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8 2023. 10.
살아남는 보도자료 쓰는 법
이유진(〈경향신문〉 라이프팀 기자)
2023. 10.
기자가 하루에 받는 보도자료는 대략 수십 통.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시의성 있고 알찬 자료라면 무난히 기사화가 되겠지만 대다수의 보도자료는 메일함 휴지통으로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공들여 쓴 자료가 기자의 ‘읽음 표시’도 없이 조용히 묻히는 것은 비운일 것이다. 월간지, 스포츠지, 일간지까지 두루 거쳐 오며 다양한 보도자료를 경험해온 필자가 ‘기사화되는’ 보도자료 쓰는 법을 전한다. 특히 보도자료가 익숙지 않은 1인 출판인이 참고해볼 만한 내용도 포함했다.
보도자료도 기획력이 필요하다
보도자료 작성은 매우 힘든 일이다. 대중의 흥미를 얻기 전에 기자들의 흥미를 얻어야 기사화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홍보하는 아이템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한 보도자료는 미안하지만, 휴지통으로 간다. 홍보 문구가 가득한 보도자료를 기사화했다면 분명 “광고냐?”, “기자, 돈 먹었다”라는 댓글이 있을 것이 뻔하다. 무언가를 홍보해야 한다면 광고뿐 아니라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함께 담아야 한다. 정보(혹은 읽을거리, 볼거리) 80%와 홍보 20% 비중을 두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면 누구나 재밌게 읽으며 신제품이나 신간 도서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100점짜리 자료가 될 수 있다.
기사와 마찬가지로, 보통 신간 도서는 시의성을 보고 출판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름을 겨냥한 다이어트 책이라면 단순히 신간 소개만 담기보다는 “여름이 되기 전에 공개하는 다이어트 5가지 노하우” 같은 책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정보성 보도자료를 기획하는 것이 좋다. 가을에 내는 에세이나 소설이라면 다른 인기 소설들과 묶어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감성 가득’ 신간 BEST 5” 혹은 “인스타그램 Pick! 표지 맛집 신간 3” 같은 다소 파격적이나 출판 트렌드를 담은 내용이 단순한 책 소개 보도자료보다는 보는 이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간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보도자료가 책 내용과 소개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신간 소개를 보고 기자나 방송 관계자가 재밌는 기획을 떠올려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다분히 수동적인 홍보 방법에 그친다.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책이 노출될 수 있도록 기획 기사에 대한 제안을 먼저 해보면 어떨까? 기획 아이디어를 주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실제로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생활 기사 중에는 책 내용을 차용해 10편짜리 짧은 시리즈 기사로 만든 경우도 있다. 보통 요리 레시피나 다이어트 방법을 다룬 실용서의 홍보 방법이다. 출판사는 매체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매체는 매주 기사를 쓰며 책 표지와 내용을 노출해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이다. 만약 책의 저자가 특별한 이력이나 사연이 있는 경우 인터뷰 기사를 요청해볼 수도 있다. 책을 홍보할 기획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자에게 거침없이 문을 두드려보자. 손해 볼 일도 아니니까 말이다.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평소 아는 기자와 직접 대화를 해봐도 좋다. 기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기삿거리, 최신 이슈와 트렌드다. 서로 정보를 나누다 보면 기발한 보도자료 기획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제목이 반’, 제목 잘 쓰는 법
제목은 본문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에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아무리 글을 잘 썼다고 해도 헛수고가 될 수 있어 제목을 잘 뽑는 것도 글쓰기 능력 중 하나다. 요즘 독자들은 즉각적이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제목은 짧고 간결할수록 좋다. 그러나 글에 담긴 모든 걸 표현하는 제목 짓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문장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아야 하고, 읽는 이의 눈을 잡아끄는 매력도 있어야 한다. 제목에는 여러 요소가 담겨야 하지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게 바로 요약이다. 제목을 위한 한 줄 요약을 잘하기 위해서는 핵심 문장을 뽑고 그 문장을 15자에서 20자 정도로 압축한다. 여기서 또 10자 정도로 압축하는 법을 연습한다.
또한 검색어에 적합한 핵심어를 반드시 넣자. 제목 짓기의 핵심은 키워드다. 내가 알리고 싶은 내용을 한 단어로 떠올려보고 그 단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단어인지, 다른 표현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이슈가 담긴 단어를 활용하면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걸리기 쉽다. 더 많은 사람이 내가 작성한 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독자들에게 잘 읽히는 ‘제목 공식’을 덧붙이자면, 간결하게 딱 떨어지는 숫자나 순위를 넣은 자료는 과거부터 늘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면 “좁은 주방 ‘요리 냄새’ 없애는 8가지 방법”, “누가 빌런인지 모르면 내가 빌런이다 기내에서 만난 민폐 승객 1위는?” 같이 숫자가 들어가면 호기심이 생긴다. 또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도 눈길을 끌 수 있다. 부동산 법률 정보 기사로 “내 전세금 못 줘? 그럼 나도 열쇠 안 줘”라든지 건강 기사로 “급성 심정지 하루 전, ‘이 증상’ 보일 수 있다”처럼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도 좋다.
실용적인 글이기에 익숙해야 읽기 편하다
보도자료의 형식에 정해진 바는 없다. 그러나 기사도 보도자료도 익숙한 구성이 읽기 편하다. 그 익숙함을 설명하자면 보도자료의 글은 크게 세 덩이로 나뉜다. 전문과 본문 그리고 마무리글이다. 전문은 보도자료의 핵심 문장이나 눈길을 끌 만한 시의성 있는 주제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도자료 중에서도 담백하게 사실만 전달하고 싶다면 그 핵심을 짧고 강렬하게 시작하는 방법도 좋다. 여러 정보를 담은 읽을거리 형식의 글이라면 최근 화제가 된 이슈를 섞어가며 읽는 이의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전문을 완성했다면 본격적으로 담고 싶은 자료들을 본문에 담는다. 처음 기자가 되었을 때 주어+서술어로만 연결해 기사문을 작성하는 훈련을 했던 기억이 있다. 접속사나 형용사, 부사 같은 꾸밈 단어보다는 주어+목적어+서술어 정도로 구성된 깔끔하게 간결한 문장이 읽기 편하다.
마무리글은 보도자료 중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나 핵심을 한 번 더 짚어주며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신간 출간 날짜나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 홈페이지나 연락처를 넣기도 한다.(신문 기사에는 특정 단체의 홈페이지 주소나 연락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광고 소지로 여겨질 수 있어 넣지 않는다.)
최근 보도자료 중 글의 마무리 문단을 시작하면서 습관적으로 ‘한편’이라는 단어를 넣는 이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잘못된 문장이다. ‘한편’은 화제 전환 등 다른 내용을 시작할 때 문장 앞에 붙이는 접속사인 만큼 보도자료를 정리하는 마무리 문단 서두로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기사 작성은 최대한 접속사를 쓰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필자가 받아보는 대부분의 신간 보도자료는 책 내용과 저자 소개 그리고 목차까지 출판 기획자가 담고 싶은 모든 내용을 담아 꽤 긴 분량이다. 그러나 실상은 기사 형식으로 핵심만 담아내는 자료가 기사화되기 유리할 것이다. 책에 흥미가 있고 내용을 보충하고 싶다면 기자가 먼저 출판사에 연락할 것이기에 분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보도자료의 총 분량은 원고지 10매를 넘지 않는 편이 좋다. 혹은 메일 본문에 기사 형식으로 짧은 분량의 글을 얹고 더 자세한 책 소개는 별도의 첨부파일로 보내는 것도 센스 있는 방법이다.(기자는 매우 게으른 존재며 자료를 찬찬히 훑어볼 시간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누구나 할 수 있다 ‘보도자료 속 실수’
자고 일어나면 신조어가 생기는 시대. 두루두루 쓰는 말이라도 최대한 옳게 쓰는 게 멋지다. 오늘 아침 지상파 뉴스에서도 들은 애증의 단어, 바로 ‘역대급’이다. 이제는 뉴스나 신문에서도 쓰는 용어가 되어버렸지만, 역대는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이라는 뜻으로 ‘역대 최대 규모’, ‘역대 회장’으로는 쓸 수 있지만, ‘급’을 붙여서 쓸 수 없다. 하지만 제목의 분량상, 자료의 톤을 위해 정히 써야 할 때는 기자가 신조어를 쓸 때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해당 단어에 작은따옴표로 인용 표기를 하는 것이다. ‘먹방(Mukbang)’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먹는 방송’을 일컫는 ‘먹방’이라든지 SNS에서 서로 팔로우하는 ‘맞팔’, 먼저 팔로우하는 것을 뜻하는 ‘선팔’, 읽고 씹다의 줄임말인 ‘읽씹’ 등의 단어는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것, 바른 언어를 쓰려는 이들의 고고한 마음이 더 예뻐 보이는 건 사실이다.
‘유첨(有添)’ 같은 낡은 표현도 버리자. 간혹 유서 깊은 전통을 가진 회사나 홍보대행사에서 보내는 자료 중에 묵직하고 고루한 인사말과 함께 과도한 한자어 문안 인사로 시작되는 이메일을 받곤 한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용어가 별도의 자료 파일을 함께 보내는 경우를 일컫는 ‘첨부’, ‘유첨’, ‘별첨’ 등일 것이다. 별도의 자료를 더하거나 붙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인데 ‘유첨’의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용어다. 정부에서 ‘붙임’으로 순화해서 사용하라는 권고가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적당한 단어를 고르느라 고민하는 것보다 ‘별도 자료를 첨부 파일로 보냅니다.’ 정도로 담백하게 쓰는 것이 좋다.
새로 나온 신간이 전문서라 할지라도 전문용어, 은어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한 액세서리 브랜드의 보도자료에 ‘파베 세팅’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문장을 아무리 읽어도 파베 세팅이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참고로 파베 세팅은 ‘다이아몬드를 벽돌로 포장된 도로처럼 반지 겉면에 촘촘하게 하는 세팅’을 일컫는 용어라고 한다. 맥락으로도 짐작할 수 없는 전문용어가 담긴 보도자료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기사는 초등학생이 읽어도 의미 전달이 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기자가 되고 나서 받은 첫 번째 교육이었다. 우리는 독자를 가르치는 것이 본업이 아니다. 보도자료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타이밍’ 보도자료도 그렇다
보도자료를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도 꼭 전하고 싶은 점이 있다. 알차고 재밌는 보도자료임에도 적기를 놓쳐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는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템에 대한 기획과 자료 조사, 작성 그리고 고객이나 상사의 확인을 받고 수많은 과정을 거쳐 완성되고 최종 기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보도자료를 보내는 적기는 언제일까? 분야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너무 이른 새벽에 보내도 수많은 메일 속에 묻힐 수 있다. 점심 먹고 편안하게 보라고 2시쯤 보내는 일은 보도자료의 생명을 반으로 단축하는 일이다.
보도자료를 보내는 타이밍은 기자들의 하루 일정을 잘 파악하고 정해야 한다. 기자들은 보통 오전 8시에서 9시쯤 그날 쓸 아이템을 선정한다. 통상 출근 시간인 딱 오전 9시에 메일함을 여는 기자도 있다. 그런 이유로 보도자료 대부분은 보통 9시 직전에 쏟아져 들어온다. 이때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이 정석이다. 기사화할 아이템을 고르는 바쁜 시간대인 만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제목은 한 줄에 다 넣어서 최대한 간결하면서 자료의 주제를 명확하게 담아 전달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는 제목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오늘 날씨가 참 춥습니다”, “맑고 향기로운 나날 보내세요” 등의 인사말을 넣기도 하지만 방해가 될 뿐이다. 혹여 아침 보도자료 전쟁터에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든가 시의성 없는(굳이 오전에 온라인 기사에 반영되지 않아도 되는) 보도자료를 썼다면 오전 시간은 과감하게 피하는 것도 팁이다.
대부분 온라인 매체는 오전 기사 송고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기자들도 조금의 여유를 갖고 보도자료를 ‘즐기며’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보도자료를 보면서 차후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좀 더 깊이 다룰 만한 자료 위주로 찬찬히 훑어본다. 이때는 오전과 달리 튀는 제목이나 여러 가지 매력 발산을 해도 되는 시간이다. 단, 지면 매체 기자들은 보통 4시가 마감이므로 그때까지는 메일함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쁠 수 있다. 오후 4시 이후 퇴근 시간까지는 내일 아이템을 준비하기도 한다. 지면 기사 맞춤형 보도자료라면 4시 이후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 가끔 눈에 띄겠다는 일념으로 도배를 하기도 하는데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버릴 보도자료는 100개를 보내도 버려진다. 보도자료를 보내는 최적의 요일은 언제일까? 체감상 보도자료가 가장 적은 날은 월요일이다. 이것저것 쓰고 싶어도 쓸 만한 자료가 없다 싶을 때면 여지없이 월요일이었다. 쓸 자료가 별로 없다는 건 다른 말로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 뉴스의 메인에 올릴 만한 기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이밍을 잡는 것, 보도자료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이유진 〈경향신문〉 라이프팀 기자 〈레이디경향〉, 〈스포츠경향〉, 〈경향신문〉의 여러 부서를 거치며 두루두루 일해왔다. 본판이 예쁜 보도자료를 메이크오버하듯 꾸며주는 낙도 느끼면서. 저서로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 위에 이제 콘텐주』(다빈치books, 2023), 『유튜버 백세시대』(다빈치books, 2023), 『당신의 보도자료: 네이버 가거나 휴지통 가거나』(공저, 다빈치books,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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