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17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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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결산]
출판계의 오늘, 그리고 내일

 

 

 

류영호(교보문고 NEXT프로젝트추진실 부장)

 

2020. 12.


 

역대급으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뒤바꿔놓은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표준이 기존의 것들을 바꾸고 있다. 말 그대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급작스러운 일상의 변화는 출판 콘텐츠 제작과 유통, 독서 환경 전반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오프라인 서점과 도서관 이용에 제한이 있었다. 미국과 중국, 유럽 국가 등에서 시행된 락다운(Lock Down) 조치가 크게 현실화되지 않은 점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와 기업 활동에서 원격수업, 집콕생활, 재택근무 등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개인의 문화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등 영상 기반의 OTT(Over The Top) 콘텐츠 소비량이 급증했고, 웹소설·웹툰 등 스낵컬처(Snack Culture)와 숏폼(Short Form) 콘텐츠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그리고 2020년 출판계 주요 이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출판 산업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했지만, 대형 유통 시장에 준 충격파는 예상보다 덜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도서 구매량에 있어서 오프라인 채널은 감소했지만, 온라인 채널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교보문고의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창립 이후 최초로 온라인(웹+모바일) 채널(56.3%) 매출액이 오프라인 채널(43.7%)을 넘어섰다. 집에서 독서를 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 독자와 자녀들의 학습 활동을 조력한 부모들이 주로 온라인 채널을 이용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가정에서의 보육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린이 독자를 위한 유아·아동·초등학습 분야의 판매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자녀교육서를 구매하는 부모들의 구매가 가정생활 분야까지 연결되면서 학습 서적과 가정생활 서적 매출이 동반 성장한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관련 도서 판매도 급격히 늘었다. 상반기 다이어트 분야는 전년 동기 대비 48.3%, 운동·트레이닝은 38.5% 상승했다.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욕구인지, 과학 분야 도서도 46%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위기를 재테크 기회로 삼은 독자로 인해 경제경영 분야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상위 다섯 개 분야에 들었다. 주식·증권과 재테크 분야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8%, 72.4% 급증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에 따라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여행(-54.1%)과 외국어(-10.1%) 분야는 판매량이 급감했다. 매년 두 자릿수 단위로 판매가 증가했던 취업·수험서 분야도 전년 동기보다 1.8% 줄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고, 토익을 비롯한 각종 어학·자격증 시험이 대부분 연기된 영향이 크다. 이러한 추세는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형·온라인 서점에 밀린 동네서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가 동네서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곳 중 19곳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60% 정도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설문 결과, 61% 이상 줄었다고 답한 곳도 24곳이나 될 만큼 오프라인 채널의 감소 여파가 크게 밀려왔다. 그동안 지역 동네서점은 작가와의 만남, 독서모임 등 오프라인 행사로 대형·온라인 서점과 차별화를 시도했고, 최근에는 온라인 배송 도입 등 위기 극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국내소설과 과학 분야 도서의 판매 성장은 주목해야 할 이슈이다. 교보문고가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국소설 판매 추이를 조사한 결과, 한국소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0.1% 신장률을 보이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소설이 최고 정점을 찍은 2012년보다 4.3% 증가했다. 이 중에서 SF 분야는 약 5.5배, 청소년 분야는 약 두 배, 드라마·영화 소설은 약 아홉 배 성장하면서 한국소설의 인기를 주도했다. 올해 판매가 가장 많은 한국소설은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였으며, 그 뒤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순으로 집계되었다. 잘 팔리는 책들의 공통 키워드는 청소년, SF, 신진 작가들로 기존의 흐름과는 달랐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에 대한 교양과학서 판매가 늘었고, 원격수업이 길어진 학생들을 상대로 수학 관련서 수요가 높아졌다.

 

코로나19는 모바일 환경에서 디지털 출판 콘텐츠 이용률을 높이는 촉매제가 되었다. 오프라인 서점과 도서관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Audio Book)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역 도서관이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 대출 서비스를 확대한 점이 주요 원인이다. B2B 도서관 외에도 B2C 콘텐츠 플랫폼도 가성비 높은 구독 모델로 확장하면서 일반 이용자들의 주목을 많이 얻었다. 밀리의서재, 교보문고 샘(Sam), 리디셀렉트 등 대표적인 출판 콘텐츠 플랫폼의 신규가입자와 이용량이 대부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되는 경제 불황과 1인 가구 증가, 정보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졌다. 특히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Z세대(MZ)는 상품의 소유보다 경험을 더 중시하고 있다. 이렇게 구독 모델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소유 개념이 약화되는 새로운 소비 추세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구독 모델은 정액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함과 동시에,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 독자들의 선호가 계속될 전망이다.

 

미디어셀러(Media Seller), 북튜버(Book Tuber) 등 영상 매체를 통해 책을 다룬 프로그램과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활동도 더욱 확장되었다. 교보문고 발표에 따르면, tvN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된 책 중에 16종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동안 놓치고 있던 베스트셀러와 고전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줬다. 『페스트』, 『지리의 힘』 등 기존의 스테디셀러가 현재 시기와 맞아 떨어지는 추천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광고 논란도 있었지만 이미 유튜브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읽어주는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확장되고 있다. 서점과 도서관 등에서 개인용 북튜브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거나 직접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요즘 책방 : 책읽어드립니다' 홈페이지(http://program.tving.com/tvn/thepage-turners?rcnt=1)


〈요즘 책방 : 책읽어드립니다〉 홈페이지(http://program.tving.com/tvn/thepage-turners?rcnt=1)

 

언택트(Untact) 시대는 독자들과의 만남을 랜선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시는 카카오와 협력하여, 온라인 공간에서 시민들이 양질의 독서문화 콘텐츠를 향유하고 동네책방을 홍보하는 ‘30일 랜선 북클럽’을 운영했다. 독서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도 온라인 독서모임을 개설했다. ‘랜선 트레바리’라는 슬랙(Slack) 기반의 독서 커뮤니티도 운영 중인데, 트레바리가 직접 선정한 책을 트레바리만의 방식으로 읽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이다. 온라인 줌(Zoom)이나 유튜브 라이브 등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통해 북클럽이나 북콘서트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와는 거리가 있지만 2020년 국내 출판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들도 여럿 있었다. 우선, 올해 초에 있었던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이슈가 있었다.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자 중 우수상 통보를 받은 작가 세 명이 출판사 측의 ‘수상작 저작권 3년 양도’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최초 문제 제기 이후 한 달 정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주관사(문학사상)는 기존의 이상문학상 합의 사항에 대해 전면적인 시정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정리되었다.

 

4월에는 백희나 작가의 동화 『구름빵』에 대한 저작권 관련 소송의 최종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은 백희나 작가가 한솔교육 등 네 곳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했다. 백희나 작가는 구름빵 애니메이션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는 저작물을 수정할 수 없는 ‘동일성 유지권’이 침해됐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름빵』과 별개의 저작물로 봐야 한다고 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간 구름빵 사태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창작자들에게 기준이 되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창작자들의 권한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저작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도서 도매업 진출을 두고도 찬반양론이 맞서기도 했다. 4월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교보문고의 도매 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출판계와 도서유통계, 서점계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존 도매업체들은 “영세한 도매업계를 고사시키고, 지역 서점과 중소출판사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일부 서점 단체는 “불투명하고 후진적인 기존 도서 유통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기대를 보였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낙후된 국내 도서 유통 시스템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다.

 

6월에는 서적 도매업체인 인터파크송인서적이 경영난 악화로 인해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기업회생 절차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적 도매업의 악화와 대형서점 중심 현상의 심화, 2017년 회생 절차로 약화된 영업력 회복 실패 등이 주요 원인으로 발표되었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과 관련해서 출판인들은 모기업인 인터파크의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 부족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인터파크는 올해 상반기 매각을 추진했으나 원매자 찾기에 실패했고, 코로나19까지 겹쳐 영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략적 투자자(SI) 한 곳과 조건부 매매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인과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소설 내용으로 사용했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된 김봉곤 작가의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수상 반납 소식도 지난 여름을 뜨겁게 만들었다. 김봉곤 작가는 트위터에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를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여러 논란 끝에 문학동네는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창비는 『시절과 기분』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올해는 국내 출판계의 중요한 과제였던 유통 시스템 개선도 본격화되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이 출판유통 통합 전산망 구축과 운영을 위해서 상호 협력에 나섰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출판사가 발행하는 신간 도서 정보를 등록하면 유통사와 도매상, 지역서점, 도서관 등 관련 주체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산관리시스템이다. 출판물의 생산·유통·판매 정보를 통합·관리하면서 국내 출판유통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 시스템은 향후 출판유통업계 전반의 매출 향상과 저비용·고효율 업무 혁신을 통한 경영 합리화, 판매통계 빅데이터 활용 등 출판정책 결정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시범 운영 대상을 확대 시행하고, 하반기에는 최종 완성된 형태의 통합 전산망이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국내 출판계의 가장 쟁점이 되었던 이슈는 도서정가제 개정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 3년 주기 재검토 시한(11월 20일)에 맞춰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을 결정했다. 문체부는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 생태계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해서 큰 틀에서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출판시장 변화 등을 반영해 세부 사항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에서는 정가 변경(재정가)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가 변경 허용기준을 현행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된다. 문체부는 전자출판물 시장 특성을 고려한 도서정가제 적용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자출판물 시장을 연구·조사하고,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연기됐던 2020년 서울국제도서전이 10월 16일부터 10일간 커뮤니티하우스 마실과 32곳의 서점 및 문화 공간, 도서전 웹사이트를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곳곳의 서점·문화 공간을 연계해서 기획한 분산형 축제를 지향했다. 〈XYZ: 얽힘〉이라는 주제로 이번 도서전에는 국내 198개 출판사와 동네서점·문화공간 32곳이 참여했다. 도서전 웹사이트는 10일간 2만여 명의 방문자와 21만 회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도서전 웹사이트와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제공된 다양한 강연과 대담 프로그램들은 총 3만 2,000뷰를 넘겼다. 또한 올해 연말까지 주요 온라인 전시와 강연, 대담 프로그램을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2020 서울국제도서전 웹사이트(https://sibf.or.kr/)


2020 서울국제도서전 웹사이트(https://sibf.or.kr/)

 

해외에서 한국 작가들과 국내 출판물이 호평을 받은 이야기도 중요하게 봐야 할 사항이다. 4월에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 일본어판이 일본 ‘2020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4년 제정된 서점대상은 일본 서점 직원들이 직접 투표하여 선정한다. 2012년부터 신설된 번역소설 부문에서 아시아 소설이 수상작이 된 것은 처음이다.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는 우리나라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회는 “소재, 표정, 제스처에 대한 놀라운 감각으로 영화 같은 그림책을 통해 외로움과 결속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평가했다. 10월에는 김영하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독일어 번역본이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을 받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올해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을 받아 한국과 일본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출판사인 카스에서 독일어 번역본을 펴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삶을 그린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은 미국 하비상 최고 국제도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등, 올해에는 해외에 한국 출판의 위상을 높인 사례가 많았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2021년 출판계 전망

 

코로나19로 인해 변하게 된 우리의 일상은 2021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속도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의 시대도 함께 움직일 것이다. 출판유통 채널에서 온라인과 모바일이 주류가 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면 오프라인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유아·아동·교육, 투자·재테크 분야 도서의 급증한 판매량도 여행·외국어·취미·실용 분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 시대는 당분간 시장의 ‘상수’가 될 것이다. 원격수업, 집콕생활, 재택근무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지, 풀기 어려운 숙제는 계속될 것이다.

 

2020년에 경험한 출판 생태계 전반의 변화는 나름의 시장 면역력을 만들어줬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오프라인과 온라인, 대면과 비대면 등 양쪽 극단과 융·복합을 두루 경험하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2021년의 출판계가 좀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은 바로 이러한 경험의 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쓰기와 읽기의 방식과 구조적인 연결 자체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플랫폼 중심의 유통 방식과 마케팅의 변화가 선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콘텐츠 구독 모델과 영상 기반의 미디어, SNS를 통한 네트워크 마케팅과 팬덤(Fandom) 그리고 멤버십 비즈니스 등이 있으며 세계 출판생태계 전반에 안착하고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각종 기술들이 출판과 연결되면서 생긴 북테크(Book Tech)가 해외 출판계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내 출판계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출판에 화두가 될 것이다. 향후 3년의 기준이 될 도서정가제 개정이 완료된 만큼 도서 유통 채널은 콘텐츠와 배송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온라인 서점들은 쿠팡·이베이·신세계 등 종합 대형쇼핑몰들의 대대적인 공세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만간 아마존도 SKT 11번가를 통해 한국 출판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은 차별화된 큐레이션과 매력적인 독서 프로그램, 온라인 배송 연계 등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출판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방향은 언택트 환경에 맞춰야 한다.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빠르게 병행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 책이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위안과 희망이 다시 살아나는 2021년을 기대한다.

류영호(교보문고 NEXT프로젝트추진실 부장)

현재 ㈜교보문고 NEXT프로젝트추진실 부장. 신사업기획·마케팅·대외 제휴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했으며, 2015년에 제21회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아마존닷컴 경제학』, 『출판혁신전략』,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출판혁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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