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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1  2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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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서 열풍의 원인과 전망

 

 

 

강현정(예스24 경제경영 MD)

 

2021. 5.


 

2021년 1월 9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주식투자서가 국내도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염승환, 메이트북스)로 2021년 1월 4일 등록된 후 단 6일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심지어 해당 도서는 당시 예약판매 중이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잠시 1위에 올랐던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박경철, 리더스북) 이후로 무려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린이가 가장 알고싶은 최다질문 TOP77

 


주식투자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윤재수, 길벗)의 경우, 2019년 약 5천 부가 판매된 데 반해 2020년에는 그 여덟 배에 달하는 3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또 주식투자 분야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13년간 주식으로 단 한 해도 손실을 본 적이 없는 피터린치 투자법』(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 국일증권경제연구소)의 경우, 2019년 한 해 동안 약 4천 부가 판매된 데 반해 2020년에는 그 네 배에 달하는 1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2020년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주식’이라는 단어는 계속해서 인터넷서점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있었고, 2020년 말과 2021년 초에는 줄곧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식투자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시작과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시작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촉발된 주가의 폭락과 급등에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3월 코스피는 1,500선 아래로 추락했다가 7월 2,200선을 기록했고, 이후 11월에는 2,600선을 기록해 2018년 1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021년 1월 6일에는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했다. 과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세계금융위기 직후 폭락했던 주식이 반등에 성공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폭락장을 절호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2020년 개인투자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2020년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63조 8천억 원으로, 이는 종전 최대치인 2018년 10조 9천억 원의 무려 여섯 배에 이르는 규모였다.

 


최근 5년 코스피 변동 추이


최근 5년 코스피 변동 추이

 

두 번째로,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 기조를 들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고, 같은 해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현재까지 모두 일곱 차례 연속 같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저금리 기조하에 가계의 자금은 고수익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거액이 요구되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지난해 가계금융자산(약 4,539조 원)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4.1%p 증가한 19.4%로 증가 폭이 가장 컸으며, 주식과 투자펀드를 합한 비율은 3.7%p 증가한 21.8%로 나타났다. 반면 예금과 채권 비중은 각각 1.5%p, 0.2%p 감소했다.

 


최근 1년 한국은행 기준금리


최근 1년 한국은행 기준금리

 

세 번째, 존 리의 등장이다. 2020년 한국에 ‘존 리’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그는 1980년대 초 연세대 경제학과를 자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KPMG의 전신인 피트마윅(Peat Marwick)에서 회계사로 일하다가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크락(Scudder Stevens & Clark)으로 옮겨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면서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4년에 설립된 코리아펀드는 한국 시장에 투자한 최초의 뮤추얼펀드로, 당시 저평가되던 한국의 주식들을 사들여 장기투자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1984년 상장 당시 600억 원이던 자산이 존 리 대표가 사임하던 2005년에는 1조 5천억 원으로 성장했다.

 

그가 2014년 미국에서 귀국한 뒤,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하면서 목격한 한국의 현실은 금융 문맹 2위국의 모습이었다. 메리츠자산운용 직원들조차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투자전문가들이 손절매를 이야기하는 이상한 나라였다. 그는 월가의 중심에서 오랫동안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철학을 모국의 투자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하며 한국의 투자문화 변화를 주도했다. 그는 부자의 길은 사실 놀라울 정도로 가까이 있으며, 과도한 소비를 투자로 바꾸는 라이프스타일의 전환만으로도 기적이 일어난다고 외쳤다. 투자를 결심한 사람들을 위해 경제독립을 위한 10단계 과정을 제시하는 그의 대표작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존리, 지식노마드)은 2020년 3월과 4월에 걸쳐 예스24 국내도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하반기 내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렀다.

 

돈은 모두에게 꼭 필요하고 정말 중요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돈을 경시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풍조를 안타까워한 존 리 덕분에, 2020년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돈 공부와 투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마지막으로, 유튜브를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주식투자를 시작한 많은 이들이 주식 공부를 하고자 유튜브 주식투자 정보 방송을 즐겨보기 시작했다. 주린이들의 사랑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는 스타도 탄생했는데,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의 저자인 염승환(염블리)이 바로 그 대표주자이다. 133만 명이 구독하고 주식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튜브 방송인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에 매일 아침 출연해 주식시황 및 투자정보를 친절하고 성실하게 전달하는 그에게 많은 주린이들이 신뢰와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그의 저서는 출간되자마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염승환 외에도 인기 주식 유튜버들의 콘텐츠가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23.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미국주식으로 은퇴하기 – 미주은〉의 『미국 주식으로 은퇴하기』(최철, 황금부엉이), 18.7만 명이 구독하는 〈뉴욕주민〉의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뉴욕주민, 비즈니스북스), 구독자 26.8만 명을 보유한 〈소수몽키〉의 『소수몽키의 한 권으로 끝내는 미국주식』(소수몽키(홍승초), 길벗)이 대표적이다.

 

요즘 가장 영향력 있는 채널, 예를 들면 〈MKTV 김미경TV〉(구독자 134만 명)나 〈신사임당〉(구독자 144만 명), 〈김작가 TV〉(구독자 76.8만 명)에 특정 도서의 저자가 출연하거나, 특정 도서가 소개되는 경우 해당 도서의 판매가 크게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도서 시장 전체적으로 달라진 흐름이다. 아마도 출판사들이 새로운 신간 출간을 위해, 새로운 저자 발굴을 위해, 또 주요 도서의 홍보를 위해서 지금 가장 주목하는 곳도 유튜브일 것이다. 필자 역시 도서 판매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주요 채널들을 구독하며 늘 주시하고 있다.

 

 

이토록 뜨거워진 주식투자, 그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한국은행은 지난 4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작년에 이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식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을 계기로 많은 이들이 주식투자가 건전한 재테크 및 중요한 노후 준비 수단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0년 주식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코로나19와 언택트였다면, 2021년은 코로나19 백신과 경기의 정상화가 될 것이다. 따라서 경기에 민감한 업종과 기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식투자서의 가장 떠오르는 이슈는 ‘미국 주식’이다. 그 중심에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테슬라’가 있다. 『넥스트 테슬라를 찾아라』(홍성철/김지민, 에프엔미디어), 『똑똑한 주식투자 : 제2의 테슬라를 찾아라』(한국경제신문 및 한국경제매거진 특별취재팀,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등 테슬라만큼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미국 구조적 성장주’에 대해 다룬 책들의 판매가 눈에 띈다. 한국의 미국 주식투자 규모는 예탁원 보관 잔액 기준 2016년 10조 원이었던 것이 2020년 28조 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대한민국 전체 주식시장 규모인 약 2,000조 원에 비하면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아마도 올해 이 수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수익과 함께 손실을 경험하면서 투자 원칙을 점검하는 책들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말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13년간 주식으로 단 한 해도 손실을 본 적이 없는 피터린치 투자법』(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외에도 『주식 거인들에게 배우는 잃지 않는 투자 원칙 49』(김명환, 스마트비즈니스), 『지혜롭게 투자한다는 것 : 절대 잃지 않고 가장 오래 쌓는 투자의 대원칙』(버턴 말킬/찰스 D. 엘리스, 부키)이 대표적이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마지막으로 주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향후 경제 예측 도서를 추천하고 싶다. 세계 3대 투자가 짐 로저스의 대예언을 담은 『대전환의 시대』(짐 로저스, 알파미디어), 블롬버그 선정 세계 1위 미래학자인 제이슨 솅커의 신작 『반란의 경제』(제이슨 솅커, 리드리드출판), 2023년 역사상 최악의 버블을 예고하는 『트리플 버블』(한상완/조병학, 인사이트앤뷰) 이렇게 세 권이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말했다.
“뛰어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간은 당신의 편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국의 모든 주린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강현정

 

강현정(예스24 경제경영 MD)

첫 직장인 예스24에 2007년 입사해 올해로 15년째 근무 중이다. 현재 도서팀에서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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