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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7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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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출판 모델이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
플랫폼 출판의 이해와 명암

 

 

 

표정훈(출판평론가・작가)

 

2022. 10.


 

플랫폼? 플랫폼 비즈니스?

 

갑자기 새롭게 너무 자주 쓰여서 그 뜻이 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뜻밖에 많지 않은 말이 있다. 그럼에도 그냥 대충 그런 뜻이려니 하고 쓴다. 플랫폼이라는 말이 그렇다. 물론 오래전부터 써온 말이다. 사전에 따르면 ‘역에서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리기 쉽도록 철로 옆으로 지면보다 높여서 설치해 놓은 평평한 장소’를 뜻한다. 이 정도 뜻은 대부분 사람들이 다 알지만 요즘 쓰이는 플랫폼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말이 그렇다. 호텔을 소유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면 호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을 갖고 있지 않지만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와 호텔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어 판다면 식당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지 않지만 식당 음식을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연결해준다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도 그러하다. 가입자들이 커뮤니티를 이루어 서로 의사소통하면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측이 먼저 지식정보를 제공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마당을 펼쳐줄 뿐이다. 이러한 의사소통 플랫폼들은 주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머리가 자꾸 빠져 고민”이라는 글을 올리기 무섭게 발모제나 가발 광고가 뜬다.

 

그런데 왜 하필 플랫폼이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기차역 플랫폼에는 불특정 다수가 모인다. 기차를 타고 내리며, 배웅하고 맞이하며, 화물을 기차에 싣고 내리는 등 대체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구체적 목적은 다르다. 각자 다른 동기와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행동으로 각자 원하는 보상을 거둬가는 곳이 플랫폼이다. 그런 장(場)을 펼쳐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그들이 각자의 목적을 편리하게 이루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내 기차역에 KTX가 정차하도록 만들고자 무던히도 애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단순히 주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관광이든, 비즈니스든, 고향 방문이든 각자의 목적으로 많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차역 플랫폼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도록 하는 것, 어쩌면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 목적을 달성했다면 지방자치단체가 거둘 수 있는 그 다음의 다양한 효과가 있으니 말이다.

 

플랫폼은 어느 시대에도 있었다

 

플랫폼이라는 것을 정보기술(IT),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인 것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이제 출판 분야를 한번 생각해보자. 출판사가 책을 기획하여 적합한 저자를 물색, 섭외한다. 출판사와 저자가 계약을 맺고 저자가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 전한다. 출판사는 편집을 하여 저자와 여러 차례 교정지를 주고받으며 최종 원고를 완성한다. 책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다. 인쇄・제본하여 책을 만들고 유통 업체를 통해 온・오프라인 서점에 보낸다. 홍보・마케팅을 펼치며 책을 판매한다.

 

책의 일반적인 탄생 과정이다. 이것을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출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출판사-인쇄・제본 업체-유통 업체-서점’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출판 생태계이자 플랫폼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출판사-인쇄・제본 업체-유통 업체-서점’이 사실상 하나였던, 그러니까 겸업하던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요컨대 모든 것이 하나로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단순한 플랫폼이었다.

 

인류가 책이라는 매체를 고안, 사용한 이래 어느 시대나 그 시대 나름의 출판 플랫폼이 있었다. ‘출판 플랫폼’이니 ‘플랫폼 출판’이니 하는 말을 지나치게 별스럽게 새로운 것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하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다만 정보기술(IT)이 발달한 20세기 말 이후 출판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매체 플랫폼은 대체로 중앙 집중 위계형에서 분산 네트워크형으로 바뀌어왔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지적(知的) 권위를 지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글을 써서 책을 만들고 널리 배포하는 시대에서, 누구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 기술을 다양한 매체 형식으로 서술하여 널리 알릴 수 있는 시대로 바뀌어온 것이다. 지식의 민주화, 저자의 탈권위, 출판 방식의 다양화・편리화・디지털화가 변화의 요점이다. 그 배경은 물론 정보기술의 발달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낳은 베스트셀러

 

2022년 상반기 소설 베스트셀러를 보자. 밀리언셀러로서 지난 2년여간 꾸준히 인기를 모은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외에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등이 있었다. 이 베스트셀러 소설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새로운 글쓰기・출판 플랫폼과 경로에 바탕을 두어 출간되고 또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전자책 플랫폼과 독립출판물 플랫폼에서 먼저 나왔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포털 사이트 글쓰기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되며 먼저 인기를 모았다. 『불편한 편의점』은 오디오북・전자책 플랫폼에서 먼저 주목을 받다가 종이책으로 인기가 확산되었다. 소설 작가라고 하면 떠올리기 쉬운 신춘문예, 주로 문예지들이 주관하는 문학상 등을 통해 이른바 등단을 하여 작가의 길을 걷는 것과는 다른 플랫폼에서 탄생하고 또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의 새로운 플랫폼, 웹소설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100억 원대에서 2019년에 5천억 원대를 넘어섰다. 웹소설은 책 한 권을 온라인・모바일로 옮긴 전자책이나 e-book과 다르다. 즉, 종이책이 먼저 있고 그것을 디지털・네트워크로 옮겨서 ‘탑재한다’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웹소설의 편당 분량은 대략 20~30페이지 안팎이니 읽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 문단 구성과 편집도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되어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읽을 수 있는 것. 편당 100원 정도이니 비싸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2022년 7월 14일자 관련 기사 내용 일부를 보자.

 

“네이버시리즈는 웹소설 〈화산귀환〉의 누적 매출이 300억 원을 돌파했다고 14일 밝혔다. 1화당 이용 요금이 100원인 웹소설만으로 올린 성과다. 초기 300화까지 이용 요금이 무료다. 네이버시리즈에서 2019년부터 독점 공개돼 현재 1,280여 화 이상 연재됐다. 누적 다운로드도 3억 7,000만 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시리즈 2021년 어워드: 시리즈를 빛낸 작품들’에서 웹소설 부문 전체 1위에 오르며 네이버시리즈 핵심 웹소설 IP(지식재산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3월부턴 웹소설 기반으로 동명의 웹툰도 연재 중이다.”

 

플랫폼 출판에서 현재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성장도 빠르며 사람들의 시장 참여 열기도 높은 분야가 웹소설이다. 진입 장벽이 낮고 기대 수익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출판으로 생산되는 웹소설을 전통적인 문학 범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전통적인 의미의 문학계에서는 기꺼이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환영받지 못해도 상관없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이야기, 스토리라고 하면 될 뿐, 굳이 기존 문학의 영토에 발을 들여 놓을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연 ‘책’인가? ‘출판’인가?

 

‘나도 책을 내보고 싶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었다면?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브런치’에 심사를 거쳐 작가로 등록할까?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참여해볼까? 웹소설・웹툰・출판만화・전자책 등을 통합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창작자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네이버시리즈’에서 활동해볼까?

 

뭘 쓸지 주제까지 전달해주면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는 ‘씀’을 통해 조금씩 글을 써볼까? 디자인부터 배송까지 지원한다는 플랫폼 ‘부크크’를 통해 종이책도 펴내서 온라인 서점을 통해 판매해볼까? 내가 전문 프리랜서라면 ‘프드프’나 ‘크몽’을 통해 나만의 스킬과 노하우, 전문성을 PDF 전자책으로 팔아볼까?

 

이 가운데 ‘크몽’은 디자인・IT 개발・마케팅・영상・콘텐츠 제작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업체다. 이를 기반으로 전자책・주문형비디오(VOD) 부문을 신설했다. 전문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정보와 노하우를 PDF 전자책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온라인 서점의 전자책과는 다르다. 이것은 과연 책일까? 이것을 출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값을 치르고 사는 단행본만을 책이라고 여긴다면, 또 그런 단행본을 기획 생산하는 것만을 출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책도, 출판도 아니다. 요컨대 익숙한 것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형태를 책과 출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른바 플랫폼 출판이란 것이 그러하다. 여전히, 아직까지 대다수 출판사들, 출판인들은 플랫폼 출판이라는 것을 낯설게 느낀다. 출판평론가라는 직함으로 활동해온 필자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다.

 

기대와 걱정 사이

 

걱정을 좀 하자면 이렇다. 첫 번째로, 출판 편집자를 문장 다듬는 사람쯤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여전히 있지만 출판의 모든 단계에 편집자의 노고가 닿는다. “책을 쓴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저자는 책을 쓰지 못한다. 저자가 쓰는 것은 글일 뿐이고 책은 편집자가 만든다. 배우는 연기를 하고 영화는 감독이 만들 듯이.

 

그런데 플랫폼 출판에서는 이러한 편집자의 역할이 사실상 없거나 최소화되어 있다. 플랫폼 출판으로 온라인상에 공간(公刊)된 콘텐츠가 종이책으로 만들어져 나올 때는 편집자의 노력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온라인상의 플랫폼 출판물은 온라인 콘텐츠와 책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이것은 과연 책이고 출판일까? 매체로서의 책이 갖는 책임성, 그 매체를 기획 생산하는 출판의 책임성을 플랫폼 출판도 구현할 수 있을까? 아직은 의문이 남는다.

 

두 번째로, 예컨대 웹소설의 경우 대다수 작품들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오락성이 대단히 강하고, 깊이가 없으며, 구성이나 흐름이 대부분 비슷하거나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어떤 작품이 큰 인기를 모아 그 창작자가 많은 수익을 거두게 되면 그 작품을 따라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웹소설만 그러하겠는가. 지식정보 콘텐츠를 담는 경우에는 그것의 정확성과 신뢰성, 고유성 등을 보증할 만한 장치가 취약하다. 개인 간 중고 상품 거래 플랫폼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이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에 해당하지만 제도적 문제점이기도 하다. 현재 출판은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의 출판인쇄독서진흥과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다양한 관련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플랫폼 출판은 과연 기존 출판인쇄독서진흥과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관이라 할 수 있을까? 지원을 하고자 하더라도 혹은 적절한 규제를 하고자 해도 애매하고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관련한 법적・제도적 범위와 장치를 설정하는 문제다.

 

플랫폼 출판은 ‘만인(萬人)의 만인에 대한 저자・창작자 시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지식문화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면서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반면에 위와 같은 걱정들도 갖게 한다. 기대와 걱정 사이에서 기대 부분이 긍정적으로 실현됨으로써 ‘출판’의 개념과 영토가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표정훈

표정훈 출판평론가・작가

서강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특임교수,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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