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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0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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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민독서실태조사가 말해주는 것]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와 아이들 독서교육

 

 

 

김은하(책과교육연구소 대표)

 

2022. 3.


 

오해와 착각부터 풀고 시작하자. 매번 국민독서실태조사의 결과를 다루는 방법과 태도에는 묘한 기시감이 있다. 기사를 읽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다. “독서율 하락”, “독서율 또 떨어져”. 사설을 읽지 않아도 제목을 뽑을 수 있다. “읽지 않는 국민이 문제다.” 아직 설문지도 설계하지 않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도 예상을 많이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표본에 뻔히 보이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60대 이상의 표본 비율은 이미 28.7%지만 몇 년 후면 1/3을 훌쩍 넘어선다. 모집단에 고령 인구가 늘어 표본을 점점 크게 차지하면, 한동안 독서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20대나 30대가 아무리 더 읽어도 이들의 인구 비율이 계속 낮아지기에, 표본의 평균을 높이기에 역부족이다. 평균 독서율로 긍·부정을 결정한다면, 진 게임이다. 부정적인 뉴스만 남았다. 오해는 이렇게 ‘평균’으로만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독서율이 평균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누가, 왜, 어떤 하강 곡선을 갖는가이다. 평균적으로 하락한다고 하니, 기성세대가 이 원인을 요즘 아이들과 청년들 때문으로 돌린다. 잘못된 착각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학생들이 읽지 않는다고 믿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번 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났지만, 한국은 나이 든 사람이 읽지 않는 나라다. 한국만 그러냐고? OECD 국가 중에는 확실히 그렇다. 유독 한국만 그렇게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독서율 차이가 크다. 따라서 이 둘 간의 문해력 격차도 가장 크다. 성인에 비하면 학생들의 독서율은 지난 조사와 거의 비슷했다.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학교 출석일 수와 도서관의 잦은 휴관에도 불구하고, 연간종합독서율이 0.7%p 하락한 수준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보기 어렵다. 성인의 8.2%p 하락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선방했다.

 

지난 27년간의 추이를 봐도 그렇다. 그사이 성인의 독서율은 반토막으로 곤두박질했지만, 학생의 독서율 하락은 -6%p로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읽지 않는 부모 세대가 아이들에게 읽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있는 셈이다. 40대 이상 성인의 독서는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서기에 별도의 지면이 필요하지만, 학생의 부모가 이들이고 가정의 독서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부모의 독서경험이 학생의 독서교육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학교독서교육의 개선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뒤에서 정리할 것이다.

 

평균으로 인한 두 번째 문제는 매우 상이한 특성을 가진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이 ‘학생’이라는 덩어리로 파악되기에 생겨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읽기 양상은 매우 다른데, 학생 평균의 결과로 뭉쳐놓으면 특성을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은 평균 66.6권, 중학생은 23.5권, 고등학생은 12.6권을 읽었다. 학생의 종합독서율을 묻는 〈문6〉에 대한 기본통계표 406쪽을 재구성해서 살펴보면, 연간종합독서량이 21권 이상인 사례수 1,192명의 약 57%가 초등학생(682명)이고, 반대로 0권인 사례수 283명의 절반인 148명은 고등학생이다. 따라서 다독자의 특성은 초등학생의 응답이 과대 반영되고, 비독자의 특성은 고등학생의 응답이 과대 반영된다. 가장 많은 사례수를 차지하는 독서량 1~5권의 경우 약 80%가 청소년이라서, 이 범주에 해당되는 초등학생의 응답이 묻힌다. 특히 독서량이 적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읽기 특성을 알아보는 건 매우 중요한데, 이 시기는 독서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는 결정적 시기로 이후 청소년기의 독서빈도와 독서량 감소로 곧장 연결되기 때문이다.

 

독서량처럼 학교급별로 수치가 크게 벌어질 경우, 평균에서 함의를 얻기 어렵다. 국민독서실태조사는 2년마다 반복되기에 추이를 볼 수 있는 귀하고 고마운 자료인데, 독서교육 현장에 더 도움이 되려면 학교급, 성별, 특정 집단마다 독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연구진이 통계적으로 분석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독서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가운데, 어떤 요인이 특정 집단의 독서습관에 가장 큰 변인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잘 읽지 않는 여자 고등학생에게 독서동아리가 효과적인지, 읽기가 싫다고 응답한 남자 중학생들은 어떤 장르의 책을 선호하는지 등 다양한 변인에 대한 교차분석을 제공해야 한다. 이 문제는 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만으로는 읽지 않는 20대 남성의 특성이나 자주 읽는 60대 여성의 특성을 알 수가 없다. 변수들이 모두 조사되고 있는데 분석되지 않고 기본통계표에서도 구할 수 없다. 보고서에서 매번 아쉬운 점이다.

 

비슷한 문제가 학교의 독서교육 현장에서도 벌어진다. 학생의 독서실태를 한 덩어리의 평균으로만 바라보면, 아이들의 차이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역교육청, 단위학교가 만드는 하향식 독서교육 정책이 그런 경우가 많다. 교육청에서 정하고 학교로 내리거나, 학교 관리자가 교사에게 전달하는 독서 캠페인들이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학생들의 독서습관, 문해력, 독서동기, 도서 접근성, 관심 주제나 활동이 다르고, 교사의 준비나 열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생의 개별성과 차이를 고려한 학교독서교육은 성공을 거둔 일이 많았다. 교사모임에서 ‘아이들의 읽기 수준과 관심에 맞게’ 추려낸 추천도서나 독서 수업, 자율 독서동아리 활동은 현장의 반응이 높다. 이런 실천들은 오히려 상향식으로 올라가 핵심적인 독서교육정책을 만들어 왔다.

 

이번 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가 통계청에 탑재되지 않아 변인들의 상호관계를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주목할 만한 결과를 살펴보고 학교독서교육에 주는 제안점을 찾아본다. 결과를 보면 과거의 조사들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던 현상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로 인해 특별히 나타난 혹은 가속화된 현상도 있다.

 

첫째, 책을 읽는 환경으로써 가정이 학생들에게 더 중요해졌다. 과거의 조사에서도 초등학생에게 매우 강력한 요인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초·중·고등학생 관계없이 중요도가 높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의 공부, 휴식, 여가,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이 주로 가정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집은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독보적인 장소 1순위다. 55.4%로 2019년 대비 무려 9%p 급증했다. 독서 공간이 집이라는 점은 단순히 읽는 자리로서의 물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의 선택부터 읽기까지의 전 과정이 가정의 상황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아이는 학교도서관이나 학급문고에 꽂힌 책보다 집에서 구할 수 있는 책에서 읽을거리를 고르게 된다. 읽자고 권유하거나,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하거나, 책을 쉽게 구해주거나, 함께 읽거나, 읽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집에서 구해야 한다. 중·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에게서 부모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초등학생은 독서의 계기 1순위가 ‘부모님이 권해서’였다. ‘스스로 읽고 싶어서’가 압도적인 1위인 중·고등학생과 매우 다른 양상이다. 특히 초등 남학생은 책 추천의 1순위도 ‘스스로가’ 아니라 ‘부모’였다. 부모 세대가 독서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고 규칙적으로 읽으며 독서 모델이 될 필요성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절실해졌다.

 

조사에서 발견되었듯 아이들은 자신에게만 억지로 읽으라고 한다는 부모의 강압적인 독서교육에 가장 반감을 가졌다. 스스로 읽지 않는 성인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독서교육 선택지라곤 “읽으라”는 말밖에 없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어떻게 찾는지, 함께 읽기는 어떻게 할지 도움 받을 학부모 연수가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 초등 학부모 독서교육 연수가 저학년 부모들을 대상으로, 특히 그림책과 책 읽어주기를 주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본격적으로 줄글을 읽는 초등 고학년 학부모를 타깃으로 하는 연수가 필요하다. 자녀의 독서교육뿐 아니라 부모 세대 자신의 독서를 위한 연수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둘째, 전자책 독서경험이 학생들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전자책의 독서율이 높아지는 추이가 코로나로 더 강화되었다. 비율이 높아진 점 못지않게 주목할 만한 점은 독자층의 연령대이다. 연령대가 낮아졌다. 전자책 독서율은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늘어나는 경향인데, 이번 조사에는 이례적으로 중학생의 전자책 독서율이 30.6%에서 50.9%로 급증했다. 초등학생도 8.1%p나 상승했다. 전자책 독서율은 초등학생 48.9%, 중학생 50.9%, 고등학생 47.4%로, 학생의 절반은 전자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성인은 20대 청년층을 제외하고는 과거의 상승률과 비슷했다. 학생들의 전자책 독서율 급증은 학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코로나로 수차례 개학이 미뤄졌을 때,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은 발 빠르게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에서 발급받은 DLS(Digital Library System, 디지털자료실지원센터) 아이디로 전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출판사들도 전자책과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해서 수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전자책 구독서비스도 아동과 청소년 도서 콘텐츠를 강화했다. ‘ZOOM’과 같은 화상회의 도구와 화면의 문자에 익숙해지듯, 지난 2년 동안 학생들과 교사들은 전자책을 빌리고 읽는 것에 심리적 저항이 낮아졌다. 코로나로 촉발된 이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도서관은 이제까지 종이책을 중심으로 수서를 해왔는데, 화상 수업을 계기로 전자도서의 수서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인기 있는 도서의 경우, 일반도서관의 전자책은 예약이 차고 대기가 길어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자도서관은 학교 안의 학생에게 서비스를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의 한 학기 한 책 읽기 수업이나 학생 독서동아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5~30권의 도서가 한꺼번에 필요하다. 이처럼 학교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과 달리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도서를 마련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종이책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전자책을 검색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기존의 도서관 활용 수업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생들이 책을 더 가까이하기 위해 학교에 바라는 점은 1위가 좋은 책 소개와 정보, 2위가 학급문고의 확대, 3위가 학교도서관 이용 편리성이었다. 1~3위가 모두 ‘독서 전’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조사에서도 반복되는 1순위 결과가 책의 소개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의 읽기 수준과 관심에 맞게 개별화된 책 추천을 할 수 있으려면, 그들이 어린이 청소년 도서를 매년 최소 5권은 읽어야 한다. 교사들 가운데 학습자의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성인 책, 수준 높은 고전 작품들로 추천도서 목록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이 하나의 균질적인 집단이 아니기에, 무조건 통하는 한 권의 책은 없다. 아이들은 또래의 현재 삶을 다룬 최근의 책에 가장 반응이 좋다. 불과 5년 전에 호응이 좋았던 책이 지금은 심드렁한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읽는 소모임이나 교사연수를 통해, 추천 목록을 매년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안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청소년의 경우, 2020 청소년 책의 해를 계기로, 청소년 책 추천 사이트 북틴넷(bookteen.net)을 만들었다. 청소년이 요청하는 주제의 책을 청소년에게 말하듯이 다양한 수준으로 소개하는 사이트다. 만 2년이 되었는데, 200가지가 넘는 큐레이션에, 사용자가 21만 명, 페이지뷰는 1천만 뷰에 달한다. 매일 300~600명의 방문자가 다녀간다. 이처럼 아이들 독자의 요구에 맞춰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서비스가 초등학생 버전으로도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책 읽기의 장애 요인으로 ‘책읽기가 습관이 들지 않아서’와 ‘책읽기가 싫어서’를 분리해서 물었다. 이 결과가 흥미롭다. 학생 전체를 보면, 책 읽기가 싫다는 응답은 4순위인데, 비독자의 경우 1순위다. 비독자에게 우선순위는 스마트폰 거두기보다 책 읽기의 즐거움과 재미 경험하기임을 알 수 있다. 책 읽기가 습관이 들지 않았다는 응답도 약 20%다. 책 읽기가 싫지 않지만 읽기 행위를 시작하거나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아침 독서나 수업 독서처럼 규칙적으로 함께 묵독하는 시간을 갖는 것, 독서동아리를 통해 읽기 계기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MBTI 성격유형이 다르듯 ‘모든’ 아이들이 아니라 ‘어떤’ 아이들이 어떤 독서 특성이 있고 어떤 책과 어떻게 만났을 때 마음이 움직이는지 탐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걸 알면 순간을 만들 수 있다.

김은하

 

김은하(책과교육연구소 대표)

작가·강사·연구자·기획자로 책과교육연구소(bookand.kr) 대표이다. 『영국의 독서교육』,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를 썼다.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의 독서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literac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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