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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5  20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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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국제도서전을 가다

 

 

 

양선아(〈한겨레〉 책지성팀 기자)

 

2023. 07.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은 독립출판사들과 아트북 출판사들의 책에 관심이 많았다.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은 독립출판사들과 아트북 출판사들의 책에 관심이 많았다.(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1회 도서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0년 동안 65회째 개최되었으며,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전면 해제된 뒤 처음으로 도서전이 열렸다.

 

 

 

지난해보다 참가사 3배 늘고, 관람객 30% 늘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온 만큼 도서전 참가사도, 관람객도 대폭 늘어 도서전은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보다 도서전 참가사가 무려 3배나 늘어 36개국 530개사가 참여했다. 참가사들은 책 전시는 물론이고 부대 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약 17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이 프로그램에 다녀간 연사만 200여 명에 달했다.

 

도서전 개막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앞에는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섰다. 주말에도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 독서 동아리 멤버들끼리 왔다는 중년 여성들, 친구들끼리 온 젊은 대학생들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책을 둘러보고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도서전을 즐겼다. 이번 도서전에는 5일 동안 총 1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수치다.

 

국내외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개막식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참석했다. 김건희 여사는 축사에서 “문화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더욱이 이 책의 힘은 그 위대함의 바탕이 돼준다”며 “우리의 도서가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고 세계 출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외에도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회장, 카린 판사(Karine PANSA) 국제출판협회장, 셰이카 보두르 빈트 술탄 알 카시미(Sheikha Bodour bint Sultan Al Qasimi) 샤르자 도서청 회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개막 행사에 참석했다.

 

주빈국 샤르자에서 마련한 샤르자 문화유산 연구소 밴드의 개막식 공연 모습

주빈국 샤르자에서 마련한 샤르자 문화유산 연구소 밴드의 개막식 공연 모습(출처: 양선아 기자)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던 2023 서울국제도서전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던 2023 서울국제도서전(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논휴먼(NONHUMAN)’을 주제로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논휴먼(NONHUMAN)’이었다. 도서전은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을 운영하다간 인류가 파국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며 ‘비인간’에 주목했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 인간과 사물들 사이의 불평등으로 인해 기후 위기가 나타나고 있으니, 이제는 인류의 위기를 직시하고 인간 너머의 새로운 삶과 관계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관람객에게 말을 건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럽에서는 스페인이 4월부터 40도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이탈리아에서는 홍수가 나 막대한 피해를 입는 등 기후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제 전시장에서는 ‘비인간’이라는 주제에 맞춰 총 600권의 도서를 큐레이션했다. ‘사라지다’, ‘저항하다’, ‘가속하다’, ‘교차하다’, ‘가능하다’라는 동사 5개를 열쇳말(Keywords)로 제시하고 주제별로 관련 책을 전시했다. 관람객 이하나(33·서울 성동구) 씨는 “책 속 문장을 볼 수 있게 만들어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문장을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생겼고, 인간 중심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막식이 있었던 도서전 첫날엔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그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의 강연은 좌석 100석이 꽉 차고 강연장 바깥에서 서서 듣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인기였다. 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21세기 들어와서 발생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는 전부 박쥐로부터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며 “원래 박쥐의 90% 정도는 열대 정글에 사는데 기후 변화로 온대 지방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열대에 있는 박쥐들이 온대 지역으로 이동했고, 박쥐들이 숲에 사는 야생동물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고, 인간은 그 야생동물들을 괴롭히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배우의 대사 “이러다 다 죽어”를 흉내 내며, 기후 변화에 우리가 당장 신경 쓰지 않는다면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상황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출처: 양선아 기자)

 

 

이외에도 2002년 부커상을 수상한 『파이 이야기』를 쓴 얀 마텔(Yann Martel),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동조자』의 비엣 타인 응우옌(Viet Thanh Nguyen), 올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고래』(문학동네, 2004)의 천명관 작가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도서전을 찾아 독자들을 만나고 교감했다. 처음 한국을 찾은 작가 얀 마텔은 그리스·로마 신화 트로이 전쟁에 현대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어 재해석한 새 장편소설 『선 오브 노바디(Son of Nobody·가제)』의 출간 예정 소식을 알렸고, 비엣 타인 응우옌은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주제 세미나에서는 ‘로봇-인간 돌봄 공동체’, ‘생성형 인공지능(AI): 인간의 비인간화’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강연도 열렸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니콜라이 슐츠(Nikolaj Schultz)가 참여한 ‘병든 지구를 감각하고 생각하기’ 강연에서는 기후 위기 및 인류세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논의됐다.

 

도서전에서 독자들을 만난 얀 마텔 작가(좌)와 천명관 작가(우)

도서전에서 독자들을 만난 얀 마텔 작가(좌)와 천명관 작가(우)(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도 돋보인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전시

 

강렬한 주황색 구조물에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est Book Design from Republic of Korea·BBDK)’ 10종이 도서전 한 곳을 차지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 수상작들이다. 출협이 주최하고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시상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은 전년도에 나온 책 가운데 책의 ‘물성’과 텍스트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독서 경험’을 잘 조합해 좋은 디자인으로 만든 책을 골라 선정하는 상이다. 수상작은 독일 북아트재단과 라이프치히도서전이 공동 운영하는 국제 북디자인 공모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자동 출품된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전시(좌)와 디자이너 토크(우) 모습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전시(좌)와 디자이너 토크(우) 모습(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 수상작은 아카이빙북 『1-14』(이재영 디자이너, 6699프레스), 매거진 〈them 2호〉(인양 디자이너, them), 에세이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김형진 디자이너, 세미콜론), 에세이 『뭐가 먼저냐』(정대봉 디자이너, 프레스 프레스), 악보집 〈비정량 프렐류드〉 외 1권(김형진·유현선 디자이너, 작업실유령), 시집 『사랑하는 소년이 얼음 밑에 살아서』 외 2권(나종위 디자이너, 시간의흐름), 에세이 『살라리오 미니모』(강문식 디자이너, 고트), 매거진 〈유용한 바보들 issue 0〉(오혜진 디자이너, 쎄제디시옹 & 르메곳 에디션), 그림책 『토끼전』(조선경 디자이너, 썸북스), 그림책 『할머니네 집지킴이〉(신건모 디자이너, 엔씨소프트) 등이었다.

 

올해 공모전 참가자는 역대 최대 규모로, 회사·개인 128곳이 188종의 책을 출품했다. 도서전 개막식에서 10종 가운데 대상격인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발표했는데,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가 수상했다.

 

 

 

아랍 문화 호기심 불러일으킨 주빈국 ‘샤르자’관

 

이번 도서전 주빈국은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고 있는 7개의 주요 토후국 중 샤르자였다. 샤르자는 1998년 아랍 세계문화 수도, 2014년 이슬람 문화 수도, 2015년 아랍 관광 수도, 2019년 세계 책 수도로 지정되는 등 문화에 강점을 갖고 있다. 샤르자에서는 매해 대규모의 문화 및 문학 행사도 개최된다. 도서전 입구에 마련됐던 주빈국관에는 샤르자 국왕의 인생을 담은 도서 『삶에서 삶으로: 셰이크 술탄 빈 무함마드 알 까시미 국왕』을 비롯해 『이야기의 벽』, 『나를 데려가는 길』 등 한국어로 번역된 아랍 도서들과 전통 의상, 장신구, 악기, 도서 등이 전시됐다.

 

샤르자관 앞에서는 샤르자에서 온 캘리그라피(Calligraphy) 전문가가 직접 아랍어로 이름을 써주는 행사가 진행됐는데 낯선 아랍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 캘리그라피 행사에 참여한 한은미(51·서울 구로구) 씨는 “독서 동아리 회원 3명과 함께 와 다양한 체험을 했다”며 “아랍 문화를 잘 몰랐는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좌)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 샤르자, (우) 아랍어로 이름을 써주는 행사

(좌)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 샤르자(출처: 대한출판문화협회), (우) 아랍어로 이름을 써주는 행사(출처: 양선아 기자)

 

 

이외에도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이용해 샤르자의 동물원을 구경할 수 있었고, 한국과 샤르자의 그림책 작가들이 참여한 디지털 아트 행사도 열렸다. 샤르자는 이번 도서전에서 11명의 작가, 지식인 및 전문가와 함께 시, 민화, 번역, 고고학, 고전문학, 아동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여성 출판 리더들이 업계 내 성 불균형에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설립한 퍼블리시허(PublisHER)의 첫 한국 행사도 진행했다.

 

셰이크 파힘 알 카시미(H.E. Sheikh Fahim Al Qasimi) 샤르자 정부 대외관계 집행위원장 겸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 사절단장은 도서전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깊은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샤르자 고유의 유산을 보호하면서 교육, 문화 및 지식을 발전시키고, 점점 더 동질화되는 글로벌 문화 속에서 특별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구축하고자 하는 비전이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개성 만점 출판사들 ‘반짝반짝’

 

국내 최대 책 축제인 만큼 대형 출판사뿐만 아니라 독립 출판사들까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가 여기저기서 열렸고, 각 출판사들은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각 부스를 꾸미고 다채로운 행사로 손님을 맞았다.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관은 대원씨아이가 마련한 ‘슬램덩크 단독관’이었다. 『슬램덩크』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어 많은 사람이 줄을 섰고, 오픈 1시간 만에 책이 1천 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문학동네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책을 알려주세요’라는 행사를 진행해 독자들이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을 종이에 써서 보관함에 넣도록 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표지 등을 새롭게 바꾼 ‘리커버판’으로 재출간할 계획이다. 출판사 길벗스쿨은 아동 판타지 소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에 나오는 ‘전천당’으로 부스를 꾸몄다. 부스 앞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들을 놓았고, 판박이 스티커 붙이기 같은 체험형 이벤트도 벌였다. 길벗스쿨 관계자는 “소설 속 배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보니 어린이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출판사 교유당은 출출한 관람객을 위해 소금빵을 준비해 인기를 끌었다.

 

대원씨아이가 마련한 ‘슬램덩크 단독관’(좌), 문학동네 부스(우)

대원씨아이가 마련한 ‘슬램덩크 단독관’(좌), 문학동네 부스(우)(출처: 양선아 기자)

 

 

독립출판사들의 차별화된 행사도 눈에 띄었다. 1인 독립출판사 아드헤는 독자들이 단어 하나를 고르면 시인인 대표가 그 단어를 주제로 즉석에서 시 한 편을 짓고, 타자기로 그 시를 쳐서 독자에게 선물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시’를 선물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독립출판사 귤프레스 부스에서는 웹툰 『며느라기』를 쓰고 그린 수신지 작가가 부스에서 직접 책을 팔고 있어 사인을 받으려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을 위한 책을 만드는 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도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양이 사진집에서 ‘고양이 말기 간호 임종 케어 안내서’ 등 독특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다.

 

 

 

도서전에 웬 먹거리가? ‘기후미식’ 코너

 

넓은 전시관을 돌아다니다 배가 출출해지는 순간, 관람객들이 찾는 코너가 있었다. 바로 ‘기후미식’ 코너. ‘기후미식’ 코너는 건강한 농법을 지키고 실천하는 농부들과 인위적인 손길을 덜어내고 자연 그대로의 방법으로 식품을 만들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또한 기후 변화와 토양·해양 오염으로 인해 자연에서 얻기 어려워진 식품을 대체하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나가는 브랜드를 소개했다.

 

이 코너에는 도시 양봉으로 채밀한 꿀, 버섯과 병아리콩으로 만든 식물성 치킨, 콩단백과 채소로 만든 참치 맛 수산물, ‘졸장벼’·‘아동벼’ 등 우리 토종 쌀 등과 같은 이색 음식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식물성 치킨을 파는 ‘위미트(WEMEET)’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식물성 대체육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기후미식’ 코너 위미트 부스

‘기후미식’ 코너 위미트 부스(출처: 양선아 기자)

 

 

도서전 ‘옥의 티’… ‘오정희 홍보대사’ 논란

 

참가사와 관람객이 느는 등 도서전이 성황을 이뤘지만, ‘오정희 소설가의 홍보대사 위촉’은 ‘옥에 티’로 지적됐다. 출협은 도서전의 홍보대사 격인 올해 ‘도서전의 얼굴’에 국내 소설가 오정희·김인숙·편혜영·김애란·최은영·천선란을 선정했다. 3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6인의 여성 소설가들로 구성한 것. 그런데 홍보대사 가운데 오정희 소설가가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소속 문화예술계 인사 10여 명이 개막식 당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오 작가의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 작가는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위원”이었다며 오 작가의 홍보대사직 해촉을 요구하고 출협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끝낸 뒤 송경동 시인 등은 개막식 행사장에 들어가려 했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과 충돌하다 문화예술인들이 결국 강제 퇴거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일부 작가들은 도서전 행사에 불참하는가 하면, SNS에서는 도서전 보이콧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 작가는 16일 출협을 통해 홍보대사를 자진 사퇴했고, 출협은 보도 자료를 통해 “오 작가의 홍보대사 위촉과 관련해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저자, 출판사 등 여러분들에게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출협은 또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시간이 흘렀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진실에 기반한 책임자 규명과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선아

양선아 〈한겨레〉 책지성팀 기자

사람, 책, 걷기 이 세 가지를 가장 좋아한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존감은 나의 힘』(명주, 2013)을 썼고, 『나는 일하는 엄마다』(르네상스, 2013), 『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북하우스, 2015)를 함께 펴냈다. 2019년 유방암을 진단받고 투병기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한겨레출판사, 2022)를 썼다.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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