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Vol.6  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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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옆 광흥창 오디오북 발전소

 

 

 

강효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 주임)

 

2019. 09.


 

6호선 상수역에 당인리 발전소가 있다면, 한 정거장 이웃한 광흥창역에는 오디오북 발전소가 있다.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오디오북 산업에 ‘기름 같은 걸 끼얹는’ KPIPA(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오디오북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마포구 토정로에 자리 잡은 한국출판콘텐츠센터 지하 73평 남짓한 이 공간은 원래 POD(Publish on Demand, 주문과 동시에 제작하는 출판 시스템) 인쇄업자들이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인쇄기 몇 대가 덜컹덜컹 소리 내며 돌아갔을 이곳은 인쇄 장비들이 빠져나간 후에는 텅 비어 있었다. 그 뒤로 내내 적막이 감돌던 지하 1층에서는 이제 책 읽어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때는 있는 힘껏 종이책을 찍어내던 인쇄소가, 이제는 디지털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오디오북 제작소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다.

 


KPIPA 오디오북센터



KPIPA 오디오북센터


KPIPA 오디오북센터

 

오디오북은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닌, 사람이 입으로 낭독한 것을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된 디지털 콘텐츠다. 아시다시피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은 눈으로 보는 책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휴대전화나 재생기기만 있다면 일상 속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오디오북의 이용률을 보면 이동 시간에 특히 높은 것으로 나온다. 출퇴근길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책과 함께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다. 비독서인구는 물론 책을 눈으로 읽기가 어려운 독서 취약 계층에게도 오디오북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KPIPA 오디오북센터가 문을 연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출판사들의 오디오북 제작을 도와주는 한편, 오디오북 체험공간 ‘소리내음’을 통해 듣는 독서 문화를 넌지시 제안하고 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 오디오북 제작 인프라 지원과 오디오북 제작인력 양성이다.

 

먼저 제작 인프라 지원부터 살펴보자. KPIPA 오디오북센터에서는 녹음 스튜디오와 장비를 대여해 오디오북을 녹음할 수 있다. 현재 1인 녹음 스튜디오와 편집부스 각 3실, 4~6인 녹음 스튜디오 1실, 녹음 스튜디오와 컨트롤 룸이 함께 있는 스튜디오 1실이 마련돼 있다. 장비는 애플 MAC PC와 Pro Tools을 사용한다. 이용 예약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전자출판지원센터 홈페이지(http://www.kdpub.org)를 통해 가능하다. 녹음 스튜디오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면 출판사의 오디오북 제작비용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테고, 오디오북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 해소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4~6인 녹음 스튜디오


4~6인 녹음 스튜디오

 


컨트롤룸



녹음스튜디오 통합


컨트롤룸&녹음스튜디오 통합(오른쪽)

 

다음은 오디오북 제작인력 양성이다. 이를 위해 KPIPA 오디오북센터에서는 오디오북 제작에 관한 무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오디오북 내레이터 강의와 오디오북 제작기술인력 교육이 개설되어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강의들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양질의 교육을 통해 오디오북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오디오북 출판사와 제작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풀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1차 교육은 4주 과정으로 지난 7월에 실시되었다. 2차 교육 수강생은 10월 중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할 예정이다.

 


녹음실



휴게공간(오른쪽)


휴게공간(오른쪽)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에 당인리 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용산역과 당인리를 잇는 철도 ‘당인리선’이 깔렸다. 이 선로는 화력발전소의 주요 연료인 석탄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는데, 70년대 즈음 이 기찻길을 따라 양옆으로 하나둘씩 오막살이들이 들어섰다. 이후 화력발전소의 연료가 석탄에서 LNG로 대체되면서 당인리선은 폐선됐지만, 그 주변의 건물들은 여전히 남아 지금 이 거리는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가 되어 철길처럼 이어지고 있다.

 

철길이 사라져도 흔적은 남는다. 어릴 적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책의 흔적처럼, 혹은 지직거리는 주파수를 세밀하게 맞추며 듣던 라디오의 흔적처럼, 오디오북은 오늘날 그것들의 또 다른 형태로 남아 우리 곁에 함께할 것이다. 물론 미래 출판산업의 떠오르는 주역이 될 것임에도 틀림없다. KPIPA 오디오북센터는 그런 오디오북을 만들고 듣는 출판사와 독자 사이를 잇는 기찻길의 간이역 같은 곳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오디오북 제작 인프라를 지원하고 오디오북 제작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KPIPA 오디오북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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