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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6  2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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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독자들의 귀환]
아재 독자들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오기 위해서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3. 08.


 

4050세대와 책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4050세대이다. 전체 인구의 32.1%로 세대별 인구 구성에서 가장 큰 규모일 뿐만 아니라, 눈앞의 초고령 사회에서도 중심 인구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인구 구성비는 세계 평균에 비해 돌출적으로 많다. 다음 세대의 지속적인 출생률 저하가 그 배경이다.

 

이 세대는 사회와 직장, 가정에서 허리 역할을 하며 맹활약한다. 그런데 중장년 남성들의 경우 출판시장에서는 약한 고리와 같다. 독서 생활이나 도서 구입에 거리를 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경제적으로 삶의 안정을 이루지 못하거나 일자리 양극화의 간극 또한 뚜렷하여, 사무직인 화이트칼라와 생산·서비스직인 블루칼라 사이에서 ‘책’의 존재감은 확연히 다르다. 가족 부양에 살기 바쁘고 피곤하니 책이 눈에 들어올 틈이 없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과 독서율이 낮은 것 사이에는 긴밀한 상관성이 있다. 소수의 애독자층이 분명 있지만, 젊은 시절 학교 졸업과 동시에 독서에서도 졸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중장년 세대가 책 대신 택하는 매체는 인터넷, 텔레비전, 메신저, 동영상 플랫폼이다. 특히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동영상과 인터넷이 점령한다(통계청, 2021년 사회조사, 복수응답). 주중 여가 활용은 ‘동영상 콘텐츠 시청’(88.9%), ‘휴식 활동’(69.0%), ‘인터넷 검색/컴퓨터 게임’(38.7%), ‘취미/자기계발’(25.2%), ‘스포츠 활동’(13.7%), ‘문화예술 관람’(5.9%), ‘사회 활동’(5.7%) 순이다. 주말이 되면 사회 활동과 관광의 비율이 약간 높아지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읽기 활동 중에서는 종이 신문을 보는 인구가 20%에 턱걸이할 정도로 지난 10년 사이 ⅓ 규모로 줄었고, 그 대신 모바일과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인터넷 신문을 읽는 인구는 압도적으로(92.7%) 높다.

 

통계청에서 2년마다 발표하는 〈사회조사〉 결과를 시계열로 보면, 전체 인구의 평균 독서율은 2009년에 62.1%이던 것이 2021년에 45.6%로 16.5%p 감소했다. 40대는 평균보다 많고(2009년 67.6% → 2021년 55.1%), 50대는 평균보다 낮다(2009년 48.7% → 2021년 41.9%). 독서량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책을 읽는 사람(독서 인구)의 연간 독서량은 줄지 않고 대체로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인용 단행본 출판시장이 그나마 유지되는 이유다. 독서하는 사람들의 2021년 기준 전체 평균 독서량은 14.4권이었으며, 40대는 16.3권, 50대는 12.8권이었다. 한 달에 한 권 정도를 읽는 셈이다. 독서율 감소로 인해 전체 총 평균 독서량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조사〉의 성인 독서율 및 독서량 추이(2009~2021)

<사회조사>의 성인 독서율 및 독서량 추이(2009~2021)

* 2011년까지 15세 이상 대상 조사, 2013년부터 13세 이상 대상 조사
출처: 통계청, 〈사회조사〉(2009~2021) 결과 재구성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에서 진행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는 ‘요즘 4050세대’의 독서율 하락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성인 전체 독서율은 2017년 62.3%에서 2021년 47.5%로 불과 4년 사이에 14.8%p나 하락했는데, 40대에서 –14.4%p, 50대에서 –17.5%p, 60대에서 –24.3%p를 기록하며 연령이 많을수록 ‘폭락’ 수준으로 줄어드는 독서 지형도를 보여준다.

 

〈국민 독서실태 조사〉의 연령대별 독서율 변화 추이(2017~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의 연령대별 독서율 변화 추이(2017~2021)

출처: 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연구소, 〈국민 독서실태 조사〉 2017년·2019년·2021년 보고서

 

그러면, 여기서 ‘중장년이 책 읽는 나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4050세대의 60% 이상(40대는 68.0%)은 여전히 “책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책이 싫어서가 아니라, 책 읽을 여건이 안 되거나 독서 습관이 부족해서 읽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독서량이 많을수록 “매우 도움이 된다”는 비율도 높아, 책을 가까이 하도록 돕는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미국인의 독서율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7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Pew Research Center, 2021년 조사 결과), 디지털과 N-스크린(TV나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환경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독서율이 ‘폭망’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삶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스피드 코리아’와 시간이 느리게 가는 미국인의 삶에서 ‘책’의 위상은 차이가 크다. 책은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나라에서 더 많이 읽히는 경향이 크다. 책을 권장하는 언론과 유명인들이 즐비하고, 서점이 아닌 곳에서도 책을 판매하며, 소아과 병원에서 의사들이 그림책을 선물하는 미국이라는 ‘책 권하는 사회’의 여건을 깊이 들여다봐야 할 이유다.

 

책 구입 않는 70%에 다가가는 출판시장 전략 필요

 

교보문고 판매 데이터에서 지난 10년간(2013~2022년)의 연령대별 구매율을 보면 10대~30대 이하는 하락하고 40대~60대 이상은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즉 지난 10년간 도서 구매력은 30대 이하에서 줄고 40대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커졌다. 연령대별 구매 비중은 40대가 2013년 27%에서 2022년 33%로, 50대가 10%에서 16%로 각각 6%p씩 증가했다.

 

시점을 좁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40~50대의 구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53.6%로 과반수를 차지했다(교보문고, 2023.6., 〈2023년 상반기 도서 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여기에 성별 변수까지 더해 보면, 아이의 책까지 함께 구입하는 40대 여성의 매출 비중이 25.2%로 압도적으로 높고, 이어서 40대 남성(11.0%), 50대 여성(9.2%), 50대 남성(8.2%) 순이다. 이미 2022년 상반기부터 50대 이상의 판매 점유율(22.0%)이 20대 이하(19.5%)를 추월한 후 그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1990년대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20대 여성이 읽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이제 한 세대가 지나면서 그 20대 독자들이 50대가 되어 출판시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었는데, 현역 20대는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세대로 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보문고 판매 데이터에서 지난 10년간(2013~2022년) 4050세대가 구매한 출판 분야별 비중의 변화 추이를 보면 아동, 경제/경영, 만화, 과학 분야는 증가했다. 소설과 시/에세이, 외국어, 자기계발, 종교, 역사/문화, 취미/스포츠, 건강, 여행 등은 감소했다. 여기에서 아이들을 위해 구입한 책을 제외하면 문학과 자기계발 및 외국어 도서 구매는 줄고, 경제/경영 및 과학 분야 도서 구입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4050세대를 필두로 한 중장년층의 독서율이 이전보다 줄고 있지만, 그래도 책을 구입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문학과 ‘생존 실용서’를 중심으로 책을 구입하는 출판시장의 축도(縮圖)가 그려진다. 주로 도서관에서만 책을 빌려 읽는 독서 인구를 제외한 실제 도서 구입률(연간 1권 이상 도서 구입자 비율)은 40대 10명 중 2~3명, 50대 10명 중 1~2명 정도인데, 책을 구입하지 않는 중장년층의 70%에 다가가는 출판시장 확대 전략 모색이 우리 출판계의 과제다. 그리고 이러한 ‘책 읽는 문화’를 키워 다음 세대로 내리 물림하는 것이 중요하다.

 

4050 중장년 세대는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잘 벌고 잘 쓴다(〈한국경제〉, 2023.6.14., “잘 벌고 잘 쓰는 4060 잡아야 … 꽃중년에 꽂혔다”). 전자상거래 앱이나 모바일 이용자의 과반수도 이들 중장년층이다. 주요 앱별 이용자 비율에서 50대 이상 이용자는 ‘유튜브’에서 40.7%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쿠팡’(37.9%), ‘당근마켓’(34.2%) 등에서도 점유율이 높다. ‘넷플릭스’ 이용자의 월평균 이용 시간도 20대가 405분인 데 비해 40대는 659분, 50대는 578분으로 훨씬 적극적인 ‘영상 친화력’을 보여준다(〈조선일보〉, 2022.6.23., “모바일시장 큰손 4050, 넷플릭스 이용 1위”). 책 생태계에서 이들과의 친화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맞춤형 책 정보 제공부터 ‘생일 책’ 선물까지

 

한국의 40~50대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독서율이 낮고 독서량도 적다. 몸무게는 더 나가면서 ‘독서 체중’은 매우 가벼운 남성의 모습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책 읽는 중장년 남자’의 멋진 모습을 확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읽지 않는 비독자를 독자로 이끌고, 개인 구매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우리 출판시장의 형질 전환과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맞물려야겠다.

 

첫째, 맞춤형 책 추천 정보 제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매스컴의 역할이 중요하다. 책과사회연구소에서 실시한 〈코로나19와 읽기 생활 변화 조사〉(2021)에서 중장년의 독서 정보 및 독서 생활에 대한 관심 정도는 ‘맞춤형 책 추천’에서 가장 높았다. 40대가 60.2%, 50대가 58.6%였다. 이어서 ‘언론/인터넷 정보’, ‘책 방송 프로그램’ 순이었다. 이따금 생겼다가 사라지는 텔레비전의 책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EBS에서조차 찾기 어렵고 상업방송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라면, 인터넷 언론 기사의 말미에 함께 읽으면 좋을 관련서를 자동 추천하거나 의식적으로 추천하도록 하여 책 구매로 유도하는 읽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둘째, 생활공간에 맞춤한 ‘책 읽는 시간’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독서 생활화가 촉진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가정, 직장, 공공시설 모두에 해당한다. 독서가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아침 10분 독서’, ‘함께 읽는 20분 독서’처럼 가정과 일터에서 독서를 일과의 하나로 지정하고 낭독회 등으로 읽기의 재미를 북돋울 수 있다. 비독자를 독서로 초대하는 직장 문화의 지름길이다.

 

셋째, 일터에서의 ‘생일 책’ 선물이 정착되어야 한다. 실제로 대전의 한 연구기관에서는 직원 600명 중 매달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본인이 고른 책을 포장하여 선물한다. 책은 지역서점에서 구입한다. 직장에서는 소액의 예산으로 직원의 독서 복지를 실행할 수 있고 소속 직장인은 원하는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으며 집에서 ‘책 읽는 아빠’의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으니 일거삼득이다.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중년 직장 남성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여기에 매달 직장에서 권장 도서를 발표하고 비블리오 배틀(책을 뜻하는 비블리오(biblio)와 전투를 뜻하는 배틀(battle)의 합성어로, 짧은 시간 안에 책을 소개하는 서평 대결), 독서 동아리 지원 등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다.

 

넷째, 담대한 정부 독서 정책의 역할이 필요하다. 매년 전체 국민이 책 한 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독서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20세부터 10년 주기로 시민이 읽고 싶은 책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매칭 펀드로 지원하는 방식도 좋다. 성인 10명 중 6명이 책을 읽지 않는 ‘책맹(冊盲)’의 나라에서 독서율과 도서 구입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독서 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다섯째, ‘나에게 영향력 있는’ 권장 도서 목록이 공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분야별 직능단체에서 올해의 책, 나아가 이달의 책을 추천·선정해 발표함으로써 해당 분야 종사자와 대국민 독서 캠페인에 활용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에서 ‘건강 생활을 돕는 올해의 책’을 발표하는 식으로 말이다.

 

여섯째, 베스트셀러로 성과를 낸 출판사들부터 앞장서서 페이퍼백과 문고본 발행에 나서야 한다. 2022년 미국 출판시장의 35.7%가 페이퍼백 매출이었다. 문고본이 발달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사례는 말할 것도 없다. 근래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데이원, 2023)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며 중장년 남성 독자들을 사로잡은 데는 화제성 못지않게 저렴한 가격의 역할이 컸다. 단행본 출판에서 몇십만 부 기념 에디션을 펴낼 정도의 대형 베스트셀러라면, 페이퍼백이나 문고본으로도 발행함으로써 염가이자 양질의 내용으로 독자에게 보답하고 독자 저변을 넓히는 이 방안이 일종의 불문율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출판시장의 성장과 독자 창출, 출판시장의 재구조화를 꾀하는 ‘모두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일곱째, 중장년 남자들을 매료시키는 책의 발행이 더 많이 필요하다. 주제별로는 범람하는 재테크 도서 말고 4050 남성 독자를 타깃으로 한 알기 쉬운 시사·교양·인문서와 취미를 비롯한 실용서, 화제의 인물과 분야별 업계 지도 등 수요에 부응하는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 책의 형태별로도 수요가 점차 커지는 큰글자책과 오디오북 목록을 늘려 선택지를 키워야 한다.

 

올해는 마침 ‘4050 책의 해’이다. 중장년 대한민국 남자들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손을 잡아주는 출판환경과 독서환경 조성을 통해 좀 더 책과 친해지는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백원근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책 생태계 연구자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이며 2023년 4050책의해추진단, 한국출판학회 출판정책연구회장 등으로 활동한다. 〈한겨레〉에 “출판 풍향계”, 일본 미디어업계 주간신문 〈문화통신〉에 “서울통신”을 연재한다.
bookclub2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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