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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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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사냥꾼의 신선하고 색다른 아이템 사냥
- 어떤 책이 2차 저작물로 성공하는가?

 

 

 

이승희((주)도레미엔터테인먼트 이사, 총괄 프로듀서)

 

2021. 6.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제작은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첫발을 내딛는다. 새로운 아이템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 콘텐츠 무한경쟁 중인 드라마 영화 제작사 프로듀서들은 밤낮없이 눈에 불을 켜고 도서, 웹툰, 각종 공모전 당선작 등을 검토하며 신선한 소재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보니 인기 있는 웹툰이나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한 도서들은 순식간에 스토리 사냥꾼인 프로듀서들에게 선택되어 드라마 또는 영화로 기획·제작된다. 이들은 원작의 유명세에 비해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영상화되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원작이란 무엇일까? 영상 제작에 있어 신선하고 색다른 소재의 아이템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그렇게 힘들게 발굴한 원작들이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수많은 프로듀서를 포함한 제작 관계자들은 원작을 검토하고 영상화하려 할까? 원작이 널리 알려진 작품은 대중에게 검증받은 작품이므로 그 유명세에 기댈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원작의 팬층을 그대로 시청자(관객)로 끌어들일 수 있다. 둘째, 작가 오리지널(창작물) 기획에 비해 기획기간이 짧아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 셋째, 대중에게 검증받은 원작을 통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캐스팅 진행이 유리하다. 오리지널(창작물)을 기획할 때는 대본의 일부만을 가지고 캐스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캐스팅 역시 수월하지 않다. 하지만 원작이 있는 경우에는 전체 스토리뿐만 아니라 캐스팅하려는 배우의 캐릭터까지 전체적으로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캐스팅 진행이 유리하다.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다. 웹툰 IP를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플랫폼을 넘어 각각 자회사인 스튜디오N과 카카오M을 통해 직접 드라마 기획 및 제작, 유통까지 진행하면서 웹툰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웹툰과 웹소설의 영상화를 지원하는 IP 브리지 컴퍼니 스튜디오N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을 크게 성공시켰고, 다음 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다양한 IP를 보유 중인 카카오M은 〈이태원 클라쓰〉를 크게 성공시켰다.

 

〈스위트홈〉과 〈이태원 클라쓰〉 두 작품의 공통점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원작 팬이 이미 많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스위트홈〉은 이응복 감독(〈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 감독), 〈이태원 클라쓰〉는 김성윤 감독(〈구름이 그린 달빛〉, 〈후아유-학교2015〉, 〈연애의 발견〉 등 감독)과 같이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유명한 연출자가 연출함으로써 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결과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웹툰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직접 드라마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참여함으로써 웹툰 드라마 열풍이 일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많은 원작이 드라마화되는 것처럼 보이나, 출판사 담당자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원작 드라마 홍수 속에서도 도서 원작의 경우, 공모전 수상작 이외의 판권판매량은 그리 높지 않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콘텐츠 포화상태, 아이템 소재의 고갈, 로맨스물, 조폭 범죄물, 멜로물 등 장르가 한정적인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프로듀서들에게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참신하고 다양한 소재를 다룬 원작들이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K-콘텐츠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가운데, 북미 디지털 매체인 에 따르면 2020년 아시아 지역의 K-콘텐츠 시청 양은 약 네 배 증가했고, 기존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던 서구권에서도 국내 콘텐츠의 성공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사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K-콘텐츠를 찾기 위해 콘텐츠 확보 경쟁을 더욱더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상물이 많이 제작되면 원작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원천 IP로써 원작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면서 부가가치 또한 상승한다. 1차 제작은 독자를 위한 도서의 제작과 유통으로, 수익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2차 제작은 원작 IP를 바탕으로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로 생산 확대되는 ‘One Source, Multi Use’로, 수익 확장성에 한계가 없다. 따라서 2차 제작으로 발생한 제작물이 성공하면 원작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짐으로 1차 제작물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원작의 인기가 2차 제작의 성공으로 연결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들은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할 때 신중함이 필요하다. 영상 제작자들이 좋아하는 원작에 정답은 없다. 수많은 영상을 제작하는 제작사와 제작자들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의 장르와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통계 내어 어떤 장르를 선호하고 어떤 원작이 성공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단, 영상 제작을 위한 아이템을 선정할 때 드라마와 영화 원작 검토에 대한 차이점은 있다. 드라마의 경우 허구가 가미된 일상적, 현실적 서사를 바탕으로, 인물은 허구지만 현실성을 담고 있어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검토한다. 반면 영화는 액션, 스릴러, SF 등 비현실적 서사를 담은 작품을 위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부터 영상을 만드는 제작사뿐 아니라 배우 매니지먼트 쪽에서도 제작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많은 원작을 검토 및 구입하고 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아닌 타 업종에서도 드라마 제작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원작을 검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독특한 소재와 배경, 매력 있는 캐릭터, 탄탄한 구성 등의 요인들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기도 전에 유명한 작품을 먼저 검토하게 된다. 유명한 작품을 두고 기존 제작사와 영상 제작 사업을 확장하는 곳 간에 경쟁이 붙다 보니, 원작료는 올라가고 결국 가장 높은 금액의 판권료를 제시하는 쪽에 판권이 판매될 수밖에 없다.

 

판권료를 높게 제시하는 곳 중에는 큰 제작사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상 제작 경험이 전무한 곳에서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원작을 확보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다량의 유명한 원작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자하여 구입한다. 이렇게 제작 경험이 없는 곳에 팔린 판권은 영상화되지 못한 채 몇 년 동안 묵히다가 제작 시기를 놓치곤 한다. 출판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도 좋은 원작들이 묵혀 있어 제작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출판업계가 도서출판에서 멈추지 않고 영상화까지 콘텐츠를 확장하길 원한다면, 독특한 소재와 배경, 매력 있는 캐릭터, 탄탄한 구성 등 영상화가 가능한 원작을 바탕으로, 영상물로 제작할 수 있는 제작사, 제작자, 프로듀서와 협업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듀서마다 영상화를 위해 검토하는 원작의 장르는 매우 다양하다. 유명한 작품은 일단 제외하고 프로듀서 취향에 따라 장르물, 로맨스물, 공포물, 사극 등 선택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꼭 유명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프로듀서가 찾고 있는 장르와 선호도에 맞게 추천하고 제안하는 것이 출판사의 몫이다.

 

‘영상 제작자들이 좋아하는 원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너무 포괄적이고 정답이 없다. 영상 제작자가 모두 공포물을 기획하거나 모두 장르물을 기획하진 않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원작 검토 요소인 독특한 소재와 배경, 매력 있는 캐릭터, 탄탄한 구성 등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이는 모든 장르에 해당한다.

 

영상 제작자와 현업 프로듀서들은 쏟아지는 원작의 바닷속에서 자신만의 진주를 찾고 있다. 출판사는 모두가 아는 각종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 아닌, 아직 광산에 박혀 있어 프로듀서들이 찾지 못했지만, 다이아몬드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영상 제작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또한 제작자나 프로듀서는 그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 가능성 있는 원작을 찾기 위해 프로듀서들은 오늘도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진주를 찾고 있다.

이승희((주)도레미엔터테인먼트 이사, 총괄 프로듀서)

1997년 영화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24년간 대중에게 사랑받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여작품]
- 영화 〈접속〉, 〈조용한 가족〉,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해피엔드〉, 〈섬〉, 〈공동구역 JSA〉, 〈와이키키 브라더스〉, 〈버스, 정류장〉, 〈후 아 유〉, 〈YMCA 야구단〉, 〈짝패〉, 〈물괴〉, 〈인천상륙작전〉 등
- 드라마 〈못된 사랑〉, 〈내조의 여왕〉, 〈트라이앵글〉, 〈달콤살벌 패밀리〉, 〈하지미지〉, 〈죽어야 사는 남자〉, 〈사생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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