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15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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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새롭게 주목받는 취미: 독서

 

 

 

진영균(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

 

2020. 10.


 

코로나19 유행 후, 사람들의 독서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쇼핑몰에서는 책꽂이, 독서대와 같은 독서 용품 판매가 늘었고(‘‘코로나19 집콕’에 독서 열기…전자책 단말기 인기’ 〈연합뉴스〉 9월 8일 자), 교보문고는 상반기 책 판매가 전년 대비 약 8.6%(판매 권수 기준)가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이후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해 도서 판매 변화에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으로 ‘독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통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취미 활동이었던 독서는 그동안 수많은 여가활동에 자리를 내주었다. TV, 인터넷, 스마트폰, 넷플릭스와 유튜브까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취미 활동에서 독서의 점유율은 점점 낮아졌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책 시장이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났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시장을 파괴하고 비대면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코로나 시대에 책 시장이 선방하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책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사실이다.

 

집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음식을 시켜 먹고 홈트(홈트레이닝)를 하는 생활이 지겨워진 시점에 책을 들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행동 변화이다. 이 소중한 분들이 계속 독서 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생활 곳곳에 여러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 출판·서점업계의 과제이다.

 

 

 

전체 분야별 리뷰(1~8월 기준)

 

8월까지 기준으로 신장률이 오른 분야를 살펴보면 가정생활, 유아, 아동, 소설, 시/에세이, 취미/스포츠, 역사/문화, 인문, 정치/사회, 경제/경영, 과학, 기술/공학, 컴퓨터, 취업/수험서, 요리, 건강, 예술, 자기계발, 초등/중고등학습 등 거의 모든 분야인 반면, 신장률이 떨어진 분야는 종교, 만화, 여행, 외국어 분야로 손에 꼽는다.

 

 

〈2020년 기준 분야별 판매 신장률〉

분야

2019년 대비 신장률(1~8월 기준)

분야

2019년 대비 신장률(1~8월 기준)

가정/생활

18.6%

과학

46.7%

유아

12.5%

기술/공학

14.9%

아동

29.4%

컴퓨터

13.8%

종교

-0.8%

취업/수험서

3.9%

소셜

13.6%

요리

1.5%

시/에세이

2.3%

건강

11.2%

만화

-4.9%

예술

4.7%

취미/스포츠

9.4%

여행

-55.5%

역사/문화

16.0%

외국어

-7.9%

인문

15.1%

자기계발

24.0%

정치/사회

35.7%

초등학습

30.9%

경제/경영

31.5%

중고등학습

23.4%

 

 

분야별로 간단히 리뷰하자면,

 

가정생활 분야는 학교 수업이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되고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육아나 자녀 학습법을 알려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분야 전체가 전년 대비 18% 신장하는 동안 자녀교육서는 27.3%가 신장해 가정생활 분야의 신장을 이끌었다.

 

유아아동 분야 중 코로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분야는 아동 분야였다. 유아의 경우 『구름빵』 작가 백희나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며 분야 판매를 소폭 올렸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초등학생들은 아동 동화와 만화를 선택했다. 초등/중고등학습 역시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학습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소설 분야는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사태를 연상케 하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인기를 끌어 8월까지 올해만 2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다(‘끝없는 팬데믹 공포…『페스트』 벌써 20만 부 팔렸다’ 〈매일경제〉 9월 7일 자). 올해는 한국소설 또한 큰 인기를 누렸는데, 특히 청소년소설 판매가 전년 대비 두 배를 넘었다. 집콕생활이 길어지며 청소년층이 재미와 교양을 위해 청소년소설을 택했을 것이라 평가된다.

 

시/에세이 분야의 경우 전년도와 비슷하게 ‘나’를 키워드로 한 에세이가 여전히 강세이며, 최근 연예인이 낸 에세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취미/스포츠 분야는 반려식물, 반려동물, 홈인테리어, 퀴즈/퍼즐/스도쿠와 컬러링/스티커북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취미 활동과 관련된 서적의 판매가 늘었다.

 

역사/문화인문 분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책이 소개되면서 분야 전체 판매량이 올랐다.

 

8월까지 엄청난 신장률을 보인 정치/사회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해 갈수록 사회가 불안정해지자 분명한 정치색을 띤 책이 인기를 끌었다. 일명 ‘조국백서’와 ‘조국흑서’라 불리는 책이 해당 분야에서 대결 구도를 보이며 판매고를 올리고 있고, 다른 책들도 뚜렷한 정치사회관을 보이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어 해당 분야 역시 출판계에서 핫한 분야가 됐다.

 

과학 분야 역시 TV프로그램에 소개된 책이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올라 있었고, 여기에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서 『바이러스 쇼크』,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와 같은 책의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상한 수학책』, 『수학의 쓸모』 등 수학 교과 관련 도서 또한 전에 없는 신장세를 보였다. 과학 분야는 전년 대비 46.7% 신장해 각 분야 중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SF소설과 함께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술/공학컴퓨터 분야의 신장은 코로나19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매년 두 자릿수의 신장세를 보였던 취업/수험서 분야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역신장하다가 하반기 들어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과 각종 국가고시가 늦춰지는 상황으로 인해 해당 분야의 판매도 줄었던 것으로 보인다.

 

집콕생활로 인해 요리 분야의 판매가 신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강 분야에서는 사람들의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상승하고, 전통적으로 여름철에 강세를 띠는 다이어트, 홈트레이닝 관련 책의 판매가 4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건강 분야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종교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한 예배 축소와 온라인 종교활동으로 분야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줄었고, 만화 분야는 재작년부터 하락하던 추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행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분야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가이드북을 구매하던 독자의 비중이 컸던 만큼, 해외여행 자체가 막히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봄이 되고 날씨가 풀리면서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와 국내여행 가이드북 판매량이 올랐다. 여행 분야 베스트셀러는 해외여행에서 국내여행서로 대부분 교체됐다.

 

아래 여행 분야 내 중분류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매년 1~8월 기준), 국내여행과 함께 테마여행과 지도 분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책 또한 주말여행, 자전거여행, 국내여행지도와 같은 국내여행 위주의 책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호캉스, 캠핑 등 테마를 주제로 한 국내여행서는 시장에서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이다.

 

 

기준년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국내여행

5.9%

6.4%

5.1%

5.2%

14.0%

해외여행

78.3%

79.1%

80.0%

77.4%

49.2%

여행에세이

6.9%

6.5%

6.0%

8.6%

17.5%

테마여행

4.7%

4.1%

5.0%

5.1%

12.7%

지도

4.2%

3.9%

3.9%

3.7%

6.6%

 

 

외국어 분야도 여행 분야와 마찬가지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면서 외국어학습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었고, 이는 해당 분야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코로나19와 부(富)에 대한 관심 증가

 

작년과 올해 베스트셀러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분야의 책이 대거 진입했다는 점이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2위에 자기계발 분야의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이 올랐고, 4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베스트셀러 1위 목록을 살펴보면 『더 해빙』- 『김미경의 리부트』- 『부의 대이동』 순으로 자기계발- 자기계발- 경제경영 분야 순이다. 2019년과 2020년 8월 월간 베스트셀러 10위를 비교해보면(아래 표), 2019년 10위 안에 해당 분야는 4위 『90년생이 온다』(경제경영)가 유일했으나 올해 10위 안에 무려 6종이나 올랐다.

 

 

순위

2019년 8월 10위

2020년 8월 10위

도서명

분야

도서명

분야

1위

반일 종족주의

정치/사회

돈의 속성

경제/경영

2위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8

어린이

부의 대이동

경제/경영

3위

여행의 이유

시/에세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정치/사회

4위

90년생이 온다

경제/경영

김미경의 리부트

자기계발

5위

흔한남매. 1

어린이

트바로티 김호중

시/에세이

6위

설민석의 삼국지. 1

인문

더 해빙(The Having)

자기계발

7위

유럽 도시 기행. 1

인문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경제/경영

8위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1

어린이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경제/경영

9위

직지. 1

소설

아몬드

소설

10위

천년의 질문. 1

소설

흔한남매. 5

어린이

 

 

그간 1위에 오른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를 살펴보면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Having)’는 느낌만으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거나,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하는 시대에 자신을 리부트해야 한다는 메시지, 다시 넘쳐나는 유동성에 달러 환율과 금의 상관관계를 잘 지켜봐야 한다는 메시지 등 코로나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책이 대부분이다. 당사는 3월 중순 당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0위에 오른 책 중 7종이 제목에 ‘부자’ 혹은 ‘부’가 키워드로 포함됐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최근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서 그 현상이 심해졌다.

 

재테크 서적이 지금과 같은 호황을 누리던 시기가 2006년~2007년이었다. 당시 전년 대비 32.1%, 75.1%의 신장률을 보이던 재테크 분야의 서적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마이너스 신장률을 보이다가 2018년에 들어서야 2007년의 판매량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경제전망 서적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세계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책으로 호황을 누려 44.7% 신장률을 보였다(이후 유행한 트렌드 서적이 해당 분류에 속해 경제경영 분야의 시장을 키웠다).

 

여기서 한 가지 엿볼 수 있는 것은 경제경영 분야는 경제호황기에는 재테크 서적이 인기이고, 경제위기 상황에선 경제전망 서적이 대세라는 점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그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출판시장에도 유행에 따라 동일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서 옥석을 가리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2005년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이후 일본소설이 쏟아져 나온 2000년대 하반기, ‘힐링’ 에세이 열풍이 거세게 분 2010년대가 그랬다. 요즘 ‘코로나’ 이슈도 마찬가지다. 서점 매대를 살펴보면 너무 많은 책이 제목이나 부제목에 ‘코로나’라는 키워드를 달고 나와서 오히려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헷갈리고 결국 고르기를 포기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를 활용해 동시대 최고의 이슈를 출판으로 풀어내며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출판사들의 노고는 존경스럽다. 하지만 서점은 이 출판사들의 소중한 책을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존재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코로나’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수많은 책이 오히려 독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견을 덧붙이고 싶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상황은 지속될 것이고, 오프라인서점을 찾는 독자 역시 여전할 것이다. 출판사들도 미뤄뒀던 출판물을 하나둘씩 풀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자 수가 늘고 줆에 따라 책 판매에도 변화가 있겠지만 적어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있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종종 발견한다.

 

코로나19 이후에 출판사와 서점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지금 최대한 논의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에서 첨예하게 논의하고 있는 도서정가제 개정도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현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책의 생산과 유통을 통합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부지런히 시도하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그 노력이 코로나19 이후에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영균(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 2007년 교보문고 입사 후 현재까지 언론홍보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출판이나 독서트렌드를 찾아서 언론사에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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