 북모닝을 담당했던 동료들은 교보문고에 입고되는 모든 책 데이터를 뒤지고,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강남점의 구석구석 양서를 찾아다니며 서평을 썼다. 그러던 중 필자는 2010년에 교보문고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속으로 북모닝 서비스를 맡게 되었다. 필자는 다시금 그 독특하고 진지한 사명감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과거 TV가 보급될 때, 독서가 이제 끝이라고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지. 스마트폰이 대수라고.’

 

그런데 왜 브랜드 이름이 ‘북모닝’이었을까? 인수인계를 해주는 동료에게 물었다. 동료는 이렇게 설명했다.

 

“북모닝이 만들어진 2007년 당시, 『아침형인간』, 『아침 30분』 같은 도서가 대유행하여, 리더들은 눈을 비비며 새벽 조찬회에 참여하고 운동도 하는 그런 시기였어요. 『아침 30분』의 저자 다카시마 데쓰지에 따르면, 밤새 차가워진 지면에 아침 햇살이 내리쬐어 따뜻해지면 이슬이 생기고, 이것이 증발하여 음이온을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아침 공기가 유달리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음이온이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산소 음이온의 경우 인체의 혈액 정화, 세포 재생 능력 향상과 자율 신경 조절 작용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또한 아침에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왕성해요. 인간은 살면서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데,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해요. 코르티솔이 아침에 가장 많이 체내에 분비되는 까닭에, 아침이야말로 하루 중 가장 기분이 고양되며...” - 심*희 연구원

 

“아 그러니깐 아침 독서가 하루 중 가장 효과적이라는 거죠?” 필자는 하품을 참으며 설명에 끼어들었다. 그렇다. 일반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대라고 여겨지는 일과 후 저녁 시간이 아닌, 분주한 아침에 굳이 공부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러한 아침의 특징을 독서에 접목해 “북모닝(Book+morning)”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비겁한 변명

 

필자는 인수인계를 받은 후 국내 독서 시장을 분석해 나갔고 2010년에는 독서 실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1인당 독서량이 전년 대비 3.7권이 늘어난 15.5권으로, 오히려 스마트폰의 독서 앱이나 전자책 독서로 독서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했던 대로 스마트폰은 독서의 독이 아니라 선이 되었다 자부했다.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독서량에 맞게 북모닝을 유료 사업 모형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사업을 기획하던 중 필자의 독서 습관에 문제가 생겼다. 2010년 구입한 팬택의 베가 스마트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앵그리버드 게임을 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증가했다. 2010년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14%였는데 2년 만인 2012년엔 67.7%로 세계 1위가 되었다. TV의 출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는 독서율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으니 북모닝은 도서 추천 방식이 아닌 도서에 관심을 높이는 방식으로 서비스 콘셉트에 변화를 주었다. 이것은 범람하는 미디어와 경쟁하여 책을 읽을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켈러의 학습동기모형인 ARCS(Attention, Relevance, Confidence, Satisfaction) 중 Attention 즉, 주의 집중에 방점을 둔 콘텐츠 설계로 도서 홍보가 아닌 5분 안에 지식과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나갔다. 그리고 슬로건은 매일 책 속의 지식을 얻는 ‘지식이 되는 습관’으로 결정했다.

 

2013년 6월 어느 날, 개선된 모형으로 북모닝의 유료 구독 서비스 론칭 보고를 했다. 도서의 핵심을 담은 지식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보고 매월 종이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 모형이었다. 고지식한 필자의 독서관이 거부할 수 없는 디지털 물결에 두 손을 들었다고나 할까? 결국 사업 추진 최종 승인을 받았다.

 

북모닝CEO 캠페인

북모닝CEO 캠페인

 

 

 

북모닝의 탄생과 위기

 

북모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서의 시간을 정해준다는 데 있다. 하루 일과 중에 ‘독서는 아침에 하는 거다!’라고 힘껏 외쳐주는 것이다. 이 브랜드의 모토를 유지한 채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 설계를 다음과 같이 마쳤다.

 

매월 도서 1권 + 영상 콘텐츠 무제한 열람 + 연 8회 강의 제공

 

그리고 2013년 12월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방식으로 지식 습관을 얻을 수 있는 북모닝 서비스를 오픈했다.

 

도서

우선 매월 수시로 이루어지는 도서 선정 회의와 북멘토 분들의 추천으로 최종 10권을 선정한다. 고객은 이 중 한 권을 선택해서 받아 볼 수 있다. 교보문고의 물류 시스템을 통해 신청 후 1~3일이면 책을 받아 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

 

독후 서비스

책이 무사히 배송되면 서비스는 끝일까? 북모닝은 독자가 어떻게 책을 읽고 통찰을 얻을지에 깊은 관심이 있다. 이를 위해 앱을 통해 독서 스케줄에 따라 책속한줄, 퀴즈, 토론 주제를 던져, 단순 독서 이상의 지적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름하여 독후 서비스이다.

 

콘텐츠

개편의 핵심은 영상 콘텐츠이다. 깊이 있는 지식은 종이책으로, 짧은 시간 짧은 호흡의 지식은 책 기반 영상 콘텐츠로! 북모닝 유료 회원 가입을 하면 NFT, 웹3.0, 데이터 리터러시 등 약 3,700여 편의 지식 영상을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다. 특히 『트렌드 코리아 2023』을 12차시로 단독 개발하여 김난도 교수와 공저자 전미영, 최지혜, 이수진 교수의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영상 콘텐츠로 볼 수 있다.

 

강의

북모닝은 한 책을 최소 200~500명 이상이 함께 읽는 독서 클럽이다. 독서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북클럽은 사회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북클럽을 통해 타인의 지식과 정신세계를 경험하고 낯선 생각을 잉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모닝은 연 8회 이상 강연 및 토론회를 열었다. 팬데믹으로 중단되었으나 2023년부터 재개 예정이다.

 

독서 전도사의 희망

 

야심차게 오픈한 북모닝은 과연 순조로웠을까? 오픈한 지 90일 만에 1,500명을 모으고 현재 누적 20만 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하지만 오늘의 아침 시간은 전날 늦게까지 본 OTT나 유튜브로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아침 독서의 필요성은 정겹지만 듣기 싫은 엄마의 잔소리 같은 게 되었으니 북모닝도 폐지될 위기를 숱하게 겪었다.

 

그리고 북모닝은 올해 15주년이 되었다. 필자와 한 배를 탄 팀원들의 집념과 고객들의 관심으로 마침내 15살을 버텨내게 된 것. 고객 입장에서는 아직도 앱 개선 등 많은 아쉬운 부분이 있겠으나 여전히 이 서비스는 독서 문화를 지켜내고 전파하는 가치 있는 서비스라 자부한다. 필자는 독서 전도사로 시대에 맞는 독서와 서비스 모형을 연구하여 2023년은 북모닝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또 다시 독특한 사명감을 불태우고 있다. 독서 전도사로서의 마지막 희망은 ‘북모닝이 나보다 오래 사는 것’이다.

 

이석우

이석우 교보문고 북모닝 사업 총괄 담당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HRD를 공부하고 교보문고에서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belcanto@kyobobook.co.kr

 

커버스토리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