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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5  202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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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2021 영국 대거 추리문학상 수상의 의의

 

 

 

바바라 J. 지트워(Barbara J. Zitwer/바바라 지트워 에이전시 대표)

 

2021. 9.


 

소설가 윤고은은 지난 2021년 7월에 CWA 대거상1) 외국어 부문을 수상하면서 앤 클리브스, 루이즈 페니, 길리언 플린, 피터 제임스, 타나 프렌치, 케이트 앳킨슨, 모 헤이더, 니키 프렌치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저명한 베스트셀러 범죄 추리 소설 작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요 네스뵈, 프레드릭 배크만 등 쟁쟁한 다른 후보들을 물리치고 CWA 대거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 작가로서 기록을 쓴 영광스러운 수상이다. 또한 지난 1년간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까다로운 검증의 과정을 거친 끝에 거둔 결실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대거상 수상은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Lizzie Beuhler 역)』이 역사에 남을 만한 진정한 고전 문학 작품이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가히 최고 중에서 최고라 할 만하다.

 

 

1)
CWA 대거상(CWA Dagger Awards): 영국 추리 작가 협회(The Crime Writers’s Association; CWA)에서 수여하는 CWA 대거상은 추리 소설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만든 미국의 에드거 상(Edgar Awards)과 더불어 추리 문학계에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학상이다. CWA 대거상은 한 해 동안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추리 소설(스릴러, 서스펜스, 스파이 소설 등을 포함)에 수여되며, 총 12개 부분에서 후보를 선정, 심사한다.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은 번역 소설에 수여하는 CWA CRIME FICTION IN TRANSLATION DAGGER 상을 수상했다.

 

밤의 여행자들 표지

 

『밤의 여행자들』이 CWA 대거상을 수상하고 영어판으로 출간되기 전까지, 소설가 윤고은은 한국 밖에서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의 독자들은 ‘윤고은’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고, 작품을 구입하고 읽으면서 작가의 재능에 감탄한다. 윤고은이라는 브랜드는 앞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를 예약해 둔 것과 다름없다. 미국, 영국,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미미하게 판매되던 윤고은 작가의 책은 CWA 대거상 수상 이후 대만,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 일본은 물론이고 아랍어권 시장에서도 쏟아지는 번역 판권 구매 문의를 받고 있다. 그 외의 여러 나라에서도 『밤의 여행자들』을 주목하는 한편,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윤고은 작가의 재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고은 작가는 CWA 대거상 수상과 동시에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상화 판권은 이미 영국의 TDP와 베카 보울링을 주축으로 개발 옵션 계약이 완료되었으며, 대거상 수상 이후 더 많은 미디어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조만간 『밤의 여행자들』을 드라마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드라마가 방영되고, 방영 기념 에디션으로 책이 다시 출간되면 이 역시 영국과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에 강력한 프로모션 파급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윤고은 작가와 『밤의 여행자들』 앞에 펼쳐질 미래이자 현실이다. 하지만 윤고은 작가가 CWA 대거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밤의 여행자들』이 아무리 완성도 높고 재미있는 문학적 가치를 지닌 소설이었다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국제적인 관심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훌륭하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그래서 모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처럼 안타까운 책 중의 하나로 묻히고 말았을 수도 있다.

 

윤고은 작가 사진제공 민음사


사진제공 민음사

 

『밤의 여행자들』은 현재 로제타 상(The Science Fiction and Fantasy Rosetta Awards; SFFRA)2) SF 소설 부문에 최종 후보로 선정되어 가을에 있을 수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2021년 여성 희극 문학상(The Comedy Women in Print Prize)3)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영국에서 한 작품이 동시에 세 부문(범죄, SF, 희극)에서 후보가 된 것은 역사상 거의 전례가 없는 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사건이다. 필자는 전 세계적으로 문학적 업적을 자랑하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은 윤고은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크게 기대된다. 윤고은 작가는 일관된 작가적 세계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여러 분야로 확장 가능한 작품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학상에 이름을 올리고 전문가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는 수준 높은 소설을 집필해 나간다면 독자층이 더욱 확대되면서 다양한 타깃 시장에 작품 세계를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CWA 대거상 수상을 포함해 다른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밤의 여행자들』이 다양한 취향을 지닌 전 세계의 출판계 전문가들과 독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2)
로제타 상(The Science Fiction and Fantasy Rosetta Awards): 2020년 신설된 문학상으로 한 해 동안 영어로 출간된 SF 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수여한다. 『밤의 여행자들』은 2021년 8월 현재 장편 번역 부문(Best SFF translated work: Long-form)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3)
여성 희극 문학상(The Comedy Women in Print Prize):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Helen Lederer의 아이디어로 2019년부터 시작된 상으로, 영국 및 아일랜드에서 출간되었거나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재치 있는 여성 작가들의 소설에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작 중 이미 출간된 작품에 대해서는 상금을 수여하며,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영국의 명문 출판사 Harper Collins에서 출간될 기회를 주고 있다.

 

한편 윤고은 작가는 이제 영국 추리 작가 협회(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의 정식 멤버가 되었다. 1953년 설립된 추리 작가 협회는 자신들만의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탄탄하고 성공적인 장르물로 주목받고 있는 『밤의 여행자들』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다. 추리 작가 협회는 월간지 〈레드 헤링스(Red Herrings)〉를 발행하고 “작가 찾기(Find An Author)”라는 웹사이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협회 소속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조사와 마케팅 지원, 페이스북 그룹 운영 등 다양한 경로로 회원 작가를 지원한다. 국경과 지역을 넘어 소속 작가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추구하며, 연간 콘퍼런스 및 각종 행사를 개최하여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회원들의 비공식적인 모임과 이벤트까지 추리 작가 협회의 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CWA

 

따라서 윤고은 작가는 앞으로 추리 작가 협회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전 세계의 독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추리 작가 협회 멤버들과 다양한 온라인-오프라인 소통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작가 세계관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매기관인 ‘추리 독자 협회(Crime Readers’ Association; CRA)’와의 결연을 통한 독자와의 만남은 작가들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이다. 1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추리 독자 협회에서는 정기적인 소식지를 비롯해 여러 경로로 추리 작가 협회 작가와 작품, 행사를 알리고 있으며 신간 안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추리 독자 협회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충성스러운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어, 작가와 작품 홍보에 크게 이바지한다.

 

CRA

 

전 세계의 독자들이 이제 작가 윤고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앞으로 이렇게 쏟아지는 국제적인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는 윤고은 작가와 출판사, 에이전시에 달려 있다. 해당 관계자들은 지금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맞춤형 국제화 전략을 핵심적으로 기획해볼 것을 조언한다. 필자가 볼 때, 한국 작가들은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몰라도 글을 쓰는 일에만 몰두하고(그래서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SNS나 매스컴에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독자들에게 알리거나 소통하는 활동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여러 분야의 K-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학 작품 자체로서 가치를 증명하면서도 작가 스스로 전 세계의 예비 독자와 기획자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널리 어필한다면 세계 속 한국 문학의 경쟁력은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윤고은 작가의 수상처럼, 한국 작가의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은 또 다른 한국 작가를 돕는 디딤돌이 된다. 2011년 신경숙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한강 작가가 부커상을 수상했다. 2021년, 윤고은 작가의 대거 문학상 수상을 통해 또 다른 한국 도서들이 관심을 받고 세계에서 출간될 것이다. 전 세계가 한국 문학을 점점 주목하고 있지만, 영어권 작품이 대거 점유하고 있는 세계 출판 시장에서 한국 작품이 자리를 잡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출판사들은 한국 작품의 저작권을 수입해서 현지에 출간하는 것을 여전히 생소하고 위험 부담이 큰 프로젝트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윤고은 작가의 수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수준 높은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라면 상업적 측면과 더불어 세계 문학계에서도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한국 문학 콘텐츠가 리스크로 평가되던 수준을 넘어 확실한 경쟁력과 상업성, 질적 완성도를 두루 갖춘 매력적인 아이템임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제 한국 문학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여러 나라와 계약을 성사시킨 것에 만족하고 자축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여 해외 선진 출판 기획자와 전문가가 믿고 기꺼이 출간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가치를 가진 대상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바바라 J. 지트워

 

바바라 J. 지트워(Barbara J. Zitwer/바바라 지트워 에이전시 대표)

“한국 문학 전도사”로 불리는 바바라 지트워는 문학 에이전트이자 작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에이전트로서 바바라 지트워는 부커상 수상자 한강을 비롯하여 맨 아시아 문학상 수상자이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신경숙을 비롯해 안도현, 황선미, 공지영, 정유정, 김애란, 윤고은, 구병모 등의 작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으며, 세계에 한국 문학을 알린 공으로 2016년 올해의 국제 문학 에이전트 상을 수상하였다. 컬럼비아 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시나리오 작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니콜라스 케이지 등과 영화 “뱀파이어의 키스”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번역 : 신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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