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8 2022. 11.
MZ세대를 사로잡는 숏폼 콘텐츠의 비밀
김소연(더에스엠씨 콘텐츠연구소)
2022. 11.
흔히들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 이하 ‘숏폼’)는 롱폼 콘텐츠(long-form contents, 이하 ‘롱폼’)의 짧은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긴 호흡의 영상을 재가공해 만들거나,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여겨서다. 사실 숏폼에서 ‘짧음’은 전제일 뿐, 전부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gif 파일 형식의 애니메이션부터 단편 영화나 드라마까지, 그 종류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다행히도 디지털 시장에서 숏폼은 매우 간단하고 명확하게 정의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작 또는 유통되는 1분가량의 세로형 영상. 이 글에서 이야기할 숏폼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그간 스냅챗, 틱톡 등 특정 소셜 미디어 플랫폼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숏폼이 주류로 떠올랐다. 유튜브가 쇼츠를, 인스타그램이 릴스라는 ‘숏폼 플랫폼’을 새로이 출범하며 나타난 변화다. 이 대형 플랫폼이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이 숏폼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새로이 진입하는 크리에이터가 생겨나면서 트래픽도 증가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인다는 말처럼, 숏폼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브랜드가 늘고 있다. 새로운 형식과 똑똑한 방향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유튜브 코리아×NCT 댄스 챌린지 #NeoSeoulChallenge
숏폼을 가장 빠르게 활용한 콘텐츠 형식 중 하나가 ‘댄스 챌린지’다. 국내에서는 2020년 지코가 신곡 〈아무노래〉를 발매할 당시 하이라이트 안무를 활용한 짧은 댄스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신곡 홍보의 필수 요소가 됐다. 댄스 챌린지의 성공이 곧 음원 판매 실적으로 이어지며, 3분을 훌쩍 넘었던 곡의 길이까지 ‘따라 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2분 내외로 줄어드는 추세다.
유튜브 코리아는 쇼츠라는 플랫폼 차원에서 대형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댄스 챌린지를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BTS, 에스파, 청하에 이어 올여름 NCT127과 함께한 ‘NEO SEOUL CHALLENGE(네오 서울 챌린지, #NeoSeoulChallenge)’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축제’를 테마로 했다. 한 곡의 킬링 파트를 주제로 했던 댄스 챌린지의 성공 공식을 타파하고, 기존 발매곡 〈영웅(英雄; Kick It)〉, 〈Cherry Bomb〉 2곡과 신곡 〈질주(2 Baddies)〉를 묶어 챌린지 3개의 시리즈화를 시도했다.
콘텐츠 상단에 이모지를 삽입해 댄스 챌린지 참여를 유도한 유튜브 코리아 쇼츠, NCT127의 #NeoSeoulChallenge (출처: 유튜브 코리아)
챌린지 호흡이 길어진 만큼,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를 곳곳에 심어 놓았다. 영상 상단에 이모지를 삽입해 어려운 댄스 동작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했고, 챌린지 참여자를 대상으로 아티스트 팬미팅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실제 챌린지 기간 중에 팝업 스토어 ‘Neo Seoul Club’을 운영하여 온·오프라인을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확산을 도모했다. 그 결과 60여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가 챌린지에 참여했으며, 일반 사용자의 참여 콘텐츠는 약 13만 건을 기록했다. 해당 챌린지를 담은 프로모션 영상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LA 메리어트, 일본 도쿄 시부야 등 해외에서 옥외 광고로도 송출됐다.
롯데리아 유튜브 채널 〈버거가게〉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이를 관리하여 브랜드를 각인하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 콘텐츠는 실제 소비자에게 자주 노출될 만큼 접근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다시 찾아볼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롯데리아는 이런 목적으로 일찍이 공식 유튜브 채널 〈버거가게〉를 통해 콘텐츠를 발행해왔다. 장수 기업이 가진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주요 이용 고객인 MZ세대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 최근 숏폼을 활용한 행보는 특히나 주목할 법하다.
롯데리아는 유튜브 채널 〈버거가게〉에서 메이트의 실제 사연을 녹인 숏폼 드라마 콘텐츠를 연재 중이다.(출처: 롯데리아)
1분이 채 안 되는 세로형 웹드라마 〈버거가게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는 실제 롯데리아 메이트가 업무 중 겪은 사연으로 만들어진다. ‘단골 손님 유형’이나 ‘배달 요청 상황’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에 예능적 요소를 심어 구독자 대비 높은 조회 수와 인터랙션(‘좋아요’와 댓글)을 자랑한다. 이 같은 흥행에는 콘텐츠 호흡이 짧다는 특징도 한몫했다. 기존 웹드라마처럼 30분가량을 집중할 필요가 없고, 이전 시리즈를 학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햄버거, 감자튀김 등 롯데리아 주력 제품의 노출이 적어 ‘광고적 성격’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홍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시청자의 놀이터를 만들어 브랜드의 대세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TVING 인스타그램 릴스
영화, 드라마와 같은 롱폼을 서비스하는 OTT 플랫폼도 숏폼을 활용하고 있다. 주로 자신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2차 콘텐츠를 선보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쿠팡 플레이 모두 저마다 소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티빙의 경우 인스타그램 릴스를 꾸준히 발행 중이다.
티빙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숏폼 형태로 가공한 2차 콘텐츠 예시(출처: 티빙)
릴스에 게재할 수 있는 영상 길이는 15초에서 최대 90초다(2022년 6월 업데이트 기준). 1분 30초라는 제한된 시간에 영화와 드라마를 가장 인상 깊게 노출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예고편과 같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축약 형태이고, 두 번째는 가장 자극적인 하이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로형 영상을 세로형 틀에 배치하고, 상단의 여백에는 후킹한 제목이나 설명을 삽입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 다른 형태도 있다. 서로 다른 콘텐츠에서 각각 유사한 소재를 추출해서 하나의 콘텐츠로 합치는 방식이다. 예컨대 티빙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 한지민,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너는 나의 봄〉 서현진, 〈술꾼 도시 여자들〉 정은지의 반 묶음 헤어 스타일링을 한 컷에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게시했다. 또한 극중 야구선수로 분한 〈18어게인〉 위하준, 〈도깨비〉 정해인, 〈여신강림〉 정건주, 〈응답하라 1994〉 유연석을 조합하는 형태의 인스타그램 릴스를 게시하기도 했다. 기존 콘텐츠에서는 언뜻 지나쳐가는 장면이지만, 합쳐지고 반복되면 시청자는 이를 ‘새로운 콘텐츠’로 인지한다.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자극은 곧 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이미 본 콘텐츠를 시청한 이들에게는 ‘이런 장면이 있었나?’ 하고 다시금 콘텐츠를 재생하게 되는 트리거(trigger)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인다. 시청자가 반응하는 콘텐츠가 살아남고 유통되며 이것이 또 기업과 브랜드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숏폼의 성장은 ‘기대된다’라는 서술로는 부족하다. 2021년 이미 디지털 광고 시장의 규모가 전체 광고 시장 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했고, 그간 주요 디지털 영상 광고 플랫폼으로 꼽힌 소셜 미디어가 이제 숏폼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맞는 시점, 숏폼은 디지털 영상 광고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 갈까? 소셜 미디어를 변혁할 모멘텀이라는 수식에 걸맞은 변혁을 이끌어낼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소연 더에스엠씨 콘텐츠연구소 뉴미디어 기업 더에스엠씨그룹 산하 더에스엠씨 콘텐츠연구소 소속으로 소셜 미디어 콘텐츠와 밀레니얼 Z세대 트렌드를 연구한다. 『숏폼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의 공저자이며, 경제경영서적 베스트셀러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의 기획, 편집을 담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