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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5  2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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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주류의 변화]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사람들

 

 

 

김현정(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

 

2021. 9.


 

10년 사이에 독서 인구는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다. 유통 채널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서점가의 주요 구매 연령층이 높아지는 흐름을 벗어나긴 힘들다. 교보문고의 연도별 구매 독자 비중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에도 40대 독자가 3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상승 추세이다. 40대 독자는 자녀의 학습을 위한 도서 구매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한 독서도 활발하다. 소설, 인문,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구매율을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 연도별 20~40대 구매 비중

교보문고 연도별 20~40대 구매 비중

 

베스트셀러는 단순하게 서점에서 판매되는 순위 지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시대에 공통으로 필요했던 것들과 사회상을 읽을 수 있는 지표로 여긴다. 독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등 다양한 생각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상위권 베스트셀러 도서는 여전히 30대 이하 독자층의 영향력이 높다. 온·오프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입소문에 그치지 않고 큰 파급력을 지닌다.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능동적인 독자층이라 할 수 있다.

 

2021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현재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경우, 전자책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전자책 콘텐츠를 읽은 독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독립출판물로 선보였던 책이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7월 단행본으로 출간됐을 때 대형 서점에서는 독자들이 함께 일구어낸 이력을 잘 알지 못했다. 종합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고 나서야 서서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눈길을 끌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7~8월 동기간 연령대별 구매 비중

연령대

2020년

2021년

10대

3.9%

3.3%

20대

34.6%

27.5%

30대

22.4%

22.3%

40대

29.4%

33.9%

50대

8.7%

11.7%

60대 이상

1.0%

1.3%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출간 초기에는 20대 독자층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았고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전 연령대로 퍼져 나가 현재는 40대 독자층이 판매 비중에서 앞섰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출간 21주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지만, 새로운 이야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 2』는 예약 판매부터 화제를 모으며 출간 2주 만에 종합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한국 문학에서도 판타지 장르, 영어덜트 소설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20~30대 독자들은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직접 참여로 지지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하여 확산시키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매체나 감성을 자극하는 곳에서 책과 만났을 때 시너지가 나타난다.

 

독자들은 미디어 이슈에 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에도 영화, 드라마 등에 나온 책이 서점가에서 미디어셀러로 발돋움되기도 했다. 개인 미디어 시대이긴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집중시키고 화제성을 몰고 오는 것은 역시 TV 매체일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집콕 생활에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TV 프로그램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본다.

 

책과 TV 프로그램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독서 시장 전체를 띄우는 사례가 많았다. 양서 추천의 기능뿐만 아니라 친근한 유명인을 통해 교양과 예능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서에 대한 거리감을 좁혔다.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추천된 책은 전 국민의 추천 도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힐링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그 영향으로 인해 토요일 낮 시간 방영에도 불구하고 셀럽들이 ‘인생 책’을 소개하는 “비움과 채움-북유럽”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점가에도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TV에 소개된 책은 독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대거 진입하기도 했다. 묻혔던 스테디셀러들이 되살아났다. 대표적으로 김은희 작가의 추천 도서인 『나를 찾아가는 숲』은 소개 후에 100.5배나 판매가 상승하며 여행 분야 1위에 올랐고, 그 외에 소개된 책들은 평균 11.5배 판매 신장세를 보였다.

 

책이라는 것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오래 지속되기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북유럽” 프로그램은 성공리에 마무리된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에선 책 기부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양희은, 김윤아, 한예리 등 책을 아끼는 셀럽의 인생 스토리와 잘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의 독서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다. 그리고 서점과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베스트셀러로 다시 오르는 데 북돋고 있다.

 

“북유럽 with 캐리어” 추천 도서 기획전 이미지


“북유럽 with 캐리어” 추천 도서 기획전 이미지

 

책에 대한 관심을 끊이지 않게 하는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이 새로운 독자들을 이끄는 데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프로그램이 잔잔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고, 혼자 읽기 어렵거나 익숙해서 넘겼던 책들을 석학들이 강독하는 프로그램이다. 좋은 글귀를 뽑아 낭독하고, 책 전체 스토리를 요약 정리해준다. 그리고 생각할 점과 현재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구성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도록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이 프로그램은 40대 이상 독자들에게까지 아울러 사랑을 받고 있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강독자 및 소개 도서 목록

강독자

도서명

저자명

분야

김경일 교수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인문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에세이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인문

김대식 교수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송길영 박사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로버트 H. 프랭크

경제경영

장항석 교수

지구의 정복자

에드워드 윌슨

과학

조천호 교수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요한 록스트룀

정치사회

유성호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에세이

양정무 교수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소설

김상균 교수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소설

김상욱 교수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이명현 박사

쓰고 달콤한 직업

천운영

에세이

김헌 교수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소설

김태경 교수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앤절린 밀러

인문

최진석 명예 교수

아Q정전

루쉰

소설

 

또한 독자들은 책을 기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길거리를 다니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인터뷰로 꾸려졌던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이 테마별 게스트 출연으로 포맷을 변경하면서 서점가에 ‘유 퀴즈 셀러’가 등장하게 됐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원태연 시인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단숨에 시 분야 1위에 올랐고 폭발적인 관심으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대표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도 시 분야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같은 날 출연했던 주미자, 이유자 작가와 ‘충청도 할매’들이 손글씨로 쓴 요리책 『요리는 감이여』도 화제를 모아 요리 분야 1위에 올랐다. 출간 당시에는 몰랐던 책의 진가를 TV를 통해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 이후로 정세랑, 나태주, 박준, 정유정 등 작가들이 줄지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출연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보건교사 안은영』,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등 작가들의 대표작은 출연 후 한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했다. 정유정 작가의 TV 출연을 통해 『종의 기원』, 『7년의 밤』이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올랐고, 신작 『완전한 행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 프로그램에 책이 소개되지 않더라도 발 빠른 독자들이 출연자의 이력을 살펴 출연자가 쓴 책을 찾아내기도 했다. 김범석의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은주의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는 출연 후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자별 베스트셀러 저서 목록

출연자(방영일)

도서명

저자명

분야

원태연(1월 6일 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원태연

주미자, 이유자(1월 6일 출연)

요리는 감이여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요리

정세랑(1월 13일 출연)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소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소설

0시를 향하여 (*추천 도서)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김범석(4월 7일 출연)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에세이

나태주(4월 14일 출연)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나태주

박준(5월 19일 출연)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정유정(5월 26일 출연)

완전한 행복

정유정

소설

종의 기원

정유정

소설

7년의 밤

정유정

소설

김은주(7월 14일 출연)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김은주

자기계발

 

MZ 세대는 개인 미디어에 익숙하고 구독하는 SNS 채널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셀럽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막강한데, 서점가에서는 김영하 작가가 SNS 북클럽을 운영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하의 북클럽(@kimyounghabookclub_official)”은 한 달에 한 권 책을 같이 읽고 매월 마지막 날 라이브 방송을 통해 독서 토론을 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북클럽은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천한 책을 독자들이 각자 읽고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소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라이브 방송에도 1천여 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가 참여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SNS 채널을 통해 그대로 스며든다.

 

“김영하의 북클럽” 추천 도서는 『오만과 편견』, 『소설』, 『영혼의 집』 등 세계 문학이 많지만 『어린이라는 세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등 에세이, 인문 분야도 다양하게 구성하여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또 작가가 검증한 책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사사키 겐이치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추천 월의 판매가 전월 대비 376배나 신장했다. 『자기결정』,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등 추천 받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단숨에 올랐다. 대체로 20~30대 여성 독자층의 구매 영향이 높았다.

 

 

“김영하의 북클럽” 추천 도서 목록, 전월 대비 판매 신장률

추천 월

도서명

저자명

분야

신장률(배수)

1월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인문

56.8

2월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인문

1.7

3월

오만과 편견

제인오스틴

소설

8.8

4월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사사키 겐이치

인문

376.0

5월

소설

제임스미치너

소설

319.5

6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인문

3.5

7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

9.9

8월

영혼의 집

이사벨 아옌데

소설

47.1

 

코로나19로 출판사는 북 콘서트, 사인회 등 전통적인 신간 홍보 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TV와 SNS 채널로 관심이 쏠리면서 출판사가 독자를 발굴하는 데 힘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출판사가 책에 대한 콘텐츠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기발한 기획이 시도되고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김영하의 북클럽” 추천에 힘입어 6월에 판매 신장률이 3.5배로 증가했다. 연이어 출판사에서 MZ 세대를 겨냥한 SNS 마케팅을 진행해 눈에 띄었다. “나와 닮은 철학자 찾기” 테스트는 요즘 SNS에서 유행했던 성격 유형 테스트 형식에 책 콘텐츠를 접목시켰다.

 

“나와 닮은 철학자 찾기” 테스트 이미지


“나와 닮은 철학자 찾기” 테스트 이미지

 

책에 담긴 철학가들의 삶과 인생 이야기가 20~30대 독자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는데 재미요소를 더했다. 책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참여가 가능했다. SNS로 활발하게 공유하면서 간접적인 도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7월에는 전월 대비 24.0% 판매 신장세를 보였다. 구매 독자의 흐름을 살펴보면 출간 초기에 비해 20~3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높아진 것이 두드러졌다. SNS 활용이 활발한 젊은 독자층이 책에 대한 관심을 쏟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연령대별/성별 구매 비중

구분

5월간

7월간

합계

합계

10대

0.2%

0.4%

0.6%

0.4%

0.6%

1.0%

20대

3.8%

7.9%

11.8%

4.3%

12.6%

16.9%

30대

8.3%

19.3%

27.6%

10.5%

22.1%

32.7%

40대

9.4%

21.3%

30.7%

10.7%

18.7%

29.4%

50대

11.1%

9.2%

20.3%

7.8%

7.6%

15.3%

60대 이상

6.3%

2.8%

9.1%

3.5%

1.3%

4.8%

전체

39.1%

60.9%

100.0%

37.1%

62.9%

100.0%

 

TV 매체는 베스트셀러 판도에 큰 영향을 주었고, 독서 욕구를 자극하여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된다. SNS 채널은 개인 간의 소통과 확장에 크게 기여한다. 출판사는 좋은 책을 출간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독자를 찾아내는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 책 한 권이 독자의 손에 가닿아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 여러 환경적 요소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의 뒷심이 있다.

 

참고

 

1. “북유럽 with 캐리어” 추천 도서 기획전 : https://url.kr/ao9836
2.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소개 페이지 : http://program.tving.com/tvnstory/mylibrary/3/Contents/Html
3 “유 퀴즈 온 더 블럭” 소개 페이지 : http://program.tving.com/tvn/youquizontheblock/19/Board/List#Close
4. “김영하의 북클럽” 소개 페이지 : https://www.kimyounghabookclub.com/
5 “나와 닮은 철학자 찾기” 페이지 : http://socratest.acrossbook.com/

김현정

 

김현정(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집계와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생각을 읽고, 판매 동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wwjd@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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