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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7  2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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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와 열독 사이,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 탐구]
공유시대, 책과 독서의 무한 변주

 

 

 

류지희(작가)

 

2021. 11.


 

현대인들은 일 년에 책을 몇 권 정도 읽을까?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늘날처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책이란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지난해 2020년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52.1%로 약 6.1권의 독서량으로 집계되었다. 겨우 절반이 넘는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2년 전 데이터에 비해 더욱이 7.8% 정도가 줄어든 수치이다. 더구나 해가 거듭될수록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제는 눈에 보이는 사실이 되어버린 듯하다.

 

국민들의 평균소득과 여가시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많이 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컨대, 아마도 책 대신 다른 콘텐츠들의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미디어 매체의 다양성이 확장되면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책읽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깐 동안 갖게 되는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마냥 힐링되거나 마냥 다이내믹한 활동이 아닌, 몸은 편안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다채롭고 흥미롭게 보내고 싶은 게 현대인들의 심리이다.

 

이는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시각 정보에 그치지 않고 눈과 귀, 시청각적 자극을 보다 입체적으로 느끼며 정서적 만족감을 함께 충족하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잔잔하게 종이 낱장을 넘겨가며 곱씹는 독서 시간보다는 미디어 속 세상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다채로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센시티브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자주 찾게 되는 것이다.

 

전자책 독서 모습


전자책 독서 모습

 

이 때문인지 종이책의 수요는 줄었지만 그에 반해 성인 연령층의 전자책 독서율은 16.5%로, 20대~30대를 중심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웹툰에 힘입어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전자책의 마니아층이 탄탄히 확보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간편하게 전자책을 다운받아 휴대하며, 언제 어디서든 틈틈이 볼 수 있다. 음성 기반의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과 ‘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독서 방법들도 출퇴근길을 함께하는 취미이자 문화가 되고 있다. 그런 반면 텍스트로 읽는 책이 아닌, 듣는 방식으로 독서를 하게 되면서 글자를 잘 읽어 내려가지 못하는 난독증을 갖게 되는 현대인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비단 성인뿐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편리한 장점에 가려진 미디어 시대의 안타까운 이면이다.

 

독서 장애 요인(성인, 학생)


독서 장애 요인(성인, 학생) (단위: %)
통계 자료(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기성세대들에게 “책”이란 종이로 만들어져 눈으로 보고 만지는 유형의 것이라면, 지금의 MZ세대들에게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졌다. 책도 하나의 미디어 콘텐츠로서 인식하기 때문에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영상, 음성화된 형태여도 정보와 지혜를 얻고 영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본질은 책과 같다고 여기는 것이다.

 

더욱이 책 한 권이 출간되기까지의 프로세스가 역으로 바뀐 시대다.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유명 작가가 TV 방송 출연 제의를 받아 노출되는 방식에서 이제는 잘나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책 출간 제의를 받아 작가가 되는 시대이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 좋은 책이 많이 팔리기보다는 인기 많고 유명한 사람이 책을 쓰면 팔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프로세스의 개념이 뒤집혔다. A에서 B로 가든, B에서 A로 가든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며 이를 어떻게 구워삶아 조리하는지에 따라 트렌드이자 문화가 형성된다.

 

종이책을 읽으며 책갈피를 꽂아 표시하는 대신 유튜브에서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구독 버튼을 누르고, 시의 감성이 고플 땐 인스타그램의 젊은 작가들이 올리는 짧은 감성 글귀에 공감하며 좋아요를 누른다. 댓글을 통해 작가와 직접 소통을 나누고,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독자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독서는 개인적인 시간을 영위하는 취미활동에서 이제는 품앗이처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유 커뮤니티”의 향유 문화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공유시대를 살아가면서 독서라는 매체도 영역의 한계가 점점 더 허물어지고 변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음성 기반의 채팅 플랫폼 ‘클럽하우스’나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시대의 가상 플랫폼 공간으로 인해 독서의 품앗이 문화도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는 듯하다. 오프라인에서 종이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독서모임을 통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책이라는 매체의 역할을 충만하게 다룰 수 있다. 예전의 독서가 깊이를 이야기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넓이를 이야기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프랜드 독서모임


이프랜드 독서모임

 

필자 역시 글을 쓰는 작가로써 종이책의 수요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독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과의 접근성을 직간접적으로 더욱 확장하는 의미이기도 하여 기분 좋은 설렘과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자기계발 에세이 『어른이 처음이어도 괜찮습니다』를 집필하고 출간하는 과정에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출간 소식을 알리고 서평 이벤트를 열었다. 그리고 라이브방송을 통해 독자들과 책의 내용을 주제로 소통을 나누고 고민 상담까지 진행하였다. 책이라는 정보 매체가 공유 플랫폼을 만나 여러 면에서 더욱 다채로워진 것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책을 낭독해주는 유튜버의 영상은 때로는 눈이 아닌 귀로 듣는 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내용을 그리며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그로 인한 호기심과 관심이 종이책의 구입으로 연결되는 촉매제 역할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귀갓길에 피로한 눈을 꼭 감고 들을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의 음성들, 잠들기 전 10분 동안 책을 읽어주는 유튜버의 음성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 수 있는 것도 책이라는 매체 특유의 안락함과 서정적인 면모를 대면하고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과거에는 책이나 신문, 뉴스와 같은 제한적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았지만 지금은 쌍방향의 정보 교류의 장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수직적으로 책 속의 내용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종이책을 얼마나 구매하고 한 달에 얼마만큼 읽느냐에 대한 지표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의 시대는 책을 읽기 위해 구매하는 시대라기보다 개인적 취향의 소장용 혹은 함께 공감대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공유 아이템으로써 활용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 역시 예전이라면 개인적 취향의 소장용 책을 구매했다면, 지금은 SNS를 통해 독자들, 작가들과 소통할 만한 소재가 있는 책인지에 따라 구매 기준을 두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에 맞춘 감성 서점


개인의 취향에 맞춘 감성 서점

 

그렇다면 지금의 시점에서 질문을 던져 보자. 책은 사치품일까? 기호품일까? 필수품일까? 책 구매율과 독서율이 점점 떨어지는 현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필자는 책이라는 유형의 매체에 한계 짓기보다는 “독서 문화”라는 넒은 개념으로 책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작가의 입장에서도 책을 대하는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나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든, 한 줄의 글을 읽든 중요한 것은 나에게, 우리에게 어떠한 영감으로 변화를 주고 영향력을 미치는지가 아닐까. 독서를 통해서 내 삶이 변화될 때, 지적 희열감과 동기 부여, 실천하는 행동력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우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책이라는 콘텐츠를 개인으로서, 다수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맛보고 즐기고 나누면서 “독서 문화를 보다 넓고 깊게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두껍고 유명한 책을 많이 읽는 것만이 중요한 시대는 끝났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북튜버의 책이든, 만화책이든, 일러스트북이든, 부동산 재테크 책이든 쉽게 읽히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 구매를 하여 소장하든, 공유를 하든, 활용을 다할 수 있는 책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기호품이자 필수품으로써의 가치를 가지지 않을까.

류지희

 

류지희(작가)

『어른이 처음이도 괜찮습니다』 자기계발 에세이를 집필하며 SNS상에서 10대~30대 연령층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 북살롱 등 각종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북호스트이며, 《영남일보》, 《대구신문》 등에서 디자인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작가이다.
또한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대표로, 디자인브랜딩과 마케팅을 전문으로 한다. 최근 주요 관심 분야는 메타버스,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 지적재산저작권, 디자인브랜딩, 마케팅 전략, 트렌드 변화 등이다.
www.instagram.com/author.ryu_lovenlife
flyhighup1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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