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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  20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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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대공습]
챗GPT 활용 출판 저작물의 저작권 등에 관하여

 

 

 

이용해(YH&CO 대표변호사)

 

2023. 04.


 

오랫동안 창작의 영역은 인간의 지적인 능력과 창의성에 기초한 인간만의 전유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인 ‘챗GPT(ChatGPT)’는 이용자의 질문에 기계적인 답변을 하는 것을 넘어 앞선 질문과 연계하여 답변을 하기도 하고,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글을 창작하기도 한다. 챗GPT에 의해 창작된 글은 기존의 저작물과 구별되면서도 너무도 자연스러워 마치 인간이 창작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이 쓴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그 창작물에 대한 수익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지적 활동의 성과로 얻어진 결과물을 보호하는데, 인공지능의 이용자는 어떠한 방식과 형태로든 인공지능이 창작물을 작성하는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 챗GPT의 경우 이용자는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텍스트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용자가 달라지거나 대화의 맥락이 달라지면 챗GPT가 답변하는 내용도 달라진다. 따라서 그 결과물은 오직 이용자에게서만 나온 것도 아니고 챗GPT에서만 나온 것도 아니므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 문제되고 있다.

 

챗GPT 4.0을 활용한 도서 요약 예시 화면(한글)

챗GPT(ChatGPT) 로고

 

 

1. 챗GPT를 이용하여 출판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1-1. 이용자가 결과물에 대한 창조적인 개성을 보인 경우

 

첫 번째로, 작가 A가 저작물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챗GPT와 대화하고, 그 대화한 내용의 일부를 선별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주도하여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의 내용에 포함시킨 경우를 가정해보자.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데(제2조 제1호 참조),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자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라면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2다28745 판결 참조).

 

따라서 A가 창작 과정에서 챗GPT를 이용하였다고 하더라도, A가 자신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챗GPT와 대화한 결과물 중 일부를 적절히 선택, 배치하는 등으로 창작 과정을 주도하였다면, 챗GPT의 인공지능 기술은 창작의 도구로 이용되었을 뿐이며, 그 창작 과정을 주도한 A에게 저작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출판사가 처음부터 챗GPT를 이용한 저작물의 작성을 기획한 후 자신의 직원으로 하여금 챗GPT와 대화한 내용을 적절히 선택, 배치하는 등으로 저작물을 작성하게 하고 그 저작물을 출판한 경우에는, 근무 규칙 등에서 다른 정함이 없으면 그 출판사가 저작권을 취득할 수도 있다(저작권법 제9조 참조).

 

1-2. 이용자와 챗GPT 모두에게 창작성이 인정되는 경우

 

두 번째로, 작가 B는 저작물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챗GPT와 대화하고 그 일부를 자신의 저작물의 내용에 포함시켰는데, B가 창작한 부분과 챗GPT가 창작한 부분이 모두 ‘창작성’이 인정되고 양자를 엄격하게 분리하기 어려운 경우를 가정해보자.

 

앞에서 본 것처럼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B에게 위 저작물에 대한 창작성이 인정되는 이상 B가 저작권자가 되는 것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다. 챗GPT가 창작한 부분은, 기존의 작품과 구별되는 전혀 새로운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물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은 아니므로 저작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양자를 엄격하게 분리하기 어려우므로, 결과적으로 위 창작물은 B의 저작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B의 위와 같은 창작 행위가 현행법상 OpenAI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아니라 하더라도, 챗GPT가 창작한 부분에 대하여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출처를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온전한 자신의 창작물처럼 사용하는 경우 ‘표절’로 평가되어 윤리적 비난을 받을 수 있고, 학문적 저술의 경우에는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넘어 ‘연구부정행위’로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OpenAI의 이용 약관도 챗GPT를 이용한 출판물의 서문 등에 AI가 관여한 역할을 알릴 것을 요구하면서, 그 예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OpenAI의 대규모 언어 생성 모델인 GPT-3를 부분적으로 사용하여 텍스트를 생성했습니다. 초안 언어가 생성된 후, 저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그 언어를 검토, 편집 및 수정하였으며 이 출판물의 내용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집니다.”

 

인공지능 개발사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들여 만들어진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문제될 가능성도 있다(제2조 제1호 파목 참조). 그런데 챗GPT의 경우, 개발사인 OpenAI의 이용 약관 중 공유 및 출판 정책(Sharing & Publication Policy)에서 이용자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AI가 관여한 역할을 일반 독자에게 알리는 등의 몇 가지 조건을 준수하도록 하되, 그 콘텐츠는 이용자에게 최종 귀속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오히려 위 두 번째 사례와 같은 방식의 창작 행위를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 챗GPT가 창작한 텍스트를 그대로 출판하는 경우

 

세 번째로, 작가 C가 챗GPT에게 일정한 주제에 대하여 창작을 요구하고, 그 요구에 따라 챗GPT가 창작한 내용을 C가 별다른 수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출판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앞에서 본 것처럼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그대로 복제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경우라면 C는 챗GPT가 창작한 내용을 단순히 복제하기만 한 것이어서 C에게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C가 그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OpenAI 입장에서는, 챗GPT가 창작한 결과물이 기존의 작품과 구별되는 전혀 새로운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물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은 아니므로 역시 자신의 저작물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또한 챗GPT 자체가 법인격을 가지는 것도 아니므로, 결국 위 출판물에 대하여는 누구도 저작권을 갖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OpenAI의 이용 약관에서 이용자가 챗GPT를 이용하여 작성한 콘텐츠는 이용자에게 귀속된다고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약관은 이용자와 OpenAI 사이의 권리 의무 관계를 정한 것일 뿐, 위 출판물에 대한 배타적인 저작권을 부여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저작권은 그것이 발생하면 타인에게 그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인데, C는 자신이 ‘창작’하지 않은 위 출판물에 대하여 아무런 저작권을 가지지 못하므로, 제3자의 무단 복제와 이용 등을 전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챗GPT가 창작한 부분을 C가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출판하는 경우 저작권 문제와 별개로 ‘표절’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은 두 번째 사례에서 본 바와 같다.

 

인간의 관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인공지능의 창작물의 경우 현재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되기 어렵지만, 향후 인공지능의 창작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해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 여부 등이 입법정책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공지능의 창작 촉진보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의 발전에 중점을 둔다면, 저작권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인공지능 개발자 등의 산업재산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별도의 법제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베른 협약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저작권법은 점차 통일적으로 규율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법제 또한 국제 협약과 타국의 입법 동향 등에 비추어 크게 충돌되지 않는 방향에서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2. 챗GPT를 이용하여 출판한 저작물의 수익 배분 문제

 

위의 첫 번째, 두 번째 사례와 같이 챗GPT가 답변한 텍스트를 적절히 선택, 배치, 수정, 편집하는 등의 과정에서 이용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이 부여되고 그 결과물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게 되어 이용자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그 이용자는 결과물에 대한 배타적인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 OpenAI도 이용자가 챗GPT를 이용하여 창작한 콘텐츠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이용자에게 최종 귀속시키고 있으므로, 그 이용자는 자신이 가지는 저작권에 기하여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수익을 OpenAI와 분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사례의 경우 C는 누구도 저작권을 가지지 못하는 위 출판물을 판매하여 수익을 거둘 수는 있지만, 그 출판물에 대하여 C 자신도 배타적인 저작권을 가지지 못하므로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문제와 별개로 장래에는 원데이터의 저작자와 OpenAI 사이에서도 수익 배분이 문제될 가능성이 크다. 즉, 챗GPT가 저작물인 원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습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 등을 받아야 하는데,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경우 그 결과물이 원저작물을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공정한 이용 등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결국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원데이터의 활용은 그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소지가 큰 것이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2023. 3. 9. 〈뉴스핌〉 칼럼 “챗GPT 시대, 창작자가 고려할 저작권 쟁점들” 참조).

 

다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보면, 장차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에 관한 입법의 방향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되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한 데이터의 활용 또한 비교적 폭넓게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관련 법령이 정비되고 인공지능의 데이터 수집 과정 등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에 대비하여, 원창작자들도 자신의 저작물을 활용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수익 모델은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와 같은 기존 신탁관리단체가 사용료를 징수하는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이 될 수도, 유튜브와 같이 데이터를 제공한 개별 저작권자에게 직접 사용료를 분배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수익 모델이 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방식에 의하더라도 창작자들에게는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므로, 창작자들과 출판업계도 향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업체 등과 함께 원데이터의 활용 등에 관한 수익 모델과 분배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이용해

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20여 년간 SBS와 초록뱀미디어 등에서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 및 제작하였고, 이후 법무법인 화우의 지식재산그룹 파트너 변호사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서 콘텐츠 제작 및 저작권 관련 자문 업무 등을 주로 수행해왔다. 현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미디어, JTBC스튜디오, 초록뱀미디어 등 국내외 콘텐츠업계 여러 기업들에 법률적 자문과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YH&CO의 대표변호사로 있으며, 한국방송작가협회의 고문 변호사이다.
yonghae.lee@yhn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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