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22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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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열풍, 그리고 오디오북 시장의 새로운 기회

 

 

 

이화진(㈜인플루엔셜 윌라 오디오북기획팀 총괄 부장)

 

2021. 6.


 

십몇 년째 출판계가 위기라는 소식만 들리며, 현재 2021년이 영상 시대라는 것이 명백한 와중에 ‘클럽하우스’ 열풍이 오디오북 시장을 중심으로, 출판계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바람으로 불어준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일까?

 


클럽하우스 앱 이미지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의 안드로이드 버전이 최근 국내에 오픈했다. 그동안 클럽하우스는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올해 초, 어떤 이는 클럽하우스를 하기 위해 멀쩡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두고 아이폰으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또, 클럽하우스의 초대장이 중고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소식도 들렸다. 열풍은 열풍인가보다 싶었다. 늦게나마 안드로이드의 문까지 열렸으니 최근 주춤했던 열풍이 어디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오디오북 #그리고 #유튜브_넷플릭스_틱톡

 

올해 초, 우리나라 출판시장을 전망하며 ‘오디오북의 시대’가 열렸다는 내용의 글을 본 지면에 기고했었다.1)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등으로 대표되는 영상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젠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북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매우 반가웠다. 분야는 조금 다를지언정 영상이 아닌 오디오(음성)만을 사용하는 SNS의 등장은,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확장이 중요한 이 시기에 매우 고무적이었다.

 

 

1)
〈출판N〉 2월호 커버스토리 참조(http://nzine.kpipa.or.kr/detail/LXtoFpynLJjZyk6jF)

 

#클럽하우스_온라인_좌담회 #언컨택트_인터뷰 #출판계의_변화?

 

지난 4월 클럽하우스를 통해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각 분야의 업체들과 전문가가 모이는 온라인 좌담회에 참여했다. ‘Audio Killed the Video Star?’라는 주제로 오디오 콘텐츠 업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2) 참여한 사람의 대부분이 클럽하우스 열풍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확장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물론 앞으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더 키워나가기 위해, 이용자 수가 월등히 높은 영상 콘텐츠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콘텐츠 간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오디오 콘텐츠의 소비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 기획이 이루어진다면 부정적일 이유도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2)
〈테크M〉 4월 12일 “오디오 플랫폼 경쟁, 이제 시작이다” 참조(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82360)

 


클럽하우스 앱 이미지


ⓒ〈테크M〉 김경영 기자

 


콘텐츠 시장을 오디오와 영상 콘텐츠 간의 대결 구도로만 바라본다면, 오디오 콘텐츠가 불리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오디오북 이용자 수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3) 또 오디오북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전자책만을 서비스하던 유통사들이 후발주자로 오디오북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형 도서 유통사들도 출판계 대세 콘텐츠가 오디오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통사들이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원천 콘텐츠를 공급하는 출판사들도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3)
2021년 윌라 오디오북 보도자료 참조

 

#옛날_책 #소비자는_MZ세대

 

얼마 전, 오디오북 유통을 통해 종이책과 전자책이 아닌 새로운 매출로 고무되어 있는 한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콘텐츠의 표지를 오디오북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좋은 제안이었지만, 종이책을 출간할 때 표지 디자인 작업을 처음부터 전자책과 오디오북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표지로 기획해주십사 요청드렸다.

 

출판사의 기획은 이제 일반적인 종이책 기획으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아니, 10년 전부터 그런 기획이 지속됐으면 안 됐다. 출판은 앞으로의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깊게 고민하고, 지금의 종이책이 어떤 형태의 텍스트와 영상과 소리로 변형되어 새로운 콘텐츠의 옷을 입게 될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는 출판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북, 전자책 등을 유통하는 곳에서 직접 기획되고 배출될 것이다(이미 웹툰, 웹소설 시장은 그렇게 변화했다).

 

클럽하우스의 인기를 통해 출판계가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고, 다양한 곳에서 유통되고 소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뚜렷한 경계와 제한이 사라진 콘텐츠 시장에서 이미 클럽하우스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창작자들의 새로운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클럽하우스의 열풍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아니면 기존 SNS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경계선은 무너졌다(〈테크M〉의 클럽하우스 좌담회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기자들도 언택트 인터뷰, 좌담회 등을 통해 기사를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출판계는 앞으로 원고 없이 출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작가 없이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책 만드는 순서와 과정이 모두 뒤집힐 것이다. 오디오북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출간된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책과 전자책보다 앞서 출간될 것이고, 편집자의 교정 교열 작업에 의해 텍스트가 다듬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화(化)된 콘텐츠를 다듬어서 텍스트로 출간하게 될 것이다. 책이라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콘텐츠가 책으로 출간될 것이고, 대형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디오북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콘텐츠 시장의 모든 변화는 출판계에 한 번도 불리하게 작용했던 적이 없었다. 또 인접한 콘텐츠가 종이책을 위협한 적도 없었다. 출판계가 변화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고, 종이의 형태가 아닌 콘텐츠와의 상생 방법을 찾지 않았을 뿐이다. 종이책을 구매하는 소수의 고객(‘독자’라 칭하지 않겠다)은 이미 책의 형태가 아닌 책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데, 원천 콘텐츠를 공급하는 출판사들은 그 사실을 모르거나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판 역시 수요와 공급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산업군에 속해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있어야 팔린다!)

 

오디오북과 클럽하우스의 열풍이 또 한 번 열어 놓은 기회의 문을 이번에는 출판계가 놓치지 않고 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판계가 도서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며, 경계를 허물고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길 간절히 바란다.

이화진(㈜인플루엔셜 윌라 오디오북기획팀 총괄 부장)

출판사에서 종이책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출판콘텐츠를 경험했으며, 교보문고에서는 전자책 MD로 일했고, 현재 윌라에서 오디오북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현 ㈜인플루엔셜 윌라 오디오북기획팀 총괄 부장
㈜에브리웨이 eBook팀 차장
㈜교보문고 이비즈니스지원본부 eBook사업팀 선임 MD
㈜대교 북스캔 상품기획팀 총괄 MD
베텔스만 코리아 상품기획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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