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9 2022. 12.
숏폼(short form)을 통한 출판 마케팅의 변화
류영호(교보문고 DBS플랫폼사업단 부장)
2022. 12.
일반적으로 숏폼(short form) 콘텐츠는 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최근에는 10~15초 이내의 매우 짧은 영상들을 기준으로 보는 편이다. 모바일 시청 환경에 적합한 세로형 콘텐츠로, 언제 어디에서나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즐기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 현상과 함께 시장에 확산되었다. 짧은 러닝 타임과 주목도 높은 메시지, 자발적인 확산을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 방송 사업자, 제작 전문 회사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 등으로 숏폼 플랫폼 사업의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다.
숏폼 플랫폼의 대명사로 불리는 틱톡(Tiktok)은 소셜미디어에서 주목해야 할 세력이 되었다. 사용자의 접근성, 엔터테인먼트 활용성 측면에서 주로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틱톡은 소셜, 동영상 스트리밍, 음악 스트리밍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특히, 틱톡의 해시태그(hashtag) 챌린지는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고 맞춤형 추천을 위한 사용자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동안 음악과 춤 등을 소재로 재미 위주의 영상을 공유하는 형태였으나 최근에는 각종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채널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책과 결합된 북톡(BookTok)이다. 2020년부터 시작한 북톡은 틱톡 내 수많은 커뮤니티 중 독서에 특화된 커뮤니티로 서평이나 독후감 등 책 관련 콘텐츠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공유하고 있다.
북톡과 독서 커뮤니티의 활성화
소셜미디어에서 독서 중심의 커뮤니티 문화는 오랫동안 북튜브(BookTube), 북스타그램(Bookstagram), 북트위터(Book Twitter) 등으로 존재했지만, 북톡(BookTok)은 기존의 플랫폼과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많은 사용자들은 북톡의 사용 편의성과 책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올려둔 북톡을 보면서 새로 나온 책에 대해 알아보거나, 책을 읽기 전에 사람들 사이에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으면 누구나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혼자 하는 독서가 아닌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으로 인식의 전환이 가능해졌다.
현재 북톡 해시태그의 조회 수는 총 929억 건으로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2022년 11월 말 기준, 조회 수 현황 참고: https://www.tiktok.com/tag/booktok)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북톡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계속해서 고전(classic titles)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새로 나온 책과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북톡 커뮤니티는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었다. 그들은 다양하고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 지금 읽고 있거나 예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추천, 리뷰, 토론 거리와 농담을 공유한다. LGBTQ+ 작가나 유색 인종 작가가 쓴 책들도 북톡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북톡의 유행에 힘입어 Z세대가 독서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북톡의 유행은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리면서 실제로 온라인에서 자란 세대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발전이다. 북톡을 포함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책과 독서 경험의 공유는 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나친 의존을 벗어나 독서의 조용한 경험을 찾도록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인이 하루 평균 16.8분만 독서에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숏폼 동영상 콘텐츠가 독서 문화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북톡의 효용성을 잘 보여준다.
북톡으로 주목받은 책 중에서 판매량이 급증한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주요 사례로는 콜린 후버(Colleen Hoover)의 『It Ends With Us』(2016), 매들린 밀러(Madeline Miller)의 『The Song of Achilles』(2011), 아담 실버라(Adam Silvera)의 『They Both Die at the End』(2017), E. 록하트(E. Lockhart)의 『We Were Liars』(2014), 리 바두고(Leigh Bardugo)의 『Six of Crows』(2015), 도나 타트(Donna Tartt)의 『The Secret History』(1992)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아담 실버라의 사례를 보면 2017년에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가 잠잠해진 책이 2020년 4월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코너에 다시 올라왔다. 작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북톡 커뮤니티에서 ‘#TheyBothDieAtTheEnd’라는 해시태그로 책을 소개한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해당 해시태그를 포함한 동영상의 조회 수는 3,700만 건이 넘었고, 댓글도 꾸준하게 달릴 정도로 북톡의 입소문 효과와 판매량이 비례했다. 도나 타트의 『The Secret History』는 북톡 동영상 조회 수가 2억 건이 넘는다. 이는 2014년에 도나 타트가 퓰리처상 소설 부문 수상자가 됐을 때보다 더 많이 언급된 숫자다.
북톡을 활용한 출판 마케팅 사례
북톡은 틱톡의 사용자들이 해시태그를 통해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구간과 신간의 구분 없이 북톡커(BookTokker)들은 각자의 틱톡 채널을 통해 마음껏 해시태그를 붙이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팔로워(follower) 수를 늘리며 작가나 출판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틱톡은 단순히 독자끼리 감상이나 추천으로 연결되는 것을 넘어서 작가가 직접 독자에게 도달할 수도 있는 플랫폼이다.
2020년 11월에 소설 『These Violent Delights』을 쓴 클로이 공(Chloe Gong)은 2020년 4월부터 틱톡에 책 관련 영상 등을 게시하면서 팔로워를 모았다. 이를 통해 자신의 소설책을 홍보했고, 많은 사람이 예약 주문을 하고 댓글을 남겼다. 알렉스 애스터(Alex Aster)도 2020년에 출간한 소설 『Curse of the Night Witch』의 판매 확대를 위해서 관련 영상을 북톡에 게시했다. 일부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5배 정도 증가했다. 알렉스 애스터의 틱톡 팔로워는 현재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녀는 2022년 신작 소설 『Lightlark』을 출간하는 데에도 틱톡을 활용했다. 이 책은 에이전트를 통해 출판사와 계약을 추진했지만 계속해서 불발되었다. 2021년 3월에 소설 요약 영상을 올리면서 틱톡 사용자들에게 읽고 싶은지 여부를 문의했고, 해당 영상은 하루 동안 1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올렸고 8천 건이 넘는 의견이 달렸다. 그녀는 이 결과를 가지고 여러 출판사와 협상을 했고, 애물럿북스(Amulet Books)를 통해 정식 출간할 수 있었다.
북톡의 영향력과 확장성으로 인해 손익 실적이 향상된 출판사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출판사인 블룸스버리(Bloomsbury)의 2020년 이익은 전년 대비 220% 증가했는데 나이젤 뉴턴(Nigel Newton) CEO는 “이익 증가의 원인으로 북톡의 영향이 컸다”라고 말했고, 특히 북톡을 통한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타이틀로 매들린 밀러의 『The Song of Achilles』, 수잔나 클라크(Susanna Clarke)의 『Piranesi』의 사례를 들었다. 빅 5 출판사를 대표하는 펭귄랜덤하우스도 북톡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거나 협력하고 있다. 펭귄랜덤하우스에서 운영하는 펭귄 영 리더스(Penguin Young Readers)는 펭귄 틴(Penguin Teen)을 통해 소셜미디어 마케팅과 인플루언서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문학(YA, Young Adult) 독자를 대상으로 인플루언서와 연결을 강화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자사에서 출간한 말린다 로(Malinda Lo)의 청소년 퀴어 로맨스 소설인 『Last Night at the Telegraph Club』(Dutton Books for Young Readers)은 2021년 1월 출간 당시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펭귄 틴이 계획한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총 100만 뷰에 가까운 조회 수, 25만 개 이상의 좋아요, 5,500개의 공유 건수를 보인 2건의 캠페인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과로 창출되면서 도서 판매는 기존 대비 7배 증가했다.
독자와의 최접점에 있는 서점들도 북톡의 영향력을 마케팅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체인 서점인 반스앤노블(Barnes&Noble)은 자사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웹사이트에 ‘BookTok Made Me Buy It’, ‘BookTok Recommendations’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코너를 설치한 2021년 여름 시즌부터 매출 증가세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제임스 던트(James Daunt) 최고 경영자는 2021년 결산 인터뷰에서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신만의 틱톡 채널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책이라는 해시태그에 젊은 여성들이 인기 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화를 내며 책을 버리는 모습 등의 동영상을 보면서 젊은 독자들의 새로운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 반스앤노블의 서점 부문 책임자인 새넌 드비토(Shannon DeVito)는 “회사는 이미 북톡에서 인기 있는 책을 진열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소셜미디어 플랫폼보다 더 많은 판매를 유도한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서 그는 “북톡은 수백 개의 도서 타이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해 증가한 도서 판매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다. 북톡은 매우 빠르게 소비될 수 있고, 주변의 독자와 서점의 진정한 감성이 연결된 커뮤니티를 만들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2022년 8월 영국의 대형 서점인 워터스톤즈(Waterstones)의 피카딜리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북톡 페스티벌(BookTok Festival)을 개최했다. 서점에서 북톡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이 원하는 책과 출판사를 연결해주기 위해 기획한 행사였다. 워터스톤즈의 틱톡 메인 계정의 팔로워는 84,000명이 넘고, 지점별로 틱톡 계정을 운영하면서 젊은 독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틱톡 샵 UK(TikTok Shop UK)에서는 도서 섹션을 개설해서 여러 출판사와 서점들과 협력하고 있다. 틱톡 사용자는 해당 섹션에서 직접 책을 구매할 수 있는 등 커뮤니티와 마케팅, 도서 판매를 동시에 지원한다.
2022년 10월 영국출판협회(Publishers Association)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젊은 독자(16~25세)의 59%는 북톡을 통해 독서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책 추천을 위해 북톡을 이용한다.’는 비율은 55%, ‘북톡이 책을 읽도록 동기 부여했다.’는 비율은 68%를 보였다. ‘북톡 해시태그는 커뮤니티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비율은 19%, ‘북톡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는 비율은 16%를 차지할 정도로 북톡은 젊은 독자들에게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국출판협회의 댄 콘웨이(Dan Conway) 최고 경영자는 “북톡이 젊은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독서는 건강과 행복에 매우 유익할 수 있으며, 모든 연령대가 공통 관심사를 연결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출판협회는 북톡이 오프라인 서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설문 조사의 절반에 가까운 49%의 응답자가 북톡에서 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한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오프라인 서점들이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런던의 독립 서점인 북 바(Book bar)는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에 충실한 공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북톡의 변화를 활용하고 있다. 북 바를 운영하는 크리시 라이언(Chrissy Ryan)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서점을 시작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북톡은 고객을 매장으로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북톡이 주도하는 트렌드를 통해서, 매장은 더 광범위한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책을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사람과 책을 연결해주는 자유로운 방식이 출판 시장에 확장되고 있다.
마치며
틱톡의 북톡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와 플랫폼을 통한 출판 생태계의 변화를 알아봤다. 크리에이터, 출판사, 작가, 서점 관계자들은 북톡의 높은 영향력으로 인해 책 판매가 증가했고, 새로운 작가 발굴로 이어졌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북톡은 하나의 독서 운동으로 인식되기도 하면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독자와 독자 간의 연결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종이책이 부활하고 책의 발견성이 제고되는 등 출판 생태계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와 불법 저작물 유통 사례 등에 대한 논란과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제도적 운영을 개선하고, 젊은 독자층 확대와 책의 발견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한다면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지금 출판업계가 숏폼 콘텐츠와 플랫폼 마케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시대, 지금 우리는 ‘독서 르네상스’의 한가운데에 있다.
참고문헌
류영호 교보문고 DBS플랫폼사업단 부장 주로 신사업개발·전략기획·대외제휴 업무를 담당했으며, 제21회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아마존닷컴 경제학』, 『출판혁신전략』,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출판혁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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