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2018. 10.
제25회 베이징국제도서전 참관기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201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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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중국 출판계에는 ‘빅 뉴스’가 있었다. 중국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국무원 산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구조가 개편되어 신문출판 부서와 영화 부서가 중국 공산당 선전부 산하로 이관되었다. 이로써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국가광전총국으로, 신문출판 부서와 영화 부서는 각기 신문출판총서와 영화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구조 개편은 심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본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중국의 언론, 출판, 방송, 영화, 뉴미디어에 대한 총체적인 검열과 감시를 담당하는 공룡 기관이었다. 그런데 그 소관 업무에서 언론, 출판과 영화만 따로 떼어, 본래 상급 기관이었던 국무원을 넘어 국가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의 직접 관리 체제 아래에 편입시킨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해 올 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출판인들과 잠깐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필자는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중국 공산당이 출판계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군요.” 중국 출판인들은 모두 웃었다. 그중 한 명은 감탄하며 “김 선생님은 우리 사정을 아주 잘 아시는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단지 ‘관’(官)의 언어로 그 구조 개편의 공식적인 의미를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적인’ 의미를 그들에게 밝힐 수는 없었고 아마 그들도 공공연히 그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시진핑 체제는 나날이 언론통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데 올해 언론, 출판 부서와 영화 부서의 공산당 선전부 편입은 바로 그런 추세의 일환인 것이다.
올해 필자는 8월 22일~26일,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국제도서전을 참관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중국의 언론정책의 추세에 따른 변화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전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필자는 그 변화를 거리에서, 지하철역에서 체감했다. 2년 만에 온 베이징은 꽤나 더 ‘감시사회’화 되어 있었다. 필자가 숙소를 중심가에 정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과거에 비해 공안들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띄었고 지하철역마다 설치된 검색대의 보안요원들도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형식적인 검색은 전혀 없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공안들이 임의로 남자들을 불러 세워 신분증 검사를 할 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예전에는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최근 소수민족의 소요나 국제적인 정치 행사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불심검문인 듯했다. 전시장 출입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엄격한 검색이 이뤄졌다. 유인검색대를 통과하고 나서도 또 ID카드나 입장권으로 게이트를 통과해야 했다. 이런 식으로 필자는 베이징에 체류하는 4박 5일 간 50여 차례 넘게 ‘검색 대상’이 된 듯하다. 짧은 일정이어서 별 문제는 아니었지만 한 달 이상 있었다면 아마 신경증에 걸렸을 듯하다. 작년 11월 상하이국제도서전 참관을 위해 방문한 상하이에 비해 검문검색의 강도가 몇 배는 더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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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의 검문검색 강화는 출판 영역에서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관리 강화로 표출된 듯하다. 전시회에서 만난 H출판사의 대표는 “최근 당국이 ISBN을 잘 안 줍니다. 심사가 까다로워졌어요.”라고 내게 고충을 토로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내가 묻자, “쓰레기 책을 줄이려는 것이죠. ISBN을 마구 지급하니 출판사들이 아무 책이나 막 내서 그러는 거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전통적으로 중국 당국은 ISBN을 무기 삼아 570여 개의 출판사(중국의 출판사는 모두 국가 소유이다)와 1,000여 개의 민영출판기업을 통제해왔다. 책을 내려면 반드시 ISBN이 필요한데 중국 당국은 연도, 분기별로 출판사가 제출하는 도서 출간 계획을 심사해 필요한 수량의 ISBN을 지급한다. 그리고 다수의 출판사들은 확보한 ISBN 중 일부만 자신들의 책을 내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민영출판기업에 나눠주고 ‘관리비’를 받는다. 출판사는 민영출판기업이 내는 책을 위해 자신들의 ISBN과 출판사 이름만 주는 것이 아니라 출간 전 원고를 검사하고 정부 당국의 검열 절차까지 대행해주므로 이른바 ‘관리비’라 부르는 것이다.
H출판사 대표가 정부 당국의 ISBN 관리 강화의 목적이 ‘쓰레기 책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틀리다. 출판사로부터 ISBN을 ‘구입하는’ 일부 영세 민영출판기업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쓰레기 책’, 즉 염가의 외국문학 전집이나 저자가 불분명한 편집서들을 양산하면서 전체적인 도서의 질을 크게 낮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ISBN 관리 강화는 곧 민영출판기업에 ISBN을 공급하는 출판사로 하여금 민영출판기업이 출판하는 도서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정부 당국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도서에 대해서만 ISBN을 지급하면 출판사는 자신들의 ISBN 구입 고객인 민영출판기업에 대해서도 그 특정 기준에 맞는 책만 기획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특정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사회주의 중국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기준일 것이다.
과연 전시장에서 만난 한 민영출판기업 대표는 “정부의 출판정책이 민영출판기업이 점점 더 책을 내기 힘들어지는 쪽으로 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졌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당국이 ISBN 수량을 통제하고 줄이면 민영출판기업이 출판사로부터 ISBN을 확보하는 금액이 오를 수밖에 없고, 여기에 검열 강화로 기획까지 크게 제한을 받고 있으니 책 내기가 쉬울 턱이 없다. 그 대표는 한국출판사 부스를 돌며 한국 로맨스 소설과 판타지 소설의 소개 자료를 잔뜩 모아 가져갔다. 중국의 현실 사정과는 무관한, 외국의 장르문학을 번역해 출판하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중국 정부 당국의 심해진 검열 상황에 대해서는 얼마 전 다른 민영출판기업의 ‘분투기’를 제삼자를 통해 전해들은 바 있다. 그 기업은 중국의 작고한 유명 만화가이자 수필가인 펑쯔카이(豊子愷)의 전기를 내려고 원고를 검열 당국에 제출했다고 한다. 펑쯔카이는 중국의 국민 만화가로서 오랫동안 수많은 저서가 출판되었고 현재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런데 무슨 문제 때문인지 통고도 없이 몇 달간 원고가 계류되는 바람에 출판 허가를 받아내려고 온갖 경로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민 SNS인 위챗의 기업 마케팅 공간 ‘공중계정’에 신간 관련 포스팅을 올리곤 하는데 역시 무단으로 포스팅이 내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사실 중국 검열 당국의 공식적인 검열 기준은 구체적이지 않다. 반헌법적이거나 국가와 민족 단결에 위해가 되는 내용, 사이비 종교와 미신을 선양하고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내용, 외설과 폭력을 선양하고 공중도덕에 위해가 되는 내용, 기타 법률과 행정 법규와 규정이 금지하는 내용은 출판물에 담겨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관련 조례에 두루뭉술한 기준이 나와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때그때 임의적으로 검열이 가해지니 출판 관계자들로서는 검열 당국의 동향에 귀를 기울인 채 갈수록 더 엄격하게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창의적인 출판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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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도 베이징국제도서전의 엄청난 규모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W1~3, E1~3, 이렇게 여섯 구역으로 나누어진 베이징국제도서전의 전시 면적은 총 9만 7,700제곱미터로서 전년대비 5.3% 증가했다. 국내외 2,500여 개 출판 기구가 참여했으며 참여 국가 및 지역은 93개, 전시 도서는 30여 만 종으로서 올해의 주빈국은 흥미롭게도 모로코였다. 중국의 아프리카 중시 정책은 도서전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참가한 국내외 출판 기구의 숫자만 해도 서울국제도서전의 여덟 배에 가까웠고 전시 면적도 그 정도 차이가 나 보였다. 올해 25회째를 맞는 이 베이징국제도서전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어 이미 아시아권 최고의 도서전으로 발돋움했다. 현장 저작권 상담이 이뤄지는 E3 구역의 저작권센터도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아직까지는 ‘국내도서전’ 성격이 짙은 서울국제도서전에 비해 국제적인 성격이 훨씬 강해보였다. 하지만 베이징국제도서전을 통해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매년 한결같다. 그것은 ‘중국 문화의 세계화’이다. 중국 정부의 해외출판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출판된 중국 도서들이 전용 부스뿐만 아니라 각 중국출판사 부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매년 중국은 해외 출판사에 중국도서 출판지원금으로 7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출판되는 중국 도서는 대부분 중국의 전통 문화와 역사를 알리고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는 것들이어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각국 지식인들이 중국에 관한 지식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실 필자 역시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의 해외출판지원금에 의존해 한국에서 중국 현대소설들을 소개, 출판해오고 있다. 한국에 꼭 소개될 필요가 있는 젊은 중국 작가들의 순문학 소설을 발굴한 뒤 해당 작품을 출판한 중국 출판사에 연락해 해외출판지원금을 신청, 획득하고 그 돈을 한국 출판사에 송금하게 한다. 현재 이런 방식이 아니면 한국에서 다양한 중국 현대소설을 출판할 방도가 거의 없다. 아직 한국 독자들은 중국 현대소설을 낯설어하고 크게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매년 한국에서 출판되는 중국 도서는 4~500종에 달하지만 그중 이런 경로로 출판되는 도서가 20퍼센트 이상일 것이라고 본다. 이런 현상에는 당연히 장단점이 존재한다. 장점은 시장 원리에만 의지해서는 출판할 수 없는 중국의 양서를 출판할 수 있는 것이고, 단점은 우리의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아니라 중국의 정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선별 기준에 따라 선택된 지식이 인위적으로 국내에 도입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해당 도서가 주로 학술서나 선전 책자이고 대부분 기획출판 방식으로 소량 출판되어 널리 유통되지도 독자들의 호응을 얻지도 못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국제도서전의 여섯 구역 중 가장 화려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인민문학출판사, 삼련서점, 중화서국, 상무인서관, 베이징시월문예출판사, 중신출판사 등 비교적 실력 있는 중국 대형출판사들의 부스가 몰려 있는 W1, W2 구역이었다. 이들은 교과서 출판에 치중하는 다른 국유출판사들과는 달리 자체 기획한 단행본 도서가 많아서 저작권을 수입하려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특히 올해의 백미는 중신출판사였다. 교과서 출판권이 없어 오로지 단행본 출판으로 승부해야 하는 중신출판사는, 공항 서점 체인을 운영하는 경험을 살려 ‘서점형 부스’를 차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체 출간 도서만으로 서점 공간을 빼곡하게 채웠고 경제경영, 자기계발, 국내외 인물 전기, 아동 그림책 등 출간 분야도 다양해서 도서전 기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필자도 그들의 부스에서 책을 4권이나 샀다. 모두 수필과 소설이었으며 그중 3권은 2018년 루쉰문학상 수상작이었다. 한 출판사의 책들 중 한 해에 루쉰문학상 수상작이 3권이나 나온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나 올해 다른 출판사들의 책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본래 인문서가 강한 삼련서점, 중화서국, 상무인서관의 부스를 몇 번이나 드나들었지만 눈에 띄는 양서가 없었고 인민문학출판사와 작가출판사가 미는 대표 작가들의 명단은 작년과 거의 비슷했다. 상하이, 난징, 광둥, 후난 등 지방 출판그룹의 부스를 돌 때도 계속 고개를 갸웃했다. 내 전문 분야가 문학, 인문 파트에 한정되어 있어 확언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예년에 비해 새로운 작가, 신선한 기획이 드물었다. 각 부스의 저작권 담당자들 중 상당수는 수출 실적을 못 올려 한숨을 쉬고 있었다. 도서전의 규모가 매년 커지고 중국 출판업의 매출도 수치상으로는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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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통계에 의하면 중국 도서소매시장 성장률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13.46%나 성장했다고 한다. 올해는 9.7%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국민소비력 증대와 온라인서점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아동도서 판매 증가로 인해 이런 성장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당당왕, 징둥상청, 아마존차이나로 대표되는 중국 온라인서점업계의 발전이 인상적이다. 2012년 경 온라인 판매의 비중은 중국 전체 도서소매시장 규모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2018년 현재는 58.6%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 중국 전체 도서소매시장의 예상 규모는 880억 위안(한화 약 14조 3,809억 원)으로 한국의 4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수치는 사실 허점이 많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출판인들은 하나같이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하며 판매부수가 줄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데 중국 출판업은 어떻게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까? 우선은 늘 부풀려지는 통계수치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인데 공식적으로 노출되는 중국 출판사들의 매출은 실제 판매가, 즉 서점 공급가가 아니라 ‘정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고 중국 출판사들의 공급가가 우리에 비해 높은 편도 아니다. 최대 오프라인 서점체인인 국영 신화서점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위탁판매제를 택하고 있으며 공급가 기준도 우리와 비슷하다. 게다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온라인서점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온라인서점의 할인율은 놀라울 정도로 크다. 도서정가제가 아직 실시되지 않는 상태에서 신간 할인율이 50%가 넘는 일도 허다하다. 여기에 매년 발표되는 전국민독서율 통계를 보더라도 종이책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인도 온라인 콘텐츠에 시선을 빼앗기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통계수치를 부풀려도 연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기 힘들 텐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공공출판사업에서 찾아야 한다. 급격한 도시화에 부응하는 대대적인 도서관 증설, 농촌과 기타 궁벽한 지역에 대한 마을 도서관 보급 그리고 일선 초, 중, 고 학교의 학급문고 지원을 뜻한다. 중국 출판업에서 이런 도서 수요는 이른바 ‘정부 시장’이며 여러 출판사들이 중앙과 지방 정부가 실시하는 입찰에 응해 많은 규모의 책을 공급하고 있다. 14억 인구를 보유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아직까지 ‘민간 시장’보다 ‘정부 시장’의 규모가 크다. 연간 총 발행 부수의 80~85%가 교과서와 교재라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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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로 ‘푸대접’을 받았던 작년과 달리 올해 한국 출판사와 콘텐츠 업체의 부스에는 중국 바이어들의 방문이 잦았다. E1구역에서 국내 출판사 및 저작권 에이전시 23개사가 부스를 열었고 따로 전자출판관도 운영되었다. 실제로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만화, 웹툰 업체들이 총 6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중국은 웹툰 산업이 유료화된 지가 2년이 갓 넘었다. 콘텐츠의 증가가 독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 해외 콘텐츠의 조달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양질의 한국 웹툰을 많이 수입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시장의 수요가 충족되고 중국 내 웹툰 작가가 늘어나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시장 보호 조치도 강화될 것이다. 물론 한국 웹툰 업계에 ‘킬러 콘텐츠’가 계속 등장한다면 그런 장애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웹툰이든 웹소설이든 한국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한정적이거나 이미 한계에 부딪친 듯해 우려가 된다.
현장에 있던 국내 에이전시 분들의 귀띔에 따르면 ‘한한령’이 조만간 풀리려는지 이번 베이징국제도서전에서 한국 도서 저작권의 수출 상담도 활발히 이뤄졌고 2년간 중지되었던 한국 번역서의 중국 출간도 조만간 재개될 것 같다고 한다. 중국 측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8~2012년 상반기까지 한국 도서 저작권은 중국에 5,578종이 수출되었고 2012년 상반기에만 1,316종이 수출되었으며 2013년 중국이 수입한 해외 도서저작권 경로 중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아마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 출판계만큼 중국 출판계도 꽤나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중국 도서에서 외서 비중이 30%를 상회하는데 한국 도서 저작권 수입이 전면 중지되었으니 콘텐츠 수급에 문제가 없었을 리 만무한 것이다.
베이징국제도서전 참관을 마무리하면서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마음이 착잡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경제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문화적 중요성도 심대한 이웃나라이다. 오랜 교류와 문화적 유사성으로 인해 어쩌면 일본보다도 더 문화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과 한국의 국내외적인 정치, 사회, 외교적 변수로 인해 늘 문화 교류가 뜻하지 않은 장벽에 부딪치곤 한다. 그래도 창의적이기는 하되 국내 시장이 협소한 한국 콘텐츠 업계와,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 콘텐츠 업계가 함께 경쟁과 합작을 진행해나가야 하는 것은 필연이자 당위이다. 필자는 이 점을 이번에 베이징국제도서관을 참관하며 재확인했다.
〈그림 1〉 베이징도서전 전시장 전경
〈그림 2〉 베이징도서전 세미나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