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7 2022. 10.
[플랫폼 출판 모델이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
김키미(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2022. 10.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 『젊은 ADHD의 슬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공통점을 아는가? 세 책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브런치 작가의 책이라는 것.
브런치에서 탄생한 베스트셀러 작품
이제 서점에서 브런치를 통해 발굴된 작품을 만나는 일은 흔해졌고,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15년 6월, 카카오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상에 감동과 영감을 주는 데 기여한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를 공개했다. 클로즈 베타 당시 작가 수 100명에 불과했던 브런치는 어떻게 몇 년 사이에 ‘베스트셀러 제조기’가 되었을까? 그 비결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있다.
출간을 꿈꾸는 작가들의 축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수많은 원작 브런치북 중에서 원석을 발굴하여 세상에 알리는 출판 공모전이다. 이를 통해 매해 10인의 새로운 작가가 탄생한다. 대상 수상 작가 10인에게는 각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고, 작가는 출판사와 계약하여 원작 브런치북을 바탕으로 쓴 책을 출간한다.
많은 이들이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내봤으면’ 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실제로 그 꿈을 이루는 이는 매우 소수이다. 재능 여부를 떠나, 글쓰기는 실로 많은 시간과 공이 드는 창작 노동이므로 자기 의지만으로 뚝딱 결과물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브런치는 공모전이라는 형태로 작가들에게 확실한 동기를 제공한다. 응모하기만 하면 국내 유수의 출판사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는 보장된 기회. 운이 따르면 ‘브런치북 대상’이라는 명예를 거머쥐고 출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그 기회와 희망을 붙잡기 위하여 응모작을 완성시키도록 이끌어주는 마감일. 브런치 작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동기가 출간의 꿈을 향해 달리는 힘의 근원이 된다.
매해 열리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브런치 작가들은 9월경 공개되는 응모 일정을 확인하고 마감일에 맞춰 집필 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하다. 예비 출간 작가들에게 마감은 고된 숙제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이에 정지음 작가(『젊은 ADHD의 슬픔』 저자, 브런치북 8회 대상)는 ‘숙제라기보다 축제이니까’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수상 가능성을 점치지 않고 ‘자신에게로의 완전한 몰입’으로 그저 쓰기만 했을 때 가장 즐거웠다고 말한다. ‘마감일까지 최대한 많은 글을 써 보자’라고 했던 그의 다짐은 글쓰기를 즐기는 마음이 담긴 오롯한 축제의 경험이었던 것이다.
제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프로모션 페이지(2015년 9월)
작가 스스로 기획하고 완성한 작품, 브런치북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 수 있다. 응모를 위해서는 ‘브런치북’이라는 형태로 작품을 발간해야 한다. 브런치북을 만들려면 우선 작가 스스로 작품을 기획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획에 따라 특정 주제나 콘셉트에 맞춰 10~30편의 글을 쓰고, 글의 목차를 정리하고, 작품의 제목을 정하고, 추천 독자를 설정하고, 독자에게 보여주는 짧은 소개 글과 표지 이미지를 등록하면 브런치북이 완성된다.
브런치는 고유한 브런치북 제작 형식을 통해 작가에게 책 한 권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으로 작가로서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지 한 편의 글을 잘 쓰려는 노력을 뛰어넘어, 기획력까지 갖춘 한 권의 작품을 구상하면서 창작자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회다. 브런치의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통과한 검증된 작가들이 형식을 갖춰 기획한 콘텐츠가 가득한 공간. 매력적인 소재와 능력 있는 저자를 찾아 헤매는 출판사에게 브런치북은 가능성의 보고(寶庫)다. 좋은 콘셉트를 가진 작품을 발굴할 수 있다는 이점은 물론, 일정량의 원고가 준비되어 있는 작가와 소통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안정성과 유연함을 동시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편집자 서선행
역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심사위원 출판사들 또한 ‘신인 작가 발굴’을 가장 기대하며 참여 결정을 했다. 그리고 ‘수천 개의 응모작을 검토하는 데 드는 엄청난 에너지를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라고 회고하며 기대한 성과를 이루었음에 만족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브런치 작가
과거 우리가 접했던 ‘작가’는 대단한 지식인이거나 특별한 유명인이 많았다. 따라서 독자는 책에 담긴 이상과 내가 살아가는 일상을 하나의 세계로 보기가 다소 어려웠다. 그러나 브런치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세계는 다르다. 대단한 지식이나 특별한 경험을 풀어내더라도 충고하거나 조언하듯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나보다 조금 더 아는 사람, 나보다 먼저 해본 사람’의 경험을 공유받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묵묵히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줄 뿐이다.
브런치 작가 고수리(출처: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 29쪽, 구선아 지음, 천년의상상)
2022년 3분기 기준, 브런치에는 5만 6천여 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주제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그중에는 글로 먹고사는 전업 작가도 있지만 글쓰기 외 본업을 가진 작가가 대부분이다. 기획자, 프리랜서, 디자이너, 마케터, 학생, 칼럼니스트, CEO 등 60여 가지의 직업인들이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위대한 이야기를 짓는다. 그리하여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증명하듯 가장 보편적인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젊은 ADHD의 슬픔』, 『콜센터의 말』 편집자 김세영
서점보다 1년 빠른 이슈 라이징, 브런치 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마감일 이후 브런치팀은 응모작 데이터를 집계하여 트렌드 키워드를 파악한다. 전년에 비해 금년 눈에 띄게 생산량이 증가한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함으로써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와 브런치 작가들의 성장 동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2019년(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신혼여행, 시어머니, 이혼 등 가족 관련 키워드와 라이프 콘텐츠가 강세였다. 매해 상위권에 랭크되는 ‘여행’ 키워드도 세계일주, 산티아고, 오로라 등의 키워드로 세분화되며 작가들이 기존보다 명확한 콘셉트를 가진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는 양상이 드러났다. 앞서 말한 ‘브런치북 만들기’ 기능을 오픈한 이듬해였으므로 기획 의도대로 작가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여행’ 키워드가 대폭 줄었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는 ‘코로나' 관련 키워드(마스크, 재택근무, 거리두기 등)와 ‘경제’ 관련 키워드(재테크, 주식, 부동산 등)가 급상승했다. 또한 정신과, 공황장애, 심리치료 등 ‘심리’ 관련 키워드의 증가도 사회 현상의 반영으로 해석되었다.
팬데믹으로 침체되었던 분위기를 딛고 2021년(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은 ‘자기계발, 자기관리, 동기부여’ 주제의 브런치북이 대거 태어났다. 전년 66위였던 ‘자기계발’ 키워드가 6위로 껑충 올랐다. 또한 논픽션 산문 작품이 주를 이루었던 기존 동향을 벗어나 ‘소설’ 작품도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브런치 작가의 창작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브런치북은 작가 스스로 기획한 작품이므로 시의성을 담기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작가가 집필을 마친 후에 편집, 디자인, 인쇄 등의 제작 기간이 필요한 종이책과 비교하면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시대를 앞서는 작품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들의 관심사는 평범한 ‘요즘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를 담고 있으며, 이는 대중의 정서와도 연결된다. 그리고 관심사가 모였을 때 그것은 트렌드로 읽힌다. 브런치에서 발굴된 작품이 시대의 통찰을 담은 베스트셀러로 재탄생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요즘 독자들에게 가닿는 시도, 브런치북의 확장
지난해부터 브런치는 세 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브런치북에서 발견한 가능성을 널리 증명했다. 밀리의서재와 함께 한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윌라와 함께 한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클래스101과 함께 한 ‘브런치북 AI 클래스 프로젝트’가 그것. ‘브런치북이 종이책으로 출간된다’는 공식을 깨고 2차 저작물의 포맷을 다양화하는 시도였다.
전자책, 오디오북, 온라인 클래스로 재탄생한 브런치북
각 프로젝트의 수상작은 20개의 전자책, 20개의 오디오북, 8개의 온라인 클래스로 태어났다. 이후 같은 작품이 다른 형식인 종이책이나 오디오북으로도 옷을 갈아입으며 더 많은 독자에게 닿았다. 밀리 오리지널 전자책으로 나온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종이책이 되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오디오 드라마까지 출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로써 독자들은 원작 브런치북 바탕의 작품을 읽고, 듣고, 보는 감각으로 독서가 가능해졌다. 물성 있는 책으로 만지며 독서하고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독서했다. 종이책에 국한하지 않고 독서의 범위를 넓게 인식하고 있는 요즘 세대 독자들에게까지 널리 브런치북이 스며들었다. 작가들에게는 글에서 시작되는 창작 활동의 무대가 넓어진 셈. 작가들이 보다 넓은 영역으로 진출하여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브런치의 새로운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축제를 더 축제답게,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2015년 제1회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는 연 2회씩, 2018년부터는 프로세스를 정비하여 연 1회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지난 9번의 축제보다 훨씬 더 특별한 축제의 장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런치팀은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수상자 수를 대폭 늘렸다. 대상 10명과 특별상 40명, 총 50명의 새로운 작가를 맞이할 예정이다.
단 10곳의 출판사에서만 응모작을 심사하고 출간했던 지난 회차와는 달리, 무려 50곳의 출판사가 참여한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심사’란 각 출판사가 출간하고 싶은 단 하나의 작품을 고르는 과정이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각 출판사에 있다. 그러므로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가장 가능성 있는 작품을 고른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묘미라 할 수 있다.
구독자 수 3명이었던 작가의 작품이 눈 밝은 편집자에 의해 발견되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 심사에서 5번이나 떨어졌던 작가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같은 작품으로 지난해 응모했을 때는 떨어졌다가 올해 수상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올해는 기회의 문이 50개로 늘어났으니 수상 가능성 또한 늘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키워드가 눈에 띌지, 또 얼마나 위대한 이야기가 발굴될지 브런치팀은 여느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수상자에게는 뜨거운 축하를, 이번에는 수상하지 못 하지만 자신의 빛나는 작품을 보여준 미래의 예비 수상자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로 또다른 베스트셀러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프로젝트 일정 -
응모 기간: 2022년 8월 29일(월)~10월 23일(일)
-
수상자 발표: 2022년 12월 14일(수)
참여 출판사 -
대상 출판사(10곳): 21세기북스, 길벗, 문학동네, 민음사, 시공사, 시원북스, 알에이치코리아, 웅진지식하우스, 한빛미디어, 흐름출판
-
특별상 출판사(40곳): 가갸날, 가쎄, 가연, 계수나무, 고래뱃속, 굿인포메이션, 그래도봄, 글라이더, 나무발전소, 눌와, 느린서재, 두리반, 마음책방, 선스토리, 섬앤섬, 소야, 솔과학, 안녕로빈, 에이치비 프레스, 역사비평사, 오르골, 우리교육, 이매진, 이숲, 이유출판, 인문공간, 인문산책, 인문엠앤비, 자유의 길, 정은문고, 정한책방, 책내음, 초록비책공방, 파라북스, 포르체, 푸른향기, 한그루, 해솔, 행복한책읽기, 행성B
참고 링크 -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https://brunch.co.kr/brunchbookproject/10
-
브런치 작가 신청 안내: https://brunch.co.kr/@brunch/2
김키미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회사에서는 브런치를 브랜딩하고 회사 밖에서는 스스로를 브랜딩한다. 일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썼고, 밖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일에 적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