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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8  2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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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자들이 선택한 책이야기]
오디오북 시대의 개막, 그리고 2021년

 

 

 

이화진(윌라 오디오북기획팀 총괄 부장)

 

2021. 2.


 

 

전(前)년의 출판계를 결산하는 시기다. 많은 언론과 매체, 유통사에서 그리고 전문가들과 독자들이 2020년의 출판계를 정리한다. 출판 시장 및 독서 트렌드를 분석하는 이때, 많은 사람이 오디오북에 대해 궁금해 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2020년 출판계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를 ‘오디오북’으로 꼽았다. 바야흐로 오디오북의 시대인 것인가?!

 

2019년부터 2020년을 거쳐 오디오북은 출판계의 ‘대세’ 콘텐츠로서 자리를 잡았다. 많은 독자들이 오디오북을 경험했고, 이에 증가한 출판사의 매출에 힘입어 더 많은 도서가 오디오북으로 제작되었다. 출판계의 이러한 건강한 콘텐츠 순환은 오디오북이 2021년을 준비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되었다.
그간 오디오북 자료를 좀 찾아보고 싶어도 죄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의 오디오북 업체 관련 자료 등 독서 인구와 콘텐츠 소비 방식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외국 자료밖에 없어서 답답했다. 참고용으로는 읽어볼 만했지만, 우리나라 오디오북 현실을 파악하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을 마무리한 지금은 다르다. 작년 많은 독자로부터 어떤 오디오북을 선호하는지, 언제 오디오북을 듣는지, 어떻게 오디오북을 활용하는지, 또 이런 오디오북 소비는 종이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기에 부족함 없는 유의미한 숫자들이 쏟아졌다.

 

이런 분석 자료들을 통해 2021년 이후의 오디오북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패턴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출판계는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이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 현실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멀티태스킹 #집콕

 

위 태그는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주요 키워드로 꼽는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디오북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라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따라할 수 없는 강력한 장점으로 2020년의 출판계를 이끌었다. 처음 겪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우리나라 출판계 전반은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다. 개학이 미뤄지고, 재택근무가 시작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집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월에서 4월 사이, 오디오북 콘텐츠 재생 시간 신장률은 33.4%로 대폭 상승했다.1) 또한 호킹 지수(Hawking Index)2)에서 착안한 오디오북 완청률 집계가 시작되기도 했다. 오디오북 완독률(완청률)은 2019년 38.2%에서 2020년에는 40.9%로 2.7%p 증가했다(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린 스티브 호킹의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 완독률이 6.6%인 것을 보면 오디오북의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큰 편이다).3)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종이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월평균 오디오북 이용 시간은 2019년 0.9시간에서 2020년 2.3시간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4)

 

 

1) 202년 윌라 오디오북 재생 시간 기준(2020년 윌라 오디오북 보도자료 참조)
2) 호킹 지수(Hawking Index) : 호킹지수는 책 전체 페이지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독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이는 수학자 조던 엘런버그(Jordan Ellenberg)가 2014년 아마존 킨들을 이용해 조사한 도서의 '완독률'을 공개하며 내놓은 개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호킹지수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3) 2020년 윌라 오디오북 완청율 기준(2020년 윌라 오디오북 보도자료 참조)
4) 2020년 윌라 오디오북 이용 패턴 분석 자료 기준(2020년 윌라 오디오북 보도자료 참조)

 

 

 

#오디오북_베스트셀러 #역주행 #구간_舊刊

 

2020년의 오디오북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집계되기 시작한5) 오디오북 베스트셀러는 종이책이나 전자책과는 상관없는 듯 전혀 다른 특색을 보이며 ‘나 홀로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출판계 전체 트렌드를 이끄는 종이책 베스트셀러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자책 베스트셀러가 보이는 양상과는 매우 달랐다. 2020년 오디오북 베스트셀러6) Top 20 내의 도서들을 살펴보면, 2020년에 출간된 도서는 단 네 권밖에 없었다. 나머지 80%는 출간된 지 1년부터 최대 7년까지 된 도서였다. ‘종이책 베스트셀러=오디오북 베스트셀러’ 공식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오디오북 이용자들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은(많은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종이책 독자들과 대부분 겹치지 않는다. 오디오북은 책을 읽고 싶지만 읽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책을 오디오북으로 접함으로써 종이책과는 다른 콘텐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이런 ‘다른 인식’은 눈을 텍스트에 고정하고 읽어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닌, 귀만 열면 되는 오디오북 이용 방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오디오북을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낯선 오디오북을 비교적 친근한 종이책 베스트셀러로 시작해보기 위해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접했던 콘텐츠를 선택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들은 종이책 독자들과는 달리, 출간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5) 윌라 오디오북 베스트셀러 기준
6) 2020년 윌라 오디오북 베스트셀러 기준(2020년 윌라 오디오북 보도자료 참조)

 

 

2020년 오디오북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순위

오디오북 제목

저자

오디오북 출간일

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2020. 5. 22

2

「나의 아름다운 이웃」 김혜수 낭독 에디션

박완서

2020. 7. 23

3

직지 : 아모르 마네트 1

김진명

2019. 7. 24

4

부의 추월차선

엠제이 드마코

2019. 8. 30

5

죽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2020. 7. 27

6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2018. 5. 1

7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2020. 6. 29

8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존 리

2020. 7. 13

9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2020. 8. 23

10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최용범

2020. 8. 21

11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양창순

2019. 3. 15

12

직지 : 아모르 마네트 2

김진명

2019. 8. 14

13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2020. 6. 22

14

죽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2020. 8. 3

15

말 그릇

김윤나

2018. 12. 21

16

역사의 쓸모

최태성

2020. 7. 17

17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오건영

2020. 8. 17

18

부의 인문학

브라운스톤

2020. 1. 13

19

설이

심윤경

2020. 7.24

20

바보 빅터

호아킴 데 포사다, 레이먼드 조

2018. 11. 1

※ 출처 : 윌라 오디오북

 

 

 

#귀로_듣는_책 #남이_들려주는_이야기

 

2020년 오디오북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소설이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위 20위 내의 오디오북 중에 35%가 소설 분야이다. 100위권 내에서는 그 비중이 더 높다. 오디오북 시장 초기,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던 시기에는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분야의 이용률이 높았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오디오북이 더욱 대중화되면서 소설 분야의 인기도 함께 급상승했다. 어렸을 때 자기 전 부모님이 읽어 주던 동화책이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던 사람들에게는 ‘읽어주는 소설’이 너무나도 익숙한 오디오북이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무의식 속의 경험을 끄집어내 주는 오디오북에 본인도 모르게 끌렸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이 아니더라도 소설 분야 전체 오디오북 이용률은 매우 높았다.

 

 

2020년 오디오북 분야별 이용 현황


2020년 오디오북 분야별 이용 현황

 

2020년의 오디오북 트렌드를 분석하며 눈에 띈 ‘그린라이트’는, 오디오북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에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책’이라는 출판 콘텐츠 자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용자들의 독서량 증가는 물론이고, 콘텐츠를 접하는 장소와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일상생활에서 오디오북을 포함한 ‘책’을 이용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출판 콘텐츠 중 오디오북의 성장세는 종이책이나 전자책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매출 규모가 줄고 있던 출판 시장에 새로운 매출을 창출해 내는 매출원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판계가 오디오북에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출판계가 전자책을 받아들일 때보다 오디오북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오디오북이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많이 있다. 콘텐츠에 대한 인식 변화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2021년에는 이러한 변화를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여 출판계가 보다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화진(윌라 오디오북기획팀 총괄 부장)

출판사에서 종이책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출판 콘텐츠를 경험하며 교보문고에서는 전자책 MD로 일했고, 윌라에서는 오디오북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인플루엔셜 윌라 오디오북기획팀 총괄 부장(2018.9.~)
㈜에브리웨이 eBook팀 차장(2016.7.~2018.9.)
㈜교보문고 이비즈니스지원본부 eBook사업팀 MD 파트 총괄 선임 MD(2007.9.~2015.11.)
㈜대교 북스캔 상품기획팀 총괄 MD(2004.9.~2007.7.)
베텔스만 코리아 상품기획팀 MD(2002.9.~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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