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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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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료 지식 플랫폼 강자, 더따오

 

 

 

김택규(중국어 출판번역가)

 

2019. 07.


 


더따오 창업자 뤄전위


더따오 창업자 뤄전위

 


더따오 앱


더따오 앱

 

올해 3월 17일 중국 상하이 만국(萬國)스포츠센터에서는 특이한 대학 입학식이 열렸다. 더따오(得到)라는 온라인 지식콘텐츠서비스 앱이 주관하는 3개월 학습프로그램인 ‘더따오대학’의 춘계 과정이 문을 여는 날이었다. 더따오는 중국의 대표적인 유료 구독 지식 플랫폼으로, 지식 플랫폼 업체인 뤄지쓰웨이(羅輯思惟)가 만든 구독 앱이다.

 

이날 입학식에 참가한 신입생은 모두 1284명에 달했다. 그것도 중국 각지의 국가 기관, 민간 기업, 연구소 등 사회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급 이상 엘리트들이었다. 이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항저우, 청두 등 6개 대도시에서 모집한 8234명의 응시자 중에서 오프라인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앞으로 3개월 동안 더따오 앱을 통해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한편, 6개 대도시 학습센터에서 주말마다 마련되는 오프라인 강좌를 이수할 예정이었다.

 

이들이 이 온, 오프라인 학습과정을 위해 지불한 수강료는 1만2,800위안(약 217만원). 정규 학위도 나오지 않는 민간 학습 과정의 수업료 치고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게다가 이들은 기꺼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여 비행기와 고속철도로 머나먼 상하이까지 달려와 입학식에까지 몸소 참가했다. 더따오대학이 춘하추동, 일 년에 4번 열리는 학습과정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런 부담을 감수할 정도의 열의라면 앞으로 더따오대학의 ‘동문’으로 합류할 중국 엘리트 지식인은 매년 5천 명에 달할 것이다.

 

이토록 많은 엘리트들을 매료시키고 한자리에 불러 모으기까지 하는 더따오의 비결은 무엇일까? 얼마나 대단한 콘텐츠와 서비스 체계를 갖고 있기에 깊이 있는 교양 콘텐츠를 열망하는 수많은 중국 지식인들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걸까?

 

우선 더따오대학에서 수강생들에게 제공하는 총 48강의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일별(一瞥)해보자. 프로그램의 총 제목은 〈복잡한 세계에서 어떻게 우리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것인가?〉이다. 그 아래에 자기 정진, 조직 협업, 제품 창출, 세계의 이해 등 4가지 소주제로 강의를 분류했다. 전체 48강은 곧 48가지 주체의 시각으로 본 48가지 사유모델에 대한 해설과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령 〈세계의 이해〉에 속한 10개 강좌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세계의 이해>에 속한 10개 강좌 내용

 

수강생들은 위의 강좌를 더따오 앱에서 제공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강연 오디오북으로 소화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각기 적용 가능한 ‘문제 해결의 사유모델’을 연습하게 된다. 위에서 소개한 ‘거창한’ 제목들만 봐도 차원 높은 MBA 강좌를 방불케 한다. 더따오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폭과 너비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더따오가 일반 고객에게 유료로 서비스하는 강연 오디오북의 전체 콘텐츠를 살펴보면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비즈니스 등 각 학문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의 지식콘텐츠를 다 아우른다. 이와 함께 대학 편제를 본따 인문사회과학학원(32), 과학학원(18), 비즈니스학원(25), 시야학원(22), 능력학원(58)과 같이 5대 범주로 분류해서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중국에서 ‘학원’은 곧 단과대학을 뜻한다. 괄호 안의 숫자는 유명 강사들에 의해 진행되는, 적게는 몇 강, 많게는 수백 강으로 이뤄진 커리큘럼들의 개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학학원 범주에 속하는 ‘우쥔(吳軍)의 구글 방법론-지능시대의 행동지침’이라는 과목은 10분 정도 길이의 366개 강좌로 이뤄져 있다. 고객은 각 과목을 단품으로 살 수도 있지만, 월 회원 48위안(한화 약 8천원), 연 회원 365위안(한화 약 5만 8천원)의 구독료로 서비스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150여 가지의 과목을 이끄는 강사들의 신뢰도와 강연 오디오북의 창의성도 만만치 않다. 앞에서 거론한 우쥔은 텐센트의 전 부회장으로서 구글 한, 중, 일 검색엔진의 주요 설계자이기도 하며 이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낸 인물이다. 이밖에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 쉐자오펑(薛兆豊), 칭화대 경영학 교수 닝샹둥(寧向東) 같은 저명 교수들도 더따오 지식콘텐츠의 높은 신뢰도에 기여하고 있다.

 


더따오대학 2019년 봄학기 입학생들


더따오대학 2019년 봄학기 입학생들

 

더따오의 직원 수는 2018년 5월 기준으로 320명에 달한다. 이들은 콘텐츠 서비스의 기술 지원과 함께 콘텐츠 기획, 제작, 저작권 협의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노력을 거쳐 기존 강사들의 보유 콘텐츠인 종이책이나 칼럼은 10분 내외의 요약적, 집약적인 오디오북 시리즈로 재탄생한다. 이것들로 더따오의 주요 타깃 고객인 22~39세의 화이트칼라와 학생 계층의 학습 취향을 집중 공략한다. 2015년 11월에 출범한 더따오 앱이 단기간에 회원 수 2천만 명, 액티브 유저 수 70만 명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탁월한 강사 신뢰도와 콘텐츠의 창의성에 힘입은 바 크다.

 

지금까지 더따오는 CCTV 교양 PD 출신인 유명 강연자 뤄전위(羅振宇)와 그의 동영상 제작업체 뤄지쓰웨이(羅輯思惟)의 모바일 플랫폼 정도로만 인식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2012년부터 인터넷 동영상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었던 뤄전위의 지식토크쇼 영상이 손쉽게 1천만 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며 워낙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탓에 더따오의 혁신성은 그의 명성에 가려진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더따오가 뤄전위의 인플루언서로서의 영향력에 기대어 초반부터 순조롭게 커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뉴미디어 지식콘텐츠 서비스로서도 주목할 만한 혁신적 체계와 마케팅 전략을 선보여 왔다. 최고의 강사진과 그들의 핵심 콘텐츠를 재구성한 고객 친화적 강연 오디오북은 이미 성인 교양의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밖에도 고객 니즈와 시대 추세를 반영해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커리큘럼 체계,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기존 CP들과의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명저 다이제스트’ 전자책 서비스 그리고 처음 언급한 더따오대학을 비롯해 ‘더따오 구독자 살롱’ 같은 고객 커뮤니티, 강연 콘텐츠의 종이책 출시, 강사진의 오프라인 순회강연 등을 아우르는 ‘O4O(Online for Offline)’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더따오가 벌이고 있는 실험들은 너무나 다채롭다. 이런 실험들은 최종적으로 ‘평생교육의 온라인 제국’ 건설이라는 거대한 구상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중국에서 교양콘텐츠의 유료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더따오의 이런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볼 만하다. 비단 더따오 뿐만이 아니다. 거대한 소비시장과 넘치는 투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감행하고 있는 히말라야FM, 즈후(知乎), 펀다(分答) 같은 중국 지식콘텐츠 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모두 우리 출판업계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새로운 아이템을 제시해줄 뿐만 아니라 그 아이템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예견되는 주요 장애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롤 모델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따오 같은 경우는 자신들의 핵심 콘텐츠를 10분 내외의 오디오북으로 설정하고 모든 자원을 그 포맷 중심으로 설계, 분배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들은 바쁜 직장인들이 자투리 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교양 콘텐츠의 포맷으로 텍스트가 함께 제공되는 짧은 오디오북을 선택하고 이를 강사의 육성으로 제작해 제공했다.

 

게다가 기존 출판본이 원천 콘텐츠로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단순히 따라 읽게 하는 대신, 오디오북의 특수성에 맞춰 철저히 재가공했다. 심지어 기존 출판본을 전자책으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조차 배제하고 있다.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콘텐츠를 철저히 구분하고 전자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따오의 이런 선택은 지금까지는 일반 고객과 CP, 양자에 모두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고객은 전자책과 강의 동영상 같은 기존의 온라인 콘텐츠에서는 얻지 못했던 ‘깊이 읽기’의 체험을 더따오의 오디오북에서 얻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교양서를 다수 보유한 종이책 출판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더따오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거꾸로 관련 종이책의 판매 신장을 꾀하고 있다.

 

2018년 더따오 앱의 총 영업수입은 1억 4091만 위안(한화 약 239억 원)에 이른다. 더따오 앱의 모 회사인 뤄지쓰웨이의 가치평가액은 약 100억 위안(한화 약 1조 7천억 원)까지 커졌다. 이들의 실험적인 행보가 어떻게 얼마나 더 발전해갈지 주목된다.

김택규(중국어 출판번역가)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 숭실대학교 중문과 겸임교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국 저작권 수출 분야 자문위원. 출판 번역과 기획에 종사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중국어 출판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번역가 되는 법 / 유유〉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중톈 중국사 / 글항아리〉, 〈죽은 불 다시 살아나 / 삼인〉, 〈암호해독자 / 글항아리〉 등 5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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