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 2019. 09.
“바이 북+ 바이 로컬” 캠페인에 초대합니다!!
정은영(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정책교육국장 & 봄날의책방 대표)
2019. 09.
서울을 떠나 통영에 내려온 지 어느새 9년차가 되었다. 내년이면 10년.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책을 내고, 책을 팔면서 보낸 시간들은 우리의 삶에 참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던 까다로운 서울내기가 이제는 봄이 오고 여름이 가는 계절의 변화에 가슴 설레며 몸과 마음은 나날이 가벼워지고 있다. 그러나 일상의 무게는 어디나 있는 것이기에 이곳에서도 가끔은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지역에서 책을 만들고 책을 판다는 것의 무게감은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을 느낄 여유조차 빼앗아 버릴 때가 있다.
책방을 찾는 독자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매일 아침 책방 문을 여는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이 삶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어느 때부턴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변방의 책방들이 하나둘 머리를 맞댔고, 그 결과 지난 해 가을 80여 책방들이 함께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이하 책방넷)가 결성되었다.
지난 9월 24일, 그 날은 책방넷 식구들에게 참으로 중요한 날이었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유명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 선생님과 함께 '바이 북+바이 로컬(Buy Book+Buy Local)' 캠페인의 출정식을 가진 날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남해의봄날 출판사가 펴낸헬레나 선생님의 『로컬의 미래』 책에도 언급되어 있는 미국의 성공한 ‘Buy Local' 캠페인을 책을 중심으로 한 로컬 경제운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첫 모임이었다.
선생님의 방한에 맞춰 빠른 속도로 진행하느라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은 많았지만, 그럼에도 동네책방들이 가야할 길을 독자들에게 정성껏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는가. 향후 3년 동안 전국 80여 곳의 동네책방은 한 목소리로 하나의 길을 함께 걸어가려고 한다.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우리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
미국의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로컬 푸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Buy Local' 캠페인은,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지역에서 소비할 때 그 이윤이 지역으로 환원되어 지역 공동체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실천한 로컬 경제운동이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고, 향후 음식에서 마켓, 서점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어 미국의 로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헬레나 선생님의 책을 통해 이 캠페인에 대해 더 상세히 알게 되면서, 한국에서는 지역의 골목책방들을 중심으로 이 캠페인을 전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한 생각을 책방넷 식구들과 공유하면서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책방넷의 첫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캠페인을 응원하기 위해 헬레나 선생님은 독자들을 포함해 전국 책방식구들 백여 명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 모인 출정식에 기꺼이 함께해주셨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앞으로 책방넷과 이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알리겠다는 고마운 뜻을 전해 준 홍보대사분들도 함께했다. 책방넷은 문학, 과학, 인문,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12분들을 내년 1월부터 매월 1분씩 홍보대사로 위촉하였고, 그 분들 중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님, 구멍가게 이미경 작가님, 김중석 그림책 작가님 등 세 분이 행사에 오셔서 힘을 보태주셨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선포된 캠페인 강령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바이 북+바이 로컬 캠페인 행동 강령
“가까운 동네 책방에 정성껏 고른 좋은 책이 늘 함께합니다.”
바이 북+바이 로컬 캠페인은 앞으로 3년여 계속될 장기 캠페인이다. 출정식을 시작으로, 이제 첫 걸음을 떼었고, 올해 안에 전국 80여 동네책방마다 캠페인을 알리는 깃발이 꽂히고, 캠페인 안내 리플릿이 독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12명의 작가군단으로 위촉된 홍보대사 분들이 동네책방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 정성껏 마련한 감동 이벤트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책방들을 중심으로 그 이웃한 작은 가게들도 함께 살아날 수 있도록 캠페인의 지경을 넓혀 가는 전국 동네 책방+골목 살림 지도 만들기를 후속 이벤트로 전개하려고 한다.
책방이 살아나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 그 주변의 작은 가게들도 함께 살아나는 로컬 경제 공동체의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우리는 그 작은 기적들이 대한민국 골목 곳곳에서 펼쳐지길 바라는 원대한 꿈을 나누려 한다.
이제 첫 단추를 채웠을 뿐이지만 전국의 책방지기들은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에 밀려 생존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책방들이 늘어가는 현실에서도 우리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가려고 한다.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이 함께 걷다 보면 그 꿈이 현실이 되고, 날마다 골목 어귀에서 책방을 열고 닫는 우리의 작은 삶도 더 오래 지속되고, 많은 날들을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날마다 이야기들이 쌓여가는 책방에서 많은 이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작은 행복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작지만 빛나는 꿈을 하나둘 차곡차곡 포개어 담아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정성껏 건네는 작은 선물상자가 바로 우리가 시작한 ‘바이 북+바이 로컬’ 캠페인이다. 여러분의 곁에 서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책방 문을 여는 전국 책방지기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부디 많은 응원과 뜨거운 관심으로 화답해주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