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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3  2024.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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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도와주는 디지털 도구]
전자책, 디지털 세대를 사로잡다

 

 

 

이석현(디지털 정리 컨설팅 & 툴 전문가)

 

2024. 5+6.


 

독서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마음의 양식이다. 지식을 쌓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방법 중 비교적 저렴한 방법인 독서는 과거에 종이책만이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선택지인 전자책이 생겨나며 변화가 시작되었다. 서점에서 발품을 팔지 않아도, 대출을 위해 도서관을 유목민처럼 옮겨 다니지 않아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벽돌 같은 종이책 대신 얇은 전자책 리더기 하나로 읽고 싶은 책을 침대에 누워 꺼내 볼 수 있다.

 

전자책을 언급한다고 종이책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어릴 적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같은 질문처럼 종이책과 전자책을 굳이 흑백으로 논하지 않으려 한다. 전자책으로 기우는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술의 발전은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길을 터주었고, 바야흐로 디지털 독서의 시대에 종이책과 전자책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 현상을 말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종이책 애호가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3단 슬라이딩 책장까지 주문 제작할 정도로 종이책을 수집해 왔는데, 읽은 책보다 책장에 쌓여가는 책들의 숫자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1865)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서재의 물건들이 팽창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공간을 아껴 쓰기 위해 전자책을 선택했다. 독자마다 전자책 선택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요즘 어떤 독자들이 전자책을 유행처럼 읽기 시작했는지, 전자책에는 어떤 특징과 장점이 있는지 소개해 보겠다. 그리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도 간단히 제시해 보려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시대의 흐름에 맞춰 춤추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하는 세대의 첫 번째 특징은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IT 인류’라는 점이다. 디지털 기기가 낳은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 디지털 기기에 너무도 익숙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물론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필자가 사용 중인 디바이스(왼쪽부터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폰, 맥북, 아이패드 미니, 오닉스 포크)

필자가 사용 중인 디바이스(왼쪽부터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폰, 맥북, 아이패드 미니, 오닉스 포크)

 

 

나의 독서 환경에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주로 사용하는 전자책 플랫폼은 다섯 개의 디바이스를 지원한다. PC를 포함해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설치할 수 있는 기기의 숫자를 의미하는데, 필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프로, 맥북, 오닉스 포크(ONYX POKE) 3(전자책 전용 단말기), 아이패드 미니 이렇게 총 5대의 기기에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두었다. 지하철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아이패드 미니를, 집이나 직장에서는 노트북을, 침대에 누워서는 스마트폰을, 해외 출장 중 기내에서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고른다. 기분에 따라,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기기를 고르면 된다. 온라인 서비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어떤 디바이스라도 상관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전자책의 장점 덕분이다.

 

종이가 아닌 디지털 화면에서 글을 읽는 일이 처음엔 생소할 수 있지만, 어차피 모두 같은 이야기를 담은 글이 아닌가? 바쁜 일상을 쪼개 짧게나마 책을 읽고 싶을 때, 종이책을 펴는 대신 왼쪽 바지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면 바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전자책은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속도와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클릭 한 번이면 어디서든 독서할 수 있으니 말이다.

 

호기심의 문을 두드리는 독서 탐험가

 

전자책 애호가들의 두 번째 특징은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들은 종이책에는 없는 전자책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전자책이 열어주는 신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다. 전자책에 있는 멀티미디어가 그 흥분을 배가시킨다. 삽화를 클릭하면 작품 해설이 나오고, 등장인물 소개나 배경 설명 영상이 링크로 제공되기도 한다. 또한 등장인물의 얼굴을 클릭하면 캐릭터 소개 영상으로 연결되고, 작품 속 배경이 되는 도시를 터치하면 생생한 가이드 투어가 시작된다. 독자의 오감을 자극해 독서에 깊이를 더한다.

 

전자책과는 좀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오디오북은 귀로 듣는 또 다른 독서의 신세계다. 오디오북은 귓가에 속삭이는 성우의 목소리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눈이 피로할 때, 운전 중이거나 운동할 때도 독서는 계속 이어진다. 이동 시간을 오롯이 책 읽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으니, 독서 마니아들에게는 그야말로 단꿈과도 같은 아이템이다. 독서 플랫폼, ‘윌라(Welaaa)’나 ‘밀리의서재’도 오디오북을 지원해 성우의 또렷한 육성으로 녹음된 문장을 들을 수 있다. 소설은 마치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실감 나는 환경을 제공한다.

 

효율적인 지식 관리를 추구하는 똑똑한 독서가

 

전자책 애호가들의 세 번째 특징은 그들이 책에서 얻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 한다는 점이다. 전자책은 밑줄 긋기, 메모하기, 책갈피 등의 기능으로 효과적인 독서를 돕는다. 종이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곤혹스러운 문제점은 밑줄 그은 문장을 어떻게 기록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온라인 노트에 일일이 타이핑해서 기록할 것인가, 다이어리에 연필로 직접 쓸 것인가, 스마트폰 카메라의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능을 사용해 텍스트로 변환할 것인가, 이런 문제점은 모두 시간과 관계되어 있다. 책을 읽을 시간도 모자라는데, 밑줄 그은 문장을 모으는 것도 문제다. 작가로서 특정 문장을 인용하려면 밑줄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종이책은 그 작업에 적잖은 시간을 투자하게 만드니까.

 

전자책은 PDF(Portable Document Format)나 EPUB(Electronic Publication) 형태로 서비스되는데 밑줄 긋기와 공유가 가능해 원하는 구절을 쉽게 발췌할 수 있다. 밑줄을 클릭만 하면 ‘노션(Notion)’과 같은 개인 데이터베이스에 복사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멋진 단어 카드도 만들 수 있다. 또한 키워드 검색으로 원하는 내용을 1초도 안 돼서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언제든 꺼내 인용하거나 글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다. 책에서 찾은 인사이트를 발판 삼아 더 높은 사고의 단계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독서란 살아 움직이는 지식의 축제다.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는 영민한 지식인. 전자책은 그들이 세상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렌즈가 되어준다. 전자책으로 똑똑하게 독서하는 이들은 책 속 지혜를 자기 삶에 스며들게 한다.

 

또한 전자책은 독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소통을 끌어낸다. 독자들은 자신이 남긴 독서 노트와 밑줄 그은 문장을 노션과 같은 메모 앱으로 공유하며 타인과 소통을 할 수 있다. 책 속에서 만난 감동과 새로운 깨달음이 독자들 사이에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면 공감의 물결이 출렁이는 가운데 통찰의 샘이 폭발한다.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며 함께 성장하는 지식 공동체, 그것이 바로 전자책 세상의 묘미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독서가

 

전자책을 애용하는 독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성향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의 가격보다 약 30% 가까이 저렴한 경우가 많고, 각종 할인 혜택과 구독 서비스를 통해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대여 서비스도 존재하기 때문에 더 저렴하게 책을 접할 수 있고 품절 사태도 없으니 시간을 들여 기다릴 필요도 없다.

 

‘밀리의서재’나 ‘리디북스(RIDIBooks)’의 셀렉트 서비스 같은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되는 모든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책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 공간에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해결책이다. 국내에서 전자책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은 앞서 언급한 밀리의서재, 리디북스 외에도 교보 eBook, 예스24, 알라딘 등 다양한 서점에서도 제공하고 있으며, 리디북스는 ‘리디페이퍼(RIDIPAPER)’와 같은 이북(eBook) 전용 리더기도 판매하고 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사용 화면 예시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사용 화면 예시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등장

 

이제 단말기로 넘어가 보자. 내가 구매한 물건은 ‘오닉스 포크’라는 6인치 이북 전용 단말기였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해서 국내로 정식으로 수입된 물건이다. 오닉스의 장점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를 탑재했기 때문에 환경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글 언어팩도 설치할 수 있고 전자책 플랫폼 앱도 설치할 수 있다.

 

전용 단말기의 문제점은 느린 반응 속도다.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e-ink(전자잉크) 방식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서 LCD(Liquid Crystal Display) 뒤에서 실시간으로 잉크를 분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잉크를 쓰는 이유는 우리의 소중한 안구를 보호하고 전력 소모를 낮추기 위한 자구책이다. 종이의 질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전자책 단말기 추천 모델은 아이패드 7인치다. 휴대하기에도 적당하고 오닉스처럼 앱을 설치할 수 있다. 화면 해상도도 높고 또한 다른 앱 간의 연동 기능도 충실하다. 카드형 메모 서비스인 구글 킵(Google Keep)이나 노션으로 문장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고, 챗GPT(ChatGPT)를 열어서 어려운 철학 용어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어두고 독서에 집중하니 오픈채팅방의 지옥에서도 잠시 해방될 수도 있다.

 

전자책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고 있지만 특정 디바이스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그에 따라 변해갈 수밖에 없으니, 개인의 취향도 선호도도 선택의 기준도 더 좋은 서비스, 더 편리한 디바이스에 따라 바뀌기 마련일 것이다.

 

하이브리드 독서가 답이다

 

전자책의 편리함이 종이책의 가치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이책은 질감, 냄새, 손맛 등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오래된 책을 펼쳤을 때 고유의 냄새를 맡는 순간, 우리는 기술이 전하는 편리함 너머의 감동을 경험한다. 그러니 전자책과 종이책은 서로 보완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 적절한 독서 수단을 택하는 것이다. 이동 중에는 전자책으로 가볍게 지식을 습득하고, 깊이 사색하고 싶을 때는 종이책으로 심도 있는 독서를 하는 식이다. 나아가 전자책에서 유용한 내용을 발견하면 종이책으로 구매해 소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다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며 독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적절히 오가는 독서야말로 디지털 시대 책 읽기의 가장 멋진 풍경이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요즘 전자책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독서법을 추천한다.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노션’이 요즘 전자책 독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노션은 메모, 할 일, 일정 관리를 제공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인데, 독서 노트 작성에도 안성맞춤이다. 노션에 책 제목, 저자, 밑줄을 데이터베이스로 기록하고 거기에 간략하게 자신의 의견을 남기면 독서 후 책의 내용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나중에 활용할 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수백수천 권의 독서 노트가 데이터베이스로 쌓이다 보면 키워드만 입력해도 관련 글들을 찾을 수 있고 과거의 독서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SNS에 독서 노트를 쉽게 공유하면서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이러한 독서 네트워킹 방식은 과거와 현재의 생각,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연결하면서 사유를 확장하도록 도와주며,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사실 책을 어떤 형태로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독서라는 여행을 떠나는 운송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책을 통해 무엇을 얻어 가느냐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늘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전자책은 그런 변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모두 우리를 성장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책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그것들을 읽어야 한다. 종이 위에서든, 화면 위에서든 다들 즐거운 독서되기를!

 

김익한

이석현 디지털 정리 컨설팅 & 툴 전문가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며 생산성 툴인 ‘노션’ 덕분에 일잘러로 거듭났다. 끊임없이 월급독립을 꿈꾸며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낮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응용소프트웨어와 서버프레임워크 개발을, 밤에는 서재에서 노션을 만지작거리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공대생의 감성 글쓰기」로 금상을 수상했고, 저서로는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애드앤미디어, 2020), 『프로 일잘러의 슬기로운 노션 활용법』(천그루숲, 2022)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공대생의 심야서재〉를 5년째 운영 중이다.
futurewave@gmail.com
https://brunch.co.kr/@future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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