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 2021. 04.
밀리의 서재 ‘내가 만든 오디오북’
김혜성(밀리의 서재 유니콘팀 매니저)
2021. 4.
최근 오디오북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TTS 기계음이 어색하게 책을 읽어주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출퇴근길에, 잠자기 전에, 운전하면서 누군가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이 늘고 있다. AI 스피커, 사물인터넷 등 음성 인식과 관련된 첨단 기술이 책과 결합하면서, 독서 시장의 최근 화두는 가히 오디오북이라 할 수 있다. 밀리의 서재만 해도 전체 콘텐츠 이용의 20%를 오디오북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오디오북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디오북을 즐기기 위해서는 질 좋은 오디오북 콘텐츠가 제작되어야 하는데, 제작 비용과 시간의 부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귀로 듣는 독서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아직 오디오북에 관심이 없거나 오디오북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벽이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게 어렵지, 한번 들어보면 그 매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고들 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오디오북을 좀 더 쉽게 접해 책에 대한 관심은 높이고 독서의 문턱은 낮출 수 있길 바랐다. 또한 제작 장벽을 없애 더 다양하고 좋은 오디오북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밀리의 서재가 지난 1월 공개한 ‘내가 만든 오디오북’도 이 지점에서 탄생했다.
밀리의 서재가 지난 1월 5일 오픈한 ‘내가 만든 오디오북’
오디오북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꿈꾸는 ‘내가 만든 오디오북’ ‘내가 만든 오디오북(이하 내만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유튜브, 팟캐스트처럼 사용자가 오디오북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참여형 오디오북이다. 누구나 오디오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모델은, 오디오북 관련 플랫폼 중 밀리의 서재에서 최초로 시도했다. 수익 모델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고, 오디오북 제작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오디오북 콘텐츠가 다양해질 것이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디오북을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오디오북 시장이 고급화를 지향하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책을 읽기 위해서는 훈련받은 성우가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가공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처럼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제작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 오디오북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와 같은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용 때문에 제작을 망설였던 책들이 자연스럽게 오디오북으로 생산되면서 사용자와 출판사, 플랫폼 모두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오디오북도 DIY 시대, ‘내가 만든 오디오북 KIT’로 내 마음대로
출판사, 성우 지망생, 작가, 유튜버에 회사원과 주부까지,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다. 단, 오디오북 제작을 위해서는 밀리의 서재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내가 만든 오디오북KIT(이하 내만오KIT)’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밀리의 서재는 듣기만 하는 오디오북이 아닌,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실제 책의 내용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을 제공하고 있다. 내만오KIT는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 도구이다.
밀리의 서재가 자체 개발한 ‘내만오 KIT’를 통해 오디오북을 직접 제작하는 화면
많은 사람들이 오디오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작 방법이 간편해야 한다. ‘내만오KIT’는 오디오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전자책을 불러온 후, 마우스로 드래그해 간단하게 오디오북 스크립트를 만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읽을 문장을 선택한 후에는 녹음 버튼을 눌러 해당 문장을 낭독하면 된다. AI 보이스를 사용하고 싶을 때도 간편하게 버튼만 클릭하면 인공지능 성우가 문장을 읽어준다. 현재 밀리의 서재는 다섯 가지의 AI 보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 음성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AI 보이스는 앞으로 계속 추가 확대될 예정이다.
하나의 책, 수많은 버전의 오디오북을 즐기는 재미
오디오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책은 출판사와의 협의가 완료된 책으로 제한되지만,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수십 가지 서로 다른 오디오북이 탄생할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읽을 수도 있고, AI 보이스가 대신 읽게 할 수도 있으며, 일부 내용만 발췌해서 읽어도 된다. 필요하다면 직접 코멘트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구독자들은 한 권의 책을 가지고도 각각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버전의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
이렇게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버전의 오디오북이 제작된다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도 재미있는 일이다. 오디오북 제작을 위한 시간과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데다, 2차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오디오북이 있다는 것은 다방면으로 도서를 노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동기 부여 요소도 중요하다. 밀리의 서재 ‘내만오’의 경우에는 구독 수익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오디오북을 만들면 일단 본인의 서재에 비공개 오디오북으로 등록된다. 이를 공개하고 싶다면 밀리의 서재에 검수를 신청해 통과해야 한다. 검수에 통과해 공개된 오디오북을 누군가 3분 이상 재생했을 때, 재생한 회원 한 명당 구독 수익 100원이 사용자에게 발생한다. 단, 오디오와 문장을 세밀하게 체크해 검수에 통과한 오디오북만이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만의 오디오북으로 즐기기만 할 때보다 더욱 정성스러운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쌓인 구독 수익은 언제든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5만 원 이상이 되면 출금 신청을 할 수 있다. 사용자의 구독 수익은 오디오북을 제작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책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홍보될 수 있도록 하는 동기 부여 요소다.
‘내만오’에 몰리는 관심, 밀리의 서재도 계속 진화 중
2021년 1월 5일 내만오 서비스가 정식으로 출시된 이후, 3월 현재까지 100권이 넘는 오디오북이 공개됐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은 제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회원들에게 꾸준하게 이용되고 있다. 검수를 기다리고 있는 오디오북도 300건이 넘는다. 출금이 가능할 정도로 구독 수익이 쌓인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내만오를 통해 오디오북으로 제작된 도서에 대한 관심이 함께 늘어나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퇴근길 클래식 수업』은 내만오로 제작된 이후 해당 전자책 순위가 전월 대비 1,171위 상승했고, 『2021 IT 트렌드를 읽다』는 1,131위 상승했다. 『고수의 질문법』은 무려 3,117위나 상승했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 노출에 따른 전자책 순위 상승은 밀리의 서재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는 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통해 밀리의 서재는 더욱 다양한 내만오가 등장할수록 더 많은 책이 독자들에게 새롭게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월 밀리의 서재는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완독형 오디오북 100권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AI 보이스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것이다. 이전의 음성합성 기술인 TTS와는 비교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억양과 감정 연기가 가능한 수준까지 진화한 기술 덕분에, 오디오북에 대한 장벽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오디오북
오디오북 전성시대, 남은 숙제는
밀리의 서재를 비롯한 오디오북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오디오북이 열어갈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오디오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책의 종수이다. 더 많은 책이 오디오북으로 다양하게 제작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독자와의 연결고리가 생길 것이다. 밀리의 서재 역시 더욱 다양한 책이 오디오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많은 출판사와 함께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에 주어진 숙제도 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내만오’가 조금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진화하도록 개선을 거듭하는 동시에, ‘내만오’에서 일종의 ‘스타 오디오북 리더(Reader)’가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벌써 일반인이 제작한 오디오북들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밀리의 서재가 ‘내가 만든 오디오북’으로 새롭게 펼쳐나갈 오디오북의 시대를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기를 바란다. 김영주(밀리의 서재 독서플랫폼팀 매니저) 밀리의 서재 웹/앱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 KIT과 검수 프로세스 등 ‘내만오’ 시스템 전반을 만들었다. 김혜성(밀리의 서재 유니콘팀 매니저) 밀리의 서재에서 ‘내가 만든 오디오북’의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의 각종 정책과 출판사 협의, 리더 관리 등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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