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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  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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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출판의 현황과 전망]
성균관대학교출판부 마케팅 전략
-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하여

 

 

 

박정수(성균관대학교출판부 마케팅 팀장)

 

2021. 7.


 

우리 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출판부는 몇 해 전부터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출판부는 대학 구성원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학술도서를 발행한다는 설립 취지 아래 운영하고 있지만, 학술출판의 매출 부진과 이로 인한 경영악화로 대학출판부의 어려움은 매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많은 대학출판부는 매출 확대를 위한 교양도서 브랜드를 론칭하고 대중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출판부의 시도에 대해 ‘대학출판부의 설립목적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교양도서까지 출간한다면 상업출판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등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비판의 목소리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출판부에서는 ‘대학 구성원의 인식개선을 통한 직접지원 확대’를 생각하거나, ‘해외 유명 대학출판부와 같이 기부금을 통해 매출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학술도서를 발행’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출판부라고 해서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대학출판부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외부 지원을 기대하는 한편, 설립목적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출판부 자체적인 노력 또한 필요하다. 대학출판부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학술도서도 발행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교양도서도 발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의 대학출판부는 과거의 학술도서 전문 출판사가 아닌 일반 상업출판사와 똑같은 위치에 있고, 출판시장에서도 똑같은 경쟁관계에 있다. 경쟁관계라고 해서 상업적 출판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출판부는 상업출판사가 접근하기 힘든 영역의 학술도서는 매출과 상관없이 발행하고, 대학출판부만의 장점을 살려 학술적 영역에 근접하는 지식을 원하는 독자를 위한 교양도서를 기획하고 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교 내 홍보 강화

 

일반출판사에서 책을 펴내는 저자들 가운데 대학에 직을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이 소속된 대학에도 대부분 대학출판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교양도서를 자신이 속한 대학출판부에서 출간하기보다는 대학 외부의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출판부 구성원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팔릴 만한 교양도서는 밖에서 출간하고, 판매를 기대하기 힘든 학술도서만 우리에게 출간해달라고 부탁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저자는 똑같다. 학술도서건, 교양도서건 자신의 저술활동의 결과물인 출간된 도서가 가능하면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원한다. 이러한 저자들은 ‘대학출판부에서는 도서를 출간해도 홍보나 판매활동에 소극적일 것이고, 내 책이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판매 가능성이 높은 교양도서는 외부의 일반출판사에서 출간하고, 매출보다는 출간 자체가 목적인 학술도서는 접근이 쉬운 내부의 대학출판부에서 출간한다. 대학출판부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이러한 인식은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동안 대학 구성원들에게 ‘대학출판부도 일반출판사 못지않게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능력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는 교내 홍보에 집중했다. 먼저 교내구성원을 대상으로 ‘우수도서지원사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대학 구성원 대부분은 우리 대학에 출판부가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학출판부에 대해 ‘수업에 활용하는 교재만 출간하고 있다거나, 대학출판부에서 제작한 도서의 결과물은 우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선인세 형태로 수백만 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우수원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수년 동안 많은 우수원고를 확보하여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물론 높은 금액의 선인세가 좋은 책의 기준은 아니지만, 저자들에게 대학출판부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또 ‘우리 대학출판부가 학술도서도 출간하지만 교양도서도 출간하고 있고, 일반출판사 못지않게 출간한 도서가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교내 홍보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대학 구성원들이 지나는 곳곳에 플래카드, X배너, 홍보 포스터를 설치하여 대학출판부 도서를 직접 홍보했다. 교내 카페와 도서관 등 구성원들이 많이 찾는 장소에는 별도로 서가를 설치하고 대학출판부 발행 도서를 비치하여 홍보했다.

 


통인동 길담서원 외부


교내 X배너 홍보


이미지 설명


교내 강연회


통인동 길담서원 외부


교내 게시판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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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플래카드 홍보

 

교내 구성원을 위한 교내 강연회도 꾸준히 진행했다. 대학의 부속기관이라는 장점을 살려 비교적 지적 호기심이 높은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출판부 저자를 활용한 다양한 교내 강연을 열었다. 이를 통해 출판부의 도서 홍보와 함께 교내 구성원들에게 출판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결과로 많은 교내 구성원에게 ‘우리 대학출판부가 일반출판사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확대할 수 있었고, 교내 우수 저자 확보에도 도움이 되었다.

 

우수 저자 확보는 교양도서뿐만 아니라 학술도서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학술도서 매출은 일반적인 판매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학술도서는 매출을 기대하고 출간하는 도서는 아니지만,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세종도서 우수학술(교양)도서’와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진행하는 ‘우수학술도서’가 있다. 학술도서를 출간할 때는 이러한 우수도서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우수 저자 확보는 ‘우수도서’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쳐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 ‘우수도서’ 선정이 대학출판부의 직접적인 홍보활동 결과물은 아니지만, 교내 홍보를 통한 교내 구성원의 우수원고를 출간하여 얻은 성과라 할 수 있다.

 

구매력 높은 일부 동문들에게 특판 형태로 도서를 홍보하여 대량 판매하는 것도 매출에 도움이 된다. 특히 성균관대학교는 문헌정보학과와 사서교육원을 통한 교육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동문들에게 온라인홍보물을 메일로 홍보하기도 하고, 리플릿을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출간한 도서를 관련 종사자에게 직접 홍보할 수 있고, 대학출판부도 학술도서뿐만 아니라 교양도서를 출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교양도서 브랜드 론칭과 일반 홍보

 

대학출판부에 대한 편견은 대학 외부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교양도서로 대중독자를 위해 기획한 책을 출간했음에도, 발행출판사가 ‘OOO대학출판부’로 책이 출간되면, ‘이 책은 교재구나’, ‘이 책은 학술서구나’ 하고 책을 펼쳐 볼 생각도 하지 않는 독자가 많다. 서점 관계자들 또한 ‘OOO대학출판부 책이면 학술서적이니 별도로 매대에 진열하거나 홍보할 필요는 없겠구나’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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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광고

 

 

이러한 편견을 깨기는 쉽지 않다. 결국 많은 대학출판부는 임프린트 형태로 교양도서 브랜드를 론칭했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도 ‘사람의무늬’를 론칭해 현재까지 100종 이상의 교양도서를 출간했다. 이렇게 교양도서 출간으로 출판영역을 넓힌 대학출판부는 출판시장에서 일반출판사와 동등하게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출간 후 제한된 독자들에게 홍보하고, 판매 부문에서 크게 기대하기 힘든 학술도서와는 달리 교양도서는 대중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러한 교양도서를 홍보하기 위해 서점에 직접 광고를 진행하거나 이벤트를 통해 홍보하는 일반출판사와 비슷한 홍보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온라인(SNS, 유튜브 등) 홍보 및 대학출판부 홈페이지 회원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국제도서전, 와우북페스티벌 등에도 단독으로 참여하여 일반출판사와 똑같이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서점과 연계하여 서점의 독자들에게 도서를 홍보하며 강연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서울도서관, 종로구청 등 주요 도서관 및 독서활동에 관심 있는 기관과 이벤트를 기획하여 독자들과의 만남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독자와 저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저자강연회는 매년 평균 4~5회 이상 진행하며 홍보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교양도서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대학출판부에서도 교양도서가 나오나요?’, ‘대학출판부에서 출간한 도서면 학술도서 아닌가요?’ 하며 의아해하던 독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학출판부에서도 좋은 교양도서를 출간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통인동 길담서원 외부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이미지 설명


와우북페스티벌 참가


통인동 길담서원 외부


서울도서관에서 진행한 저자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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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진행한 저자강연회

 

해외 홍보

 

최근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를 통해 해외에서 도서구매 문의를 가끔 받는다. 특히 한국학 관련 도서에 대한 구매 요청이 많은데, 이를 위해 해외 홍보도 진행하고 있다. 출판부에서는 SNS를 통해 담당 사서나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도서를 홍보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영문으로 된 홍보 책자를 제작해 해외의 한국학 연구기관이나 관련 학회가 열릴 때 직접 배포하기도 한다. 또한 변화된 시대에 맞게 영문으로 제작된 웹진 형태로 우리 도서를 직접 홍보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홍보는 대학출판부의 역량만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서 홍보를 위한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하여 도움을 받기도 했다. 최근 해외 판매업체를 통해 직접 판매되는 도서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해외 판매가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대학출판부 브랜드파워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자층 확장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도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형태의 종이책 콘텐츠에 비해 최근 e-Book, 오디오북 등의 전자책 콘텐츠에 대한 소비 욕구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한 세대가 성장하면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도 전자책 제작 및 판매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과거 불법복제에 대한 부담으로 꺼려하던 교재들도 전자책으로 제작하여 변화한 독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대학을 비롯한 국내 대학에는 많은 해외 유학생들이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도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한국어로 출간하여 판매 중이던 유학생 대상 도서를 영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하여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해외에 거주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어나 중국어로 된 전자책 판매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기존 독자층을 넘어 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

 

‘먼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여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대학(大學)』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는 규모나 매출액 면에서 가장 큰 대학출판부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책을 출간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마케팅은 무엇일까? 좋은 책을 출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책은 무엇일까? 우리 책을 찾고 읽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독서인구 감소, 도서시장 불황 등 침체된 출판계의 이야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지속된 출판계의 반응이다. 책이 아니어도 재미있고 유익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독서를 유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오르는 사업은 있듯, 침체된 출판시장 속에도 독자들이 꾸준히 찾는 책은 있다. 몇 주 전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직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국내외 출판환경’에 대한 내부 워크숍을 진행했다. 독자들이 우리 책을 찾고 선택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변화하는 독자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한층 세밀하게 독자들에 대해 분석하고,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을 통해 독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성균관대학교출판부의 마케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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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성균관대학교출판부 마케팅 팀장)

일반출판사에서 출판기획·마케팅 업무를 진행했고, 현재 성균관대학교출판부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다.
pinkaha@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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