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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1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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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기획과 마케팅 스토리

 

 

 

김명래(쌤앤파커스 디지털 콘텐츠실 실장)

 

2022. 4.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가 흔히 아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종류의 판타지와는 조금 다르다. 생활 밀착형 현실 판타지라고 해야 할까?

 

작가 역시 한 인터뷰에서 다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판타지는 읽는 순간에는 즐거운데 다 읽고 나면 허무함이 남는다며, 자신이 달러구트에게 꿈을 산다고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상상 속 공간이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꿈을 파는 백화점. 여기까지는 여느 판타지 소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에피소드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꿈속에서 재입대를 하는 남자, 시험을 치르는 여자, 거래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남자, 일찍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는 부부,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 등 현실에서 흔히 겪는 소소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누구나 하나쯤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이기에 웃음과 뭉클한 감동, 그리고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그동안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되어 왔던 판타지의 틀을 깨고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들을 접목하여 공감과 상상력을 더해 독자들에게 위로와 꿈을 전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뿐만이 아니라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위저드 베이커리』 등도 마찬가지로 작가의 상상력과 현실의 에피소드들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현실 판타지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코로나19로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가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독자들이 따뜻한 이야기를 원하고 있던 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꿈, 예지몽,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꿈 등의 이야기로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볼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 1권, 2권, 합본호 표지


『달러구트 꿈 백화점』 1권, 2권, 합본호 표지

 

기사로 많이 알려졌듯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작가 이미예는 소위 말하는 문단에 등단한 작가가 아니다. 게다가 문학을 전공한 전공자도 아니다. 텀블벅 출간을 위하여 ‘내 책 출간하기’ 과정을 들은 것이 고작이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문학성이 떨어진다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10년간의 자료 수집과 준비 과정 끝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요즘 독자들은 문학상 수상작 등의 타이틀로 책을 구매하기보다는 소위 자신에게 맞는 작가의 책(취향 책)이나 친구가 추천해주는 책(추천 책)을 많이 본다. 문학성이 있고 없고의 여부보다는, 나와 잘 맞는지 여부와 재미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도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여러 분야의 숨은 작가들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이 책은, 저자가 직접 텀블벅을 통하여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펀딩을 진행하였다. 펀딩은 1,800%의 달성률을 기록하고, 1,000권 가까이 판매가 되며 종료되었다. (이때도 책을 먼저 만나본 독자들은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다. 책 한 권을 완독하지 못하는 나에게 처음으로 완독하게 만든 책이다.’ 등의 호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왕 책으로 만들었으니, 진짜 책으로 내보자.’라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수의 문학 전문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저희 출판사와는 진행이 힘들다.’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이때, 필자의 출판사에 투고 메일이 왔고, 평소 텀블벅을 눈여겨보았던 필자는 이 작품에 대해 흥미를 느끼던 찰나였던지라 바로 계약을 제안했다. 이후 큰 수정 없이 에필로그를 추가하였고, 제목과 표지에 가장 신경을 써 출간을 준비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제딧 작가의 작품을 보던 중 ‘이거다!’ 하는 표지 이미지를 찾고 단번에 진행을 하게 된 것이 지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1권의 표지다.

 

출간 준비를 마치고, 필자 역시 과거에 마케팅을 담당했던지라 우려가 되는 점이 있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바로 시장(서점)에 내보낼 경우, 토종 판타지라는 장르의 한계가 드러나 뻔한 결과가 예상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게 있었던 상황이라 충분한 검증만 있다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진행하게 된 것이 ‘전자책 선출간’이다. 전자책 독자들은 반응이 빠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의 반응이 즉각적인 댓글과 평점으로 반영된다. 그렇게 전자책으로 등록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 독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독자들의 반응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리디북스의 독자 별점이 4.8점을 넘은 것이다. (이 수치는 그동안 리디북스에서도 소설 분야에서 거의 전무한 수치였다고 담당자가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출간 3주 만에 베스트셀러 TOP 3에 들며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종이책 없이 전자책만 출간된 책이 리디북스에서 1위에 오른 전례는 없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책은 독자들이 알아서 홍보해준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인생책 #내책 #필독서 등의 자발적인 홍보를 해주었고, ‘꼭 종이책으로 내달라’는 댓글이 쇄도했다. 결국 이 책은 ‘독자들이 만든 책’, ‘역주행의 신화’라는 별명을 갖고 종이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종이책으로 나오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종이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소설 분야 매대는 일반 소설 혹은 문학상 위주의 소설들이 많았고, 판타지는 장르문학에 속해 있었기에 성인 단행본 시장에서 판타지 장르는 시장의 한계성이 보였다. 그래서 파고든 것이 청소년 시장이다. 청소년 시장에서의 판타지 장르는 『해리포터』가 대표적이었지만, 판타지에 대한 허들이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청소년과 학부모를 동시에 공략한 것이 포인트였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을 이 책의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엄마들의 입소문과 전자책을 읽은 20~30대 젊은 층의 SNS 마케팅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책을 구매하여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현재까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1권 80만 부, 2권 30만 부(합본호 7만 부 별도)가 판매되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렇게 시장을 한정짓지 않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진행해야 하는 것이 출판 마케팅이 나아가야 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매체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책이 먼저 출간되면 종이책 판매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필자는 이와는 다른 생각이다. 전자책 유저들은 전자책을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은 종이책으로 소장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종이책 독자들에게는 전자책이 종이책의 대체재가 되지 않는다. 전자책으로 읽고 싶은 책은 전자책으로 읽고, 종이책으로 구매하고 싶은 것은 따로 구매하여 소장한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동시에 구매하는 독자들도 왕왕 눈에 띈다. 그래서인지 전자책 베스트셀러가 시간차를 두고 하나둘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안착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얼마 전 출간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비슷한 사례다. 브런치에서 연재되던 작품이 밀리의 서재를 통하여 출간되었고,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종이책으로도 출간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전자책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이고 베스트셀러에 비교적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으니, 전자책 선출간을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기회들로 좋은 작가 분들의 좋은 글이 많이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김명래(쌤앤파커스 디지털 콘텐츠실 실장)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디지털 콘텐츠실 실장을 역임하고 있다. 동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10여 년 근무 후, 콘텐츠 생산에 관심이 높아져 기획자로 변신하여 IP 개발 및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kcontents@smp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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