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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8  2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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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도서 유통 강화에 따른 업계 변화 전망

 

 

 

류영호(교보문고 NEXT프로젝트추진실 부장)

 

2021. 2.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중심으로 유통업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프라인 대면 채널과 서비스에 충실했던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이커머스(e-Commerce)와 온라인, IT 활용을 통해 시대를 선도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은 급성장하고 있다. 혼란이 심했던 2020년 상반기에는 주문량 증가에 따른 시스템 안정화 등이 선결 과제였다면, 이제 ‘코로나19와 함께’ 또는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최적화된 유통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신세계와 롯데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 강자가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에만 집중한다면 코로나19 시대에 생존이 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전통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도 시장점유율과 성장세 유지를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공세도 강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홈플러스·GS프레시·현대백화점 등과 제휴를 통해 장보기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는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시장에 진출했다. 네이버는 2020년 거래액이 29조 원으로 추정되며 CJ대한통운과 함께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쿠팡과 업계 1위 달성을 위해 경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한 푸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장보기나 신선식품 등에 특화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각자의 위치와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언택트 시대와 온라인 도서 시장 현황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대형 서점의 도서 매출이 급증했다.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요리책이 인기를 끌었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 관련 도서 매출이 뛰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설책같이 비교적 긴 호흡의 글을 찾는 독자도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도서관과 서점 이용이 제한된 데다 외출 대신 집에서 독서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안한 대내·외 환경이 지속되면서 경제·사회 분야와 요리와 육아 도서 등이 포함된 가정·생활 분야 매출이 증가했다.

 

교보문고는 2020년 전체 판매에서 온라인(모바일 포함) 매출이 64.8%를 차지하는 등 도서 구매에서도 비대면 판매가 강세를 보였다. 교보문고는 2020년 책 판매량이 2019년대비7.3% 증가했고, 특히 초등학습(31.0%), 과학(29.4%), 경제경영(27.6%) 분야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여성 독자 비중은 61.3%로 전년 대비 0.8%p가 늘어났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40대 독자도 올해 비중이 33.9%로 전년 32.9%에서 1%p가 늘어났다. 그리고, 전자책(eBook)을 처음 접하는 신규 독자들도 증가하여, 전자책 구매와 대여가 전년대비 각각 2.9%, 38.0% 신장했다. 구매 분야도 장르소설에 편중된 관심에서 종이책 인기 분야로 확장되었다. 사회/정치/법 분야는 49.8%, 경제경영 분야는 33.0%, 자기계발 분야가 12.1%로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도서 시장에 과거보다 확실히 커진 손을 뻗고 있다. 이들은 플랫폼의 높은 접근성과 배송 경쟁력을 기반으로 교보문고, 예스24 등 기존 온라인 서점 서비스를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는 중이다. 먼저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배송에 ‘도서’ 분야를 신설하고 일반 도서 2만여 종, 유아·참고서 1,000여 종을 갖췄다. 이베이코리아는 2021년 말까지 도서 분야를 100만 종으로 확대, 시장 내 핵심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는 도서 분야 신설과 함께 독자 배송 플랫폼인 ‘스마일배송’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스마일배송은 2014년 처음 등장한 이후 생필품·가공식품에 이어 가전·패션뷰티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면서 대표 서비스로 떠올랐다. 도서 역시 오후 여섯 시까지 주문하면 무료로 익일 배송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인터파크와 쿠팡은 이미 이커머스 도서 시장을 이끌어가는 지위를 갖추고 있다. 인터파크는 2019년 도서 분야에서만 1,652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까지 1,158억 원을 도서 판매로 벌어들였다. 송인서적 위기를 자초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현재 인터파크가 판매 중인 국내 도서만 100만 종, 해외 도서를 합하면 500만 종에 달한다. 쿠팡도 지난 2016년부터 예스24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도서 유통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출판사와의 직접 계약을 통한 ‘로켓배송 도서’ 서비스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쿠팡은 2019년 도서 분야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미 업계에서는 인터파크와 쿠팡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 이은 업계 4위권 업체로 분류하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의 도서 시장 확장

 

최근 이커머스 기업들의 행보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된 도서 시장이 이커머스와 비슷한 업태이면서도 서비스 경쟁력은 이커머스에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대체로 1~2억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들이 압도적인 상품력과 데이터베이스 활용 기술을 통해 도서 수요를 충분히 흡수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고 있다.1) 즉 다양한 상품군, 저렴한 가격, 고객 행동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웹·모바일 플랫폼의 선진화된 인터페이스와 간편한 주문·결제·배송·CS(Customer Satisfaction) 관리 등 체계적인 프로세스 구축으로 규격화된 도서 상품 유통에도 잘 맞는다는 확신 또한 있을 것이다.

 

SSG닷컴은 2020년 5월 교보문고와 손잡고 200종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연말에 50만 종을 추가했다. SSG닷컴은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서점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도서를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해서 기존에 운영하던 도서 분야에 교보문고 추가 입점을 결정했다. 실제로 SSG닷컴 ‘도서’ 분야 매출은 2020년 1~10월 기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번에 새로 입점한 50만 종의 도서는 교보문고 당일 택배 시스템으로 직접 배송이 지원된다. 교보문고에서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도서의 경우 오후 다섯 시까지 주문하면 대부분 당일 발송되어 다음 날 받을 수 있다. 50만 종 중에서 교보문고가 지정한 인기 도서 200종은 자체 배송 시스템인 ‘쓱배송’과 ‘새벽배송’을 통해 진행된다. SSG닷컴은 기존 판매고가 높았던 참고서, 문제집 등 국내학습서 및 유아·어린이 도서를 포함해 소설, 에세이 등 일반 도서로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이커머스 운영사 입장에서 볼 때 고객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한 사이트에서 다양한 상품 구매를 마치는 원스톱 쇼핑 장점을 강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쿠팡도 최대 경쟁력인 ‘로켓배송(익일배송)’을 통해서 도서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쿠팡은 직매입 도서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쿠팡 앱에서 책·도서 키워드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수는 1,500만여 개이다. 이 중에서 쿠팡이 직매입해서 로켓배송하는 상품 수만 750만여 개가 넘는다.

 

쿠팡은 당일 밤 열두 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일곱 시까지 새벽배송을 하고, 휴일에도 배송을 쉬지 않는다. 또한 일부 아동서는 최대 80%에 달하는 ‘폭탄세일’을 하는 등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하고 있다. 이는 아동서 전집 같은 세트 도서는 재정가 책정이 가능하며, 책과 놀이형 키트(kit)가 결합된 일부 도서는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다. 도서정가제 기준에 따라 최대 15%의 현행 할인율에 더해 쿠페이 머니 1%를 추가 적립해준다. 쿠팡의 발표에 따르면, 도서 구매 고객들은 밤 일곱 시부터 열두 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도서를 주문하고 있으며, 도서 주문량 중 62%는 어린이, 유아·초등 참고서, 수험서이다. 주로 주부들이 장을 보며 책을 함께 주문해, 다음 날 아침에 배송된 책으로 아이들을 학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직매입한 도서 상품 신간 업데이트도 빨라서 기존 대형 온라인 서점과 대동소이한 수준으로 로켓배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뿐만 아니라 SSG닷컴처럼 대형 서점과의 제휴도 진행하고 있다. 쿠팡은 2016년 예스24와의 제휴를 통해 약 50만 종에 달하는 단행본, 전문서적, 해외원서 등을 대폭 확대했고, 교보문고도 판매자로 입점 운영 중에 있다.

 

2020년 9월 쿠팡이 출판사들에게 보낸 ‘직거래 사업 제안서’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2,500억 원의 도서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며, 서점업계 ‘Big 4’ 진입을 공식화했다. 2021년 매출 6,000억 원을 달성하며 업계 1위가 되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쿠팡은 여기에 더해 입점한 상위 18개 출판사 매출이 2년간 평균 431% 증가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출판사들에 공격적으로 직거래 제안을 하고 있다. 쿠팡은 기존 온라인 서점 인력 영입과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직거래를 통해 서점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다. 쿠팡은 2017년 도서 매출 31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 624억 원, 2019년 1,019억 원으로 매년 2배 정도 성장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온라인 3사와 오프라인 3사를 합친 6대 대형 서점 매출액은 1조 8,817억 원 규모다. 이 중 온라인 시장점유율은 1조 4,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며, 산술적으로 쿠팡은 시장을 10% 장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2)

 

최근 이베이코리아도 도서 배송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2020년 11월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옥션이 스마일배송을 통해 오후 여섯 시 이전에 주문하는 모든 도서 상품에 대해 무료 익일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도서 물류 기업 북센의 다품종 상품에 스마일배송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현재 G마켓, 옥션 스마일배송에서는 일반 도서 2만여 종, 유아 도서 및 참고서 1,000여 종을 구매할 수 있고, 2021년 말까지 약 100만 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이 기존 서점업계에 위협적인 이유는, 매출 순위의 상위권이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는 일종의 파레토 법칙(Pareto’s Law, 매출 80%가 상위 20%에서 발생)이 통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은 100만 종이 넘는 책을 유통하고 있지만, 인기 도서 100~200종 매출이 전체의 절반에 달할 만큼 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도 오픈마켓 방식이 아닌 자체 물류센터에서 인기 도서만 직거래해도 영업이익이 급증할 수 있다. 도서에 집중되어 있는 기존 온라인 서점들과는 다른 프로세스와 수익 구조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무리한 할인이 제한되고 있지만, 배송 편의성과 멤버십 서비스 가입에 따른 부가 혜택 등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도서 분야 강화 정책은 출판산업 전반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손익개선을 위해 출판사를 대상으로 공급률 인하 압박과 광고비 요구 등 부정적인 거래 관행과 협상 압박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확보한 엄청난 회원 수와 판매량을 감안하면 쉽게 뿌리치거나 거절하기 힘든 제안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와중에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서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미국의 아마존(Amazon)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11번가와 손잡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11번가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 30%까지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또한 아마존은 콘텐츠 사업에도 발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일반 도서를 중심으로 전자책(킨들), 오디오북(오더블), 영상(아마존 스튜디오)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 사업 역량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고,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아마존의 사업 철학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서점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는 아마존의 행보를 볼 때 국내 출판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물론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이 과도한 출혈 경쟁과 아마존만의 회원 혜택 등 각종 강점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K텔레콤에서는 사업 진행 상황을 함구하고 있지만, 올해 내 국내 고객들이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 직접구입 등 독보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도서와 출판 콘텐츠 시장 진출 강화가 기존 출판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상적인 법과 제도를 충실히 지키면서 이해관계자 간의 투명한 거래 조건 실행, 출판문화 향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도서 콘텐츠 추천과 작가/출판사/서점 등에 대한 지원, 출판계 행사 지원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 것이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미끼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출판업계의 부단한 견제와 자정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빠르게 정리되고,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책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출판문화산업이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1) ‘책 시장’ 눈독 들이는 이커머스, 시장 판세 뒤집나, 디지털타임스, 2020.11.17.
2) 책 파격할인·새벽배송…쿠팡, 서점업계 ‘메기’ 되나, 매일경제, 2020.09.21.

류영호(교보문고 NEXT프로젝트추진실 부장)

주로 신사업개발·전략기획·대외제휴 업무를 담당했으며, 제21회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아마존닷컴 경제학』, 『출판혁신전략』,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출판혁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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