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50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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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둘러싼 출판산업계 쟁점들

 

 

 

정지우(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작가)

 

2023. 12.


 

최근 콘텐츠계의 핵심 화두, 2차적저작물작성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 계속하여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2차적저작물 자체가 무척 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웹소설이 웹툰으로, 웹툰이 영화로,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일들은 너무나 흔해서 애초에 콘텐츠 제작 당시부터 2차적저작물 창작을 당연히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밖에도 문화 교류로 인한 번역물의 범람, 창작이 쉬워진 환경에서 팬덤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재창작물, 각종 미디어에서 행하는 원저작물의 요약 영상 등이 모두 2차적저작물작성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특히, 2차적저작물 제작이 중요한 이유는 원저작물보다 더 큰 수익을 내는 사례가 흔해졌기 때문이다. 출판물의 한계 등으로 적은 수익밖에 내지 못한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어렵다는 이유로 원작의 도서는 별로 팔리지 않았지만, 그 도서를 잘 요약한 영상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광고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논란이 되는 건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2차적저작물이란 원작에 기초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나, 원저작물 없이는 태생 자체가 불가능한 작품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에서도 2차적저작물작성권 자체를 원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의 권리로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일종의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불균형한 일들이 콘텐츠 생태계에 일어나면서, 과연 그러한 권리를 함부로 양도받는 걸 허락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항상 그렇진 않지만 콘텐츠 창작자들은 큰 규모의 제작사나 출판사에 비해 열악하거나 절박한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직 데뷔하지 않은 작가나 간신히 경력은 이어가지만 유명세를 얻지 못한 창작자 등은 제작사나 출판사 등 앞에서 ‘을’의 위치가 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렇다 보니,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 자체가 무척 소중하여 불공정한 계약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서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완전한 양도 혹은 포기’는 그런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제작사와 출판사 입장에서의 투자 비용도 고려해야 하고, 또 사인(私人) 간의 거래를 어디까지 국가나 법이 개입할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무리 사인 간의 거래라 할지라도,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여 금지될 수 있는 거래행위라는 측면에서 의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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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거래상 지위 남용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9월 15일 주식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에 대해 거래상 지위 남용을 하였다고 의결하면서 과징금 5억 4천만 원을 부과했다. 구체적인 의결 내용을 보면, 카카오는 “공모전 당선 작품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권리를 포괄적·독점적으로 부여받는 거래 조건”을 설정·유지하여서는 안 되고, “공모전 당선 작품 또는 당선 작품의 현지화 작품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해외 지역에서 작성할 수 있는 권리와 관련하여 작가로 하여금 자신에게 제시한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을 다른 사업자에게 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래 조건”도 설정·유지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를 살펴보면, “웹소설 시장에서는 최종 유통 채널인 플랫폼사가 관련 산업 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하게 되고, 작가 등은 “플랫폼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래 관계가 형성되기 쉽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작가들의 수입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보면, 콘텐츠 제작을 주관하고 유통하는 기업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꼽는다. 기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와 작가 사이의 지위상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중요한 전제로 삼은 것이다.

 

특히,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저작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로서, 저작자가 주체적으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그러한 권리를 박탈당한 점도 중요한 근거였던 것으로 보인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저작권법에서 저작자에게 보장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러한 권리를 행사도 못한 채 권리 주체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라 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해당 의결이 의미 있는 이유는 사실상 ‘저작권법’에서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양도나 포기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작자와 플랫폼이든, 작가와 출판사든 사실상 ‘사인 간의 개인적인 거래’로 보아 두 권리 주체가 ‘합의’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볼 소지가 있었다. 그러나 저작권법에 설령 관련 규정이 없다 할지라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둘러싼 개별 계약 관계가 규율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준 의결이었던 셈이다.

 

 

 

출판사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계약을 작가에게 강제할 수 있는가

 

한때 논란이 됐던 ‘구름빵’ 판결과 비교해보면, 위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의 의미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당시 『구름빵』(백희나, 한솔수북, 2004) 그림책과 관련하여, 법원은 작가가 출판사에 『구름빵』의 캐릭터를 포함한 일체의 저작물 및 저작권을 양도한 것으로 보았고, 그러한 양도 계약이 ‘유효’하다고 인정하였다. 반면, 이번 공정거래위원회는 작가들이 카카오에 비해 의존적이고 취약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설령 저작권 중 하나인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계약이 ‘무효’라고 본 셈이다.

 

특히, ‘구름빵’ 판례에서 법원은 당시 작가가 신인이었던 점을 감안하여, 작가가 작품이 잘 팔리지 않아 수입이 적을 수 있다는 위험을 고려하여 출판사와 매절 계약을 맺은 것이고, 그에 따라 저작권을 모두 양도하는 것이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었다고 판단하였다. 즉, 작가가 스스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매절 계약을 맺은 측면을 중시한 것이다. 이 경우 작가는 출판사와 대등한 주체로 전제되었다. 반면, 이번 ‘카카오’ 의결에서는 오히려 신인 작가들이 취약한 위치에 있으므로,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강요된 것에 가깝다고 판단하였다. 즉, 이 경우에는 작가가 애초에 ‘을의 위치’에 있었다는 측면을 중시한 것이다. 이 경우 작가 출판사와 대등하지 않고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전제되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할 수 있는 상황을 두고 과거 법원은 신인 작가의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 반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쩔 수 없이 강요된 판단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물론, 이는 ‘구름빵’ 사건의 경우에는 단순히 하나의 출판사인 경우였고 카카오 사건의 경우에는 영향력이 상당한 플랫폼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판단이 내려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은 출판계와 창작 생태계에 경각심을 준 면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출판사 등이 작가에게 2차적저작물작성권 양도 계약을 요구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른 ‘불공정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보통의 사업가 입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쉽게 결정을 뒤집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출판사가 작가와의 관계에서 반드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고, 개별 계약에서 작가가 다른 측면에서 더 좋은 조건(가령 높은 인세 등)을 제시하고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양도하는 식으로 계약 조건을 조절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불공정한 행위로서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저작권법은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어디까지나 사인 간의 거래에서 그런 협의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계약에 따라, 작가가 강요받을 정도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것이다. 이 문제는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이 정답인 문제이기도 하다. 작가와 출판사 등이 서로 동등한 지위에서 공정한 계약을 맺으라는 것이다. 특히, 어느 한 쪽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은근히 불리한 조항을 강요하는 식으로 계약이 맺어진다면 그런 계약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설령 내가 우월한 위치에 있더라도, 공정한 거래 관행에 합치하게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거래에서의 ‘양심’을 놓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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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차적저작물작성권과 관련된 논의의 미래

 

과거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고, 특히 2차적저작물작성권에 대해서는 거의 미미한 수준의 인식만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저작권에 관한 전반적인 인식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특히, 2차적저작물은 많은 창작자들이 창작을 하면서 기대하는 범주에 포함된다. 소설을 쓰는 작가도 언젠가 자기 작품이 영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인문학 책을 쓰는 작가는 번역 출판을, 때론 에세이가 드라마로 각색되거나 시가 굿즈로 제작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기도 한다. 무엇보다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는 오디오북 등은 거의 모든 책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2차적저작물과 출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있다.

 

따라서 통상 출판 계약에서 중요한 것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인세 비율, 재계약 조건 정도로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2차적저작물과 관련한 점도 매우 중요한 계약 조건으로 자리 잡아 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에 대해 작가의 인식이 다소 부족하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해당 부분이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계약 조건을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다양한 개인인 작가보다는 업무에 전문적인 출판사가 관련 사항을 더 잘 알고 있는 게 일반적이고 더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도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칫 ‘불공정행위’가 되지 않으려면, 계약 단계에서 2차적저작물과 관련하여 최대한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공정하게 합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판문화의 번영은 결국 작가와 출판사의 상생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로를 위한 공정한 계약과 이익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야만, 건전한 출판생태계도 자리 잡을 수 있다. 2차적저작물은 그러한 건전한 문화와 생태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정지우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작가

본명은 정찬우로,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이다. 쓴 책으로 『분노사회』(이경, 2014),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한겨레출판사, 2020),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문예출판사, 2021),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마름모, 2023) 등 이십여 권이 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및 IP 로펌에 재직하였고, 현재는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및 로컬랩 법률사무소 대표로 있다.
jiwoo9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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