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모저모

Vol.12  2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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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영업 TMI]
서점 MD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상)

 

 

 

구환회(교보문고 도서 MD)

 

2020. 07.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49. 내가 일하고 있는 교보문고 본사 건물에는 매일 많은 출판사 영업자 분들이 방문한다. 분야나 업무가 겹치지 않아 아직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도, 자주 스쳐 지나며 출판사 영업자 분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될 때도 많다. 가끔은 낯선 인상의 내방객도 눈에 띈다. 약간의 들뜸 혹은 긴장감 혹은 근심이 얼굴에서 엿보인다면, 미팅 공간 여기저기를 사진 찍는다면, 신규 출판사에서 오신 분일 가능성이 크다.

 


교보문고 로비


교보문고 로비

 

나도 가끔, 막 첫 책을 낸 1인 출판사의 대표님이나 작은 출판사의 영업자분과 신간 미팅을 한다. 이 자리에서 많은 질문을 받는다. 프로모션, 홍보, 노출 등 주제는 다양하다. 대기 중인 다른 미팅들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 모두 상세하게 설명해드릴 수 없을 때 아쉬움을 느낀다. 입장을 바꾸어 나도 내 사업을 한다면 첫 방문한 현장에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을 것이다.

 

“만약 내가 출판사를 차린다면 처음에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자문에서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자주 받은 질문들의 답 혹은 먼저 알려 드리고 싶은 ‘사소하지만 중요할 수도 있는’ 영업 참고사항들을 정리해보았다. 좋은 책 판매 증대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서점, 그중에서도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쓸 수밖에 없는 점을 미리 밝힌다.

 

 

 

0. 출판사 이름은 어떻게 짓는 것이 좋나요?

 

물론 지금까지 이 질문을 받은 적은 없다. 이미 출판사 등록을 마치고 책이 나온 상황에서 미팅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0번으로 표기했다.) 그렇지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 이름 붙이기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하고 싶은 사항을 정리해 본다.

 


가장 어려운 일은 ‘이름 짓기’ (출처: IT WORLD)


가장 어려운 일은 ‘이름 짓기’ (출처: IT WORLD)

 

너무 복잡하거나 어려우면 안 된다. 서점, 언론, 홍보사 등 업체 담당자와 첫 통화를 할 때 “레너드 스키너드 출판사 OOO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수화기 건너 상대방은 일단 처음 듣는 모르는 이름에 낯섦을 느낀다. 게다가 이 출판사 이름을 어떻게 써야 하지 맞춤법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상쾌하지 않은 첫인상을 받게 된다. 출판사 담당자 역시 “네? 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한 글자씩 또박또박) 레.너.드 스.키.너.드 출판사입니다. 레는 ‘아이’가 아니고 ‘어이’고, 스킨어드가 아니라 스키너드에요.” 같은 대화를 무한 반복하는 고충을 겪을 수도 있다. 간단하고 혼란의 가능성이 적은 이름이 좋다.
출판사의 개성과 색깔을 잘 드러내야 한다. ‘OO사’는 지금은 다소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이다. ‘OO북스’는 무난한 만큼 고유성은 다소 떨어진다. 한 글자 이름은 지양해야 한다. 이유는 검색이 안 되기 때문이다. ‘쌀’ 출판사의 마니아 독자가 그 출판사의 출간 도서를 찾고 싶어서 서점 사이트에서 ‘쌀’이라고 검색하면 요리, 농업, 동화책만 검색된다. 꼭 원한다면 ‘쌀출판사’, ‘출판사쌀’처럼 ‘출판사’까지 붙여서 정식명으로 등록한다. 모바일/인터넷 커머스에서 ‘검색되지 않는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미 사용 중인 출판사 이름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설마 싶겠지만 종종 발견되는 경우다. 일치하지는 않지만 느낌이 비슷해서 기존의 다른 출판사와 헷갈리는 경우도 동일하다. 예를 들면 ‘토요일 책방’이라는 출판사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출판사 등록을 하려 한다. 그런데 이미 ‘월요일 북스’, ‘화요일의 책’, ‘목요일 책읽기’, ‘금요출판’ 등의 출판사가 존재한다면? 단순 일치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뉘앙스 조사도 중요하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다. 너무 특이하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헷갈리지 않고 쉽다. 출판 방향을 잘 드러낸다. 어감이 좋다. 개성 있고 고유하다. 도서 검색이 잘 된다. 이 요소들이 모두 해당되는 출판사명을 생각해보았다. ‘이봄’이 떠오른다.

 

 

 

1. 도서 상세 페이지, 어떻게 꾸며야 하나요?

① 출판사 서평과 상세 이미지

 


소설 『스토너』의 상세 이미지


소설 『스토너』의 상세 이미지

 

도서 상세 페이지는 서점 사이트에서 도서 검색 후 클릭하여 들어가는 상품 페이지다. 이 책에 관심 있는 독자가 방문한 최초 혹은 최후의 관문이다. 상세 페이지의 내용과 구성은 여기까지 진입한 독자에게 책의 매력을 어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판사가 글로 작성하여 문서 파일에 담아 배포하는 ‘책소개’와 ‘출판사 서평’은 책의 영혼과 같다. (표지는 책의 얼굴에 해당한다.) 서점 영업자인 나는 출판사가 보낸 내용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 이 책을 가장 잘 아는 책임 편집자가 고심하여 정제, 압축, 완성한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치게 현학적인 표현, 전문적인 용어, 과장된 수사들이 많은 서평은 독자 입장에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가급적 평이하고 간결하게 책의 핵심 전달에 주력하는 서평에 눈이 간다. 물론,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보도자료는 편집자 고유의 영역이다. 완성한 서평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이 서평은 어렵게 쓰는 것이 맞다”라는 확신이 든다면, 강조 사항들을 선별, 요약하여 상세 이미지에 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세 이미지’는 도서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는 세로로 긴 설명 이미지다. 텍스트 10장보다 이미지 1장의 전달력이 높기 때문에 필수로 제작해야 한다. 지금은 3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구간별로 끊어서 보는 시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해진 양식은 없고, 세로로 너무 길지 않으면 된다. PC 모니터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보았을 때 글자가 너무 작지 않도록 모바일 환경을 고려하여 제작하는 것은 필수다.

 

 

 

2. 도서 상세 페이지, 어떻게 꾸며야 하나요?

② 카드뉴스와 북트레일러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카드뉴스 첫 장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카드뉴스 첫 장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짧게 나눈 이미지 슬라이드와 자막의 구성으로 효과적으로 교양 지식을 전달했던 콘텐츠가 있다. 바로 EBS의 지식채널e다. 깊이 있는 내용을 핵심만 추출하여 쉽고 감성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발신하여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SNS와 인터넷 서비스에서 대표적인 콘텐츠 제작 양식이 된 ‘카드뉴스’의 원형이 이 지식채널e라고 생각한다.
책 소개와 홍보에 있어서도 카드뉴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은 도서 상세 페이지에 카드뉴스(북 카드) 영역을 운영하고 있다. 카드뉴스는 앞서 설명한 ‘상세 이미지’와 후술할 ‘동영상’ 사이에 있는 홍보 수단이다. 손쉽게 제작하여 효율적으로 책의 내용을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다. 실례로, 국내에서는 무명작가였던 야쿠마루 가쿠의 미스터리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잘 만든 카드뉴스의 확산에 힘입어 2018년, 2019년 2년 연속으로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톱10에 진입하는 역주행 신화를 썼다.

 

물론 전문 업체인 ‘책 끝을 접다’가 제작한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카드뉴스는 전문가의 솜씨가 깃든 작품이다. 그렇지만, 웹툰 수준의 정교한 일러스트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수인 것은 아니다. 텍스트 중심으로 자체 디자인해도 몇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충분히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

 

1.

카드 이미지의 매수는 10장~15장 정도가 좋다. 최대한 압축한다면 10장보다 적어도 된다.

2.

첫 장에는 수상 내역, 선정 내역, 작가 이슈, 해외 반응, 해외 판매량, 영화화 등 미디어 이슈, 유명 인사 추천사 등 이른바 ‘타이틀’을 넣는다. 미괄식보다는 두괄식이다. 전문 큐레이션 채널의 팬들은 카드 장수가 많아도 끝까지 읽어 본다. 반면, 서점 카드뉴스는 이에 비해 완독률이 떨어진다. 이미지 수를 간결하게 제작하고, 독자의 눈을 잡아끌 수 있는 최대한 인상적인 내용을 첫 장에 배치해야 하는 이유다.

3.

화려한 기교보다는 정직하고 알찬 내용이 중요하다. 재미, 교양, 자기발전, 감성, 휴식, 실용적 지식, 자녀 교육 등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가치 하나를 정한다. 이를 반영하는 분위기와 흐름으로, 문장 하나와 이미지 하나의 조합으로 한 장씩 만들면 된다.

4.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텍스트를 읽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글자 크기가 너무 작은 경우, 카드 한 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은 경우, 사이즈 규격이 맞지 않아 내용이 왜곡되는 경우 등이다. 아쉽게도 각 인터넷서점과 큐레이션 채널의 카드뉴스 이미지 규격은 동일하지 않다. 하나의 제작물을 단순 리사이징만 하여 올리면 주목도가 크게 떨어진다. 번거롭더라도 각 서점 규격에 맞게 편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5.

스마트폰에서도 잘 보이는지 최종 확인을 거친다.

 


오른쪽 위의 + 버튼을 클릭


오른쪽 위의 + 버튼을 클릭

 

인터넷 교보문고 초기 화면의 ‘오늘의 책’ 메뉴에서 더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다양한 카드뉴스 이미지들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이 깔끔하고 구성력이 뛰어난 사례들을 참고하면 추후 제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북 트레일러가 있다. 지금은 대부분 유튜브 동영상 URL을 서점에 전달한다. 주지하다시피 동영상 콘텐츠는 현재 대세이며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아직 도서 마케팅에서의 활용도는 높지 않은 수준이다. 영화나 음악과 달리 책은 텍스트 기반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만들기 어렵고 외주 제작 시 비용이 발생한다. 만약 제작 업체나 유튜버에 의뢰하여 동영상을 만든다면, 외부 링크 등 재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자. 가능할 경우 도서 상세 페이지에 추가하면 도서 정보가 풍성해진다. 상세 페이지에 동영상을 하나만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 인터뷰, 북 토크, 팟캐스트 등 인터넷서점 자체 제작 영상이 있다면 누락하지 말고 업로드하는 것이 알뜰한 활용법이다. (단, 서점 제작 동영상은 해당 서점의 DB 페이지에만 올릴 수 있다.)

 


교보문고 제작 인터뷰 영상이 삽입된 『보통의 언어들』 상세 페이지


교보문고 제작 인터뷰 영상이 삽입된 『보통의 언어들』 상세 페이지

 

물론, 출판사 내부 인력이 카메라를 마주 보며 직접 영상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방식의 성공 사례를 곧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3. 신간 등록 메일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요?

 

보도자료 파일, 표지 이미지, 상세 이미지 등이 준비되면 인터넷서점에 요청 메일을 보내 신간 DB를 등록할 수 있다. 출간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이벤트 자료를 함께 보내기도 한다.
유의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정확한 수신자 지정이다. 대부분의 서점은 신간 입력(대표 메일), 구매, 인터넷 마케팅(MD), 영업점 마케팅 담당자가 구분되어 있다. 이 중 일부를 누락하고 메일을 보내면 유기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초기 등록 단계에 지체가 발생한다.

 


10시에 판매 시작, 10시 1분에 홍보 진행.singan


10시에 판매 시작, 10시 1분에 홍보 진행.singan

 

메일을 MD에게만 발송할 경우, MD가 그 메일을 신간 입력 부서에 전달해야 한다.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등록이 늦어진다. 만약 MD가 휴가 중이라면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신간 입력 부서에만 발송할 경우 역시 초기 홍보 과정에 기회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기 독자가 많은 이슈 상품의 경우, 빠르게 DB 등록을 하고 동시에 홍보와 노출을 진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입고 예정일을 메일에 기재하는 것이다. 신간 DB는 책이 각 서점 물류센터에 배본되는 날, 즉 실제 입고일보다 먼저 등록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입고일이 분명하다면 DB 등록과 동시에 예약판매로 전환된다. 조금이라도 판매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입고일이 불확실하면 구매가 불가능한 ‘미입고신간’ 상태로 DB가 등록된다. 보도자료의 ‘출간일’이 입고일과 동일하리라 가정하고 예약판매를 시작할 수는 있다. 단 판권 상의 발행일과 실제 입고일이 다른 경우가 많고 고객이 불편을 겪게 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입고일은 X월 XX일입니다. 예약판매 요청합니다.”라고 메일 본문에 기재하는 것이다.

 


DB 등록은 되었는데 주문은 불가능한 ‘미입고신간’ 상태


DB 등록은 되었는데 주문은 불가능한 ‘미입고신간’ 상태

 

세 번째는 고객 클레임 방지 관련 사항이다. 시리즈 도서의 경우 보도자료에 낱권과 세트 바코드가 함께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트 상품의 판매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는 낱권만 유통이 되는데 세트 DB까지 예약판매로 등록된다면, 세트 구매 고객에게는 별도 안내 후 주문 품절 처리해야 한다.

 

친필 사인본, 특전 래핑, 한정 판매, 별도 굿즈 제공 등 이벤트가 있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유명 연예인이 에세이를 출간하면서 선착순 100권은 친필 사인본으로 발송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혹은 특별판 도서 공급을 정확히 100권으로 한정하는 경우도 동일하다. 이때 MD는 책이 100권 이상 판매되지 않도록 판매제한을 걸어야 한다. 만약 이 작업이 누락되어 200권이고 500권이고 판매가 치솟는다면 선착순 100권 이후 발생한 모든 주문은 클레임 처리 대상이다. 서점과 출판사 모두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다. 이 같은 특이 사항이 있다면, 신간 메일에 기재하는 것에 더해 직접 MD와 통화하여 알리는 것이 안전하다.(다음 호 계속)

구환회(교보문고 도서 MD)

교보문고에서 도서 MD로 일하고 있다. 현재 담당 분야는 소설이다. ‘먹방’을 보면 먹고 싶은 것처럼, 읽으면 뭐라도 읽고 싶은 욕망이 싹트는 ‘책방’ 장르의 글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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