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3  2019.01.

게시물 상세

 

‘100개의 좋은 책(100 gute Buecher)’ 캠페인

 

 

 

홍순철(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2019. 01.


 


사진 1 _ ‘100개의 좋은 책(100 gute Buecher/100 German Must-Reads)’ 캠페인 브로슈어


사진 1 _ ‘100개의 좋은 책(100 gute Buecher/100 German Must-Reads)’ 캠페인 브로슈어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는 2018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시즌을 맞이해 ‘100개의 좋은 책(100 gute Buecher/100 German Must-Reads)’ 캠페인을 소개하면서 이미 영어로 번역된 100개의 독일 문학 작품 리스트를 발표했다. ‘100개의 좋은 책’ 캠페인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독일 문학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독일의 젊은 독자들에게도 문학 읽기의 재미를 환기시켜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100개의 좋은 책’에는 괴테나 실러와 같은 고전 문학 작품들은 제외됐고, 20세기와 21세기 발표된 문학 작품들 가운데 영어로 번역된 작품들로만 선정됐다.

 

부유한 상인 집안인 부덴브로크 가문이 4대에 걸쳐 서서히 몰락해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토마스 만(Thomas Mann)의 1901년 발표작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Buddenbrooks)』로부터 시작해, 1919년 발표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린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대표작 『데미안(Demian)』, 독일의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귄터 그라스(Günther Grass)의 1959년 발표작 『양철북(Die Blechtrommel)』,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중 언론지의 폭력적인 보도 태도를 비난하면서 황색 저널리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의 1974년 발표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전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된 1983년 발표작 스텐 나돌리(Sten Nadolny)의 『느림의 발견(Die Entdeckung der Langsamkeit)』, 은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의 1985년 발표작 『향수(Der Parfum)』, 독일어권 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라는 기록을 세운 베른하르트 슐링크(Bernhard Schlink)의 1995년 발표작 『책 읽어주는 남자(Der Vorleser)』 등, 20세기 대표작들 가운데 64편이 선정됐고, 2000년 이후 발표되어 ‘독일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 36편도 포함됐다.

 

21세기 대표작들 가운데는 독일 통일 직후 소시민의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낸 스벤 레게너(Sven Regener)의 『레만 씨 이야기(Herr Lehmann)』(2001년), 독일을 대표하는 아동 판타지 작가 코넬리아 푼케(Cornelia Funke)의 『잉크하트(Tintenherz)』(2003년), 독일 스릴러 문학의 전환기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랑크 쉐칭(Frank Schätzing)의 『변종(Der Schwarm)』(2004년), 독일 소설의 새로운 바람 다니엘 켈만(Daniel Kehlmann)의 『세계를 재다(Die Vermessung der Welt)』(2005년), 예니 에르펜베크(Jenny Erpenbeck)의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Heimsuchung)』(2008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독일 문학 작품들이 제법 많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 ‘100개의 좋은 책’ 홈페이지
https://www.dw.com/100buecher

 

‘100개의 좋은 책’ 캠페인은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가 주도하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er Buchmesse)과 독일출판서적상협회(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 그리고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이 함께 참여했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도이체 벨레’는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과학기술,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영방송사로,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으로 방송을 하고 있으며, 라디오 국제 방송은 29개의 외국어로 만들어져 세계로 송출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100개의 좋은 책’ 캠페인은 독일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는 문학 홍보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출판 강국 독일 역시 자국의 문학 작품을 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특히 자국의 문학 작품이 영어로 더 많이 번역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계 출판시장에서는 여전히 영어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어떤 문학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국제적인 문학상의 수상 가능성과 더불어 영어 외에 다른 언어로도 번역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문학평론가이면서 1994년부터 도이체 벨레에서 문학 분야를 담당해온 자비네 키젤바흐(Sabine Kieselbach)와 문학 담당 기자이면서 인기 유튜버인 다비트 레비츠(David Levitz)가 ‘100개의 좋은 책’ 캠페인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이체 벨레 홈페이지에는 별도의 창이 마련되어 있고, 그곳에서는 ‘100개의 좋은 책’에 선정된 각 작품에 대한 짧은 동영상 홍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동영상 홍보 자료에는 작가에 대한 소개와 소설 낭독 그리고 해당 작품이 왜 ‘100개의 좋은 책’ 포함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또한 ‘100개의 좋은 책’ 제목을 클릭하면 각 출판사의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작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성해놓았다. 동영상 홍보 자료는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도 올라와 있어 공유나 전달도 가능하다.

 

→ ‘도이체 벨레’ 홈페이지
https://www.dw.com/de/von-buddenbrooks-bis-hool-hier-erhalten-sie-die-b%C3%BCcher/a-43068465

 

독일출판서점상협회가 발표한 『2018년 출판 통계(Buch und Buchandel in Zahlen 2018)』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매년 6,000종 이상의 독일 문학 작품 저작권이 해외로 판매되었다. 2013년 6,466건, 2014년 6,443건, 2015년 7,521건, 2016년 7,310건에 이어, 2017년에는 총 7,856종에 대한 저작권 계약이 체결되면서 저작권 수출이 최고조에 달했다. 독일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는 역시 아동, 청소년 분야로 총 3,037건의 저작권 거래가 이루어졌고, 문학 분야는 1,294건, 논픽션 분야에서 849건의 저작권 계약이 체결됐다. 이처럼 저작권 수출의 꾸준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독일어권 작가들과 출판 관계자들은 자국의 문학 작품들이 영미권에 더 많이 수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독일 문학이 영미권으로 번역되면 문학적 성취도와는 별개로 상업적인 성공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미권 독자들을 포함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독일 문학은 지나치게 진지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존재했다. 지난 세기 독일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전쟁과 나치, 히틀러, 동독 등이었고, 당연히 문학의 주제도 이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독일 문학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스릴러,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 문학이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에민 세비 오즈다마르(Emine Sevgi Özdamar), 사사 스타니직(Saša Stanišić), 알리나 브론스키(Alina Bronsky), 요코 다와다(Yoko Tawada) 등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이민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전통에 갇혀 있지 않은 새로운 문학 세계를 활짝 열어젖혔다.

 

‘왜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에 알려진 독일 작가들이 별로 없는 것일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100개의 좋은 책’ 캠페인. 놀랍게도 영국과 미국 출판시장의 번역서 비중은 단 3.5%에 불과하며, 이 수치는 지난 수년간 바뀌지 않고 있다. 영미권의 주요 서점에는 여전히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의 책들이 점령하고 있다.

 

“우리는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당연히 읽어야 할 책들을 골랐습니다. 최고의 목록도 아니고 순위도 없습니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작가들이 쓴 훌륭한 책들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독일어권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문학 작품들을 통해 유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세요. 책 읽는 사람이 오래 산다(People who read live longer!)는 말을 기억하세요!”

 

도이체 벨레의 문학 담당 기자 다비트 레비츠가 ‘100개 좋은 책’ 캠페인을 소개하는 동영상에 남긴 이야기다.

출판계 이모저모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