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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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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 SOC 도서관 지원 정책 시행에 대한 작은도서관의 생각

 

 

 

박소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2018. 12.


 

 

 

또다시 조성인가?

 

작은도서관 통합 홈페이지(www.smalllib.org) 첫 화면에는 현재를 기준으로 등록되는 전국의 작은도서관 수가 표시되어 있다. 2018년 11월 초를 기준으로 6,400개를 넘어섰다. 2017년 작은도서관 운영실태조사 및 운영평가 결과보고서(문화체육관광부, 2018)에 따르면 등록 기준에 적합한 현재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의 수는 6,058개로 조사되었다.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을 만날 수 있는 지역적으로 가장 접근성이 좋고 주민 친화적 공간으로 생겨온 작은도서관은 그간 괄목할 만한 수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공공도서관 1,000개, 어린이도서관 100개, 거기에 학교 도서관과 작은도서관까지 합치면 수많은 어린이와 성인 및 학생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의 수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사진 1 _ 제주도 설문대 어린이 도서관(필자 제공)


사진 1 _ 제주도 설문대 어린이 도서관(필자 제공)

 

그러나 이 모든 공공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이 몸살을 앓고 있는 문제는 공간은 있으나 이를 운영할 만한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야기되어왔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 정부는 2018년 8월, 지역 밀착 생활형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에 기반을 둔 공공도서관 및 작은도서관 조성 계획에 예산을 확대하여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하여 정부의 생활형 SOC의 모범 사례로 소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형 SOC 작은도서관 조성은?

 

생활형 SOC는 국민 생활에 기반을 둔 도서관, 국민체육 시설, 돌봄 시설, 미세먼지 차단 숲, 낡은 도시의 재개발 지원, 위험 도로와 철로 개선 등을 확대하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거둘 것을 기대하며 마련된 정책이다. 이에 올해 5.8조 원에서 내년 8.7조 원으로 50% 이상의 예산을 늘릴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각 지자체에 2019년도 생활형 SOC 사업 추진을 위한 체육·문화시설 지원사업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였다. 전국 시·군·구 작은도서관 건립 지원에 223개소와 노후해진 공공도서관을 북카페형과 개방형 휴식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신규 50개소를 확충하는 계획으로 작은도서관 조성 지원에 221억 4천9백만 원(보조율 70%)과 공공도서관 건립 지원 200억 원(보조율 40%)을 투여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자치단체에 사업 수행을 위한 수요조사를 9월 24일~10월 8일까지 2주간에 걸쳐 실시하고 10월 19일까지 보완과 평가를 거쳐 10월 22일 지원 대상(안)을 통보하며, 12월 지원 대상을 확정하는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방향이 국민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여겨진다. 국민들의 문화 향유를 통한 삶의 질 개선에 역점을 둔다는 점에서 과거 토목사업과 건설 위주의 계획에서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생활 현장인 지역과 밀착하여 추진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운영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너무나 뜬금없는 발표이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현장에서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소통의 장이 과연 마련된 적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예산에 따른 맞춤식 집행의 결과를 통해 어떠한 변화와 문제를 다음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 결과에 따른 집행 의지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예견된 방향이라기보다는 급작스러운 결정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이를 집행할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방의 자치단체도 현재 명확한 방향과 비전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서관계는 새롭게 제6기 대통령직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제3차 도서관종합발전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시점이다. 아직 향후 도서관의 전체적인 미래 설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이번 생활형 SOC 사업을 통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조성 사업의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인할 수 없는 시점인 것이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제2차 도서관종합발전계획 과정에서 작은도서관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여전히 민간 차원에서 작은도서관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아파트) 작은도서관의 수가 전체 작은도서관의 33.6%인 1,560개관을 차지하면서 개소 이후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빈도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9월, ‘국가발전과 도서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작은도서관 토론회에서 작은도서관은 더 이상의 조성보다는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임을 공히 인식하고 질적 성장의 토대 마련을 위한 도서관법의 정비와 작은도서관 인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생활형 SOC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작은도서관 223개소는 더 이상 공간 조성 계획이 아니라 이를 누가 어떻게 운영하여 작은도서관의 역할을 바로 세우고, 국민들이 좀 더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를 쾌적하게 받고 누릴 수 있도록 그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그에 따라 건축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운영의 관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사람’이 전제되어야 한다

 

작은도서관은 1980년대 문고의 형태를 벗어나 좀 더 공공서비스를 강화하여 공공도서관의 부족한 틈을 메우며, 주민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서 주민들에게 알 권리와 정보 접근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작은도서관은 현재까지 76.8%에 해당하는 4,651개관의 수가 말하는 것처럼 민간 영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힘겹게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협소한 공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민과 함께 읽고 선별하여 좀 더 유용한 책들을 갖추고자 노력했으며, 책을 통한 생활문화 예술 활동을 창조적으로 만들고,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해왔다. 또한 마을의 현안들을 공론화하고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일에 앞장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좋은 마을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공동체로 일구고자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책’이 있는 공간의 힘이며 ‘도서관’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의 중심에 서야 하고 설 수 있는 공공기관임을 확인해오는 과정이었다. 부족하기에 나누었고, 나누었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과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민주 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곳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작은도서관의 역할이 좀 더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필수적인 조건이 따라야 함을 인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작은도서관은 ‘공간’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작은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바로 ‘사람’이 필요하며 ‘사람’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도 이제는 ‘사람’에 대한 지원과 교육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사진 2 _ 구로 흥부네 그림책 작은도서관(필자 제공)


사진 2 _ 구로 흥부네 그림책 작은도서관(필자 제공)

 

이번 정부의 생활밀착형 SOC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과 더불어 마련되어야 하는 또 다른 정책 과제는 작은도서관 인력에 대한 대안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성 계획만 있고 인력 계획이 뚜렷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사업 추진의 결과가 정부가 기대했던 방향과 같이 가려면 좀 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새롭게 조성될 223개의 작은도서관은 향후 작은도서관의 방향과도 밀접하게 연계되는 미래 지향적인 사업 결과물로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작은도서관 조성의 해당 자치단체는 작은도서관의 조성과 더불어 이를 운영할 운영 주체 마련에 현재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활형 SOC 사업의 모델이 되고 있는 구산동도서관 마을의 사례는 바로 이러한 주민의 의견이 계속 논의되어온 과정이 있었으며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공적자금과 인력이 결합하여 주민들이 향유하게 되는 공간으로서의 좋은 장점이 있다. 이 과정이 이번 과정에는 강조되면서도 빠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

 

 

 

새로운 작은도서관의 모델이 되자

 

생활형 SOC의 결과물로 만들어질 전국의 작은도서관 223개는 미래 비전을 가진 작은도서관의 모델이 되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공간을 지키는 대체 인력 정도의 수준으로 운영자를 고민하기보다는 작은도서관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즉 삶을 디자인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도서 확충과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이를 다양한 문화 활동 및 마을 활동으로까지 연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살피지 않는 조성 사업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미 너무 많은 작은도서관은 있으나 제대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현실에 수만 늘리는 작은도서관의 조성 계획에는 힘을 보탤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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