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 2020. 12.
언택트 시대,
김빛나(피알액트 대표)
2020. 12.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산업 전반에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온라인서비스가 보편화되었다.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물품을 집 앞에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도, 여행도, 공연도 집에서 해결할 수 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폐쇄와 자가 격리로 재택 명령이 떨어지면서, 약 90%의 판매가 화상상담회, 전화, 온라인 판매 등으로 변화했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국가, 대다수의 회사에서는 비즈니스 방식을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B2B 전환, 출처: McKinsey
전시회도 마찬가지다. 직접 참가했던 전시회는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얼굴을 보고 명함을 주고받던 비즈니스 상담은 Zoom이나 Google Meet 같은 화상회의 솔루션을 통한 화상상담으로 대체되었다. 이번 회에는 코로나19로 달라진 해외 도서전을 소개하려 한다.
가장 먼저 시작되는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월 말에서 5월로 한 차례 연기됐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주최 측은 결국 도서전 개최를 취소했다. 2021년에는 1월 26일부터 31일에 도서전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참가가 불가능한 해외 참가사를 위해서는 온라인 생방송과 녹화방송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런던 도서전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약 25,000명의 출판사, 작가, 에이전시 담당자가 참가할 예정이었던 런던 도서전은 결국 취소되었다. Penguin Random House, Hachette, HarperCollins, Simon & Schuster, Amazon과 같은 대형 출판사 및 에이전시는 취소 공식 발표 이전에 이미 불참 의사를 표했다. 한편 소규모 참가 출판사들은 행사 1주일 전이 되어서야 뒤늦게 취소를 발표한 런던 도서전을 비판했다(비슷한 시기의 파리 도서전,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약 3주 전에 행사가 취소되었다). 2021년 런던 도서전은 기존의 3월이 아닌 6월 29일부터 7월 1일에 열리기로 결정되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행사 시기를 미뤘다고 한다.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런던 도서전과 다르게 도서전을 온라인으로 변경하여 진행한 곳도 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BCBF, 2020.05.04.~2020.05.07.)
볼로냐 아동도서전 홈페이지 출처: BCBF 홈페이지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기존에 예정되었던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한 후 온라인 북페어로 행사를 진행했다. 인도같이 인터넷 기술의 제한으로 라이브 참석이 어려운 패널은 사전에 영상을 녹화하여 참석했고, 그 외에는 온라인을 통해 생방송으로 북 토크쇼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화상세미나, 출처: BCBF 홈페이지
도서 플랫폼을 통해 약 2만여 권의 도서를 디지털 포맷으로 업로드하여 정보를 공유했다. 이 플랫폼은 기존 BCBF에 등록된 바이어와 참가사에 한해 올해 12월 31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또한 세계 최대 아동도서전인 만큼 약 2,500여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상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한 온라인 행사, 출처: BCBF 홈페이지
베트남 도서전 (Vietnam Book Day, 2020.04.19.~05.20.)
베트남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베트남 도서의 날’은 4월 19일부터 5월 20일까지 약 한 달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50여 개의 출판사가 참여했으며, 8,000여 개의 출판물 및 10,000여 개의 전자도서를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Fahasa, Tiki 같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도서전 전후로 다양한 도서 할인 판매를 하였다. 한편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행사는 5월 이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오프라인으로도 진행되었다.
호치민 주석 탄생 130주년 기념 도서전시회 홈페이지, 출처: 정통부 홈페이지
하노이와 호치민에 있는 책의 거리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각종 행사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하였다. 호치민 주석 탄생 130주년을 맞아 이뤄진 ‘호치민 주석 탄생 130주년 기념 도서전시회’를 5월 18일부터 22일까지는 오프라인으로, 5월 19일부터 30일까지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하였다.
호치민 주석 탄생 130주년 기념 도서전시회 오프라인 전시, 출처: VN_Zing
호치민 주석 탄생 130주년 기념 도서전시회 오프라인 행사,
싱가포르 도서전 (Singapore Book Fair, 2020.05.18.~2020.05.25.)
싱가포르 도서전 역시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Reading Positive Energy”라는 주제로 온라인 이벤트에 전념하였다. 좋은 책을 소개하고 책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이벤트 기간인 일주일을 독서 주간으로 명명하고, 5월 방학 동안 작가접견실, 동화 읽어주는 시간, 유명연사와 함께 하는 점심시간, 음악 교실 등 모든 연령대가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했다.
싱가포르 도서전 온라인 작가접견실 행사, 출처: 싱가포르 도서전 홈페이지
싱가포르 도서전은 B2B가 아닌 B2C 행사로, 출판사 간 비즈니스 대신 일반인에게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해 영문과 중문으로 된 두 개의 플랫폼을 운영했다.
싱가포르 도서전 도서판매 플랫폼, 출처: 싱가포르 도서전 홈페이지
북엑스포 (BookExpo 2020, 2020.05.27.~2020.05.29.)
북엑스포 역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5월에 개최 예정이었던 북엑스포는 7월로 연기되었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2021년 봄으로 미뤄졌다. 대신 Buzz Panel 등 몇몇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성인, 청소년, 중등부 편집자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는 공식 Facebook 페이지를 활용하여 진행하였다. 또한 Zoom 대규모 화상회의를 이용한 피칭 시간도 가졌다. 이러한 이벤트는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으로라도 관계를 넓히고 친분을 쌓길 바라는 많은 미국 편집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보통의 북엑스포였다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북엑스포 첫날에 진행된 ‘코로나바이러스가 도서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한 패널은 거의 2만 1천 명이었고, 그 주 주말에 열린 BookCon엔 관람객 약 40만 명이 참여했다(참고로, 2019년에는 약 2만 명이 참여했다).
BookExpo 화상세미나, 출처: BookExpo 2020 홈페이지
BookExpo 행사 안내, 출처: BookExpo 2020 페이스북
또한 북엑스포는 행사 전용 모바일 앱을 활용하여 행사 세션 푸시 알람, 참가사, 도서 목록 등 세부 사항을 검색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온라인 참관객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출판사에 기부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하여 출판업계에 작은 힘을 보탰다.
베이징 국제도서전 (BIBF2020, 2020.09.26.~2020.09.30.)
BIBF 행사 안내 페이지, 출처: BIBF2020 홈페이지
매년 8월 말에 개최되는 베이징 국제도서전(BIBF)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한 차례 연기되어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97개 지역에서 약 1,400개 참가사가 참가하였으며, 30여만 종의 도서를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전시하였다고 한다. 이 중, 신규 참가사는 약 200곳이며 우루과이, 몽골, 아일랜드 등 7개국은 베이징 국제도서전에 처음 참가하였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에 비해 참가사가 1,200여 개 줄었지만, 방문객은 대폭 증가하였으며 스트리밍 수는 10억 회를 기록하였다. 온라인 도서전 개최를 위해 베이징 국제도서전 주최 측은 웹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행사의 효율성을 높였다. 해당 플랫폼에는 도서 IP 판권 거래, 도서 및 상품 판매 등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5G, 증강현실 등 첨단기술을 도서 소개 서비스와 접목하였다.
BIBF 클라우드 플랫폼, 출처: 앱스토어 “BIBF云书展“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도서전 기간이 길었던 만큼 700여 번의 온·오프라인 이벤트 및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온라인 포럼은 센트 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하였다(참고로, 중국에서는 Zoom, Google Meet과 같은 화상 미팅 프로그램의 사용이 원활하지 않다).
BIBF2020 아동도서 포럼, 출처: BIBF 홈페이지
눈길을 끌었던 행사 중 하나는 “BIBF와 함께 세상을 읽자”라는 이벤트로, 작품 또는 작가의 말 1만 8천 개를 짧은 영상으로 소개하였으며, 조회 수가 8억 4천만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전국의 독자를 위해 북경, 상해, 강소성, 복건성, 광동성 등 지역의 대형 출판사를 통해 소규모 전시회도 개최하였다.
BIBF2020 오프라인 소규모 전시, 출처: CN_광명일보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온라인 도서전을 통해 판권 수출, 협력 출판 등 4,395개의 계약을 이끌어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99% 증가한 수치이다. 이에 탄력받아 주최 측은 2021년 BIBF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 (IIBF, 2020.09.28.~10.07.)
인도네시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도서전을 개최했다. 도서전시회, 도서 판매, 북 토크, 커뮤니티 등 오프라인 도서전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IIBF2020은 이번 행사에서 웹 포털, 소셜 미디어, Shopee 등 세 가지 플랫폼으로 운영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중에서도 코로나19가 심각한 지역이다. 특히 출판사 대부분이 모여있는 자카르타는 이미 여러 번 셧다운되어 대부분의 출판사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동 제한이 있어서 서점도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했다. 참고로, Gramedia Group과 Mizan Group 모두 올해 하반기부터 도서 수입을 제한하고 내수에 힘쓰고 있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편집자가 직업을 잃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 주최 측은 코로나19로 도서 출판이나 판매가 어려워진 출판사를 돕기 위해 Shopee를 통한 도서 판매를 진행했다.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 Shopee 협찬 안내, 출처: IIBF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에서는 150개의 출판사, 약 3만 권의 도서가 소개됐다. 또한 국내 참가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으로 유명작가와 함께하는 문맹 퇴치 기념행사, 도서 읽기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스페셜 에디션” (FBF2020, 2020.10.14.~10.18.)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를 Special Edition이라고 부른다. 2020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온라인과 시내 현장 전시 없이 진행되었다. 온라인 도서전은 해외 독자를 위한 디지털과 라이브 이벤트, 80개의 BOOKFEST 이벤트 등 총 2,100여 개의 이벤트로 이루어졌다. 도서전에는 103개국의 4,440여 개 출판사와 2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하였다. 특히 BOOKFEST Digital은 10월 17일 하루 동안 124개국에서 150만이라는 조회 수를 기록하였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스페셜 에디션” 안내 페이지, 출처: FBF 홈페이지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스페셜 에디션은 독일 정부의 지원으로 전시자, 무역관, 일반 관람객에게 종합 디지털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였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요 행사는 다음과 같다.
Frankfurt Rights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스페셜 에디션” 세미나 전경, 출처: FBF 홈페이지
Match Me If You Can: Making New Business Contacts
BOOKFEST Digital and BOOKFEST City
BOOKFEST CITY – 작가와의 만남 오프라인 행사, 출처: FBF2020
Frankfurt Audio
상하이 국제아동도서전 (CCBF2020, 2020.11.13.~2020.11.15.)
CCBF2020 포스터, 출처: CCBF 홈페이지
매년 11월 중순에 개최되는 상하이 국제아동도서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 2020년 상하이 국제아동도서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1개 국가 및 지역에서만 참가하였으며, 350여 아동출판 기관 및 아동 관련 문화기업에서 최신 아동도서 6만여 종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해외 참가사는 약 30% 정도이다.
상하이 국제아동도서전의 오프라인 방문객은 2만여 명이며 온라인 방문객은 52만 명을 돌파하였다. 또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세계, 그리고 미래와 함께”라는 한 가지 주제로 개최되었는데, 처음으로 “천만 동포와 함께 바이러스 항쟁”이라는 주제로 변경되었다. 본 도서전에서는 300여 개의 이벤트 및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주로 전문적인 교류 행사, 출판 발표, 온라인 생방송 등이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Children Plus”라는 이벤트인데, 0~3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여 21개 국가 및 지역의 우수작품 140작을 선정하고 아래 사진과 같이 부모가 유아와 함께 책을 읽는 행사였다.
CCBF2020 오프라인 행사장, 출처: CCBF 홈페이지
Children Plus 프로그램, 출처: CCBF 홈페이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코로나19 시대에서 국제도서전은 예년과 달리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소규모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변화하였다. Zoom 등을 통한 화상 미팅으로 예전과 같이 바쁘게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일부 출판 관계자도 있었지만, 한 익명의 에이전트는 한정된 시간에 한 장소에 모여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도서전과 같이 며칠 만에 계약이 체결되기거나 큰 관심을 얻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전을 이루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이러한 걱정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화상 미팅의 비용적 시간적 효율성을 체감하고, 익숙해진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화상 미팅은 오프라인 미팅과 병행되며 그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빛나(피알액트 대표) 피알액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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