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16  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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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출판인 생활

- 출판계, 번아웃에 대처하는 방법

 

 

 

김선영(길벗 출판사 마케팅팀 대리)

 

2020. 11.


 

 

번아웃 증후군, 혹시 나도?

 

“출근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일에 대한 의욕이 전혀 생기질 않고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요.”
“점점 예민해지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버거워요.”

 



사진 출처: Pixabay

 

혹시 이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의심해 봐야 한다. 번아웃 증후군(이하 ‘번아웃’)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번아웃 증후군 체크리스트

 

* 합한 점수가 65점 이상이면 번아웃 증후군이 의심된다. 번아웃 증상을 느끼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구분

질문

전혀
아니다

약간
그렇다

그렇다

많이
그렇다

매우
그렇다

 
 

1

쉽게 피로를 느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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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2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쳐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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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

아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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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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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현재 업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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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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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나의 직무 기여도에 대해 냉소적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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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6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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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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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7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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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8

최근 짜증, 불만이 많아지고 여유가 없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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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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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

이전에는 그냥 넘어가던 일에도 화를 참을 수 없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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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10

주변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다.

1

2

3

4

5

 
 

11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1

2

3

4

5

 
 

12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

1

2

3

4

5

 
 

13

만성 피로, 두통, 소화불량이 늘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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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14

일하는 것에 심적 부담과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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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15

모든 일에 대체로 의욕이 없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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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16

두드러지게 유머감각이 줄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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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17

성욕이 감소했다.

1

2

3

4

5

 
 

18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1

2

3

4

5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지친 뇌, 번아웃에서 탈출하라 (중년 건강 백과, 2016. 5. 26., 오한진)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 결과 직장인 95%가 번아웃 증상을 겪었다고 응답했다(출처: 2019. 잡코리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반복되는 업무에서 오는 성취감 결여 등이 그 이유다.

 

 

 

출판계 “난 이럴 때 번아웃을 겪는 것 같다”

 

코로나19와 길어지는 경제 불황으로 외부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더욱 많은 사람이 번아웃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인지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인문 심리서나 신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서 등의 출간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그 책을 만드는 출판인의 건강은 어떨까? 동료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Q. 최근 번아웃을 겪은 적이 있나?
* 해당 인터뷰는 5개 출판사 현직자(편집자, 마케터, 영업자,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편집자 Y - “인풋보다 아웃풋이 많다고 느껴질 때”

편집은 계속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작업인데, 아웃풋의 양이 인풋 대비해서 많다고 느껴지면 번아웃을 겪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업무량이 많아지게 되면 소진 시켰던 것들을 다시 채울 시간이 부족하니까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언제까지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커지게 된다. 개인 시간을 줄여서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러다 보면 어려운 상황이 오고 지치게 된다.

 

편집자 S - “매출 중심 도서 기획에 대한 압박을 받을 때”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신적 스트레스가 육체 건강 저하로 이어지기 시작한 시점인 것 같다. 불황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돈이 되는’ 도서의 기획·개발에 대한 관리자의 압박이 알게 모르게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슈로 출판계의 콘텐츠 쏠림 현상(‘재테크’와 ‘부’의 키워드가 베스트셀러 시장 지배)이 더욱 극명해지면서 ‘콘텐츠 기획’에 대한 고민과 ‘책의 본질’에 대한 회의가 더욱 깊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집-회사를 반복하는 일상이 장기화되다 보니, 활력이 떨어지고 무력감이 오는 것을 느낀다.

 

디자이너 L - “일정이 매번 촉박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없을 때”

카드 뉴스나 배너 등 웹에 올라가는 홍보물 위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반복적인 업무를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빨리빨리 하느라 마음이 늘 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결과물을 내보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식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성취감이 떨어지더라. 그때 무기력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마케터 H - “불합리한 근로 환경을 마주할 때”

솔직하게 답변하자면 지금도 번아웃을 겪고 있다. 출판 노동자로서 일에 대한 번아웃보다는 출판 시장 자체에 대한 슬럼프에 가깝다. 출판의 미래 비전이나, 근로자를 대하는 사업주의 태도 등에서 자주 번아웃을 경험한다. 출판업을 애정한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근로 환경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껴진다.

 

영업자 K - “너무 많은 일을 혼자서 해야 할 때”

너무 많은 일을 혼자 할 때. 좋은 이슈가 생겨(유시민 저자가 책을 소개하거나, 100만 구독자 유튜브 채널에서 도서가 급소개 됐다거나) 갑작스럽게 모든 일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 문제가 생긴다(뇌 정지).

 

마케터 P - “보여주기식 일을 해야 할 때”

주로 마케팅해야 하는 책의 콘텐츠에 반감을 느끼거나 사내 정치 문제로 보여주기식 일을 해야 할 때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성취욕이 사라진다.

 

출판인의 번아웃 원인도 일반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도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 다만, 일부는 직무적 특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편집자 Y처럼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그 예다.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직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이처럼 출판계를 포함하여, 통계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직무별, 산업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번아웃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법

 

전문가들은 번아웃이 무기력증, 건망증, 불면증 등의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극심한 피로감, 어깨결림, 고혈압, 위장장애 그리고 심지어는 뇌경색, 심근경색과 같은 무시무시한 신체적 질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적 문제가 결국 신체적 질병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피곤한 거겠지…’라고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번아웃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또다시 동료들에게 물었다.

 

 

Q. 번아웃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 해당 인터뷰는 5개 출판사 현직자(편집자, 마케터, 영업자,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편집자 S - “일과 삶의 분리”

일과 나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분야를 원데이 클래스 수업으로 듣는다든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장르의 영화나 소설을 읽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기분전환을 시도한다(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주로 여행을 갔는데 지금은 그런 식으로 일상을 벗어나는 건 어려워졌으니까). 그리고 그것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는 직장을 옮겼던 것 같다.

 

마케터 P -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원인을 찾아서 없애버리거나 그럴 수 없다면 내가 하는 일에서 보람 하나씩은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외에 평소에는 취미 생활을 통해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영업자 K -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다”

업계 특성상 비슷한 일을 먼저 겪은 선배가 많다. 그들에게 연락해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찾는 데 도움을 얻는다. 지금 방향이 맞는지, 빠뜨린 게 무엇인지 조언을 구한다. 그렇게 상황을 하나씩 처리해 가면 점점 나아짐을 느낀다!

 

디자이너 L - “가족과 대화한다”

원래 이렇게 우울한 일이 있으면 깊게 빠지는 편인데, 남편과 대화를 통해서 많이 나아진 것 같다. 남편이 단순하다. 생각을 잘 끊어낸다. 긍정적인 기운에 융화가 되는 것 같다. 쌓아두지 않고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털어놓고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편집자 Y - “일단 버틴다”

일단은 버티는 게 중요하다. 못 해 먹겠다고 생각해서 사표를 던지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게 있는 것 같다. 그 시기에는 그냥 너무 힘들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 버텨서 여기까지 왔구나’라고 느껴지는 때가 있더라.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일이 끝나면 취미활동을 통해 의식적으로 일과 삶을 분리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와 조언을 얻고, 또 일단 무작정 버티기도 했다. 거창한 치료법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을 했다. 전문가들 또한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기, 하루 10분 산책, 일과 삶의 균형 맞추기 등 평소 지친 뇌를 재충전해 주는 방법으로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과도한 업무량, 소모적인 업무 등 조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도 번아웃의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런 부분들까지 개인의 탓으로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직원의 번아웃 예방을 위해 출판업계를 포함하여, 모든 업계가 조직 차원에서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조직원을 배려하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충 살자! 편집자 H처럼 - 번아웃 극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나 자신’

 

‘최근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한 유일한 사람이 있다. 편집경력 14년 차 부장님이다.

 

편집자 H - “제일 중요한 건 나 자신!”

신입 때는 미숙하니까 번아웃이나 스트레스를 조절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퇴사를 했다(웃음). 하지만 최근 10년간은 번아웃을 겪은 적이 없다. 번아웃이 올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관리 비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과 나를 어느 정도 분리해야 한다. 나도 이 일을 무척 사랑하지만 일과 자신을 너무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일로써 확인하려 하다 보면 결국 지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일은 어디까지나 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내가 중심이 되어야 일도 더 잘 할 수 있다. 결국 중심을 잡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정해진 정답은 없다. 시도해 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은 일도 ‘나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대충 살자! 편집자 H처럼. 자신을 갉아먹는 일에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김선영(길벗 출판사 마케팅팀 대리)

5년 차 마케터입니다. 책보다 재밌는 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출판사 마케터로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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