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4 2021. 08.
투명한 인세 지급이 출판 생태계를 살린다
한승빈(다산북스 저작권 팀장)
2021. 8.
올 상반기 출판계에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지만 가장 크게 주목을 받는 사건은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39)가 인세 누락 문제로 출판사와 소송 중인 사건과 장강명 작가가 출판사에 인세 누락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다. 두 작가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출판계 인세 관련 논란이 이번처럼 크게 확산한 적은 없었다. 출판계의 불투명한 유통 구조 개선부터, 출판 판매 정보 공유 시스템과 인세 정보 공유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은 물론, 출판사의 불투명한 구조도 문제이지만 작가들이 출판사로부터 선인세를 받고 원고를 주지 않거나, 책을 내지 않으면서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는 윤리적인 해이가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출판인까지 백가쟁명의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선진국의 많은 나라에서는 서적 분야 통합전산망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의 북넷캐나다, 독일의 엠파우비, 일본의 JPO, 프랑스 CLIL 등이다. 북넷캐나다는 책에 대한 정보가 279만 건, 엠파우비는 정보 건수가 210만 건에 이르러 몇 개의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이 판매되었는지 심지어 매출액이 얼마인지까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반면 우리 출판계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나 대한출판협회가 진행 중인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 같은 실시간 판매 부수 공유 시스템이 구축될 전망이다. 이미 대형 서점들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여러 유통사의 판매 정보가 통합된 판매 부수 공유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판매 부수가 공유되면 저자는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는 유통사를 제외한 약 70%~80%의 판매 부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출판사와 저자들 간의 신뢰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인세의 투명성을 위한 과제는 남아 있다. 실시간 판매 부수 공유가 이뤄진다고 해서 인세의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인세 정보는 판매 부수와 달리 출판사의 비밀 영업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실시간 판매 부수 공유와 인세 정산 내역은 다른 범주의 영역이다. ‘인세 공유 프로그램’처럼 출판사와 저자가 개별적으로 자신의 인세를 확인할 수 있는 인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만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산북스는 2020년 2월 ‘다산북스 저자 인세 프로그램’을 출판계 최초로 개발해서 저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저자들은 인세 조회 서비스에 신원을 입력하면, 도서 판매 정보와 인세 내역을 매일 열람할 수 있다. 인세 공유 프로그램은 출고 시스템과 연동돼 있고, 조회 시점으로부터 15일 이전까지 인세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자동으로 계산해 보여준다. 예를 들면 7월 15일에는 책 출간 시점부터 6월 30일까지의 판매 부수와 인세를 확인할 수 있다. 업데이트되는 정보는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 그대로 제공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즉 인세 정보 프로그램에서 어떤 도서의 하루(6월 30일) 판매량이 100부라면, 단순히 100부라는 숫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100부라는 숫자를 클릭했을 때 100부를 구성하는 모든 해당 서점들의 판매 기초 데이터(판매 부수)를 정확히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전자책 인세나 오디오북 인세도 종이책 인세와 동일하게 제공되고 있다.
다산북스의 모든 저자들은 인세 공유 프로그램(http://royalty.dasanbooks.com)을 통해 본인의 도서 계약 정보, 인세액 지급 정보는 물론, 도서의 실제 판매 정보까지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실제) 저자들은 본인 책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에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다산북스와 계약한 모든 도서 리스트, 각 도서별 인세율 및 인세 지급 주기, 기 지급된 인세 내역 및 앞으로 지급될 인세 내역, 그리고 최근 3개년 판매 정보 및 유통업체별 판매 정보까지 (확인 가능하다) 포함된다. 단순 판매 정보뿐 아니라 유통업체별 판매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건 출판업계 최초의 일이다.
‘다산북스 저자 인세 프로그램’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약 정보, 서점별 판매 정보, 인세 지급 보고서
그러나 중소 출판사는 ‘인세 공유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인력을 배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대안 없이 ‘왜 인세 공유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냐’고 묻는 건, 중소 출판사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한국출판인회의나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공신력 있는 단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단체들이 공동으로 인세 공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무상 보급해야, 중소 출판사에도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문화가 마련될 수 있다. 또한 중소 출판사들의 인세 공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관리해주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중소 출판사도 저자와 신뢰를 기반으로 상생하는 출판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출판사들의 다양한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출판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저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를 창작하여 그 가치를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초석이 될 것이다. 한승빈(다산북스 저작권 팀장) rMaeng2, 프뢰벨하우스, 넥서스 출판사를 거쳐 다산북스 저작권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호기심에 있어 보여 시작한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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