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14  2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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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영업 TMI]
서점 MD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하)

 

 

 

구환회(교보문고 도서 MD)

 

2020. 09.


 

 

 

8. ‘리커버 표지’와 ‘띠지’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이 연재에서 책 내용, 편집, 디자인 등 ‘제작’과 관련한 내용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출간된 책을 서점을 중심으로 유통, 판매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유통사에서 일하는 MD로서 책의 만듦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집필과 제작 영역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는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영업자 등 출판사 관계자이다. 때문에 ‘어떻게 써야 한다 혹은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은 가능한 배제했다.

 

그렇지만 책의 ‘물성’ 중 영업, 마케팅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 한 가지는 언급해도 될 것 같다. 바로 독자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시각적 요소인 ‘표지’다. 정확히는 2차 표지인 ‘리커버’ 그리고 표지의 한 요소인 ‘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① 리커버는 가능한 조심스럽게

 

“표지로 책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책에서 표지는 물론 매우 중요하다. 책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인 모든 표지(1차 표지)는 해당 책에 맞춰 최적으로 디자인된 표지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마케팅 수단으로써 ‘리커버’(2차 표지)의 활용성만 짚어본다.

 

먼저 개정판과 리커버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개정판은 시장에 유통되던 기존 표지를 새로운 표지가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다. 판형 등의 요소가 함께 바뀌기도 한다. 반면, 리커버는 새로운 표지를 일시적으로 한정 판매하는 특별판 혹은 에디션을 뜻한다. 정해진 수량이 종료되면 다시 기존 표지의 일반판을 판매한다.

 


‘최초의 리커버’ 민음사 세계문학 에디션


‘최초의 리커버’ 민음사 세계문학 에디션

 

최초로 ‘리커버’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획은 2016년 4월 책의 날을 맞아 교보문고와 민음사가 진행한 세계문학 에디션 이벤트다. 서거 400주기 셰익스피어, 탄생 200주년 샬럿 브론테를 기념하는 특별판을 판매했다. 론칭 직후 판매량이 상승해 빠르게 완판되었다. 이후 리커버는 지금까지 널리 실행되는 도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단독, 한정, 특별 이슈를 강조함으로써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여 새로운 판매 이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기존 일반판 판매에 미치는 영향, 새로 제작하는 재고의 회전, 개발비용 대비 판매 효과, 아예 개정판 작업을 해야 할 필요성 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위 세계문학 리커버 에디션 기획의도는 검증받은 과거의 ‘고전’을 새로운 표지로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소개하는 것이었다. 단 그 이후 전반적으로 책의 최초 출간일과 리커버 출간일 사이의 간격이 짧아졌다. 출간 후 오래 지나지 않은 신구간의 경계에 있는 도서는 물론이고, 최신간 도서의 표지를 변경하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고전이 아닌 구간과 스테디 도서 리커버는 가급적 출간 10년, 최소 5년이 경과된 책 중 ‘뉴 클래식’이 예감되는 도서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의 데뷔, 책의 첫 출간, 문학상 수상 등으로부터 몇 주년을 맞는 시간적 이슈, 영화화 특집 같은 배경이 있으면 더욱 좋다. 출간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최신간 리커버는 동일한 내용의 책을 여러 버전으로 소장해도 괜찮은, 혹은 ‘여러 버전으로 소장할수록 더 좋은’ 강력한 팬덤을 지닌 책에 적합하다. 주로 에세이 분야가 많다. 끝으로, 단순 표지 변경 리커버 말고도 여러 책의 합본판, 책과 굿즈를 추가한 특별판 등 리커버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책과 피규어를 함께 묶은 아트토이북 프로젝트


책과 피규어를 함께 묶은 아트토이북 프로젝트

 

② 띠지는 가능한 적극적으로

 

"띠지를 매우 소중히 보존하는 편입니다. 띠지를 구기거나 버리는 모습을 보면 어째선지 상처받아요."
- 정세랑 소설가 -

 

필요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가장 헷갈리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독자로서도 MD로서도 띠지가 있는 책을 선호한다.

 

지금까지 광고, SNS, 서점 노출, 타깃 메시지 등 책을 독자에게 알리는 여러 영역을 소개했다. 그런데 아예 책과 일체화되어 있는 홍보 영역의 최종 지점인 띠지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까운 기회 손실이다. 한 독자가 신문 기사를 보고 관심이 생긴 책을 보러 서점을 방문해 평대에 놓인 책 앞에 서기까지 했는데, 띠지 문구가 매력적으로 작성되어 있는 ‘바로 옆의’ 책을 택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격한 예시지만 그만큼 띠지의 내용은 주목도가 높다.

 

물론 책은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고 있으니 보시오”라고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책의 특징과 장점을 가장 직접적으로, 직관적으로,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문구 두세 줄 정도는 필요하다. 정확히는 두세 줄'만' 필요하다(그 이상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띠지는 책을 선전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인지도가 그리 높은 저자가 아닌데 띠지를 해도 될지’ 조심스러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인지도가 높지 않을수록 더욱 해야 한다. 오히려 누구나 알고 있는 스타 작가라면 띠지의 필요성이 비교적 작다. 조금이라도 특색 있는 내용을 찾아내 띠지 위에 눈에 띄는 크고 굵은 폰트로 넣어 보자. 부각시킬 ‘타이틀’이 없다면 책의 핵심 내용이나 가치를 적어도 된다. 최근에는 지금까지 익숙했던 문구 중심 띠지 외에도 디자인을 부각한 띠지도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이 띠지가 시원시원하다’ 1등


‘이 띠지가 시원시원하다’ 1등


물결 무늬를 넣은 『천 개의 파랑』의 띠지


물결 무늬를 넣은 『천 개의 파랑』의 띠지

 

 

 

9. 전자책과 종이책은 대립 관계인가요?

 

이상으로 ‘종이책’ 마케팅에 대한 주제는 대부분 다루었다. 마지막 ‘MD 미팅과 협업’ 항목에 앞서 종이책이 아닌 책, 즉 상품군 확장으로 시선을 잠깐 돌려본다. “전자책과 종이책은 판매 대립 관계인가?” 이 질문은 전자책 판매로 인해 종이책 판매가 감소할 수도 있느냐는 뜻이다. 현장에서 체감하기로는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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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정답은 언제나 둘 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적이 아니라 친구이다. 아주 보수적으로 봐도 ‘선의의 경쟁자’ 정도이다. 특성이 너무 다르다. 무엇보다도종이책(피지컬)은 실물책을 직접 쥐고 봐야 하지만 전자책(디지털)은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DVD(피지컬)를 통하거나 OTT 등 스트리밍(디지털)을 통하거나 동일하게 ‘디스플레이’를 거쳐 봐야 하는 ‘영화’, 그리고 CD(피지컬)를 통하거나 음원 사이트 등 스트리밍(디지털)을 통하거나 동일하게 ‘스피커’나 ‘이어폰’을 거쳐 들어야 하는 ‘음악’. 이 둘과 ‘책’이 구분되는 결정적인 요소다.

 


글자 크기를 확대해서 볼 수 있어서 좋다.ebook


글자 크기를 확대해서 볼 수 있어서 좋다.ebook

 

종이책은 소장욕구를 충족시키며, 종이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전자책은 언제 어디서든 구매하여 바로 읽을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자유로운 글자 크기 조절, TTS 기능처럼 편리한 옵션이 많다. 이처럼 종이책과 전자책은 자신만이 가진 특성으로 서로를 보완해 준다. 독립적이면서 느슨하게 연결된 두 시장은 서로의 영향력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중요한 공통점도 있다. ‘읽는 행위’를 목적으로 구매가 이뤄지며, 동일하게 ‘독자’를 바라본다. ‘활기’보다는 ‘위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현재 독서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가 아니라 ‘읽느냐 안 읽느냐’다. 굳이 시장을 나누기보다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읽는 사람, 즉 독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출판사로서는 전자책을 비롯해 구독형 서비스, 오디오북 등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상품을 모두 제공하는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좋다. 자유롭게 실험해 보고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되면 그때 중단하면 된다.

 

물론 다양한 콘텐츠 상품을 동시에 제작, 유통할 여력이 있는 상황에 한해서다. ‘비용과 인력 모두 충분하지만 종이책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전자책 판매에 소극적인 경우’. 오직 이 경우에 한정해서 적은 내용임을 밝힌다.

 

 

 

10. 신간 미팅 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신간이 나오거나 이슈 도서가 발생할 때 인터넷서점의 경우 주로 MD와 미팅을 한다. 해당 책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MD와 약속을 잡고 방문하여 판매 방안 등을 논의한다. 대면 미팅 외에도 메일과 전화를 통해 상시적으로 긴밀하게 소통, 협업한다.

 

그런데 출판사 영업자로서는 미팅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다소 촉박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좋은 책’이 많다. 출판은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되는 독특한 시장이다. MD는 볼 책도, 팔 책도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지지만, 그 전에 신간 미팅을 여유 있게 소화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책이 많으면 당연히 미팅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길지 않은 효율적인 미팅이 이상적이다.

 

‘임팩트 있는 미팅’을 위해 알아야 할 점은 ‘MD는 0을 1로 만들 수는 없지만, 1을 5로 만들 수는 있다’는 것이다(전자가 가능한 괴물 같은 MD도 있긴 하다). 최근 사회적 관심사에 맞춰 이 ‘1’을 ‘레버리지’라 부르기로 하자. 출판사가 사전에 준비한 레버리지를 알려주면, MD는 기회 극대화를 위해 여러 마케팅을 구상하고 실행한다.

 

그렇다면 레버리지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소개한 모든 참고 사항 전부이다. 카드뉴스 제작, 북트레일러 제작, 언론사 인터뷰 진행, 저자 SNS 홍보, 네이버 포스트 운영, 광고 집행, 사은품 준비, 제휴 사이트 프로모션 진행, 그 외 MD가 마케팅에 참고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이다.

 


교보문고 본사


미팅 성지순례 왔습니다. (교보문고 본사)

 

미팅 시작 후 간단한 저자와 책 소개에 이어 책 판매 증대를 위해 출판사가 진행한(또는 진행할) 주요 작업을 전달하면 논의가 명쾌하게 빨라진다. MD는 짧은 미팅 가운데에서도 출판사의 준비사항에 맞춰 책을 어떻게 홍보할지 고민한다. 저자와 출판사가 만들어 준 이슈를 서점 독자와 연결시키기 위해 실행할 액션을 그 자리에서 바로 답해 줄 수 있다. 미팅 종료 후 MD는 자리로 돌아가 타깃 메시지 발송 일정도 잡고, 판매 증가가 예상되는 날짜에 맞춰 재고도 챙기고, 검색은 제대로 되는지 확인도 하고, 프로모션을 준비하기도 한다.

 

최근 인상적인 미팅이 한 건 있었다. 다음 순서로 소개를 들었다. 저자 경력, 책의 화제성, 예상 판매량, 출간 이벤트와 특전 내용, 저자가 운영 중인 SNS 채널에서 진행될 홍보 내용과 일정, 출판사가 진행할 외부 광고, 책의 타깃 독자, 클레임 같은 리스크 방지를 위해 서점에서 체크해야 할 사항까지. 딱히 내가 덧붙일 말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나는 질문만 했다. 머릿속으로 ‘판매 시작하면 바로 트위터에 올리고 타깃 독자 뽑아서 홍보 메시지 발송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했다. 앞서 5번 항목 ‘신간을 어떻게 알릴 수 있나요? 서점 내부’에서 ‘경쟁 신간 중 내가 마케팅하는 책이 메일로 발송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다음 회에 다루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그 방법은 위에 예로 든 미팅과 같이 MD에게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미 있고 성공적인 미팅은 요청하지 않아도 MD가 먼저 메일을 보내겠다고, 서점에서 크게 노출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미팅이다.

 

출판사의 첫 책이거나 경험이 적어 뾰족하게 준비한 내용이 없을 수도 있다. 이때는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서점에서 활용할 만한 이슈를 하나라도 알려주면 된다. 혹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마케팅이 효과가 있을지 ‘의견을 묻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미팅, 통화, 메일 등 모든 방식의 협업에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100인의 테이블, 100권의 이야기' 특별전시


교보문고 광화문점 '100인의 테이블, 100권의 이야기' 특별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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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서점에서 일하며 출판사 영업자분들과 나누어 보고 싶었던 영업 체크리스트를 이상과 같이 모아 보았다. 혹시 누락된 내용이 있다면 추후 추가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10가지(11가지) 주제를 다시 훑어보며 느낀 것은 모든 항목을 ‘많이 파는 방법’이라는 동일한 전제 아래 작성했다는 것이다. 글을 읽으며 “왜 이렇게 수치만 강조하는 거야”, “판매 이야기만 하네”라고 어색함을 느끼신 분도 있을 것 같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 물론 한 권의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가 최초이자 최고의 성과다. 이 사실만으로도 판매량 등 추가적인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둘, 그렇지만 이왕 세상에 나온 좋은 책,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읽는다면 이 또한 훈훈한 일이 아닐까.

 

서점 직원과 출판사 직원 중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어느새 ‘책’이 아니라 ‘숫자’만 바라보며 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책을 파는 것 역시 책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출판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 ‘책’과 ‘숫자’ 사이에서 산뜻한 균형을 맞추며 일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 원고를 작성했다.

구환회(교보문고 도서 MD)

교보문고에서 도서 MD로 일하고 있다. 현재 담당 분야는 소설이다. ‘먹방’을 보면 먹고 싶은 것처럼, 읽으면 뭐라도 읽고 싶은 욕망이 싹트는 ‘책방’ 장르의 글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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